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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한국 핵무장-전술핵 재배치 가능할까] ....

뚝섬 2025. 1. 3. 09:59

[트럼프 2기, 한국 핵무장-전술핵 재배치 가능할까]

[美 지휘관까지 "주한 미군 필요한가" 韓 핵무장하면 필요 없다]

[북핵 돌파하려면 '생각의 틀'부터 깨야]

[NPT 탈퇴하고 조건부 핵무장으로.. ]

[5차 핵실험 이후의 한반도 어디로 가는가]

 

 

 

트럼프 2기, 한국 핵무장-전술핵 재배치 가능할까

 

[동아시론]

트럼프 측에서 나온 핵무장 옵션론
트럼프, 실제 용인 가능성은 높지 않아
전술핵 청구서, 우리 감당 수준 넘을 수도

 

짐 리시와 로저 위커는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를 주장해 온 미국의 상원의원이다. 각각 상원 외교위원장과 군사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받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뿐 아니라 한국의 자체 핵무장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한국이 핵 옵션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고도화된 북한의 핵 위협 때문이다. 가공할 핵무기로 선제공격을 위협하는 북한에 맞서 한미는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NCG) 발족으로 대응했지만, 한국의 자체 핵무장 지지 여론은 여전히 70%대다. 트럼프의 동맹 경시 성향 역시 한몫하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비용을 청구한다면 자체 핵무장을 지지하는 여론은 더 비등할 것이다.

마침 트럼프 주변에는 조지 슐츠나 윌리엄 페리 같은 미국의 전통적 ‘비확산 매파(nonproliferation hawk)’를 찾아보기 어렵다. 트럼프 자신부터 비확산 규범에 얽매이기를 싫어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의 핵 옵션에 관용적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국방부 정책차관으로 지명된 엘브리지 콜비는 필자와의 대화에서 미국의 비확산 정책은 실패했고, 확장억제는 허구에 가깝다. 한국의 핵무장을 포함해 모든 옵션을 고려할 때다라고 했다. 트럼프 역시 2016년 북한의 핵 위협에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2기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까.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콜비를 포함한 트럼프 쪽 인사들 발언의 행간을 살펴보면, 한국의 핵무장 여론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지, 핵무장을 지지한다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도 2016년 대선 이후 한국의 핵무장 관련 발언은 삼가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동의하는 한국의 핵무장은 미국이 핵전략을 완전히 새로 고쳐 쓰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트럼프 2기에서 비확산 규범과 확장억제는 다소 약화할 수 있으나 여전히 미국 핵전략의 기본 틀로 작동할 것이다. 트럼프 2기가 매우 공세적인 핵전략을 추진할 것은 분명하나, 공세적인 핵전략은 트럼프 1기 핵태세검토보고서(NPR)가 제안했듯이 미국의 핵무기 능력 고도화와 현대화에 집중할 것이지 비확산 정책의 수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 역시 쉬운 문제가 아니다. 미국 조야에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여러 번 제기됐지만, 실행하자는 주장이 아닌 중국과 북한 압박용으로 이해해야 한다. 리시와 위커의 발언도 “고려해야 한다” 수준이었다. 2017년 트럼프 1기 때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이뤄진 적이 있다. 당시는 트럼프가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위협하며 김정은을 ‘최대 압박’할 때였다. 지금은 트럼프가 ‘여전한 우정’을 과시하며 김정은과 정상외교를 계획하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 공론화로 김정은을 압박하기보다는 당근을 흔들며 유인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정상회담이 불발하면 전술핵 재배치 카드를 꺼내 들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거래주의를 고려하면, 이 카드는 오히려 한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례로 트럼프가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할 테니 대신 주한미군은 빼 가겠다고 할 수도 있다. 한국은 안보가 더 취약해지는 시나리오니 반드시 막아야 한다.

트럼프는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원한다면 비용을 내라고 할 것이다.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한국은 어차피 2024년 합의한 금액보다 더 많은 분담금을 내야 하는 처지다. 그렇다면 재배치 비용을 분담금에서 산정하자고 제안할 수 있다. 문제는 ‘얼마’냐다.

미국의 전술핵이 한반도에 재배치된다면 B61의 개량형이 적합하다. 그중 개량에 성공한 B61-12는 정밀 타격이 가능하고 위력을 용도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다용도 핵탄두다. 한국에 전개된 F-35 폭격기에 탑재가 가능하니 바로 전력화할 수 있다. 그런데 개발 비용만 14조 원 정도 소요됐고, 탄두 하나 만드는 데 400억 원 넘게 든다. 노후한 B61 중 400여 기를 B61-12로 현대화할 계획이었지만, 예산 제약 때문에 200기 정도만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탄두 현대화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할 수 있겠지만, 이래저래 트럼프가 제시할 청구서는 한국이 감당할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다.

한국을 둘러싼 안보 환경은 더 위중해지고, 트럼프 2기의 미국 우선주의는 더 강력해질 전망이다. 한국이 다양한 핵 옵션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반대하고, 전술핵 재배치 논의는 한국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동아일보(2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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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지휘관까지 "주한 미군 필요한가" 韓 핵무장하면 필요 없다

 

이번 주 한국을 방문하는 미군 합참의장이 "보통의 미국인들은 주한·주일 미군을 보면서 '그들이 왜 거기에 필요한가. 얼마나 드는가. 한국, 일본은 아주 부자 나라인데 왜 스스로 방어할 수 없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사꾼 논리로 동맹에 돈을 뜯으려 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치인도 아닌 미군 최고 수뇌부 인사가 비용 문제를 들어 주한 미군 주둔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어른들의 축'이라는 공직자, 그중에서도 동맹들과 함께 피를 흘려본 군 출신들이 직을 걸고 국가 안보에서 최소한의 중심을 잡아왔다. 4성 장군 출신인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트럼프가 주한 미군 가족 철수 의사를 내비쳤을 때 결연하게 막았고, 던퍼드 전 합참의장은 돈 문제를 떠나 한·미 동맹이 왜 중요한지를 트럼프에게 지속적으로 설득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달 취임한 합참의장이 '미국이 왜 동맹을 위해 인명과 재산을 희생해야 하느냐'는 의구심을 공개 천명한 것은 이런 '최후의 버팀목'이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줄줄이 방한하는 미 당국자들은 방위비 대폭 인상을 압박할 것이다.

한국은 적정한 정도의 방위비 분담금을 부담할 용의가 있다.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5배'와 같은 터무니없는 요구에는 응할 수 없다. 이제는 미군 최고 지휘관이 공개적으로 주한 미군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만약 돈을 더 뜯기 위해 흥정하는 데 군인까지 나선 것이라면 그 자체로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주한 미군의 존재에 대해 회의적이라면 우리로선 어쩔 수 없다. 그 경우 한국민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로부터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무장을 포함한 모든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에 주한 미군은 필요 없다. 

 

-조선일보(1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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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돌파하려면 '생각의 틀'부터 깨야 

 

한반도는 체제 전쟁 중인데 '베풀면 감동한다'는 순진함으로 '민족' 앞세우다 핵개발 도와줘…

현 정부도 엄포 강도만 높여 와 북핵 억제하는 전략 나오려면 '자유'에 대한 신념 널리 퍼져야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명료하다. 핵 공격이 말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하고 부도덕한 정권이 휘두르는 핵무기 앞에 강제 소환됐다. 이런 기막힌 상황에도 현실 인식이 비틀린 사람들은 가장 소극적인 방어책인 사드 배치마저 반대하고 있다. 국론은 분열되고 국가 안보라는 국가 최고의 덕목도 시시껄렁한 토론 의제의 하나로 치부되고 있다. 분명 지금 우리의 상황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

한반도는 체제 전쟁을 하는 유일한 곳이다. 상대의 전력 상승은 곧 우리 목숨이 경각에 달렸음을 의미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거듭하고 소형화한 핵을 미사일에 탑재하면 그만인 상황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부는 이렇다 할 핵 전략을 내놓은 적이 없다. 그뿐인가. 오히려 북한의 핵 개발을 도와주는 우를 범했다. 북한의 개방과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햇볕정책'으로 지금까지 약 8조8000억원이 지원됐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북한에 집중적으로 햇볕을 쫴 주었으나 돌아온 것은 핵 개발뿐이었다. 햇볕정책을 반대했던 이명박 정부와 현 정부도 핵실험 앞에선 전략 없는 엄포성 정책으로 일관했을 뿐이다.

경제학의 게임 이론은 핵 위협에 대처하는 전략 모색에도 유용한 지침을 제시한다. 게임 이론에 따르면 상대방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 하는 '동등한 보복 전략(tit for tat)'이 상대의 야욕을 억누르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핵에는 핵'이 최고의 전략이란 것이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 위협 수준을 높여오는 동안 우리는 '한없이 베풀면 북한이 감동한다'는 순진한 생각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핵실험 이후에는 엄포의 강도만 높여왔다. 우리는 북한 핵에 대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등한 보복 전략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이 전략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높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이 우리 스스로를 이토록 북한의 핵무장 앞에 수수방관하게 하였을까.

북한을 보는 우리 국민의 시각은 '민족'이다. 체제 전쟁을 하고 있는 상대라는 인식보다 같은 '민족'이라는 틀에서 보기 때문에 북한 체제에 대한 냉정함과 단호함을 잃어버렸다. '같은 민족인데 설마 우리를 공격하겠나'라는 생각은 '북한의 핵은 우리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는 요설을 만들어냈다. 심지어 '북한의 핵 보유는 결국 우리 민족이 핵을 소유하는 것'이라는 한심한 소리를 내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민족'이라는 강력한 마력 앞에 대한민국은 스스로 무장해제의 길을 걷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심각한 국가 비상사태이다.

'민족'이 우리 국민 인식에 똬리를 틀면 '평화통일'이란 용어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세계 역사를 살펴보면 체제 경쟁이 평화통일로 끝난 사례는 없다. 가까운 역사만 봐도 베트남은 혹독한 전쟁을 치른 끝에 자유 진영이 공산 체제로 흡수됐다. 독일은 공산주의 체제의 몰락이 있었기에 동독을 자유 체제로 흡수할 수 있었다. 이런 엄연한 진실을 보고도 우리는 자유 체제 대한민국과 공산 체제 북한이 평화롭게 통일될 수 있으리란 환상을 갖는다.

 

자유 체제에 대한 확신 없이 평화통일만 외치면 이는 공산 체제로의 흡수를 의미한다. 실제로 북한과 종북 세력이 습관처럼 들먹이는 말 역시 '평화통일'이다. 그들의 머리에 있는 평화통일의 진실은 핵무기를 앞세워 대한민국을 공산 체제로 평화롭게 흡수하는 것이다. 국민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정치권의 인식이다. 국회의원 선서문에도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라는 문구가 있다. 이 또한 잘못된 것이다. 시작부터 막연한 '평화통일'을 앵무새처럼 선서하다 보니 국민에게 '전쟁이냐, 평화냐' 양자택일을 강요하거나 '전쟁보다 평화가 낫다'며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정치인이 넘쳐난다. 이 모두가 '왜 통일을 해야 하고, 어떤 통일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인식 결여의 산물이다. 다시 말해 자유 체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결여됐다는 방증이다.

작금의 상황에서 북한 핵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 국민이 가지는 '생각의 틀'이다. 북한 핵 앞에서도 '민족' '평화통일'과 같은 허상만 활개 치면 핵이 터지기 전에 대한민국은 이미 체제 전쟁에서 지고 만다. 북한은 오직 한 사람만 생각하고 나머지는 이에 복종, 동원되는 체제다. 따라서 북한과의 민간 교류 역시 김정은과 교류하자는 것이며 세습 독재 왕조의 숨통을 틔워주자는 주장이다. 대한민국은 5000만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민주국가다. 우리 국민이 가지는 '생각의 틀'이 중요한 이유다. 이제 북한 독재 체제에 대한 단호함과 대한민국 이념에 대한 확신이 국민 사이에 공감되어야 한다. 북한 핵을 억제하는 동등한 보복 전략이 나오려면 '민족'보다 '자유'에 대한 신념이 국민 사이에 퍼져야 한다.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조선일보(1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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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T 탈퇴하고 조건부 핵무장으로..

 

패배의식 젖어 가만히 있으면 우리는 북핵의 노예로 살게돼 

많은 것을 내려놓는 한 있어도 우리도 핵을 가져야 생존 가능 

NPT 탈퇴할 권리, 조약에 있어 북핵 포기 조건으로 핵무장해야

 

지난 10년간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아 올릴 때마다 우리는 '응징', '대가', '경고' 등 말폭탄만 나열했다. 아무런 실질적 액션이 없었다. 국제 공조 운운하며 미국 등 주변국의 제재에만 기대어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잊고 지나가고 국민들도 덤덤해졌다. 이제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북핵은 우리 머리 위에 앉았다. 북핵은 종북 세력이 주장해온 것처럼 미국용(用)도 아니고 방어용도 아니다. 바로 대한민국을 겨냥한 것임을 북한 스스로 밝히고 있다. 서울에 북한의 핵이 떨어지면 순식간에 수십만명이 몰살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북한의 핵 포기를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핵무장으로 갈 것을 선언해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는 이를 전 세계를 상대로 천명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제까지의 핵무장론이 이른바 '공포의 균형'을 앞세운 위협론으로, 또는 북한의 핵개발 속도를 억제하기 위한 견제용으로 제기된 것이라면 이 시점에서의 핵무장론은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의 일환이다.

핵확산금지조약은 가입국이 자국의 생존을 위해서는 탈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NPT 제10조 1항은 '각 당사국은 당사국의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至上)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 규격화, 표준화해서 이미 보유한 5종의 미사일 (스커드 1과 2, 노동, 대포동, SLBM)에 장착할 수 있게끔 된 것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비상사태'다. 북한이 그것으로 대한민국을 공격할 것임을 구체적으로 천명한 이상 한국의 지상 이익, 즉 국가 안위와 5000만 국민의 생명은 위태로워졌다. 따라서 우리는 NPT 조약의 규정에 의거해 NPT를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우리는 그동안 NPT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왔다. 가입은 물론이고 1992년에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했고, 6자회담에 성실히 임해 북핵 저지에 노력해왔고, 우리의 핵 욕구도 자제해 왔다. 그러나 비핵화 선언은 사문화된 지 오래고 6자회담도 유명무실해졌다. 북한은 세계 8번째 핵보유국이 됐음을 선언하고 미국 본토를 노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개발하고 있음을 거리낌 없이 공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핵무기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대북 제재 운운하지만 그런지 이미 십수 년이 됐는데도 북한은 보란 듯이 더 강해지고 더 독해지고 더 무서워진 핵무기를 생산하고 실전 배치하고 있지 않은가.

아마도 미국은 북한이 ICBM 개발에 성공하면 그때 가서야 북핵을 자국에 대한 실질적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고 그때까지는 핵 확산을 막는다는 허울로 한국 등 약소국의 핵 개발이나 틀어쥐고 있을 것이 뻔하다. 핵항공모함, 스텔스 등 '중장비'(우리에게는 그렇다)나 보내 대북(對北) 시위나 하고 돌아가면 그뿐이다. 중국은 이미 우리가 겪을 만큼 겪었다. 중국을 믿느니 차라리 북한에 굴복하는 것이 그나마 '민족'을 살리는 길이다. 적어도 주변국 또는 이해 당사국들이 나서서 북핵을 제어해주리라는 것은 허망한 기대임이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속된 말로 핵에 관한 한 '믿을 ×' 하나 없는 세상이다.

이런 판국에 우리가 살 길은 무엇인가? 우리의 살길은 우리도 핵을 갖는 것이다. 지금 개발해야 우리의 '핵'은 북한의 그것에 비하면 초보 수준일 수도 있겠지만 북한이 서울을 때리면 우리는 평양의 10분의 1이라도 되받아칠 수 있을 때 북한은 비로소 자제할 것이다. 우리가 핵무장을 거론하면 우리 내부에서는 으레 그것은 이래서 안 되고 저것은 저래서 안 되고 하는 식으로 딴죽 거는 사람들이 나선다. 우리가 핵을 가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것을 내놓거나 내려놔야 할지도 모른다. 때로는 무력적 견제나 위협이 있을지도 모른다.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 가만히 있으면 우리는 북핵의 노예로 살아야 한다. '많은 것'을 내려놓는 한이 있어도 우리의 목숨까지 내려놓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전문가들은 우리의 원전 설비용량이 세계 5위이고 설비기술은 세계 1위인 만큼 월성원전의 가압중수로 4개면 많은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해낼 수 있어 6개월만 전력투구하면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제 말폭탄은 그만두자. 패배 의식에서 벗어나자. 사정이나 애원도 그만하자. 국제 공조 운운하는데 발밑에 불 떨어진 건 우리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일 시진핑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나의 넓지 않은 어깨에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책임져야 하는 사명감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 공격용 핵무기를 완성한 지금 박 대통령은 중국이 아니라 우리 국민을 향해 그 말을 해야 한다.

-김대중 고문, 조선일보(1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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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핵실험 이후의 한반도 어디로 가는가

 

북한 문제 핵심 당사자면서도 가장 큰 무력감 느끼는 우리 

냉전 종결 이래 北 문제가 우리 손을 떠나 국제화돼버려 

독자적인 핵 개발론 나오지만 경제 제재 당하면 견딜 수 있을까 

 

북한은 5차 핵실험으로 소형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의 실전 배치에 한 발짝 다가섰다.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그만큼 더 위험해졌다. 중국의 대북 제재는 허점이 많아 올해 들어 북·중 무역은 오히려 늘었고, 북의 무기 프로그램 부품 구매도 더 용이해졌다는 보고서도 미국에서 나왔다.

김정은의 계산은 분명해 보인다. 핵미사일의 실전 배치를 무기로 미국에 선(
先)평화협정 체결을 압박할 것이다. 그러면서 비핵화를 북·미 회담의 의제로 삼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다. 작년부터 중국이 주장해온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 논의 제안까지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북은 평화협정의 당사자에서 아예 한국을 배제하고 있다.

평화협정을 맺게 되면 북은 이제 평화가 왔으니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과 미군도 철수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그러면서 스스로는 핵 폐기 대신 기껏 핵 활동 동결이나 장거리 미사일 폐기 등을 대가로 지불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핵 보유로 확보된 군사 전략상의 우위를 활용해서 주도권을 쥐고 대남 전략을 펼치려 할 것이다.

5차 핵실험과 같은 북의 도발적 상황에서도 중국은 움직일 생각이 별로 없을 것이다. 물론 중국은 '원칙적으로' 핵무장에 반대하고 유엔의 대북 제재 강화에 적당한 수준에서 협력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정말 아프게 생각하고 비핵화의 길로 나설 만큼의 고강도 제재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제재 강화로 자칫 북한이 무너질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드 배치 결정이 중국의 협조 가능성을 더욱 낮추고 있다.

미·중 대결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최고 지도자들은 북한 문제를 미·중 관계의 다른 현안들과 연계해 바라보는 듯하다. 한마디로 남중국해나 대만 문제를 놓고 미국과 만족할 만한 거래가 성사되기 전까지 중국은 핵무장한 북한과 공존할 용의가 있는 것이다.

미국은 미국 나름대로 고민이다. 임기 말에 접어든 오바마 정부는 대북 금융 제재의 길을 터놓기는 했지만 미·중 갈등의 심화를 우려해서 실시를 유보해왔다. 결국 차기 정부로 공이 넘어갈 텐데, 그때 고려할 수 있는 대북 조치로 전면적인 금융 제재와 해상 봉쇄가 미국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대북 금융 제재는 중국의 반발이 거셀 것이고, 모든 선박의 북한 항구로의 입출항을 검색하는 해상 봉쇄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아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이처럼 긴박해지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독자적인 핵 개발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한 주장을 하게 된 답답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이는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추가적인 문제를 만들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미국과 비핵화 규범을 존중하는 180여 국가들에 북한에 더해 또 다른 골칫거리로 등장할 것이다. 미국은 '당신네가 우리를 못 믿고 핵 개발하겠다면 우리는 핵우산과 미군도 철수하겠다'고 나설지 모른다. 게다가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에 대해 경제 제재가 들어오면 과연 얼마나 견디어낼 수 있을까?

이처럼 우리는 북한 문제의 핵심 당사자이면서도 가장 큰 무력감을 느낀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이런 지경에 빠지게 하였을까?

4강에 둘러싸인 반도이기에 북한 문제는 원래부터 국제화될 소지가 아주 강했다. 그런 상황에서 진정으로 우리 주도로 북핵이나 통일 문제를 풀어가기를 원했다면 북에 대해 우리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렛대를 키워 왔어야 했다. 냉전 종결은 그 기회를 주었으나 우리는 그것을 놓쳐버렸고, 그래서 이제 북한 문제는 완전히 우리 손을 떠나버렸다.

때로 당국 간 관계가 어렵고, 안보상의 충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국적으로 멀리 보고 경제나 사회 차원에서 남북 주민들 간의 연결고리만큼은 강화하고 접촉의 면을 확대하는 데 최선을 다해 왔어야 했다. 그렇게 지난 10여년 계속했더라면 북의 대남 의존도가 훨씬 높아져 지금쯤 중국 대신 한국이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게 되었을 것이다. 그것을 못해서 이제 우리는 미·중만 바라보는 딱한 처지가 되어버렸다. 민족 내부 역량을 키우지 못해 거센 외세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는 모습이 구한말이나 1945년 분단 당시나 지금이 다를 게 없다는 점이 진정 가슴 아프다.

독일은 일찌감치 동·서독 간 응집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그래서 보수 정치인 헬무트 콜 총리는 1982년 집권하자 경쟁 정당 사민당의 동방정책을 과감하게 계승했다. 주변 우방 강대국들이 분단 상태의 관리에만 신경 쓰고 분단 해소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이것이 통일을 이룬 독일과 분단의 골짜기에서 헤매고 있는 한국의 근본적인 차이다.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前외교부 장관, 조선일보(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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