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략에만 몰두 李 전 대표의 '먹사니즘' 선언]
[리콴유가 세상 떠나기 전 남긴 '한국 걱정']
[프랑스 대혁명, 그리고 조선의 문체반정 ]
탄핵 정략에만 몰두 李 전 대표의 '먹사니즘' 선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최고위원 후보들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18일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출마 선언문에서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먹사니즘’이 자신의 유일 이데올로기라고 밝혔다. ‘먹사니즘’은 말 그대로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며, 당대표가 되면 민생 문제를 최우선에 두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속 성장이 ‘먹사니즘’의 핵심”이라며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과 에너지 전환을 중심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에선 대선 출마 선언 같다고 했다.
국회를 장악한 정당의 대표가 정쟁보다 민생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것은 당연히 옳은 방향이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먹고사는 문제’로 청문회를 열고, 상임위에 전념하고, 정부·여당과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치열한 입법 경쟁과 토론을 한다면 그것이 바로 ‘먹사니즘’이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표가 된 이후 이런 먹사니즘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었다. 지금도 정반대로 가고 있다.
‘먹사니즘’ 선언 하루 전에 민주당은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전쟁 위기 조장’ 같은 선동에 가까운 이유를 들어 ‘대통령 탄핵 청문회’를 열기로 했고, 증인으로 대통령 부인과 장모 등 39명을 채택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 전 대표를 수사하는 검사 3명을 포함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안을 당론 발의했고, 취임도 하지 않은 방통위원장 지명자 탄핵도 예고했다. 압도적 의석의 입법 권력을 이 전 대표 개인 방탄을 위해 남용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검찰이 권력이 돼서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를 하니까 조금이나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검사 탄핵이 자신의 방탄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본인 스스로도 이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는 김두관 전 의원이 경쟁자로 나섰지만 이번 전당대회는 사실상 이 전 대표 연임을 추인하는 이벤트와 다를 바 없게 됐다.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최고위원 후보들도 경쟁적으로 “이재명 변호인이 되겠다”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며 충성 경쟁뿐이다. ‘이재명 2기 민주당’은 더 확실한 방탄 정당이 되겠다는 예고편이다.
민주당 대표가 ‘먹고사는 문제’ 우선주의를 들고 나온 게 처음도 아니다. 송영길 전 대표는 2021년 당대표에 취임하면서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에 두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이 전 대표의 ‘먹사니즘’이 또 한번의 말장난인지 여부는 곧 밝혀질 것이다.
-조선일보(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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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출마 선언서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유일 이데올로기.” ‘한 손엔 방탄, 한 손엔 민생’ 들고 대선 앞으로.
-팔면봉, 조선일보(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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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콴유가 세상 떠나기 전 남긴 '한국 걱정'
한 나라의 체력이자 기반… 인재·인력·인구 모두 흔들려
셋은 같은 듯하지만 다른 문제… 각각의 해법, 제대로 찾고 있나
2006년 한국을 방문해 연설을 하고 있는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리콴유는 거인이란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2015년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2년 전 그가 남긴 저서가 있다. ‘리콴유의 눈으로 본 세계’(One man’s View of the world). 아시아적 유교사상과 미국적 자본주의를 동시에 신봉했던 그만의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쓴 책이다. 50년 넘게 글로벌 최고 리더들과 교유한 그는 한국은 물론 미국과 중국, 유럽, 일본,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등이 직면한 주요 이슈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담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통찰력은 각 나라를 분석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쓴 ‘인구’와 ‘인재 확보’라는 잣대였다. 일본이 선진국에서 평범한 국가로 서서히 빠져들고 있다고 한 이유는 낮은 출생률이었다. 한국을 격찬하던 그였지만 종합적인 인구 추이와 심각한 사회 갈등이 한국의 미래에 위협 요인이란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미국은 왜 뜨고, 유럽은 왜 쇠락했느냐는 명제도 그는 인재 확보란 이슈로 해석하고 있었다. 둘 다 인재 부족이란 현실을 마주한 가운데 외부 인재를 누가 더 많이 끌어들이느냐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그런데 외부 인재 입장에서는 어디가 더 매력적일까. 복지가 뛰어나지만 세금이 가혹한 유럽과 복지는 느슨하지만 세금은 적게 내는 미국 중 자신의 성과를 확실히 챙길 수 있는 미국이 외부 인재들에게는 더 매력적이며, 그것이 미국을 세계의 용광로 소리를 듣게 했다는 분석도 담고 있다.
2년 전 공학한림원 주최의 한 행사의 발제문에 나오는 한 대목을 소개할까 한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는 인재 7만명에 석박사만 3만7000여 명, 삼성전자는 다 합해서 2만명이라고 했다. 그 회사의 주력 분야가 다르다는 등의 사정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냉혹한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서 인재 부족은 치명적이다. 반도체만이 아니다. AI 혁명, 바이오 혁명, 에너지 혁명에서 우리는 인재 확보를 위해 어떤 실질적이고 혁신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나. 의대 증원을 고령화 속 의료 대책 수준으로 봐서는 부족하다는 시각도 많은 게 현실이다.
지금 한국은 인재만 없는 게 아니다. 인력도 없다. 요즘 상당수 기업이 한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 이유는 강성 노조나 비싼 인건비, 과도한 규제 때문만이 아니다. 일할 사람을 못 구해서다. 그나마 운영하는 공장도 10년 후면 문을 닫을 거라한다. K조선의 신화를 만든 조선업계는 외국인 인력을 쉽게 쓸 수 있는 ‘특구’를 만들어 달라고 애원한다. 중국에 뒤지지 않을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확보만큼 시급한 게 일할 사람 구하기란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인구도 소멸하고 있다. 인구는 최소한의 내수 시장을 만드는 기본이자 나라의 곳간을 채워줄 세금을 납부할 주체들이다.
한마디로 우리에겐 짧은 미래도, 긴 미래도 모두 암울한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미래는 미지의 영역이라 한다. 그런데 ‘확정된 미래’라는 형용 모순의 말이 있다. 저출생, 고령화가 확정된 미래의 대표적인 사례다. 확정된 미래는 미래가 아닌 셈이다. 확정된 암울한 미래 앞에서 걱정만 하다 후대에게 재앙을 물려주는 세대가 되면 좋겠는가. 인재도, 인력도, 인구도 사라지는 일, 이 3가지는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이슈다. 인재 해법, 인력 해법, 인구 해법이란 복잡한 방정식을 풀기 위한 정교한 전략이 한참 모자란 현실을 보는 동안 시간은 또 빠르게만 흘러가고 있다.
-이인열 산업부장, 조선일보(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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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혁명, 그리고 조선의 문체반정
[김도연 칼럼]
세계 각국 혁명의 시기, 조선은 정조가 통치
실학 배척한 문체반정으로 왕조 몰락 앞당겨
개혁 이끌어야 할 한국정치, ‘탄핵 반정’ 늪에
무더운 여름이다. 하지만 정치·사회적으로는 1789년의 여름이 세계사에서 가장 뜨거웠을 것이다. 그해, 프랑스는 훗날 대혁명이라 명명된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었다. 현대 사회의 국회와 유사한 역할이던 당시 삼부(三部)회의는 사제, 귀족 그리고 평민으로 이루어진 신분 차별적 구조였다. 사제 및 귀족층은 총인구의 3%에 불과했지만 의원 수는 평민과 동일했다. 이에 평민 대표들은 6월 17일에 자신들을 “국민의회”로 선언하고, 새로운 정치 질서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평등의 가치가 정치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절대 왕권을 갖고 있던 루이 16세와 지배계급은 당연히 국민의회에 반대하며 전통적인 삼부회의를 지지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회는 테니스 코트였던 ‘죄드폼(Jeu de Paume)’에 모여 프랑스의 헌법이 개정될 때까지 해산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6월 20일의 일이다. ‘죄드폼’은 손바닥 놀이라는 의미로, 후에 라켓이 도입되면서 테니스로 변했다. 현재는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여하튼 이곳에서 이루어진 소위 테니스 코트 서약은 왕정에 대한 본격적 도전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 도화선에 불을 댕긴 것은 루이 16세의 잘못된 대응이었고, 이는 결국 모두가 피 흘리는 대혁명으로 이어졌다. 루이 16세는 평민의 편에서 국민의회를 옹호하던 각료를 경질했고, 여기에 분노하는 파리 시민들을 압박하기 위해 왕실 군대를 배치했다. 시민들은 민병대를 조직해 군에 저항하며 7월 14일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해 무기를 탈취했다. 크게 번진 횃불로 절대 왕정은 무너지고 새로운 공화정 체제가 수립되었다. 루이 16세는 공포정치를 주도하던 혁명정부에 의해 1793년 1월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다.
프랑스 대혁명의 자유, 평등, 박애의 가치관과 인권 사상은 근대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었고, 그 후 전 세계 많은 국가 헌법의 바탕이 되었다. 이렇게 엄청난 사회 변화가 서구에서 일고 있을 이 무렵, 우리 조선에서는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당시 조선은 정조 임금의 시대였다. 정조는 미국이 독립하던 1776년에 즉위해서 1800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세계 도처에서 혁명이 일고 있던 격변의 시기에 조선을 통치한 절대 군주다. 일반적으로 정조는 영조를 이어 조선의 중흥기(中興期)를 이끌었던 학자적인 지도자로 높게 평가받는 임금이다.
조선 시대에 정치 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뀐 혁명은 물론 없었다. 그러나 권력을 교체한 ‘반정(反正)’, 즉 올바름으로 되돌아간다는 일은 여러 번 있었다. 잘 알려진 중종반정(中宗反正)이나 인조반정(仁祖反正)은 폭정이나 권력 남용 등에 저항해서 연산군과 광해군을 각각 몰아낸 일이다. 하지만 이런 반정은 궁극적으로 지배계층 내부의 권력 투쟁이었을 뿐이다. 임금이 바뀌면서 사회 변화도 모색되긴 했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권력자들이 스스로 정당화하기 위해 올바름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일에 더 큰 비중이 있었다.
정조 역시 새로움을 모색하는 일과는 거리가 먼 반정을 이끈 주인공이다. 문체반정(文體反正)은 1792년에 정조가 선포한 정책인데, 모든 학문에서 유교 경전에 기초한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문장, 즉 고문(古文)으로의 복귀를 강제한 일이다. 정조는 유교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결국은 성리학을 제외한 모든 학문을 억압했다. 당연히 당시 밀려들어 오던 부국강병을 위한 실학은 금지되었다. 신학문과 신문화는 배척되었고 사상의 자유는 옥죄어졌다. 이러한 문체반정은 결국 한 세기 후 조선이 몰락하는 근본 원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 우리가 흔히 개혁군주라 칭하는 정조가 스스로 권력 강화를 위해 택한 반정의 결과다.
새로운 디지털 문명이 열리고 있는 오늘날, 우리 사회는 많은 분야에서 개혁과 혁신이 절실하다. 이는 한쪽이 피 흘려야 하는 정치적 혁명이 아니다. 관습과 전통을 바꾸는 개혁은 모두가 함께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주도해야 할 우리 정치는 명분을 앞세우며 또 다른 반정에, 즉 권력 투쟁에만 몰입하고 있는 듯싶다. 2022년 3월 대통령선거 당선자 확정 직후, 이재명 후보는 당선인께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런데 요즘처럼 탄핵을 다반사(茶飯事)로 내세우면 어떻게 통합이 가능할까? 그리고 윤석열 당선자는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의 나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모두가 초심이었던 국민통합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기원한다. 이는 대한민국 미래가 걸려 있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동아일보(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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