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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정상 회의, 선 긋는 중국 유감] [성과와 함께 아쉬움도.. ] ....

뚝섬 2024. 5. 29. 11:58

[ 3국 정상 회의, 선 긋는 중국 유감]

[성과와 함께 아쉬움도 남긴 韓日中 정상회의]

[이대로 계속 가도 괜찮은 것인가?]

 

 

 

3국 정상 회의, 선 긋는 중국 유감

 

[특파원 리포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에 앞서 일·중 정상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 대통령,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대통령실

 

콧대는 높았고, 온도차는 컸으며, 협력엔 선을 그었다.

 

27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9차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보여준 모습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이번 회의는 4년 넘게 막혔던 3국 대화 채널 복원과 경색됐던 한·중 관계의 맥을 뚫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한국·일본을 향한 중국의 전략도 숨겨져 있다.

 

우선, 중국 측은 이번 회의에서 콧대 높은 태도를 취했다. 관례라곤 하지만, 일인자 시진핑 국가주석이 아닌 이인자 리창 총리가 참석했고 만 하루를 겨우 넘는 짧은 시간 동안 머물렀다. 게다가 리창의 방문은 ‘공식 방한’이 아닌 회의 참석 형태였다. 지난 2015년 전임 리커창 총리가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공식 방문해 숨 가쁜 사흘 일정을 소화한 것과 대조적이다. 회의 다음 날인 28일 중국 인민일보 1면에는 중국·아랍 협력 포럼이 대서특필됐고, 3국 정상회의 사진은 리창의 독사진으로 대신했다.

 

한국과 일본을 향한 온도차도 컸다. 27일 인민일보는 1면에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의 양자 회담 기사를 게재한 반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 기사는 뒷면으로 넘겼다. 보통 이런 행사는 한 면에 한·일 정상 관련 기사를 나란히 싣기 마련이다. 또 리창은 윤 대통령에겐 경제 교류 확대를 언급한 반면, 일본 측엔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대만 문제 등을 거론하며 날을 세웠다.

 

중국이 한국에 우선적으로 손을 내밀며 한·일 사이를 벌리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공교롭게도 과거 한·중 관계는 한·일 관계 변화에 따라 냉탕·온탕을 오갔다. 중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한·미·일 프레임 강화’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 본다. 실제로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양국이 위안부 합의를 이뤘을 때도 중국 관영 언론의 반한 기조가 상당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일본에 대한 미움이 한·중 관계를 책임진다’는 오래된 농담이 있고,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한국의 ‘초심’은 일본과 미국을 멀리하여 미·중 관계의 균형추가 되라는 것이다.

 

더 아쉬운 점은 중국이 한국·일본과의 협력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동북아 안보의 중요 이슈인 북·러 무기 거래가 논의되지 못했고, 북한 비핵화 목표에도 합의하지 못했다. 중국의 엇박자로 3국 논의가 안보 면에선 후퇴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리창이 한·중·일 협력에 관해 내놓은 5가지 제안은 서로의 핵심 이익 존중, 산업 공급망 안정, 기술 혁신 협력, 인문 교류 확대, 기후변화 등 공동 과제 대응이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대만 문제는 접근 불가고,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엔 동조하지 말란 주장이다. 중국의 경제 고립을 막아 달라 하면서 지역 안보와 북한 문제에 대해선 귀를 닫으면 서운할 수밖에 없다.

 

한·중·일 지도자들이 다시 만난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재삼 확인한 자리였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조선일보(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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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와 함께 아쉬움도 남긴 韓日中 정상회의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한·일·중 정상이 어제 막을 내린 3국 정상회의 공동선언에서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는 표현을 썼다. ‘역내 평화와 안정’은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이, ‘납치자 문제’는 일본이 각각 강조했으며, 이들 문제에 대한 인식 차를 좁히지 못한 채 각자의 입장만 개진했다는 뜻이다. 9회째를 맞는 역대 한·일·중 정상회의를 통틀어 이 정도로 확연한 입장 차를 노출한 적은 없었다. 합의된 내용을 담는 공동선언문에 ‘각각 재강조했다’(reiterated respectively)는 표현을 쓴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당초 공동선언문 초안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공통 목표로 삼는다”는 문구가 들어갔지만 중국이 완강히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선언문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다”(2018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2019년)는 표현을 쓴 과거에 비해 크게 후퇴했다. 최근 미·중 갈등 격화에 따라 중국의 북핵 정책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어제 정상회의 직전 북한은 정찰위성 발사 계획을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 기술적으로 ICBM 발사와 다를 게 없는 위성 발사는 안보리 대북 제재 위반이다. 한·일 정상은 회의 모두 발언과 기자회견을 통해 이 점을 지적하며 “단호한 대응”을 강조했지만 중국 리창 총리는 언급을 피했다. 북한의 도발 예고는 중국공산당 서열 2위의 인사가 서울에서 한·일 정상과 회의 중인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규탄을 해야 마땅한데도 북을 두둔했다.

 

5년 만에 열린 3국 정상회의와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많은 합의도 이뤄졌다. 한·중 FTA 2단계 협상과 13년째 중단된 한·중 투자협력위를 재개하기로 한 것은 성과다. 한·일은 안보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크게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국제 관계의 양면성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이다. 앞으로 미국 대선에 따라 미·중 관계는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어떤 경우에도 미국과의 안보 동맹에 흔들림이 없도록 하되 중국과의 기본 관계 역시 잘 관리해야 한다.

 

-조선일보(2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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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계속 가도 괜찮은 것인가?

 

[김대중 칼럼]

이번 한·중·일 3국 정상 회의, 북핵·안보 문제는 손도 못 대
우리의 길은 궁극적으로 두 가지… 한국의 핵 능력 향상과 이를 위한 대미 교섭력 확보
주한 미군 주둔비 먼저 올리고 차라리 '핵연료 재처리' 달라 하자
 

 

2024년 올 한 해에 한국의 정치 지형(地形)에 중대한 의미를 지닌 선거 두 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나는 우리 국회의원 선거고, 다른 하나는 미국 대통령 선거다. 4·10 총선에서 현 집권 세력은 패했고 11·5 미국 선거에서는 한국에 결코 이롭지 않은 정권 교체가 임박한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부로서는 안팎으로 고난의 행군이 예고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정치적 복고풍이 불어 유럽은 극우에 가까운 우파 세력이 속속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근자에 ‘유럽에 번지는 극우 세력의 위협’이라는 기사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헝가리, 북유럽 국가들이 그동안 유럽을 지배한 전통적인 자유·민주 보수 노선을 버리고 이민 통제, 경제 이기주의, 인종차별 등을 내세운 극우 정치를 표방하고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심지어 지구적 환경 개선에도 적대적이고 러시아의 푸틴을 배척만 하지 말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자고 화해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런 경향은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에 근거한다.

 

지난 2022년 한 해 유럽의 난민은 510만명으로, 그 전해의 배가 넘는 숫자다. 포퓰리스트들은 유럽이 더 이상 세계의 리버럴 근거지도 아니고 환경과 문화의 보전장도 아닌, 세계 난민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외국 출신자의 참정권을 제한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처럼 서구사회에 이기주의가 지배적이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승리로 귀결될 것이고 나토는 사실상 무의미해지며 바이든이 주도한 대(對)중국 봉쇄는 연합 전선을 잃게 될 것이 뻔하다.

 

우리는 지금 이런 세계적인 변화를 제대로 읽고 그에 대처하고 있는가? 특히 트럼프가 당선되는 경우를 상정하고 정책 변화를 구상하고 있는가? 미국 조야의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백악관에 다시 들어온다면 미국은 우리가 아는 ‘세계적 미국’이 아니라 ‘패권적 독불장군’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공짜가 아니며 모든 대외 관계는 대가를 지불하는 거래의 관계로 변한다는 것이다.

 

안보도 마찬가지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5월 초 중국을 방문한 블링컨 미 국무 장관에게 이런 경고를 했다. “미국은 제로섬 게임이나 소규모 블럭 외교를 하지 말기 바란다. 우리 미국이나 중국은 각기 친구나 파트너를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상호 간에 타깃으로 삼거나 서로를 해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바이든이 최근 일본 기시다와 필리핀 마르코스를 만나 중국의 대만 침공과 남중국해 봉쇄를 경고하고 ‘연대’를 도모한 것에 대한 불만이지만 우리에게도 해당한다.

 

근자에 윤 정부가 집권 전반기 기조와 달리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방중해서 왕이와 회담하고 대만 총통 취임식에는 정부 차원의 축하를 자제한 것이 중국의 심기를 헤아린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반면 푸틴의 취임식에는 다른 서방 민주국가와는 달리 대표를 보냈다. 이런 것을 두고 윤 정부의 미국 주축의 동맹 외교가 변화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실 한국 안보·외교는 심각한 국면에 처하고 있다. 미국을 주축으로 한 자유 진영의 동맹 외교 라인에 줄기차게 서 있을 것이냐 아니면 그 블럭 외교에서 한발 빠지면서 중국이나 러시아의 눈치를 보는 줄타기 외교를 할 것이냐의 문제다. 초기 동맹 외교의 복원에 치중해 우리 외교를 이끌었던 윤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한국의 좌파적 성향, 민주당이 표방하는 이른바 ‘쎄쎄 외교’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엊그제 서울에서 한·중·일 3국 최고위의 회동이 있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동북아시아에서 경제협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북핵과 안보 문제다. 3국 회의는 그 문제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3국이 모여봤자 안보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야 하는 길은 두 갈래다. 하나는 한국의 핵 능력 향상이고, 그것을 얻어내기 위한 대미 교섭력 확보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물론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는 차제에 주한 미군 주둔비를 일본 수준(75%)으로 부담하는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그 대신 핵연료 재처리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주둔비의 50% 선인 1조1883억원을 지불하고 있는데 우리의 수준에서 몇% 가지고 실랑이하기보다 상당액을 우리가 내고 대신 핵 재처리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온당하다 생각한다.

 

총선 후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연임 기자 간담회에서 “이제까지 해왔던, 이 기준대로 계속 가면 대한민국이 괜찮은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이 질문을 윤 대통령에게 던지고 싶다. 윤 정부는 이제까지 해왔던 대로 계속하면 안 된다. 안보·외교·경제 그리고 정치 면에서도 그렇다.

 

-김대중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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