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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조태열은 왜 반기를 들었나] [정치 불안으로 국가 신용.. ] ....

뚝섬 2025. 1. 3. 10:00

[최상목·조태열은 왜 반기를 들었나]

[정치 불안으로 국가 신용 등급까지 강등되면 진짜 위기]

[올 성장도, 수출도 1%대… 한 발 삐끗하면 ‘환란급’ 충격 온다]

 

 

 

최상목·조태열은 왜 반기를 들었나

 

[朝鮮칼럼]

비상계엄 국무회의 현장서 가장 강하게 반대한 두 사람… 각각 경제와 외교의 수장
지금 시장·기업·국제사회가 걱정하는 게 뭔지 아는가… 예측 불가능한 나라라는 것
경제·외교안보서 눈 돌린다면 보수의 쓸모가 무엇인가

 

지난달 말부터 소득세법, 개별소비세법 등 기획재정부 소관 법률·대통령령이 공포될 때는 최상목이라는 이름이 세 번씩 나온다. 최상목이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공포하고 최상목이 국무총리 직무대행으로 부서하고 또 최상목이 기획재정부장관으로 한 번 더 부서한다. 행안부 장관 자리가 공석인지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꾸려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본부장직도 맡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가 아니라 왕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봐도 한 사람이 이렇게 국가의 최고 중책을 여럿 겸한 적은 없었다. 임진왜란이라는 큰 전란이 터졌을 때 류성룡, 이원익 같은 재상이 군령권과 전시행정권을 함께 행사한 도체찰사직을 맡긴 했지만 최상목에 비길 바는 아니다. 최상목은 국가 위기의 증거다.

 

그 위기의 단초가 된 비상계엄이 선포된 국무회의. 현장에서 가장 강하게 반대한 두 사람은 최상목 기재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었다고 한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하곤 모든 참석자들이 반대했지만 그중에서도 경제 수장과 외교 수장 입장에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전 세계 192국에서 그 여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겐 비자 없이 입국을 허용하는 나라, 반도체와 미사일부터 라면과 K팝까지 백화점식 라인업으로 세계를 매혹시키고 있는 나라, 민주주의와 산업화 양면의 성취로 존중받는 나라지만 수출과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못 버티는 나라, 한미 동맹을 필두로 자유민주주의 선진국들과 스크럼을 유지해야만 안보와 번영이 지켜지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가장 실감하는 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그 두 사람을 콕 찍어 메모를 전달했다. 전두환 국보위식 비상계엄 관련 입법기구 예비비 확보, 계엄 관련 재외 공관 조치 사항 등의 내용이 들어있는 종이 쪽지를 받아 든 두 사람의 심정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조태열은 그날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로부터 전화가 왔지만 부러 안 받았다. 그는 나중에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에게 질타당하자 당시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 받을 수 없었다”면서 “미국을 미스리드(mislead) 하고 싶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대통령이 갑자기 결정한 비상계엄을 이해하고 인정해달라고 말할 수도, 우리 대통령이 정상이 아니니 조금만 기대려 달라고 말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한 달도 되지 않아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최상목은 헌법재판관 두 사람의 임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동네북 신세가 됐다. 야당 강경파 의원들은 또박또박 탄핵을 외쳤고 여러 지식인들은 모피아의 수장인 영혼 없는 관료가 줄타기 보신책을 내놓았다고 맹비난했다. 특검법을 거부하고 헌법재판관 후보 1명은 임명 안 했다는 이유다.

 

반대쪽도 오랜만에 호흡을 맞췄다. 최상목이 한덕수처럼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여당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은 거친 언사를 내놓았다. 국무회의장에선 고용노동부 장관과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법제처장, 국민권익위원장 같은 사람들이 최상목을 매섭게 몰아세웠다. 김문수 장관을 제외하곤 국무위원도 아닌 사람들이고 공교롭게도 다들 윤 대통령이 직접 낙점한 법조인들이다.

 

고성이 오간 이 자리를 정리한 사람은 조태열 장관이었다고 한다. 그는 “권한대행이 책임지는 자리에서 책임지고 가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헤쳐 나갈지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다른 사람들의 말문을 막았다.

 

최상목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결단하기 전 대통령실과 여당에서 “버텨 달라”는 요청을 여러 번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래서 그다음은?’이라는 질문에 대한 제대로 된 답은 없었다고 한다. 로드맵도 대야 협상 복안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최상목을 향한 여권과 보수 진영의 비판은 “국무위원들과 상의하지 않은 독단적 결정이다” “권한대행의 대행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벗어났다” 같은 점잖은 것이 많다. 하지만 실제 이유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안다. 헌법재판소가 8인 체제를 갖춰서 탄핵심판의 심리와 선고가 모두 가능해졌다는 거 아닌가?

 

뒤집어 말하자면 최상목을 공격하고 있는 사람들은 탄핵심판 심리와 선고가 제대로 되지 않길 바랐다는 이야기가 된다. 시장과 기업, 국제사회와 동맹국이 걱정하는 게 바로 그거다. 헌법재판소가 기능 정지 상태에 빠져 대통령 직무정지와 대행의 대행 상태가 무작정 이어지는 것, 헌법재판소 작동 여부를 놓고 나라가 두 동강이 나는 것, 혹은 야당의 줄탄핵으로 아예 국무회의가 사라지는 것. 그래 놓고 이재명 탓이라고 한들 통할 리가 없다. 아니 통한들?

 

경제와 외교, 안보에서 눈 돌린 보수의 쓸모는 무엇일까? 최상목은 그리고 조태열은 다른 고려 없이 경제와 외교에만 전념할 수 있게만 해야 한다. 그것만 맡기면 제 몫을 할 사람들이다.

 

-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조선일보(2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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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불안으로 국가 신용 등급까지 강등되면 진짜 위기

 

정부가 2일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했다. 지난번 예상치보다 0.4%포인트나 낮아졌다. 잠재 성장률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 예고다. 지난해는 내수 침체에도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면서 경제를 겨우 방어했지만 올해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고 반도체 등 주력 업종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출 증가율(1.5%)이 지난해(8.2%)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정치 불확실성 때문에 경제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지난달 달러당 원화 환율은 15년여 만에 148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외환 당국자들이 구두 개입 등 총력전을 펴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해 정치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줄임으로써 더 이상의 외환시장 혼란은 막고 있다.

 

문제는 국가 신용 등급이 강등되는 사태다.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대통령과 총리가 탄핵당한 상황에서 또 탄핵이 이어진다면 과연 정부가 작동할 수 있겠느냐”며 “정치 리스크에 따라 국가 신용 등급이 내려갈 수 있는데 이건 한번 내려가면 다시 올라가기가 굉장히 어렵다. 오랜 기간이 걸리고 비용이 너무 크다”고 했다. 현재 많은 기업도 국가 신용 등급 강등에 따른 추가 비용 우려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여 년간 국가 신용 등급을 최상위권으로 유지해 왔다.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을 때만 해도 국제 신용 평가사들은 “한국의 국가 신용 등급은 여전히 안정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당하자 환율이 급등했다. 국제 신용 평가사들은 “정치 불안이 길어질수록 국가 신용도, 해외 투자자들의 원화 자산 선호도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프랑스는 최근 연립 정부 붕괴라는 정치 불안 때문에 신용 등급이 한 단계 내려갔다. 신용 등급이 하락하면 국내 기업과 기관의 외화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간다. 한국은 유로존이란 방어막이 있는 프랑스보다 더 위험하다. 환율이 급등하고 외환 위기 가능성까지 높아진다. 저질 정치가 경제를 더 이상 망가뜨려선 안 된다.

 

-조선일보(2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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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성장도, 수출도 1%대… 한 발 삐끗하면 ‘환란급’ 충격 온다

 

정부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수준에 못 미치는 1.8%로 전망했다. 그간 경제를 버텨 온 수출 증가율마저 1.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트럼프 리스크’ 등 대외 충격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비상계엄·탄핵으로 인한 정국 불안이 한국 경제를 나락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은 작년 7월 정부가 예상했던 2.2%보다 0.4%포인트나 낮고,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3.2%에 한참 못 미친다. 원화 약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민간 소비 역시 1%대의 낮은 성장이 예상된다. 일자리 증가 폭은 작년보다 5만 명 적은 12만 명에 그친다고 한다. 작년 8.2% 증가해 사상 최대였던 수출의 성장세까지 5분의 1로 둔화돼 모든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건 그나마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투자 확대뿐이다. 하지만 국내 설비투자 규모는 작년 10∼11월 두 달 연속 감소했고, 폭증한 국내외 불확실성 탓에 주요 기업들마저 투자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K칩스법 등 투자 촉진 법안들은 국회 통과가 무산돼 재도약의 동력마저 약화된 상태다. 정부가 상반기 중 예산의 67%를 풀어 군불을 때겠다지만 꽁꽁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녹이긴 역부족으로 보인다.

 

지금 한국은 한 발만 삐끗하면 1997년 외환위기에 비견될 만한 충격으로 빠져들 수 있는 위기를 맞았다. 초고속 통신망, 정보기술(IT) 벤처에 대한 파격적 투자와 ‘빅딜’ 등 수익성 낮은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극한 불황을 이겨냈던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모조리 걷어내고,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내수를 되살리는 특단의 대책 없인 ‘1%대 저성장’의 터널을 탈출하기 어려워 보인다.

 

-동아일보(2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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