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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을 다시 주목한다] [왜 2030 남성들도 ‘국힘’을 외면했나]

뚝섬 2024. 4. 16. 07:32

[윤 대통령을 다시 주목한다]

[왜 2030 남성들도 ‘국힘’을 외면했나]

[“목련은 지는데”… 與 서울 편입 추진 지역구 전패한 까닭]

 

 

 

윤 대통령을 다시 주목한다

 

[김대중 칼럼]

무엇보다 너무 빨리 대통령병 걸렸던 것 아닌가
왕처럼 대접받는 데 익숙해져
어떻게 이 자리 왔는지 잊었던 것 아닌가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대파 등 채소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4·10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대패가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이번 총선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인 만큼 윤 정부를 불신임한 것이고 따라서 윤 대통령 보고 물러가라는 것인가, 아니면 대오각성해서 잘하라는 경고장인가? 만일 우리가 내각제라면 윤 정권은 그날로 퇴진했어야 했다.

 

윤 대통령이 어떤 진로를 택하든 그의 앞길은 험난하다. 심하게 말하면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앞으로 3년을 버티기 힘들 것이다. 야당과의 협치(協治)를 말하지만 이재명 대표와 조국 등이 이끄는 야권이 윤 대통령이 잘되도록 협조할 리가 없다. 보수권이 망해야 다음 대선에서 좌파가 집권할 텐데 윤 정부를 도와준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이미 기고만장한 야권 사람들이 윤 대통령 모욕 주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다못해 총리·장관 등 인준 과정에서 엄청난 몽니를 부릴 것이 뻔한 만큼 설사 윤 대통령이 탕평적 인사를 도모한대도 결과는 혼란과 혼돈과 지리멸렬뿐이라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둘째 윤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의 경험과 경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그의 성격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 그리 쉽고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다. 용산 쪽에 있었던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윤 대통령이 너무 독선적이고 독단적이고 자의적인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한다. 자기가 옳다는 생각이 강하고 자신의 지식과 선의가 통한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이번 의대 정원 파동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또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과의 알력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부인의 문제에서 잘 드러난 불통 그대로다.

 

셋째 그의 국제적 위상의 하락이다. 그가 2년간 대통령으로서의 위상을 드높인 것이 있다면 자유민주 우방으로서의 한국의 국제적 지위를 회복시켰다는 점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번 총선으로 그를 사실상 ‘레임덕 대통령’ 취급할 것이다. 그의 발언권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윤 대통령은 바이패싱 당할 우려가 있고 한국의 안보와 주한 미군 문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나는 그 무엇보다 윤 정부의 패배가 한국 사회의 가치전도적인 측면을 드러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의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행보가 얼마나 위중한 것이기에 이재명과 조국 지지 세력의 거짓과 뻔뻔함과 사법적 리스크를 압도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것을 이겨내지 못한 윤 대통령의 ‘불통과 무능’ 앞에서 우리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앞으로 남은 3년을 그렇게 지리멸렬하게 보낼 수 없다는 사람들은 그 3년이 생각만 해도 무섭고 지겹다고 한다. 야권이 기고만장해서 한국의 정치를 좌편향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사람들은 차라리 윤 정권이 여기서 물러나고 새판을 짜는 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주변에 설문 조사 하듯 물었다. 내가 아는 이삼십 명의 사람은 보수층이어서 그런지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물러나는 것은 상책이 아니라는 의견이었다. 윤 대통령이 대오각성해서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이 그나마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했다. 윤 정권이 아무리 못해도 친북 좌파 세력의 준동보다는 낫다고도 했다. 그것이 국민의 메시지라고 했다. 오히려 오늘의 패배가 윤 정권의 각성과 재정비를 자극해서 3년 후 대선에서 이재명 당을 저지하고 정권을 재창출하는 밑거름으로 삼는 것이 지금 보수층의 선택이라고 했다.

 

그런 관점에서 윤 대통령은 2년 전 대권에 도전할 때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그는 아무 연고도 없는 정치권, 그것도 고루하기까지 한 보수 정당의 높은 장벽을 넘어 대통령 후보를 따냈고 집권 여당을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가 그때의 심정과 자세로 돌아간다면 오늘의 역경을 넘지 못할 리가 없다. 그렇게 본다면 그는 지난 2년간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너무 심취했던 것 아닌가 하는 자괴감도 든다. 무엇보다 너무 빨리 대통령병(病)에 걸렸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대통령 자리가 곧 왕(王)처럼 대접받고 행세하는 위치라는 데 익숙해져 자신이 왜 어떤 연유로 오늘날 이 자리에 왔는가를 잊어버린다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대통령 개인뿐 아니라 그 가족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여기서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심기일전을 주문하면서 했던 명언을 되살리고 싶다. 그는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다. 지상(至上)의 자리는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선인(先人)들의 명언도 있다.

 

-김대중 컬럼니스트, 조선일보(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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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2030 남성들도 ‘국힘’을 외면했나

 

출구조사 보니 지지율 30%선
지난 대선·지선 비교하면 참패
‘운동권 심판론’ 철지난 주제
청년에겐 미래 제시했어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뉴스1 

 

내가 다닌 대학교는 민족해방(NL) 운동권, 그중에서도 경기동부연합으로 불리는 집단의 세가 강한 곳이었다. 통합진보당 주요 정치인을 여럿 배출하기도 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2008년 입학할 때만 해도 학교에는 운동권 정서가 남아있었다. 그땐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그랬다.

 

한번은 입학 전 선배들과 일부 합격자들이 MT를 간 적이 있었다. 대학에 합격한 뒤 가는 첫 MT라니, 사람들과 어울려 놀 생각에 마음이 부풀었다. 그런데 숙소에 도착한 뒤 진행된 프로그램은 오락이나 체육활동이 아니라 정신교육이었다. 선배들은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며 이명박·박근혜가 어떻게 언론을 장악하려 하는지, 주한미군이 왜 철수해야 하는지 같은 주장을 늘어놓았다. 같이 간 동기 누나와 “이게 대학이 맞느냐”며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동기들과 친해질 즈음엔 광우병 사태가 일어났다. 몇몇 선배들이 시위 참여를 강요했다. 따르지 않으면 철없고 몰상식한 20대로 매도했다. 청소년 시절부터 정치나 시사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런 강요가 싫어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들을 ‘손절’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학회 회식 때였다. 대장 격인 선배 하나가 대뜸 “너희 우정을 시험해 봐야겠다”라며 찌개 냄비에 술을 붓고 온갖 반찬과 소스를 넣은 뒤 돌아가며 마시라는 게 아닌가. 마지막엔 자기 침까지 뱉었다. 말로만 듣던 ‘엽기 사발식’에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그 사건 이후 나를 포함한 몇몇이 학회를 그만뒀다.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운동권 문화에 대한 반감은 다른 학교도 다르지 않았다. 2000년대 후반 여러 학교에서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들어섰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들은 대체로 등록금 동결이나 편의시설 확충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학우들의 마음을 얻었다. 마침 ‘88만원 세대’가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때였다. 졸업할 즈음엔 ‘헬조선’ ‘열정페이’ 같은 말이 유행했다. 치솟는 등록금과 취업난에 먹고사는 일도 버거워 죽겠는데 ‘우리민족끼리’니 ‘주한미군 철수’ 같은 구호를 내거는 운동권 학생회에 관심을 가질 사람은 없었다. 최소한 198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들에게 운동권의 생명은 그때 이미 끝났다고 생각한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다는 미국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말은 유명하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후 첫 일성으로 “586 운동권 청산”을 내걸어 선거의 초점을 1980년대에 맞추었다. 운동권 비판에 구력이 있는 인물들이 전면에 나섰다. 그 모습을 보며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하는 덴 도움이 되겠지만 2030 세대 표심은 못 잡겠다 싶었다. 유권자들은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스스로를 과거에 가두고 있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총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비례대표 투표에서 국민의미래를 선택한 2030은 서너 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여성만 떼어놓고 보면 20% 안팎이다. 심지어 국민의미래는 20대 이하 남성(31.5%)과 30대 남성(29.3%)에서도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을 합한 것(각각 44.5%, 52.4%)보다 훨씬 적은 지지를 얻었다. 개혁신당을 합해도 견줄까 말까인데, 이는 2030 남성층에서 큰 승리를 거둔 지난 대선·지선과 비교해 보면 참패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2030 세대 중 586 운동권 문화나 가치에 동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세대에서 운동권·종북세력들은 이미 십수 년 전 외면당하고 심판받았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이번에 받은 표는 무엇이냐는 반론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2030 세대가 그들의 가치에 동의한다기보다 국민의힘이 집권 여당으로서 그들보다 나은 비전과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조선일보(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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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은 지는데”… 與 서울 편입 추진 지역구 전패한 까닭

 

더불어민주당 18석 대 국민의힘 0석. 김포를 비롯해 고양 과천 광명 구리 남양주 부천 하남 등 여당이 서울 편입 대상으로 꼽았던 지역들의 4·10총선 성적표다. ‘메가시티론’을 앞세워 서울 주변 지역 주민들의 표심을 얻고, 총선 승리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던 여당의 바람은 수포가 됐다.

▷여당이 김포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처음 밝힌 것은 지난해 10월 30일이다. 같은 달 11일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예상 밖의 대승을 거두면서 여권에 위기감이 커지던 때였다. 총선에서 수도권 민심을 잡기 위해 여당이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서울 편입론을 주도했던 김기현 전 대표가 12월 물러났고, 촉박한 일정 때문에 총선 전 주민투표도 무산되면서 메가시티 구상은 흐지부지되는 듯 보였다.

▷그러다 올 2월 초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서울 편입론이 다시 부상했다. 그는 22대 국회에서 1호 법안으로 김포 등의 서울 편입과 경기도 분도를 한꺼번에 추진하는 ‘원샷법’을 발의하겠다고도 했다. 서울시와 해당 지자체들은 공동연구반을 꾸렸고 이 지역 여당 후보들은 너나없이 ‘서울 편입’을 외쳤다. 하지만 여당은 총선에서 참패했고, 이미 목련이 지고 있는데도 메가시티와 관련된 움직임은 전혀 없다. 별다른 계기가 없다면 이대로 묻힐 공산이 크다.

 

▷서울 편입은 주민들의 이해가 복잡하게 뒤엉킨 이슈였다. ‘서울 프리미엄’으로 부동산값 인상을 기대하는 집주인들은 환영하는 쪽이지만 세입자 입장에선 전월세 인상을 걱정해야 한다. 교육 측면에선 서울의 자사고 입학이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는 반면 대입 농어촌 특례입학에서 제외되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복잡한 서울 편입보다 지하철 노선 연장 등 당장 도움이 되는 정책을 요구하는 주민도 있다. 전문가들은 ‘메가 서울’에 인구가 더 몰릴 경우 지방도시 소멸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런데도 사전 연구, 여론 수렴 등은 생략한 채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불쑥 민감한 이슈를 던져 주민들만 혼란스럽게 했다.

이는 여당이 큰 그림을 보지 못한 채 ‘유권자들은 눈앞의 이익에 따라 투표할 것’이라는 구시대적 사고에 머물렀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김포에 출마했던 한 여당 후보는 “‘내가 서울로 안 가도 상관없고 정권 심판이 먼저다라는 여론이었다”고 전했다. 나라를 걱정하는 주민들 앞에서 실현 여부도 불투명한 지역 공약만 외쳤다는 얘기다. 여당이 유권자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앞으로 선거에서 외면받는 일이 반복되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장택동 논설위원
, 동아일보(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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