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위로 건네는 봉사자들, 무안에 전해진 온정]
[전국 공항에 있는 콘크리트 둔덕, 규정 따질 땐가]
[활주로, 둔덕, 조류… 참사는 수많은 위험신호 눈감은 결과]
[여객기 참사서 주목해야 할 철새의 텃새화]
따뜻한 위로 건네는 봉사자들, 무안에 전해진 온정
2025년 새해가 밝았지만 제주항공 참사의 상처가 깊은 전남 무안공항의 시간은 멈춰 있다. 참사 사흘 만에 희생자 179명의 신원이 모두 확인됐지만, 아직도 희생자들을 품에 안지 못한 유가족에게 새해를 맞이하는 건 무의미한 일일 뿐이다.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유족들에게 그나마 힘이 되는 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온정의 손길이다. “내 자식, 내 형제 같아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서” 한걸음에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이 지금까지 2000명이 넘는다.
▷무안군의 여성 농업인들은 사고 당일 맨 먼저 떡국 3000인분을 챙겨 공항으로 달려왔다고 한다. 여기에 새마을부녀회 등 지역 봉사단체들이 힘을 보태 매일 아침 유가족과 사고 수습에 나선 소방대원, 경찰, 공항 직원들을 위한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공항 주차장엔 전국 곳곳에서 보내온 밥차·간식차들이 빼곡히 들어섰고 공항 1층의 식당도 24시간 문을 열고 하루 700인분의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그 어떤 헤아림도 유족의 비통함을 대신할 수 없겠지만, 따뜻한 밥 한 끼라도 해주고 싶은 작은 정성들이다.
▷생업을 제쳐 두고 현장으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은 크고 작은 안내부터 쓰레기 정리, 화장실 청소, 교통 지원까지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손발을 보태고 있다. 유가족들 사연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며 같이 울어주고 슬픔을 어루만지는 것도 현장 봉사자들이다. 커피 한 잔을 건네다 함께 눈물을 글썽이고, 손난로와 담요를 전달하며 이별의 아픔을 다독인다. 공항 계단에는 “너무 무서웠을 그 시간이 비통하고 미안하다”, “좋은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 만나자”고 쓴 손편지가 가득하다.
▷현장을 직접 찾지 못한 시민들은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때도 등장했던 ‘선결제 나눔’으로 작은 위로를 보내고 있다. 공항 내 커피숍과 편의점, 식당에는 ‘커피 200잔 선결제’, ‘도시락 선결제’ 같은 안내문이 갈수록 늘고 있다. 유가족을 돕기 위한 생필품과 구호품도 속속 답지하고 있다. 지자체 등에는 “필요한 게 있으면 어떻게든 구해서 보내주겠다”는 전화가 쉴 틈 없이 쏟아진다고 한다.
▷새해 벽두부터 전국 각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희생자를 애도하는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무안공항 분향소에는 조문 인파가 너무 몰려 통신 장애가 빚어지고 지자체가 ‘다른 분향소를 방문해 달라’는 안내 문자를 보낼 정도다. 슬픔을 함께할 수 있다면 한두 시간씩 기다리는 일쯤은 조금도 힘들지 않다는 마음들이다. 느닷없는 국가적 대참사로 어느 해보다 참담한 심정으로 새해를 맞았지만, 작은 힘이라도 모으려는 봉사 행렬과 이웃의 고통을 나누려는 조문 행렬에서 우리 사회의 희망을 본다.
-정임수 논설위원, 동아일보(2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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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공항에 있는 콘크리트 둔덕, 규정 따질 땐가
여수공항에 설치된 대형 콘크리트 둔덕 - 31일 오후 전남 여수공항 남쪽 활주로에서 수십m 떨어진 농로(農路)에서 바라본 착륙 유도 장치(로컬라이저) 구조물. 높이 4m가 훌쩍 넘어 보이는 대형 둔덕은 안쪽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심은 다음 흙으로 덮어 만든 것이다. 둔덕 위 안테나 같은 시설이 착륙 유도 장치다. /진창일 기자
무안공항 참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콘크리트 둔덕이 지목된다. 동체착륙한 사고 여객기가 착륙 유도용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가 설치된 둔덕과 충돌해 폭발한 것이 참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1일에도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규정에 맞는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참사 나흘째가 되도록 안전 규정 해석조차 못 하고 있다.
수평 착륙을 돕는 로컬라이저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지나쳐 부딪혀도 충격이 없도록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제작돼야 한다. 상식이자 세계 공통 규정이다. 2015년 우리 국적기가 일본 공항에서 활주로를 이탈했지만 로컬라이저를 뚫고 나간 덕분에 탑승자 전원이 목숨을 구했다. 그런데 무안공항엔 콘크리트판이 매립된 2m 둔덕 위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됐다. 노련한 기장도 활주로 근처에 ‘콘크리트 둔덕’이 있으리라곤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범죄 행위에 가깝다”고 평가할 정도다. 이 둔덕만 없었으면 참사가 아니라 기적이 될 수도 있었다.
애초 국토부는 콘크리트 둔덕에 대해 “규정 위반은 아니다”라고 했다. ‘부서지기 쉬운’ 공항 규정이 적용되는 구역 밖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적용 구역 안에 해당한다는 다른 규정이 나오자 “검토 중”이라며 말을 바꿨다. 이것이 구역 안이냐 밖이냐를 따질 문제인가. 국토부는 “2007년 개항 때부터 콘크리트 둔덕이 있었다”고도 했다. 참사에 대한 책임을 최대한 피하거나 미루려는 모습이다.
문제는 ‘콘크리트 둔덕’이 있는 국내 공항이 여럿이라는 점이다. 여수공항의 경우 둔덕 높이가 4m에 달하고 활주로 끝에서 로컬라이저 구조물까지 거리도 300m 미만이다. 포항경주공항의 둔덕은 2m, 광주공항은 1.5m다. 전부 콘크리트판이 박혀 있다. 국토부는 뒤늦게 로컬라이저와 관련해 “전국 공항을 조사 중”이라고 했다. 국토부가 규정을 따지고 전수조사를 하는 중에도 비극은 반복될 수 있다. 최대한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
-조선일보(2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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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 둔덕, 조류… 참사는 수많은 위험신호 눈감은 결과
179명의 생때같은 목숨이 희생된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항공기 사고를 초래한 원인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이번 사고 항공기는 조류 충돌 직후 동체로 비상 착륙을 시도했으나 활주로를 벗어나 로컬라이저(방향을 안내하는 시설)가 설치된 둔덕에 부딪혀 폭발했다.
공항에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오버런’에 대비한 종단안전구역이 있고, 그 구역 내 설치물은 반드시 부러지기 쉬운 재질을 사용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안전구역으로부터 5m가량 벗어나 설치됐으므로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국토부 고시는 안전구역을 로컬라이저 설치 지점까지라고 명시하고 있어 콘크리트 둔덕이 설치돼선 안 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무안공항은 활주로 연장 공사를 위해 2800m였던 활주로가 300m가량 짧아진 상태였다. 공사 중에 안전구역을 확보하기 위해 활주로를 줄이는 ‘윗돌 빼 아랫돌 괴기’ 식 황당한 일이 벌어진 탓이다. 활주로와 안전구역이 충분히 확보됐다면 사고 항공기가 속도를 줄여 충돌을 피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애초부터 콘크리트 둔덕이 설치된 이유도 미스터리다. 경사진 지형을 평평하게 맞추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2m가량 치솟은 형태로 설치돼 사고 항공기 정면을 막아섰다. 로컬라이저와 별도로 설치해야 할 유도등까지 어지럽게 설치돼 있었다.
무안공항은 최근 6년간 운항 편수 대비 조류 충돌 발생률(0.09%)이 전국 14개 공항 가운데 1위다. 참사 열흘 전 열린 무안공항 조류충돌예방위원회에선 인력, 차량 등이 부족해 조류 분산, 포획 실적이 전년 대비 14.4%가 감소했다고 우려했다. 그런데도 사고 당시 현장에는 조류 퇴치 인력이 1명만 근무하고 있었다.
조류를 적극적으로 퇴치했더라면, 콘크리트 둔덕이 아니었다면, 활주로와 그 바깥의 안전구역이 충분히 확보됐더라면 대규모 인명 피해는 피할 수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하는 신호들이 쌓이고 있었지만 이를 무시한 것이다. 이번에도 방심이 참사를 불렀다.
-동아일보(2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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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참사서 주목해야 할 철새의 텃새화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지목됐다. 철새 도래지 인근에 지은 공항의 적정성 논란을 떠나 기후변화로 인한 철새의 텃새화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철새가 텃새화되면서 공항 주변 생태계가 바뀌고, 이는 조류 충돌을 더욱 빈번하게 발생시킨다. 특히 이착륙 과정에서의 충돌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공항 주변 철새의 이동경로를 이해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조류 통제 프로그램을 도입해 구체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또 조류 충돌과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충돌 사고의 발생 원인과 패턴을 규명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항공기 운항 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준범 프랑스 트루아공대 환경정보기술학과 교수, 동아일보(2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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