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國內-이런저런..]

['서울 한강 노들섬' 바꿀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의 노들섬]

뚝섬 2024. 6. 4. 09:24

['서울 한강 노들섬' 바꿀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의 노들섬]

 

 

 

'서울 한강 노들섬' 바꿀 건축가…

 

21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려

 

헤더윅이 설계한 뉴욕 맨해튼의 ‘베슬’. /트위터

 

서울시가 서울 한강 노들섬을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기 위해 2022년부터 진행해온 국제 설계 공모의 최종 당선작이 지난달 29일 발표됐어요. 바로 토머스 헤더윅이 이끄는 헤더윅 스튜디오의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입니다. 다양한 높이의 기둥을 세워 곡선 보행로를 만든다고 해요. 한국의 산세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토머스 헤더윅(54)은 영국 출신 세계적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입니다. 영국의 ‘국민 디자이너’로 불린 테런스 콘란(1931~2020)은 생전에 헤더윅을 ‘이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렀어요. 가구부터 조각, 설치물, 건축까지 그가 진행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천재적인 디자인과 설계로 매번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맨체스터 폴리테크닉대에서 3D 디자인을,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석사과정으로 가구 디자인을 배웠는데요. 공부를 하면서 디자인과 공예, 건축을 엄격하게 나누는 교육 시스템에 반감을 느꼈다고 해요. 그래서 그는 작업할 때 건축가, 디자이너, 조경가 등이 힘을 합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다학제적 접근을 강조해 왔어요.

 

런던의 보행용 교량인 ‘롤링 브리지’는 그의 흥미로운 초기 작업물입니다. 배가 지나갈 때는 팔면체의 조각품처럼 조용히 있다가, 필요할 때마다 전갈 꼬리가 아래로 쭉 펴지듯이 움직이는 이 다리는 설치 이후 많은 사람이 찾아와 구경하는 명소가 됐어요. 헤더윅은 ‘2010 상하이 엑스포’ 영국관 작업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됩니다. 그는 당시 엑스포의 주제인 ‘더 나은 삶’과 영국다움의 교집합이 뭘까 생각하다가 정원에 주목했고 결국 씨앗을 떠올렸다고 해요. 헤더윅은 가로·세로 25m, 높이 20m짜리 파빌리온의 주재료로 광섬유를 포함한 반투명 아크릴 막대기를 사용했어요. 길이 7.5m에 달하는 막대기 끝에 씨앗을 넣고, 이것을 건물 안쪽을 향하도록 촘촘히 박았는데 굴절 효과 덕분에 씨앗을 크게 볼 수 있었어요. 파빌리온 외부로 돌출된 아크릴 막대는 바람이 불면 촉수처럼 흔들렸고, 낮에는 햇빛을 안으로 전달하고 밤에는 내부 조명을 밖으로 반사하며 황홀한 모습을 보였다고 해요.

 

 

헤더윅이 싱가포르 난양공과대에 지은 ‘러닝 허브’도 유명합니다. 헤더윅은 네모 상자 모양의 강의실이 아닌, 조약돌 모양의 타원형 강의실을 층층이 쌓아 올린 독특한 건물을 설계해 지었어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90여 년 된 곡물 저장고를 리노베이션한 ‘자이츠 아프리카 현대 미술관’도 헤더윅의 작품입니다. 저장고의 뼈대는 최대한 살리고, 내부에는 여러 갤러리와 중앙 아트리움을 만들었어요. 이 미술관은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언급되는 장소 중 한 곳이기도 합니다.

 

요즘 헤더윅은 랜드마크 전문가로 통합니다. 그가 2019년에 만든 전망대 ‘베슬’은 뉴욕 맨해튼의 풍경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아요. 베슬은 높이 46m, 너비는 15m부터 시작해 최상부에서 46m에 이르는 솔방울 모양을 하고 있어요. 구리색 금속으로 마감한 외면이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건축물이랍니다.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 조선일보(24-06-04)-

______________

 

 

토마스 헤더윅의 노들섬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잘 지은 건축물이 도시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모범 사례다. 사람만 많고 특징 없던 대도시 서울에 DDP가 세련된 문화 도시 이미지를 가져다 주었다. 샤넬, 루이비통 등이 이곳을 전시장으로 택했다. 외벽을 활용한 대형 미디어 파사드 쇼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개관 첫해 방문객 688만명으로 시작해 올가을이면 누적 방문객 1억명을 돌파한다. 세상은 이를 ‘DDP 효과’라고 한다.

 

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가 ‘곡선의 건축가’라면, 토마스 헤더윅은 인공과 자연을 융합해 전에 없던 도시 풍경을 창조하는 건축가다. 뉴욕 허드슨강의 인공섬 ‘리틀 아일랜드’와 상하이 푸둥지구의 대규모 복합 주거단지 ‘1000 트리즈’ 등 주로 콘크리트와 나무를 독창적으로 접목해 전혀 새로운 도시 풍경을 만들어낸다. 지난해 11월 도쿄 도심에 등장한 ‘아자부다이힐스’에도 참여했다. 330m 높이 빌딩 상부와 나무가 우거진 곡선 형태의 하부 녹지를 결합한 설계로 준공 반년도 안 됐는데 벌써 도쿄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됐다.

 

▶헤더윅의 다음 목표가 서울 한강 노들섬으로 정해졌다. 서울시의 ‘노들섬 글로벌 예술섬’ 공모에 그의 설계작 ‘소리풍경(Soundscape)’이 29일 최종 선정되면서다. 헤더윅은 지난해 ‘헤더윅 스튜디오:감성을 빚다’ 서울전에서 노들섬의 미래 모습을 먼저 공개했다. 우뚝 솟은 콘크리트 기둥들 위로 공중 정원이 펼쳐졌다. 많은 이가 ‘내가 아는 그 노들섬 맞느냐’며 감탄했다.

 

노들섬은 1917년 일제가 한강 인도교를 놓으며 만든 인공섬이었다. 1960년대 한강 개발 때는 건설용 모래 공급지였다. 1970년대 유원지로 개발하려다 무산된 후 오래 방치됐다. 이명박 시장 때 이 섬에 오페라하우스 건축을 추진했고 오세훈 시장도 예술섬으로 만들려 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박원순 시장이 채소를 키우는 ‘노들텃밭’을 조성하기도 했다.

 

▶헤더윅은 당초 1조5000억원을 들여 40m 높이 기둥 위에 정원을 조성하고 부속 시설도 화려하게 지으려 했다. 그러나 최종안은 3500억원을 투입하고 기둥 높이도 20m 정도로 낮춘다고 한다. 규모가 작아져 아쉽다. 당장은 돈이 좀 더 들더라도 국민과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기념비적 건축이 결국 더 큰 이익이 된다. DDP도 원안보다 크게 축소됐다. 지금은 “초기 이미지대로 만들었다면 더 아름다웠을 것”이라며 아쉬워 한다. 노들섬이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이 한강에서 만나는 첫 랜드마크가 되길 기대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4-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