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윤미향에 대한 대법원의 책임]
[이화영 술자리, ‘정치의 사법 통제’]
[피의자 당선시켜 면죄부 주는 ‘선거판 법정’]
조국·윤미향에 대한 대법원의 책임
불구속 실형, 당선무효형 사건 대법원 선고 지연되는 경우 많아
한명숙 2년, 최강욱 1년 3개월 걸려… 선고 빨리 해야 제때 정의 실현
조국 조국신당대표, 한명숙 전 총리, 윤미향 의원(왼쪽부터)
조국혁신당이 지난 총선에서 원내 제3 정당까지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법원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고 본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조국 대표 재판은 1심만 3년 2개월, 2심은 1년이 걸렸다. 1심을 맡았던 우리법연구회 출신 부장판사가 돌연 휴직을 하는 등 재판을 지연하지 않았다면, 2심 재판부가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하면서 조 대표를 법정 구속했다면 총선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물론 법원이 정치적 결과까지 예상해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조 대표는 그 상황을 자기 정치에 백분 활용해 결국 ‘성공’했다. 재판 결과도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총선 전 유튜브 채널에 나와 형(刑)이 확정되면 “푸시업 하고 스쿼트 하고 플랭크 하면서 건강 관리 해서 나오겠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정 구속을 안 했을 뿐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다”며 그에게 실형을 선고했는데, 그는 수감돼도 ‘반성’ 대신 ‘건강 관리’ 하겠다고 한 것이다. 사실상 법원 판결에 대한 조롱이나 마찬가지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정리할 책임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국회의원은 일반 형사 사건에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조 대표의 형량은 당선무효에 해당한다. 그 취지를 살리려면 선고를 가급적 빨리 해야 한다. 그런데 조 대표와 같은 ‘불구속 실형’ 사건에 대한 상고심 판단이 대체로 빨리 나오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정치인 사건은 특히 더 그렇다.
불법 정치 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던 한명숙 전 총리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 역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법정 구속은 안 됐는데, 그 형량을 그대로 확정한 대법원 판결은 2심 선고 후 거의 2년이 지나서 나왔다. 피고인이 구속된 사건은 1심 6개월, 2심 8개월, 3심 8개월 등으로 구속 기간 제한이 있어 대부분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한다. 그런데 불구속 실형 사건엔 그런 제한이 없어 선고가 늦어지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불구속 실형의 취지가 그 상태로 몇 년씩 놔두자는 것은 분명 아니다. 제때 정의를 실현하려면 적어도 구속 사건에 준해 최대한 신속하게 선고해야 한다고 법조계 인사들은 말한다. 피고인 입장에서도 신속하게 확정 판결이 나와야 언제 실형이 집행될지 몰라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 사건이 무죄라고 해도 다를 게 없다.
실형은 아니지만 당선무효형이 선고된 사건도 마찬가지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의 경우 작년 9월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도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당선무효형인데 판결이 늦어지면서 4년 임기를 다 채울 판이다. 조 대표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준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도 2심에서 당선무효형인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1년 3개월이 걸렸다. 단순한 사건이었는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결국 그는 4년 임기 중 3년 4개월을 채웠다. 이것을 정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일이 조 대표 사건에서 반복돼선 안 된다. 일각에선 오는 8월 대법관 3명이 퇴임하는 상황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후임 대법관 임명엔 국회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법원이 거대 야당 눈치 보느라 조국·윤미향 두 사람에 대한 선고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닐 거라고 믿지만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대법원은 최고 사법기관이란 간판을 내려야 한다.
-최원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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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술자리, ‘정치의 사법 통제’
“소송 행위의 범주를 넘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가 어렵네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경기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검사 술자리 회유’ 주장에 대한 법적 평가를 묻자 돌아온 한 현직 판사의 답이었다.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판사도 있었다.
‘대북 송금을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했다’는 이화영씨의 자백이 검찰청에서 벌어진 술판을 통해 나왔다면 중대한 문제다. 형사소송법 309조는 고문이나 폭행·협박, 기망, 회유 등으로 얻은 자백의 증거 능력을 배제하고 있다. 이화영씨가 동의해도 유죄 증거로 쓸 수 없다. 그런데 이씨는 이렇게 중요한 진술을 지난 4일 재판을 마무리하는 피고인 신문에서 했다. 술판이 벌어졌다는 때로부터 9개월 이상 지나 CCTV 화면이 지워진 시점이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두고 양측의 주장이 부딪칠 때 판사는 객관적 증거와 명백히 배치되는 주장부터 걸러낸다. 증거로 주장을 입증하는 게 사법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청담동 술자리’로 지목된 장소가 변호사 30명이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면 신빙성을 잃는 식이다. 2014년 서울고법은 ‘5만원권으로 건넨 회사 자금 4800만원을 횡령했다’며 회사 관계자를 고발해 기소된 사건에서 돈을 건넸다는 시점이 5만원권 발행 이전이어서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이 사건에서 검찰이 공개한 호송계획서와 출정 기록에 따르면 술자리가 있었다고 주장한 시점에 이화영씨는 이미 검찰청사를 떠나 있었다. 이정도면 주장 자체가 신빙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창문이 작아서 교도관 감시 사각지대가 있다’ ‘검찰이 영상녹화실에 몰카를 설치했다’ 등의 밑도 끝도 없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이 가로 170㎝, 세로 90㎝의 통창 사진을 내놓고, 전국 모든 검찰청에 적용되는 영상녹화실 구조를 설명해도 마찬가지다.
한 판사는 “소송에서 한쪽이 저런 식으로 나오면 그 사람의 말이 일부는 사실이더라도 그것마저도 믿을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사법의 틀을 넘는 정치 행위”라고도 했다.
그 정치 행위의 이유는 이화영씨 변호인이 법정에서 “이재명의 무죄가 이화영의 무죄”라고 한 데서 드러난다. 이 대표의 대북 송금 문제는 검찰이 수사 중이지만 아직 기소되지 않았다. 이미 이 재판의 목표는 이화영의 무죄가 아니라 ‘이재명 지키기’가 된 것이다.
이 법정에서는 유독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났다. 자백한 남편에게 아내가 ‘정신 차리라’며 법정에서 부부싸움을 하고, 재판이 다 끝나가는 시점에 판사 기피신청을 내 70일 넘게 공전됐다.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한 후에는 ‘방탄’을 넘어 검사를 고발하는 행태로 이어졌다.
정치가 사법을 뒤덮으면 증거로 주장을 입증하는 대신 다수의 힘으로 사법부와 수사기관을 압박하는 행태만 남게 된다. 소위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결과다.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른 판사의 판단만이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양은경 기자, 조선일보(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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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이재명 만찬 겹치자 문 정부 출신 당선자 다수는 李에게. 밥 자리를 통해 드러난 권력과 人情.
-팔면봉, 조선일보(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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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당선시켜 면죄부 주는 ‘선거판 법정’
[양상훈 칼럼]
범죄 혐의자가 제 편 많은 지역 출마해 당선된 뒤
‘국민이 무죄 선고했다’ 선언할 수 있는 구조
유권자가 배심원 돼 내 편에 무죄 내리는 한미의 선거 정치
자녀 입시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20/뉴스1
지금 한국과 미국 정치에서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가 범죄 혐의자들이 선거로 면죄부를 받겠다고 나서는 일이다. 조국 전 장관이 총선 출마 질문에 대해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 회복 길을 찾아 나서겠다”고 한 것은 한 사례일 뿐이다. 각종 비리로 1심에서 징역 2년 유죄를 선고받은 조씨는 2심에서 무죄가 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래서 내년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되는 것으로 정치적 면죄부를 받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당선되면 “국민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할 것이다.
조씨 생각은 특이한 것이 아니다. 민주당에는 이미 이런 전례가 적지 않다. 이재명 대표는 한국 정치인으로는 가장 많은 불법 혐의를 받고 있는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자 사실상 수사가 중단됐다. 대선에서 패했지만 바로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당대표 선거에 당선되면서 그 많은 수사를 다 피해가고 있다. 20명 가까운 종범들이 구속됐는데 ‘주범’ 격인 그만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 대표가 국회의원과 당대표 선거에서 패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4년 전 총선은 ‘선거로 피의자들 면죄부 주기’가 성행했던 선거였다. 희대의 선거 공작이라는 청와대 울산 선거 개입의 핵심 피의자인 황운하씨가 민주당 공천을 받고 ‘당당히’ 당선됐다. 그러자 4년이 돼가는 아직까지 1심도 끝나지 않는다. 일반인이면 어떻게 이런 대접을 받겠나. 4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조국 아들의 인턴 증명서를 허위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는데 ‘당당히’ 당선됐다. 그도 최근에야 유죄가 확정됐지만 4년 의원 임기를 거의 채웠다. 선거로 면죄부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4년 전 총선이나 내년 총선이나 유권자들은 같은 사람들이다. 선거로 면죄부를 준 사람들이 또 투표한다.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선거로 면죄부를 받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송 전 대표가 지금은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가 된 원래 자신의 지역구에 다시 공천을 받아 나간다면 거의 당선될 것이다. 그러면 ‘국민이 나에게는 무죄를, 현 정권에는 유죄를 선고했다’고 할 것이다.
핼러윈 참사 문제를 논의하는 국회 회의장에서 코인 거래를 한 김남국 의원도 다시 출마할 수 있다. 코인에 대한 법률 미비로 김 의원에 대한 수사는 진척이 없다. 김 의원의 코인 거래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지만 수사가 안 되고 법 개정도 안 되는 상태에서 출마 못 할 이유가 없다. 그도 원지역구에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나는 지금도 무죄이고 그때도 무죄였다’고 할 것이다.
지금 양쪽으로 갈라진 한국 유권자들은 사실상 패싸움 수준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편이면 무슨 일을 해도 눈감고, 남의 편이면 작은 일에도 불을 켠다. 선과 악, 진짜와 가짜, 옳은 것과 틀린 것 등 거의 모든 판단의 기준이 ‘편’이다. 어느 지역에 어느 쪽 편이 많이 산다는 것은 국민 상식처럼 돼 있다. 범죄 혐의자가 자기편이 많이 사는 동네에 출마해 당선된 뒤 ‘국민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선언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극단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위안부 할머니들 돈을 횡령한 혐의로 2심 유죄판결을 받은 윤미향 의원도 자기편이 많이 사는 지역에 공천만 받으면 얼마든지 당선될 수 있다.
‘선거로 면죄부 받기’는 1년 뒤 미국 대선과 3년 뒤 한국 대선에서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와 관련해 중요한 판결이 최근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주 연방법원은 ‘트럼프가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을 선동해 반란에 가담했지만, 트럼프의 대선 출마를 막을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미국 헌법 14조 3항은 ‘헌법 수호를 맹세한 공직자가 반란에 가담하면 다시 공직을 맡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콜로라도 법원은 이 ‘공직자’에 대통령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미국에선 대통령이 국가 반란에 가담해도 다시 출마해 당선될 수 있다. 이런 기조에 따르면 트럼프는 사기 등 다른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지만 대선 출마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당선=모든 범죄 면죄부’가 될 것도 분명하다.
한국의 이재명 대표는 트럼프보다 조건이 더 좋다. 트럼프의 ‘반란’ 혐의를 인정한 미국 판사처럼 ‘간 큰’ 판사는 한국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이 대표와 민주당이 승리하면 이 대표의 각종 혐의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도 다음 대선 전까지 내려지지 않을 것이다. 이 대표의 대선 출마 길을 막아 그에 따른 정치적 비난을 견딜 대법관들도 거의 없을 것 같다. 선거로 범죄 혐의에 면죄부를 주는 데엔 판사들도 공조하고 있다.
배임을 저질러 주민에게 수천억 손해를 입히고, 북한에 불법 송금을 하고, 선거에서 거짓말을 하고, 위증을 시키는 등의 불법 혐의는 이제 두 종류의 재판을 받는다. 하나는 진짜 법정이고 다른 하나는 선거판 법정이다. ‘선거판 법정’에선 유권자들이 배심원이 돼 ‘내 편엔 무죄, 네 편엔 유죄’를 내린다. 선거판 무죄 선고가 법정의 유죄 선고보다 빠르고 위력적인 것이 한국과 미국의 선거 정치다.
-양상훈 주필, 조선일보(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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