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채 상병 문제 국민에게 설명할 때다]
[‘채 상병’ 이첩 당일 尹-국방장관 전화 3통… 뭐가 그리 급했나]
[ '채 상병 사건'과 국방의 미래 ]
[ ‘이러면 누가 사단장 할 수 있나’엔 공감한다]
[해병대원 사망 수사 문제, 윤 대통령이 진상 밝히면 될 것]
[민심 살핀다면서 시민사회수석 폐지하고 ‘법률수석’ 검토]
윤 대통령이 채 상병 문제 국민에게 설명할 때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이종섭 국방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9.26/뉴스1
작년 해병대 수사단이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기록을 경찰에 이첩한 당일인 8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에게 세 차례 직접 전화를 걸었던 통화 기록이 공개됐다. 그날 오전 수사단은 해병대 사단장 등 8명의 과실치사 혐의를 담은 조사 결과를 경찰에 보냈는데 국방부가 오후 7시 20분쯤 기록을 회수했다.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 통화는 그 중간에 이뤄진 것이다. 두 사람은 8월 8일에도 통화했다. 하루 뒤인 9일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건 수사를 재검토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 수사에 개입한 것이라며 ‘위법’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이 사건 기록 회수를 지시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직권남용’인지에 대해선 법조계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직권남용은 애매한 규정이다. 윤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로서 군 부서의 업무를 질책하거나 번복 시킬 수 있다는 견해도 많다고 한다. 해병대 수사단은 애초에 수사권이 없어 이들의 수사는 법적 권한이 없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군내 사망 사건은 경찰에 수사권이 있다. 하지만 이같은 견해에 반대하는 판단도 있어 이 문제는 앞으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이렇게 커질 일이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일선 부대 최고 지휘관인 사단장에게까지 과실치사를 물은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는 도를 넘었다는 입장이라고 하는데 이에 동의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무리한 조사 결과는 법적 권한을 가진 경찰 수사와 그 이후의 검찰 수사에서 얼마든지 걸러질 수 있었는데 이미 경찰에 넘어간 기록을 회수하는 바람에 불씨를 만들었다. 그 이후에도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하고 총선 직전에 출국시켜 불을 더 키웠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밀어붙인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민주당은 이 특검법을 다시 상정하겠다고 한다. 민주당 등 야권이 22대 국회의 거의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으니 못할 일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당시 어떤 생각이었고 무슨 조치를 했는지를 국민에게 밝히면 이에 동의할 국민도 많을 것이다. 지금이 그때라고 본다. 시기를 놓치면 각종 억측이 꼬리를 물 것이다.
-조선일보(24-05-30)-
______________
‘채 상병’ 이첩 당일 尹-국방장관 전화 3통… 뭐가 그리 급했나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2023.9.12. 뉴시스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한 당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3차례 전화를 건 사실이 그제 공개됐다. 또 이른바 ‘VIP 격노설’의 단초가 된 국가안보실 회의가 있었던 날 대통령실 누군가가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기록도 공개됐다. 항명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이 재판부를 통해 통신 기록 조회를 해 입수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일 검사 시절 쓰던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해 이 장관과 3차례 통화했다. 점심시간인 낮 12시 7분, 43분, 57분에 걸었고, 길게는 13분, 짧게는 1분가량 대화했다.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하고, 수사단장이 보직 해임 통보를 받은 그날이었다. 대통령의 3차례 통화 전후로 국무총리,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경호처장, 행정안전부 장관, 국무조정실장이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한 기록도 나왔다. 권력 핵심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대통령은 이후 8월 8일 이 장관에게 4번째 전화를 걸었다. 국방부 장관은 그 이튿날 “해병대 조사 내용을 국방부가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했는데, 초동 조사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이었다.
이 사건은 20세 젊은 해병의 안타까운 죽음이 무리한 상부 지시에 따른 것인지를 가려내고, 필요한 조치를 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 하나”라며 질책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대통령실의 수사 개입 여부를 가리는 쪽으로 불똥이 튀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급박한 일이 있었는지 대통령이 점심시간에 3차례 전화를 건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해병대사령관이 ‘대통령 격노설’을 언급했다는 통화 녹음, 이번에 드러난 통화 기록은 지난해 7월 31일 안보실 회의를 가리키고 있다. 회의가 끝날 무렵 대통령실 누군가가 유선전화로 국방부 장관과 3분 가까이 통화했다고 한다. 결국 회의에서 대통령이 무슨 발언을 했는지, 이후 국방부 장관에게 어떤 지시가 내려갔는지가 핵심이다. 또 그 국방부 장관을 윤 대통령이 총선 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해 출국시켰던 것도 이 문제와 맞물려 있다.
이 사건은 한 병사의 사망을 넘어 해병대 조사 과정의 외압 의혹, 진실 은폐 의혹을 받고 있다. 지금 진상 규명을 가로막을 힘은 어디에도 없다. 대통령-국방부 장관의 통화 기록까지 나온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기다려 보자”며 뒤로 빠질 수만은 없다. 설명을 내놔야 할 때가 됐다.
-동아일보(24-05-30)-
______________
'채 상병 사건'과 국방의 미래
[朝鮮칼럼]
이 사안의 사법처리는 정치 이해득실로만 따지면 안돼
청년의 죽음 안타깝지만 안전지상주의가 軍 목표 돼서야
20대 남성 자살률, 산재사망률 둘 다 군대가 훨씬 낮아
군대는 실제로 사회보다 안전.. 사고 줄이며 안보 지키는 군대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21일 오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해병대원 특검법’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를 둘러싼 정쟁은 여야 간 자존심을 건 대결로 치닫고 있다. 채 상병 사건의 진상 규명과 사법적 정의 실현이 목적이라면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특검으로 직행할 이유가 없다.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의 수사 참고 용도로 작성한 조사 보고서를 국방부가 처리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오판과 실수가 결국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는 정치적 참사로 키운 것이다. 그러나 이 사안의 처리는 정치적 승부와 정의 실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국방의 미래에 미칠 심대한 영향이 더 큰 문제다.
작년 7월 채 상병이 폭우 피해 지역인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되었다가 순직한 것은 온 국민의 공분과 탄식을 불러일으킨 안타까운 사건이다. 만약 장병들의 안전에 필수적인 구명조끼조차 입히지 않은 채 급류에서 수색 작전을 벌였다면 이러한 무모한 작전에 책임이 있는 지휘관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민간 기업이 이런 식으로 안전을 무시하고 위험한 작업에 직원이나 계약자를 몰아넣었다가 인명 사고가 났다면 그 기업의 책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군에서 일어나는 유사 사고에 대해서도 똑같은 기준으로 지휘관에게 과실치사 또는 직무유기 등 혐의로 형사 책임을 묻는다면 정의는 실현될지 모르나 군의 운용과 국방의 미래에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첫째, 군 간부의 자질이 급격히 저하될 것이다. 지난 10년간 안전사고나 군기 사고(자살 포함)로 사망한 군인은 연평균 85.4명에 달한다. 민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고와 마찬가지로 안전에 더 노력하고 안전 수칙을 철저히 준수했다면 대부분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지휘관에게 책임을 물을 여지는 있다. 그런데 가령 안전사고나 군기사고의 3분의 1 정도에 대해 지휘 책임이나 형사 책임까지 묻는다면 사단장이 되기 전에 감옥에 가거나 해임을 당하지 않은 장군이 몇 명이나 남아있을까. 결국 지휘관으로서 자질이 없어도 휘하 부대의 안전사고나 군기 사고로 한 번도 문책당한 적이 없는 장교가 승승장구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 이런 장교들에게 국방을 맡겨도 될까.
사병의 복무 기간 축소와 급여 인상으로 초급장교 충원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학군장교(ROTC)를 운영하고 있는 전국 대학 108곳의 절반이 지원 미달을 겪고 있고, 육·해·공군 사관생도의 자퇴율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휘관이 되는 것이 감옥 입소를 예약하는 것이고, 부하의 안전사고로 유죄판결 한 번 받으면 복역 후 사면받더라도 연금이 절반으로 줄어들 걱정까지 해야 한다면 장교 충원은 앞으로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둘째, 안전지상주의에 빠진 군은 전쟁할 수 없는 나약한 군대로 전락하기 쉽다.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면 안전을 경시해도 좋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실전 같은 강도 높은 훈련일수록 사고 위험은 높지만 이를 소홀히 하면 유사시 일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더 위험해진다. 군인의 안전이 군의 존재 이유가 되고 지휘관이 안전사고를 막는 데만 전전긍긍하면 국가의 안전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끝으로, 군 내의 안전사고를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정치화하는 것은 군이 유독 인명과 안전을 경시하는 조직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확산시키고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의 불안을 조장한다. 2014~2023년간 안전사고에 의한 군 사망자는 연평균 16.1명으로 1만명에 약 0.3명이다. 이는 민간 기업 산재 사망률 0.98(2023)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군 내 자살률은 10만명당 12.9명으로 20대 남성 자살률 24.5명(2022)의 절반 수준이다. 확률론적으로만 본다면 평시에는 민간 기업에 근무하는 것이 군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 그러나 민간 기업에서 일어나는 사망 사고는 보도조차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한 반면, 군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여론의 과잉 조명을 받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군 안전사고가 정치 쟁점으로 부각될수록 군 생활이 실제보다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고, 병역 의무 이행에 대한 공연한 불안을 확산시킨다.
군 내 안전사고는 정치적 이해 득실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국가 안보를 희생하지 않고 안전사고를 줄일 현실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군은 안전 교육과 훈련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근절하고 안전 문화를 선진화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천영우 前 청와대 외교안보수석·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조선일보(24-05-24)-
______________
‘이러면 누가 사단장 할 수 있나’엔 공감한다
[양상훈 칼럼]
채 상병 순직 비통하나 이 일로 사단장 감옥 간다면 군 전체에 심각한 영향
’군용 중대재해법’ 안 돼.. 해병대 사랑한 채 상병이 바라는 일도 아닐 것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정의의 해병대 국토종주 행군 및 채상병 진상규명 특검 요구 집회 및 행진이 열리고 있다./뉴스1
필자는 얼마 전 칼럼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특검을 수용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냈었다. 하지만 그제 윤 대통령은 대부분 사람들의 예상대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당은 다시 특검안을 낼 가능성이 높아 여야 충돌과 사회 갈등은 계속될 것 같다.
누차 지적됐듯이 이 사건은 이렇게 커질 일이 아니었다. 해병대 사단장에게까지 과실치사 혐의를 물은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는 법적 권한이 없는 참고용 조사였을 뿐이다. 진짜 법적인 수사는 경찰이 하게 돼 있다. 해병대 수사단의 결론에 무리한 부분은 경찰 또는 검찰 차원에서 모두 걸러졌을 것이다. 그걸 참지 못하고 이미 경찰로 넘어간 조사 결과를 회수하는 통에 이 사달이 났다. 국방부나 대통령실의 사건 처리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
다만, 장병 사망 사고 때 사단장이 지휘 책임이 아니라 과실치사의 책임까지 져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 ‘과실치사’는 ‘실수로 사람을 죽였다’는 뜻이다. 교통사고가 대표적이다. 그날 채모 상병은 수해 사망 시신을 찾는 대민 지원에 참여하고 있었다. 하천의 물살이 빨랐으나 수색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었다. 불행히도 채모 상병이 서 있던 물 밑의 땅이 꺼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단장은 수색 대원들에게 ‘해병대’라는 것이 눈에 띄게 복장을 통일하고 웃는 모습이 보이지 않게 얼굴을 가릴 것, 주차를 잘할 것이라는 등의 지시를 내려놓고 있었다. 대부분 할 수 있는 지시였지만 이 중 ‘해병대라는 것이 눈에 띄게 하라’는 부분이 문제가 되는 듯하다. 그래서 구명조끼를 입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외에 일부 관련자의 일방적 진술을 근거로 사단장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한다.
이 사단장은 ‘해병대가 수색을 잘해 시신 수습의 성과를 올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병사가 사망할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쓸 생각은 추호도 없었을 것이다. 해병대 복장 통일 지시를 구명조끼 입지 말라는 요구로 보는 것도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해병대는 장갑차나 보트 탑승 수색 때는 구명조끼 착용이 의무였지만 채 상병 경우처럼 ‘수변 수색’은 구명조끼가 의무 사항이 아니었다. 이 지침은 채 상병 사고 이후 개정됐다고 한다.
채 상병의 순직은 참으로 안타깝고 비통한 불행이다. 하지만 이 일로 사단장에게 ‘지휘 책임’이 아니라 ‘실수로 사람을 죽였다’며 감옥에 가라고 한다면 또 다른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앞으로 사단장에게 중대한 구체적 혐의가 드러난다면 다른 얘기가 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대로라면 ‘과실치사’는 지나치다. 이 문제는 우리 군에 미칠 영향도 심각할 것이란 걱정이 든다.
자료를 찾아 보니 2011년부터 작년까지 12년 동안 우리 군에서 각종 군기, 안전 사고(자살 제외)로 사망한 장병은 300명이 넘었다. 60만 가까운 거대 조직이 위험한 장비를 다루고 온갖 위험한 일을 하니 불가항력이기도 할 것이다. 미군은 더 많다고 한다. 그제도 육군 사단 한 곳에서 수류탄 투척 훈련 중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망 사고 하나하나를 채 상병 사건 식으로 보면 해당 사단장들 수십 명 이상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씌울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 그런 일은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우리 군이 어떻게 됐겠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사단은 군 편제의 중추이자 핵심이다. 현재 11개 사단이 휴전선을 지키고 있고 이 덕에 국민이 큰 걱정 없이 생활하고 있다. 1개 사단 1만여 병사들이 지키는 휴전선 길이는 22km가 넘는다. 산과 들, 하천으로 이뤄진 22km는 길고도 길다. 이를 빈틈없이 지키는 일은 실로 지난하다. 해병대 사단은 국가전략기동부대로서 유사시 북한 지역에 상륙한다. 북한은 이 두려움 때문에 상륙 예상 지점에 대규모 부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만약 해병대가 없다면 이 북한군이 전부 휴전선으로 내려올 것이다.
군에는 군단장, 군사령관, 합참의장도 있지만 실제 적과 마주한 채 나라를 지키는 지휘관은 사단장이다. 그 역할은 막중하다. 대민 지원 중 사고로 순직한 병사에 대해 사단장이 지휘 책임을 질 수는 있다. 그런데 ‘실수로 사람을 죽였다’며 감옥에 보낸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것으로 군의 지휘 체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 질 수 있는 책임에는 한계가 있다. 일부에서는 이른바 ‘시범 케이스’로 사단장에게 과실치사죄를 물어 군 사고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로자가 사망하면 사장, 회장을 감옥 보낸다는 중대재해법을 군에도 적용하자는 건가. 이런 군대는 이미 군대가 아닐 것이다.
윤 대통령의 판단, 결정에 동의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항간의 얘기대로 윤 대통령이 ‘이러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화를 냈다면 여기엔 공감한다. 채 상병을 애도하며 이 일이 군 안전 사고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동시에 도를 넘는 처벌로 군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도 없었으면 한다. 해병대를 사랑한 채 상병도 바라지 않는 일일 것이다.
-양상훈 주필, 조선일보(24-05-23)-
____________
해병대원 사망 수사 문제, 윤 대통령이 진상 밝히면 될 것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겸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TF 단장 및 민주당 의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채상병 특검법'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즉각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뉴스1
민주당이 15일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을 다음 달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22대 국회 출범을 기다리지 않고 이번 국회 남은 임기 중 특검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지난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다. 언제든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지난해 7월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채 상병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채 현장에 투입돼 사망한 사건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사망 경위 수사는 복잡한 사안이라고 할 수 없다. 법률상 이 사건은 해병대 수사단에 수사권이 없다. 수사단의 조사는 참고 자료일 뿐이고 이를 경찰이 넘겨받아 진짜 수사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수사 참고 자료에 사단장 등 8명이 혐의가 있다고 돼 있었다.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은 경찰에 넘길 이 참고 자료를 그대로 결재했다가 무슨 이유인지 이를 번복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이를 ‘직권남용’이라고 고발했다. 이어 수사단장을 보직 해임하고 항명죄로 기소한 것은 ‘수사 방해’라고도 했다. 이 전 장관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그것이 직권남용이나 수사 방해가 되는지는 법률적으로 따져봐야 할 문제다. 애초에 해병대 수사단에 법적 수사권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문제는 수사와 재판을 통해 가려질 것이다. 특검은 경찰, 검찰의 수사 결과가 미진할 때 하는 것이다. 이 직권남용, 수사 방해 고발 사건은 공수처가 수사 중인데 이제 수사 시작 단계다. 그런데도 바로 특검을 도입하자는 것은 이 사건을 또 정쟁 소재로 삼으려는 의도로 비친다.
이 사건을 총선 이슈로 키운 것은 대통령실의 잘못된 대처 때문이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사단장에게까지 묻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해할 국민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가 수사단장을 ‘항명 수괴’로 기소한 것 역시 지나쳤다. 이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하고 기어이 출국시킨 것 또한 지나쳤다.
지금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 일부도 특검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 대통령이 또 거부권을 행사하면 여권 내부는 분열하고 국민의 의구심은 커질 것이다. 그 전에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 처리 과정을 국민에게 직접 설명한다면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24-04-16)-
______________
민심 살핀다면서 시민사회수석 폐지하고 ‘법률수석’ 검토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을 신설하고 시민사회수석실을 폐지하는 조직 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권력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사정기관 장악력을 높이려는 사실상의 민정수석 부활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측은 신설되는 수석실에는 과거 민정수석과 같은 사정기관 장악 기능은 없고 법률수석도 가칭일 뿐 바꿀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집권 직후 이름만 민심 청취와 관련 있을 뿐 실제 하는 일은 크게 달랐던 민정수석직을 폐지하면서 민심을 제대로 듣겠다고 시민사회수석실을 두더니 이제 와서 공직기강 등과 합쳐 새 수석실을 만든다고 하면 누가 순순히 민심 청취 강화라고 믿어주겠는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총선 압승 이후 김건희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을 국회 임기 만료 전에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수사기관은 압박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고 수사의 칼 끝을 정권으로 돌릴 수도 있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측근들의 대장동 재판 등을 흔들기 위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한 대응에는 공직기강비서관과 법률비서관 정도로는 부족하고 그보다 고위직으로 사정 분야를 총괄하는 수석직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여긴 듯하다.
법률수석 신설의 주목적이 정말 그런 것이라면 민정수석을 폐지하게 된 이유는 벌써 다 잊어버렸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보수 정권에서든 진보 정권에서든 수사기관을 무리하게 장악하려는 과정에서 옷을 벗은 민정수석이 한둘이 아니었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이 검사 출신이고 법무부도 장관 등 요직을 검사 출신으로 채운 데다 행정안전부에 경찰국까지 신설해 경찰까지 장악해 놓고는 그것으로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지경까지 온 모양이다.
윤 대통령이 당면한 곤란한 상황은 검찰이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해서 벌어졌다. 필요한 것은 수사기관 장악을 위해 민정수석 부활로 퇴행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대통령과 인척이 관련된 사건일수록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더 철저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동아일보(24-04-16)-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라 망치는 '25만원 아편', 차등 지원도 마찬가지다] .... (1) | 2024.05.30 |
---|---|
['알테쉬'가 무서운 진짜 이유] [중국 직구 ‘유해 물질’ 범벅.. ] .... (1) | 2024.05.30 |
[분뇨 전단] [전단(삐라)] [그래도 ‘김정은 쇼’ 생각뿐인가] .... (2) | 2024.05.30 |
[3국 정상 회의, 선 긋는 중국 유감] [성과와 함께 아쉬움도.. ] .... (1) | 2024.05.29 |
[尹 설득 못하는 참모들, 면책되지 않는다] (0) | 2024.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