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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 금지 소동, 만약 당정 협의 했더라면] ....

뚝섬 2024. 5. 21. 06:37

[해외직구 금지 소동, 만약 당정 협의 했더라면]

[‘해외직구 계엄령’ 사태가 남긴 교훈] 

 

 

 

해외직구 금지 소동, 만약 당정 협의 했더라면 

 

국무조정실 이정원 국무2차장이 19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해외직구 관련 추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정부 부처는 국민 일상에 영향이 큰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당과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정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돼 국민 우려와 혼선이 커질 경우 당도 주저 없이 정부를 강하게 비판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KC인증(국내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구(직접 구매) 금지를 추진하다가 사흘 만에 철회한 것을 두고 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도 “해외 직구와 관련한 정부의 발표로 국민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정부의 대응이 크게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국민 안전을 위한 것이라도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했고, 저렴한 제품 구매에 애쓰는 국민 불편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을 미흡했던 부분으로 꼽았다. 대통령실이 신속하게 정책 오류를 직접 사과한 것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구체적으로 나열한 것 모두가 이례적이다. 총선 참패 이후의 현상이다.

 

그동안에도 당정 협의가 없었던 게 아니다. 정부와 여당은 취학 연령을 만 5세로 앞당기는 문제나 R&D 예산 삭감 같은 굵직한 정책 사안에서 ‘선(先) 조치, 후(後) 수습’ 같은 뒷북 대응을 해왔다. 대통령의 연구비 카르텔 비판 발언이 나온 지 두 달 만에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R&D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일방통행을 했다. 대통령의 지시나 정책 목표가 제시되면 당정 협의는 이를 걸러내기보다 사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됐다. 정책은 대부분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이뤄지는데, 국회를 책임진 당과 협의도 없이 해외 직구 금지 발표를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 한편으로 지금의 국민의힘 고위직 인적 구성으로 설사 당정 협의를 했더라도 ‘해외 직구 금지’ 발표를 막을 수 있었겠느냐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모두가 엘리트 출신이지만 민심 감수성이 떨어지고 대통령 눈치를 살피는 것이 체질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민의힘은 원내 부대표 13명 전원을 초선으로 임명했고, 이 중 10명은 1970년대생과 1980년대생으로 구성했다. 이들이 제 목소리를 내야 하고 그럴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인터넷 카페나 각종 동호회 같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론이 빠르게 확산하는 시대 흐름과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정부도 정당도 버텨내기 힘들다.

 

-조선일보(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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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 계엄령’ 사태가 남긴 교훈

 

2030커뮤니티, 대규모 들썩… 없는 건 왜 이리 많고 또 비싸나
그나마 빠른 철회 다행이지만 이런 부조리 개혁이 곧 민생
 

 

지난해 말 인천시 중구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 쌓인 직구 물품들./뉴스1

 

입술이 건조해 항상 립밤을 바른다. 가끔은 심하게 터 피부과 신세를 질 정도다. ‘외출할 때 지갑은 놓고 나가도 립밤은 챙기는’ 생활을 한 게 어언 15년, 각종 브랜드의 온갖 립밤을 다 발라봤다. 썩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일본 여행을 하다가 드러그스토어에서 고보습 립밤을 하나 구매하게 됐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이 있듯 그 립밤도 내게 딱 맞았다. 몇 개를 더 사 한국으로 돌아왔다. 알뜰하게 다 썼다. 일본에 있는 제품이니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구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오프라인은 물론이고 온라인에서도 그 립밤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쩌다 찾은 건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쌌다. 립밤 하나 사자고 일본에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두 배 넘는 가격에 사는 건 왠지 아까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마존을 찾았다. 배송비만 약 1,400엔. 하지만 몇 개 이상 사면 국내 온라인몰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했다. 그 뒤로 아마존에서 종종 립밤을 직구(직접 구매)하게 됐다.

 

립밤 같은 공산품은 조금 예외긴 하지만 직구는 대체로 골치 아픈 일이다. 무명 판매자의 상품은 품질을 가늠하기 어렵고 고장 나더라도 A/S를 기대할 수 없다. 배송에 시간과 비용이 더욱 소요되는 건 물론이다. 물건이 제대로 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웬만하면 공식 수입된 제품을 사는 게 낫다. 최소한 수입업체가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보증하고, 고장 나거나 파손되어도 수리·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직구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건 우리나라에 없는 물건이 많거나,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재화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방증이다. 소비자들이 배송·품질·서비스 등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직구를 하는 게 더 경제적이라고 봤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업체와의 경쟁력 차이는 계속 고민해야겠지만, 알리익스프레스·테무에서 파는 것과 똑같은 ‘메이드인 차이나’ 제품을 수입업체 한번 거쳤다는 이유로 몇 배 비싼 가격에 사야 하는 건 소비자로서 썩 내키는 일이 아니다. 미국 아마존에서 한국보다 싼 한국산 전자제품을 보는 일도 그렇다. 그런 걸 보면 직구란 울분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닌가 싶다.

 

정부가 지난 16일 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 80품목에 대해 직구를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2030 세대가 주로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직구 계엄령’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 비판이 워낙 거셌던 까닭에 주말이 채 지나기도 전에 철회되긴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중요한 논쟁거리가 부상하긴 했다.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없는 물건이 많고 그나마 있는 것도 하나 같이 비싼가 하는 물음이다. 이번에 도마 위에 오른 KC 인증 제도의 비효율성, 예컨대 이미 인증된 제품의 색깔만 바꿔도 수백~수천만 원을 들여 다시 인증을 받아야 하고 다른 나라 인증 제도와도 호환되지 않는 문제들은, 우리나라 물가가 비싼 게 단지 인건비가 높고 내수 시장이 작아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일은 민생이란 무엇인가를 명확히 드러내기도 했다. 정치권은 으레 청년층의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며 민생을 외치고 학비·주거비·교통비 등 각종 지원 정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했다. 그런 청년들이 이번 사건에 있어선 들불처럼 타올랐다. 불합리한 제도, 복잡한 유통 구조에서 파생된 높은 비용, 생산성을 올리기보다 진입 장벽을 높여 산업을 지탱하려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까지, 그간 사회를 향해 쌓인 불만들이 터져 나온 결과다. 민생이란 특별한 게 아니라 국민이 느끼는 사회의 부조리한 부분을 개혁해 나가는 것이라는 게 이번 사건의 교훈이 아닌가 싶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조선일보(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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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場 거스른 ‘해외 직구 정책’, 與 “설익은 정책 주저 없이 비판할 것.” 진작 그랬으면 총선 폭망 피했을 텐데.

 

-팔면봉, 조선일보(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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