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재명과 ‘당대명’ ]
[더불어민주당, 정당정치의 희망을 포기하지 말아야]
[완장 찬 듯한 정청래 위원장의 군복 모욕과 조롱]
‘아버지’ 이재명과 ‘당대명’
[천광암 칼럼]
“이재명은 민주당 아버지” 발언은
이견 사라지고 아부만 무성한
민주당 기존 분위기 연장선
직언 사라진 정당은 王政보다 못해
‘이재명 대표를 아버지처럼 모시자.’
‘이재명 대표를 임금님처럼 모시자.’
둘 중 어느 쪽이 더 부적절한 표현이고, 더 심한 아부가 될까. ‘군사부일체(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하나)’이니 거기서 거기일까, 아니면 그럼에도 차이가 있을까. 엄밀한 유교적 잣대로 보면 전자(前者)가 아닐까 싶다. 유교 경전인 ‘예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아버지의 잘못을 감추는 것은 괜찮지만 들춰내고 지적해서는 안 된다. 설령 지적을 하더라도 아버지의 낯빛이 바뀌지 않을 정도의 선까지만 부드럽게 하는 것이 자식의 도리다(유은무범·有隱無犯). 반면 왕의 잘못은 왕이 싫은 표정을 짓건 말건 굽히지 말고 직언(直言)해야 한다. 왕의 허물을 못 본 척해서는 안 된다(유범무은·有犯無隱).”
요컨대 아버지는 직언이 허용되지 않는 존재, 왕은 허용되는 것을 넘어 의무적으로 그렇게 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이야기다. 여기에는 전근대적인 왕정 체제조차도 맹목적인 복종과 아부가 아닌,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비판 위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는 함의도 담겨 있다. 하물며 민주국가의 민주적 정당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은 어떨까.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이라는 강민구 최고위원의 발언은 민주당이 나가고 있는 방향이나 전체적인 당내 분위기와는 무관한 돌출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강 위원의 발언은 민주당 안에 이미 존재하는 흐름의 연장선 위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최고위의 다른 멤버들만 봐도 그렇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이 되기 전인 2021년 12월 ‘인간 이재명’이라는 책에 대한 독후감이라며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면서 인간 이재명과 심리적 일체감을 느끼며 아니 흐느끼며 읽었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최고위원이 된 뒤인 올 2월에는 “당의 시대정신이자 상징”이라며 이 대표를 축구 스타 손흥민에 비유하기도 했다. 정 의원이 최고위원이라는 당의 요직과 ‘국회 내 상원’이라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을 동시에 꿰찰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배경에서 봐야 쉽게 이해가 될 것 같다.
‘명심(明心)’과 ‘개딸’의 지지를 얻고 단독 입후보 끝에 사실상 추대된 박찬대 원내대표(당연직 최고위원)도 부쩍 피치를 올리는 중이다. “대표가 너무 착하다. 나보다 더 착하다. 이 대표가 너무 반대를 많이 해서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민주당 당무위가 당 대표의 사퇴 시한을 ‘대선 1년 전’으로 규정한 당헌의 예외 조항을 둘지 여부를 논의한 지난달 12일 회의가 길어진 이유를 설명하며 박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당헌 개정은 대선 직전까지 ‘이재명 일극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하고 2026년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까지 열어주는 내용이다. 민주당의 오랜 전통인 ‘대권-당권 분리 원칙’을 허무는 중요 현안을 설명하는 와중에도 틈을 놓치지 않고 아부성 발언을 잊지 않는 게 놀랍다.
다가오는 8·18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최고위원직 5자리의 면면도 지금보다 못할 것 같지 않다. 가장 먼저 출마 의사를 밝힌 강선우 의원은 “이재명을 지키는 일이 민주당을 지키는 일”이라며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 아니라 당대명(당연히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대표의 연임을 ‘대세론’을 넘어 누구도 의견을 개진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당위(當爲)’로 격상시킨 것이다. 추가로 출마 의사를 밝혔거나 밝힐 예정인 10여 명도 ‘친명’ 일색으로, 벌써부터 낯 뜨거운 ‘명심 마케팅’만 난무하는 중이다.
민주당이 이렇게 된 데는 이 대표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된다고 보이거나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당내 인사들에 대해 ‘벌떼’처럼 달려들어 집단항의를 하고 ‘문자폭탄’을 날려대는 개딸의 존재가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도 이 대표와 지도부는 여기에 브레이크를 걸기는커녕 개딸의 입김을 점점 더 키우고 있다. 최고위원 선출 본투표에서 권리당원의 비율을 올리는 것으로 부족했던지 예비경선까지 권리당원이 좌우할 수 있게 하는 길을 텄다. 이렇게 되면 개딸은 갈수록 폭주하고 이 대표에 대한 ‘직언’이나 ‘비판’은 더욱더 질식될 것이다. 비판 너머의 존재인 ‘아버지 이재명’에게 개딸은 박수를 보낼지 모르지만, 다수 국민이 참아줄지는 의문이다.
-천광암 논설주간, 동아일보(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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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당정치의 희망을 포기하지 말아야
부도덕한 지도자 추대하는 당, 미래 없어
국가 존엄성과 국제질서까지 위협할 수도
선한 경쟁 통한 개혁 사명 거부해선 안 돼
민주국가는 정당정치로 이루어진다. 대한민국이 출범하고 80년이 되지만 우리는 한 번도 정당다운 정당을 체험하지 못했다. 10여 명의 대통령이 집권했으나 누가 어느 정당이었는지 기억에 없다. 정권을 차지했던 정당이 스스로 퇴진하면서 정당명을 바꾸거나 종말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무엇을 뜻하는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과 정권이 없었다는 증거다.
그 원인이 무엇인가. 국민과 나라를 위한 정당이 못 되고 정권을 위한 정치로 출발하고 끝냈기 때문이다. 더 심하게 되면 정당을 위한 정치보다 개인의 독재정치를 유발했다. 정치는 이념과 현실이 공존하는 국민생존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신생 국가나 후진 사회와 같이 이념이 없는 국가정치는 지배자의 권력 차원을 넘어서지 못한다. 나라다운 나라가 되지 못해 정당정치 기능을 감당하지 못한다.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의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하는 지도자나 정권은 국민의 성장과 창조력을 배제하기 때문에 실패한다. 중동지역의 종교정치가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유물사관을 절대 유일의 이념으로 삼기 때문에 정권 지상주의를 넘어서지 못한다. 현실은 주어진 이념에 예속시키면 정치와 경제의 성장과 창조력을 상실하게 된다.
개발도상국의 처지도 그랬다. 나라다운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권력정치가 법치국가로 진화해야 한다. 그런데 법치가 민주정치와 정신적 가치를 구현하는 질서 국가로 변신하지 못하면 법을 권력으로 이용하는 권력 국가로 퇴락한다. 우리가 바로 그런 단계와 위상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후진 공산국가 홍위병의 폐습을 이른바 ‘문빠’나 ‘개딸’과 공존시키는 것이 같은 상황이다.
더 중대한 과제가 있다.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위해 지녀야 하는 기본 가치를 소홀히 하거나 배제하는 정치집단은 정당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그 기본 가치가 무엇인가. 정직과 진실, 정의와 자유, 인간애를 위한 인권 가치다. 정치 지도자의 책임과 정당의 목표와 이념은 그 가치 창출과 실현에 있다. 지도자의 인격과 정당의 궁극적인 가치가 버림받는 정치는 허용될 수 없다. 정치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인간 이상(理想)의 목표를 거부할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가 그것이다. 거짓말하는 지도자, 정의를 포기하는 정당, 인권과 인간애에 역행하는 정당이 자기 잘못을 모르고 있다.
지도자의 무지가 사회악이 되고 도덕성을 상실한 대통령을 추대하는 정당은 국가의 존엄성과 미래를 책임지지 못한다. 그런 잘못을 범하는 정당정치는 세계질서까지 침범하게 된다. 우리가 공산정권을 거부하는 이유는 정당 권력을 국가 정부보다 우위에 두기 때문이다. 정당이 국민의 행복을 위한 입법보다 행정권과 사법권까지도 장악 좌우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공산정권은 공산당이 전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행정부와 사법부의 삼권분립을 인정하지 않는다. 북한이 그런 상황에 도달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는가. 국제질서와 존립까지 위협한다. 혁명과 전쟁까지도 당연시하는 역사를 자초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 공존의 질서와 가능성을 무시하고 대만을 권력 통치하려는 공산 중국, 무력 통일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의 현상이 보여주는 그대로다.
지난 총선을 치른 우리는 정부, 여야의 협치를 원한다. 대내적 국제적으로 위기에 가까운 정치적 시련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치는 불가능해졌다. 이재명 대표가 영수 회담을 제안하고 윤석열 대통령 앞에서 15분 원고를 읽었다는 것은 협치에 대한 거부였다. 그 후부터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 강경파는 이재명을 위한 정권을 공언하고 나섰다. 국민을 위한 정치는 찾을 곳이 없고, 정권 탈환을 임기 내에 성취하겠다는 자세다. 행정권과 사법권까지 지배하려는 추세다. 문재인 정부보다 더 심각한 위기의식을 조직하는 세력도 있다. 조국당이 합세하는가 하면 대한민국은 원하지 않는 좌파까지도 배제하지 않는 실정이다.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있어서는 안 되는 폭언도 삼가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있었던 촛불집회를 정권 탈환을 위한 촛불혁명으로 유도하자고 공언한다.
생각이 있는 국민은 우물 안 개구리 싸움 같은 인상을 받는다. 이재명 민주당이 성공한다면 민주당이 국민의 배신을 면치 못할 것이다. 실패한다면 민주당은 정당으로 존속할 수 없게 된다. 진실과 정의를 위배하는 정당은 대한민국이 허락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애국적인 협치를 통해 정책과 희망이 있는 제안으로 이끌어 갈 기회를 포기하고 무엇을 얻자는 뜻인지 이해할 수 없다. 선한 경쟁을 주도하며 세계 속의 한국과 민주 역사를 개발 육성할 수 있는 개혁과 사명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의 장래와 국가의 희망을 저버리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동아일보(2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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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장 찬 듯한 정청래 위원장의 군복 모욕과 조롱
지난 2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입법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의 일방적 상임위 운영 방식과 고압적 태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 위원장은 지난 21일 ‘해병대원 특검법’ 청문회에서 ‘수사 중이라서 답변할 수 없다’고 했던 이종섭 전 국방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10분씩 퇴장시켰다. 군복을 입고 있는 장성에게 그는 “어디서 그런 버릇이냐. 토 달지 말고 사과하라. 일어나라”고 했고, 임 전 사단장은 바로 일어섰다. 이종섭 전 장관에게는 “가훈이 정직하지 말자 인가” “또 끼어드느냐. 퇴장하라. 반성하고 들어오라”고 했다.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에는 “시원하게 답변하라는 뜻이 이름에 담겼느냐”는 말장난을 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하라”며 조롱했다.
청문회(聽聞會·Hearing)는 증인을 겁주고 모욕하는 자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증언과 진술을 듣는 자리다. 그런데 정 위원장은 국회가 갑질과 인격 모독 권한이라도 가진 듯 증인들을 마구 대했다. 전현직 군인들은 정 위원장에게 군복 차림의 군인들이 모욕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렇게 모욕당한 군인이 돌아가 부대를 어떻게 지휘할 수 있겠느냐”며 개탄했다.
군인은 국가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사람들이다. 돈과 같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그에 걸맞은 명예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군인이 잘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군인이라도 최소한의 예의와 격식을 갖춰 대해야 한다. 그 군인 한 사람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도 군복을 입고 헌신적으로 복무하고 있는 다른 모든 군인들, 나아가 우리 공동체 전체를 위해서다. 해병대 예비역 단체들은 27일 대규모 집회를 열어 “해병대를 능멸 말라” “해병대를 정치에 이용 말라”고 반발했다.
국회 법사위는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법무부 장관과 함께 대법관,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등 수많은 인사에 대한 인사 청문회를 주관한다. 그때마다 국회는 후보자들의 재산과 이력, 그리고 인격까지 가혹하게 검증한다. 그런 인사청문회를 주관하는 법사위원장이 스스로의 인격 파괴, 인성 파괴를 마치 무슨 훈장처럼 여기는 사람이다. 막말도 거의 전매특허를 낸 듯 한다. 이번 청문회에서 행태는 민주당 장악 국회에서도 완장을 찬 사람 같았다. 지지층이 좋아한다고 점점 도를 더하고 있다.
국회의원인 국회 상임위원장을 인사청문회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품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도 당 보스에게만 잘 보이면 얼마든지 상임위원장이 돼 아무나 모욕하고 조롱하는 한국 정치 현실을 이대로 바라보기만 해야 하느냐는 것은 많은 사람의 생각일 것이다.
-조선일보(2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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