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친환경'의 역습] [中 전기차의 공습에 獨 공장 문 닫는 폭스바겐]

뚝섬 2024. 9. 5. 06:41

['친환경'의 역습]

[中 전기차의 공습에 獨 공장 문 닫는 폭스바겐]

 

 

 

'친환경'의 역습 

 

2015년 여름 코스타리카 해안에서 해양생물학 전공 대학원생이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바다거북을 발견했다. 그는 빨대를 빼주자 콧구멍에서 피가 쏟아지며 고통스러워하는 거북을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전 세계에서 6000만명이 보는 등 파장이 커지자, 미국 시애틀시가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스타벅스, 아메리칸항공 등 기업들도 속속 동참했다.

 

▶한국 정부도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한동안 금지한 바 있다.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가 등장했다. 하지만 엊그제 나온 환경부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부터 폐기 과정까지 종이 빨대가 이산화탄소 배출은 4.6배, 토양 산성화 정도는 2배, 부영양화 물질 배출은 4만4000배 이상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 빨대가 젖는 것을 막기 위한 코팅에 각종 화학물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가죽 가방을 대체하는 에코백, 종이컵 대체재인 텀블러는 환경을 걱정하는 양식 있는 소비자의 상징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에코백은 목화 재배·가공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문양·사진을 인쇄하는 데 유해성 화학물질도 많이 들어간다. 텀블러의 경우 고무·유리·스테인리스 재료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종이컵보다 온실가스를 24배 더 배출한다. 에코백은 131회, 텀블러는 220회 이상 사용해야 대체재보다 친환경 소비가 되는데, 이 정도로 자주, 오랫동안 사용하는 소비자는 드물다.

 

종이 기저귀 대신 천 기저귀를 쓰자는 운동이 있었다. 하지만 영국 환경부가 천 기저귀를 세탁할 때 쓰는 물, 에너지, 세제를 계산한 결과 종이 기저귀를 쓸 때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가 넓고 수자원이 부족한 나라의 경우 종이 기저귀를 쓴 후 매립하는 게 더 친환경적이다. 유럽·미국에서 자동차 연료로 석유 대신 옥수수 에탄올, 바이오 디젤을 쓰는 정책을 도입했지만 이 정책은 온난화를 되레 가속했다. 밀림을 베어내 경작지를 만들고 옥수수와 야자 열매에서 에탄올, 디젤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가 나오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이 등장하기 전, 인류는 바다거북 등껍질로 빗, 안경테, 보석함을, 코끼리 상아로 피아노 건반, 당구공을 만들었다. 플라스틱의 발명은 연간 바다거북 6만 마리, 코끼리 16만 마리의 목숨을 구했다. 코스타리카 바다거북의 코에 꽂힌 플라스틱은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 중 바다로 유출된 0.03% 중 일부였다. 환경을 염려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만, 친환경 도그마에 빠지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4-09-05)-

________________

 

 

中 전기차의 공습에 獨 공장 문 닫는 폭스바겐 


기업 이름 자체가 독일어로 ‘국민 차’인 폴크스바겐(폭스바겐)은 독일 제조업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엄격한 품질 관리와 친환경을 내세운 디젤차 등을 기반으로 오랜 기간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 자리를 지켰다. 첫 작품인 딱정벌레차 비틀은 세계 곳곳에서 공전의 히트를 거듭했다. 특히 중국이 ‘죽의 장막’을 걷어낸 직후인 1980년대 초반부터 중국 시장에 뛰어들어 현지 자동차 판매 1위를 굳혔다. 한때 지구촌에서 팔린 자동차 10대 중 한 대가 폭스바겐그룹 브랜드였다.

▷이랬던 폭스바겐이 1937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본토인 독일 내 공장을 폐쇄한다고 한다. 아울러 대규모 인력 감축 방침도 확정했다. 폭스바겐그룹의 올리버 블루메 최고경영자(CEO)는 2일 “자동차 산업이 몹시 어렵고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폭스바겐은 독일에만 6개 공장과 29만여 명의 직원을 뒀는데, 이 중 완성차 공장과 부품 공장 1곳씩을 닫고 2만 명을 구조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바겐이 37년 전 미국 공장을 폐쇄한 적은 있지만 자국 공장은 한 번도 닫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유럽 최대이자 세계 2위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의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블루메 CEO는 “새로운 경쟁자가 유럽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 내 제조공장을 유지한다는 건 기업 경쟁력을 더욱 뒤처지게 만든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새로운 경쟁자’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다.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상대도 안 됐던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로 갈아탄 뒤 그럴듯한 디자인과 1000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중국 본토와 유럽 시장을 휩쓸고 있다. 폭스바겐은 전체 판매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지난해 토종 전기차 브랜드 비야디(BYD)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유럽에서도 중국 전기차들의 점유율은 이미 20%를 넘어섰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비야디의 해외 판매량은 지난해 1년 치 실적을 웃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거대한 내수에 힘입은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추격에 가속도가 붙었다.

내연차 중단을 서둘러 온 유럽연합(EU)의 정책에 맞춰 폭스바겐도 급히 전기차 전환을 선언했지만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임금과 과도한 복지의 함정에 빠져 생산성이 떨어지는 독일 공장을 유지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폭스바겐의 독일 공장 폐쇄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판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자동차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방심해선 안 된다. 폭스바겐의 아성을 무너뜨린 중국 전기차 공세에서 우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정임수 논설위원, 동아일보(24-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