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마포대교에 나타난 김 여사] [불편해도 대통령과 與대표는.. ] ....

뚝섬 2024. 9. 25. 10:30

[마포대교에 나타난 김 여사]

[불편해도 대통령과 與대표는 자주 만나야]

[신문은 정권을 편든 적 없다 ]

[윤 대통령은 '보수'인가]

[‘공사비 대납’ 강요까지… 용산 졸속 이전이 부른 복마전]

 

 

 

마포대교에 나타난 김 여사

 

[강경희 칼럼]

두문불출 끝에 명품백 불기소 권고 나자 거침없이 등장한 것처럼 비쳐
지지율 낮은 대통령 등 떠밀어 더 밀어내리는 역효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인 지난 10일 자살 예방 및 구조 관계자 격려차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들과 마포대교 도보 순찰에 동행하며 대화하고 있다./대통령실

 

이미지를 전달하는 사진은 수백 마디 말보다 더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며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뇌리에 잊히기 힘든 잔상을 남긴다. 흰 셔츠에 바지 차림으로 마포대교에서 제복 입은 경찰들에게 지시 내리는 듯한 김 여사, 그러고는 사회봉사, 추석 영상에 등장한 뒤 2박 4일의 대통령 체코 순방에 동행했다. 추석을 전후해 공개된 김건희 여사 일정은 잘 하려고 나온 거겠지만 공식 행보를 재개한 시점도, 모양새도 적절치 못해 도리어 역효과를 냈다.

 

그동안 윤 대통령 부부는 ‘이미지 정치’에 성공적이질 못했다. 마포대교행에 대해 대통령실은 “자살 관련 행보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해왔다”며 진정성을 봐달라고 했다. 실제로 김 여사는 작년에도 자살 시도자 구조 경찰관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처럼 부정적 반응을 야기하지도 않았다. 제복 입은 경찰을 만나는 자리에,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참석해 경청했다. 올해는 명품 백 수수 영상이 폭로되고 한동안 공식 석상에 나오지 않았다. 잘못을 직접 사과하지 않고, 윤 대통령이 몇 달 만에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사과했다.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가 나오고 공식 일정을 재개하자 거침없이 나타난 것처럼 비춰졌다.

 

‘원전 외교’를 내세운 체코 순방은 2박 4일의 짧은 일정이었다. 대통령 혼자 다녀왔다면 ‘일하는 대통령’의 ‘비즈니스 출장’으로 각인됐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해외 순방이 가장 많았던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부인 김윤옥 여사는 절반만 동행해 이런 잡음이 없었다. 윤 대통령은 부산 엑스포 유치 등을 위해 해외 순방이 잦았고 비용도 많이 썼다. 해외 순방마다 김 여사 손잡고 동행했다. 하지만 엑스포 유치 실패로 해외 순방의 성과가 의문시되면서 거부감이 높아졌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한 여당 후보 측 인사가 대통령 부부가 손잡고 비행기 트랩 오를 때마다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고 읍소하는 걸 들었다. 눈치 없이 그 장면을 되풀이했으니 부정적 이미지를 보탰다.

 

아직 대통령 임기가 절반도 넘게 남았고 중요한 국정 과제는 쌓여있다. 하지만 국정은 뒷전인 채 정치판이 ‘기-승-전-김건희’가 되어간다. 10월 국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1심 판결을 앞두고 김 여사를 둘러싼 기획성 폭로가 쏟아진다. ‘탄핵의 맛’을 본 야당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실 지난 2년 반은 대선 연장전 같은 상황이었다. 이재명 리스크와 김건희 리스크가 드러난 2022년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였다. 윤 대통령이 0.73%포인트 차로 신승했지만 야당과 좌파 진영은 심리적 불복 상태를 이어갔다. 이재명 방어를 위해 ‘검찰 독재’ ‘대통령 탄핵’ ‘계엄’ 같은 험악한 단어를 남발하면서 윤 대통령을 흔들고, 김 여사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여성 혐오를 부채질해 김 여사가 과도하게 악마화된 측면이 적지 않다.

 

하지만 김 여사 스스로 경력 허위 기재와 표절 의혹, 주가 조작 의혹 등이 불거져 대선 전 사과하러 나왔을 때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던 말만 지켰어도 이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 붕 뜬 마음에 아버지 고향 친구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하고 선물 받은 ‘함정 몰카’ 영상이 뒤늦게 폭로된 작년 11월 이후라도 딱하다 싶은 ‘처분’을 자처했더라면 민심은 누그러졌을 것이다.

 

윤 대통령 성격상 부인 문제 언급을 기피해왔다. 그러다 보니 ‘김건희 여사가 권력 서열 1위’라는 둥 터무니 없는 소문이 나돌았다. ‘9·10 마포대교 행보’는 그 루머를 기정사실화하는 이미지로 비쳐지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선출된 권력이 아닌 영부인이 누리는 권력 떡고물은 사실 대통령이 제대로 기강 잡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고 했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것이 합리주의와 지성주의인데 반지성주의 때문에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도 했다. 민주주의는 법과 제도로 체제를 갖추지만 제대로 작동하려면 법 이전의 규범이라는 연성 가드레일이 탄탄하게 떠받쳐야 한다. 대통령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로 자꾸 논란을 자초하는 부인에 좀더 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김 여사 스스로도 “두렵고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던 3년 전 그 사과 발언을 되새겨 봤으면 한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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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대통령과 與대표는 자주 만나야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을 마친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환담하며 이동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을 했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공식 만찬은 전당대회 다음 날인 7월 24일 이후 두 달 만이다. 한동훈 체제 지도부와의 만찬은 당초 8월 30일로 계획했지만 추석 이후로 연기됐다가 이번에 성사됐다. 의대 증원 유예에 대한 이견 때문이었다.

 

이번에 한 대표는 의정 갈등 같은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대통령과의 독대(獨對)를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이번 만찬은 신임 여당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라며 독대가 성사되지 못했다. 대통령의 체코 방문 기간 동안 독대 요청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통령실이 불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독대가 성사됐다면 김건희 여사 문제도 논의됐을 것이라고 여당 관계자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체코 방문 성과 공유와 정기국회에서의 당정 협력에 무게를 둔 반면, 한 대표는 의정 갈등과 김 여사 문제를 풀어볼 생각이었던 것 같다. 만찬을 두고 동상이몽을 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만찬 환영사에서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체코 방문 성과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했고, 여당 지도부는 경청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민감한 사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와 토론을 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의 성과나 합의가 없더라도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수시로 만나 생각의 차이를 확인하고 토론을 해서 대안을 내놔야 한다. 그래야 국정을 책임진 집권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독대를 두고 불편한 기류가 형성된 것 자체가 여권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불편해도 두 사람은 자주 만나야 한다. 불편하다고 서로 담을 쌓고 소통을 거부한다면 그건 대통령실과 여권의 실패는 물론 국가적인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

 

-조선일보(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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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정권을 편든 적 없다

 

저널리즘의 원칙은 불편부당… 자유·민주 가치 공유 때 긍정할 뿐
대통령이 국민·언론 야속해하면 그때부터 국정은 답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체코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공군 1호기에서 내려 환영 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개혁은 차라리 계엄보다 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혁명은 저항 세력을 힘으로 제압하지만 개혁은 설득해서 안고 가야 한다. 의료 개혁, 연금 개혁 그리고 검찰 개혁, 군(軍) 개혁, 부동산 문제에 이르기까지 본질은 비슷하다. 개혁을 밀어붙이는 추진 주체가 스스로 걸림돌이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어쩌다 보니 이리 됐겠지만 대통령이 전공별 대입 정원까지 챙기는 자리는 아니다. 장관에게 결정을 위임하고 결과에 책임을 묻는 자리다. 대통령은 장관을 가르치는 자리도 아니다. 보고받고 질문하고 설득당하는 자리다. VIP 격노’ 소문이 자주 들리면 ‘용산’이 개혁의 걸림돌이 됐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국민을 야속하다 여기는 순간 국정은 답이 없는 상태에 빠진다. “나는 정말 열심히 하는데 언론이 몰라준다.” 이렇게 불평하는 병에 걸리면 치유가 힘들다. 이 병을 앓은 대통령이 여럿이다.

 

신문사는 전관예우가 없다. 퇴사하면 끝이다. 선배가 정권에 재취업해도 후배는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다. 신문은 숙명처럼 정권에 비판적이다. 독자에게 버림받지 않으려 애쓸 뿐이다. 덕분에 펜에 힘이 붙는다.

 

저널리즘은 얽매인 당파가 없는 불편부당(不偏不黨)을 지향한다. 어떤 대통령이 조중동을 내 편이라 여겼는데 어느 날 배신당했다”고 생각한다면 참 난감하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상식, 공정, 헌법 정신, 이런 가치를 공유하면 긍정 평가했고, 벗어나면 비판했다. ‘좌냐 우냐’는 전혀 별개 문제다.

 

대통령이 아닌 자들의 강점은 배틀을 선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대통령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빠서 국지전에 치이면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바쁜 대통령’은 급가속 페달을 밟기 마련인데 그때 국민은 비명을 지르며 휘청거린다. 급가속은 필연적으로 급브레이크를 부른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용산 사람들’이 외부인과 밥 먹다가 ‘V 전화’라면서 휴대폰 들고 허둥댈 만큼 대통령이 지시 단계마다 뭔가 확인해야 한다면 시스템이 부실하거나 V가 조급하다는 증거다. 월권의 뒤탈이 생길 수 있고, 특검의 빌미도 싹튼다.

 

대통령은 국회에 책임지는 자리가 아니다. 대정부 질문을 받지 않는다. 대통령은 국민만 바라보면 된다. 국민 앞에 책임을 지려면 직을 걸든지 팔을 자르든지 해야 한다. 국민이 앉힌 자리인데 “못 해 먹겠다”며 내던질 순 없다. 그러나 내치 일부를 총리에게 일임하거나, 야당의 참정 범위를 넓혀주거나, 불소추 특권을 내려놓을 수 있다. 그게 직을 거는 방식이다.

 

팔을 자르는 일은 눈물 없이 할 수 없는 읍참마속의 프로세스를 거친다.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의 팔은 가족을 뜻한다. 가족은 “얼굴은 있으나 입은 없는” 퍼스트 레이디가 정점이다. 대통령 부인에겐 ‘조용히 지내는 것’이 본인을 위한 ‘방패’다. 영부인이 스스로를 보호하려면 아무도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 누구랑 문자하는지, 어디를 다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 이 말은 22년 전 대선 판세를 뒤엎고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견인했다. 그러나 이 말이 나온 상황과 지금은 구별해야 한다. 지금은 사랑이 아닌 공정성 문제다. 개혁의 동력이 걸린 문제다.

 

대통령이 성심을 다하면 뭐든 할 수 있다 싶었겠지만 현실에선 아무것도 못하는 정치적 코마에 빠지곤 한다. 대통령의 가장 큰 할 일은 젊은이가 국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절망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게 공정이다. 나머지는, 적어도 대통령에겐 사소한 일이다. 지금 분란은 대통령에게서 비롯됐다. 모든 분란을 대통령 손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기 때문이다. 이 역설을 이해 못 하면 답이 없다. 개혁에 가장 큰 걸림돌은 개혁의 주체일 때가 있다.

 

-김광일 논설위원, 조선일보(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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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보수'인가

 

[박정훈 칼럼]

이재명 범죄 혐의에 혀를 차다가도
"김 여사는?"이란 반박을 당하면 궁색할 때가 많다…
보수 지지자들로선 속된 말로 'X팔리는' 심정이 된 것이다.
 

 

김건희 여사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인 지난 10일 용강지구대 근무자들과 함께 마포대교를 순찰하고 있다. 김 여사는 “미흡한 점이 많다””개선이 필요하다”는 등의 지시조(調) 발언으로 '국정 책임자 같다'는 지적을 받았다. /뉴시스

 

의료 선진국을 자부하는 나라에서 “아프지 마세요”란 인사가 유행했다는 것은 참담한 얘기다. 추석 연휴 중 구급차에 실려 가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며, 조심하라는 말로 한가위 덕담을 대신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다행히 대란은 없었지만 결코 호들갑이 아니었다. 탈진한 의사들이 한계에 몰리고 ‘응급실 뺑뺑이’가 잇따르는 현실 앞에서 “아프지 말라”는 것은 그야말로 실존적인 불안감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의료 개혁엔 누구나 동의한다. 그러나 실행 방식이 너무도 거칠고 과격하고 무모했다. ‘2000명씩 5년간 증원’이란 수치부터 비현실적이었다. 개혁을 한다면서 개혁 대상을 어떻게 설득할지 면밀한 실행 계획도 없이 밀어붙이기만 했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고전하는 것은 문제 해결 능력의 빈곤 탓이다. 이유야 어쨌든 국민으로 하여금 ‘아프면 어떡하나’를 걱정하게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정부가 아니다. 개혁은 꼬일 대로 꼬인 채 의사 집단만 반정부 투사로 내몰고 말았다.

 

의사뿐 아니다. 대통령의 격노로 시작됐다는 ‘채 상병 사건’으로 해병대 예비역들과 충돌했고, 연구·개발 예산 삭감 소동으로 과학기술인이 등을 돌리게 했다. 윤 정부가 전쟁을 벌인 의사·해병대·과학자들은 어느 직종보다 확고한 국가관과 공적 마인드를 보유한 집단이다. 자유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보수 정권이 보수의 주력 직업군과 잇따라 충돌하며 내전(內戰)을 벌이고 있다. 우군을 적으로 돌린 셈이다.

 

보수는 현실주의자다. 실천 가능성을 따져가며 점진적·실용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보수의 문제 해결 방식이다. 윤 정부 국정은 보수의 스타일과 거리가 먼 경우가 잦다. 충분한 검토와 준비 없이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로, 혹은 느닷없는 격노로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파열음을 내곤 했다. 의정 갈등은 출구 전략도 못 세운 채 파행을 치닫고, 해병대원 사건은 특검 공세를 자초했으며, 연구·개발 예산 삭감은 1년 만에 백기 투항하는 치욕을 맛봤다. 이것은 유능한 보수가 일하는 방식이 아니다.

 

윤석열식(式) 정치는 보수의 영토를 잘라내는 ‘뺄셈의 정치’에 가깝다. 청년 정치의 대표성을 지닌 이준석을 여당 대표에서 끌어내리고, 여권내 일정 지분을 갖는 안철수·유승민 등과 절연했다. 대선을 승리로 이끈 ‘보수 빅텐트’를 해체해 버린 것이다. 한동훈 대표와도 끊임없이 갈등 빚으며 적대적 관계를 형성했다. 정권의 존립 기반인 보수의 외연을 좁히고 스스로를 고립으로 몰았다.

 

윤 대통령은 보수 주류층까지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 문제 때문이다. 공적 권한 없는 김 여사가 국정과 인사, 심지어 여당 공천과 당무(黨務)까지 관여한다는 의혹이 꼬리 물고 있다. 추석 전 현장 방문에서 김 여사가 제복 공무원들을 세워놓고 “미흡한 점이 많다””개선이 필요하다”며 지시조(調) 발언을 쏟아낸 장면이 상징적이었다.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보수의 선공후사(先公後私) 철학이다. 김 여사의 월권을 수수방관 방치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를 보수층은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다.

 

김 여사 이슈는 보수의 마지막 보루인 법치의 가치마저 흔들고 있다. 왜 대통령 부인은 명품백을 받아도 처벌받지 않는지, 주가조작 의혹으로 고발돼도 4년 넘게 수사가 뭉개지는지, 검찰에 소환돼도 경호처 부속 건물에서 특혜성 조사를 받는지, 설명이 궁색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보수층이 이재명의 온갖 범죄 혐의에 혀를 차다가도 “김 여사는?”이란 반박을 받으면 말문 막힐 때가 많다.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지지자들로선 속된 말로 ‘X팔리는’ 심정이 된 것이다.

 

지지 기반이 무너지는 비상 상황에서도 윤 대통령은 현실을 보려 하지 않는다. 지난 총선 때, 참패 위기 앞에서도 김 여사를 감싸고 한동훈을 내치면서 선거를 엉망으로 망친 것을 보수층은 기억하고 있다. 하도 기가 막혀 윤 대통령이 보수를 망치려 작정한 ‘X맨’ 아니냐는 한탄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윤 대통령의 곤경은 야당과 협력을 안 한 탓이라고들 한다. 맞는 말이나 협치(協治)를 논하기 앞서 보수의 기본을 다지는 일부터 윤 대통령은 실패했다. 개혁의 이상만 앞세워 문제 해결을 도외시하고, 사(私)를 앞세워 법적 공정성을 흔들고, 내 편 삼아야 할 우군을 적으로 돌리는 자해 정치로 보수 진영의 마음을 잃었다. 그래 놓고 문재인 정권 인물을 총리로 영입한다, 비서실장에 기용한다 하며 엉뚱한 헛발질을 했다. 문 전 대통령의 핵심 혐의는 수사하지 않고 봐준다는 지적도 받았다. 문제의 본질이 무언지 모르는 듯하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자신이 보수라는 사람 중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3%로, ‘지지한다’ 38%를 압도했다. 보수층조차 윤 정권의 실체에 실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이 보수의 정체성을 의심받을 때 어떤 비극적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만으로도 두렵다.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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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대납’ 강요까지… 용산 졸속 이전이 부른 복마전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입주가 임박한 가운데 서울 중구 남산 포토 아일랜드에서 보이는 대통령 관저의 모습. 송은석 기자

 

대통령경호처 간부 정모 씨가 2022년 5, 6월 경호처장 공관 보수 공사를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별도의 계약 절차 없이 A 씨에게 맡기고 공사비를 또 다른 사업자 김모 씨에게 대납시킨 혐의 등으로 구속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영장에 따르면 김 씨는 정 씨와 친분이 있어 16억3000만 원짜리 대통령 집무실 방탄창호 공사를 맡았던 사업자로, 정 씨가 공사 하자를 트집 잡아 경호처장 공관 보수 공사비 지급을 강요하자 1억7600만 원을 대납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김 씨가 대통령 집무실 방탄창호 공사 비용을 5배 이상 부풀린 견적서를 내고도 공사를 맡았다”며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맡긴 정 씨와 공사를 따낸 김 씨를 함께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검찰 조사 결과 정 씨는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공사,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 사저 공사 등을 김 씨에게 맡기고 공사 대금을 1억 원가량 편취하고 뇌물로 7000만 원가량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 씨는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실 이전 일정이 촉박해 불가피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경호처장 공관 공사는 시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면 왜 정 씨가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도 않는 대납을 요구했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대통령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고 장담해 놓고선 여의치 않자 갑자기 용산으로 바꿨다. 또 500억 원이면 이전이 완료될 것처럼 말했으나 지난해까지 140억 원이 추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씨 개인의 잘못 외에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취임 일정에 맞춰 공사를 추진하다 보니 벌어진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대통령 관저 이전 역시 졸속으로 추진됐다. 처음에는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이전한다고 하다가 돌연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바뀌었다. 감사원 감사에서 관저 인테리어 공사를 따낸 업체가 하필이면 김건희 여사가 대표였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사 가운데 한 곳이고 이 업체가 하도급을 준 18개 업체 중 15개가 무자격 업체로 드러났다. 이 역시 수의계약이어서 의혹투성이다.

촉박한 일정에 맞춰 빠듯한 예비비로 공사를 추진하다 보면 여러 가지 비리가 생길 소지가 커진다. 수의계약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과정의 위법과 탈법 행위를 보다 철저히 조사해 밝힐 필요가 있다.

 

-동아일보(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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