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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사장 "일제 재판만도 못한 헌재"] [간첩도 누린 '절차적 정의']

뚝섬 2025. 2. 13. 12:03

[현직 검사장 "일제 재판만도 못한 헌재"]

[간첩도 누린 '절차적 정의']

[ 尹-李가 흔드는 ‘방어권’의 가치]

[“시민이 軍 폭행” “박수 한번 안 쳐” “열띤 국무회의” “쪽지만 얼핏”]

 

 

 

현직 검사장 "일제 재판만도 못한 헌재" 

 

이영림 춘천지검장이 2020년 6월 서울남부지검 검사 시절 신라젠 경영진 등의 비리 사건 중간수사결과를 브리핑하는 모습./뉴스1

 

현직 검사장인 이영림 춘천지검장이 12일 검찰 내부망에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한 헌재를 보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일제 재판부도 안중근 의사에게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이유를 진술할 시간으로 1시간 30분을 줬는데,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6차 변론에서 증인 신문 이후 윤석열 대통령 측의 3분 발언 기회 요청을 묵살했다고 했다. “(한국 법원은) 간첩의 모든 주장도 다 들어주는 곳 아닌가”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모 정치인에게 방면의 기회를 주지 않았나”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헌재는 (윤 대통령에겐) 적법 절차나 방어권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당사자가 부인한 ‘검찰 조서’를 증거로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검찰 진술을 증거로 쓰겠다는 뜻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이 검찰 진술을 법정에서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다.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게 돼 있다. 그런데도 헌재는 “헌법 재판과 형사 재판은 다르다”고 한다. 증거 신빙성은 재판부가 판단해도 증거 능력 여부는 법률 기준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

 

이뿐 아니다. 일반 재판에도 없는 초시계까지 동원해 핵심 증인의 신문 시간을 90분으로 제한했다. 반박할 기회를 봉쇄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한덕수 총리 등 증인 신문도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까지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34명 중 8명만 채택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은 17차에 걸쳐 진행됐는데 윤 대통령은 8차까지만 잡혀 있다. 무엇에 쫓겨서 이러나.

 

대통령 파면 재판은 주권자인 국민이 선거로 내린 결정을 바꾸는 국가 중대사다. 신속한 진행도 필요하지만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국민이 수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림 검사장은 헌재 또한 불법 행위로 국민의 판단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냐고 했다. 이런 걱정을 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조선일보(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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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도 누린 '절차적 정의'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사진공동취재단

 

재작년 이맘때, 민노총 간부가 과거 동남아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났다가 걸린 사실을 보도했다. 며칠 뒤 언론중재위에서 연락이 왔다. 민노총이나 국내에서 북한 대리인 역할을 하는 단체가 문제 제기한 줄 알았다.

 

아니었다. 기사에 민노총 간부와 유사한 수법으로 북한과 몰래 교신한 사례로 언급된 A씨가 불만을 제기한 것이었다. A씨가 외국 이메일 계정으로 북한과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기사에 썼는데, 그걸 보도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A씨의 판결문을 보면, 그가 북한과 이메일을 주고받은 건 그 자신도 인정한 사실이다. 그런데 그걸 기사에 쓰지 말라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국가보안법 유죄 확정범이 큰소리치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싶었다.

 

언론중재위에 따르면, 그는 북과 불법 내통한 다수의 혐의에선 유죄를 받았지만, 이메일 부분에선 무죄를 받았다. 수사 기관이 영장을 발부받아 그의 소지품에서 이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확보해 로그인하고 북한과 주고받은 메일을 찾은 것인데, 재판부는 그 절차가 부당하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메일 로그인 장소는 국내라고 해도, 로그인해 들어간 인터넷 세상의 서버 저장 장비의 위치는 국외이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협조를 별도로 받아야만 법적 절차가 완결된다는 법 해석이었다.

 

그런데 그 해당 국가는 이런 일을 수수방관하지 협조해주는 나라가 아니었다. 간첩 피의자의 변호인은 이걸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다른 혐의는 유죄가 됐지만 메일 관련은 무죄가 돼 A씨는 더 짧게 옥살이할 수 있었다.

 

법리상 해석 차이로 유죄든 무죄든 A씨가 외국 이메일로 북한 공작원과 내통한 사실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기사에서는 충분히 쓸 수 있다고 봤는데, 그것조차 간첩이 틀어막으려 하니 답답했다.

 

법조인인 고교 친구에게 토로했더니 친구는 동조해주진 않고 이런 말을 남겼다. “어쩔 수 없다. 그게 법치국가다. 그게 오히려 우리 체제의 우월성을 지탱해주는 기둥이다.” 당장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지독하게, 때론 바보스러울 정도로 느릿느릿 돌아가며 절차적 정의를 지켜나가는 것이 민주주의 힘이고 법치주의의 힘이라는 뜻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대통령의 탄핵 소추에 대한 헌법 재판을 보며, ‘절차적 정의와 정당성’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여론이 가득하다. 누군 ‘계엄이 절차와 요건도 맞지 않게 선포됐다’고 하고, 누군 ‘탄핵 재판 과정이 졸속이고 편파적’이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란 피의자이자 탄핵 피청구인인 대통령이 좋건 싫건, 그의 탄핵 또는 직무 복귀가 나라에 도움이 될 것 같건 아니건 간에 그 또한 간첩도 대한민국 법정에서 누린 ‘절차적 정의와 정당성’만큼은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석조 기자, 조선일보(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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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李가 흔드는 ‘방어권’의 가치

 

3년여 전 헌법재판소가 내놓은 결정으로 법조계가 술렁인 적이 있다. 성폭력 피해 미성년자의 영상녹화 진술을 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성폭력처벌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내용이다. 결국 어린 피해자가 직접 법정에 나와 진술해야 한다는 것이어서 ‘2차 피해’ 우려가 제기됐다. 그럼에도 헌재가 이런 결정을 한 것은 녹화 과정에서 피고인 측이 반대신문을 할 수 없으므로 “방어권 제한의 정도가 매우 중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만큼 한국의 사법체계에서는 방어권을 중시한다.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권리 등이 방어권의 구체적 내용이다. 방어권이 강조되다 보면 수사와 재판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권리를 우선시한다는 지적이 나올 소지도 있다. 하지만 “공정한 형사절차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자기방어를 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이고, 이에 대한 이견은 찾아보기 어렵다.

체포 거부도, 재판 지연도 ‘방어권 차원’

 

그런데 최근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서 분출되는 ‘방어권 보장’ 요구는 도를 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란죄 수사 초기부터 피의자로서의 방어권만 강조하며 체포와 구속에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체포영장 2차 집행을 앞두고 대통령실에서 “시민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기 방어권을 보장해 달라”고 한 게 압권이었다. 방어권이 중요한들 적법한 영장 집행을 막는 명분이 될 순 없다.

윤 대통령 측은 요즘엔 헌재가 탄핵심판 변론기일을 한꺼번에 지정한 것 등을 방어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피청구인으로서의 방어권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국가인권위원회까지 ‘헌재가 탄핵심판에서 적법 절차를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며 가세했다. 이럴 만큼 윤 대통령의 방어권은 취약한가.

윤 대통령은 고위직 전관 출신을 포함한 대규모 변호인단의 조력, 여당과 대통령실의 지원 사격 등 겹겹이 보호를 받으면서 체포 적부심, 구속 취소 청구 등 다양한 제도를 꼼꼼하게 활용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의 출석 요구 거부, 체포 뒤에도 진술 거부 등 피의자의 권리를 넘치도록 행사했다. 헌재에서도 윤 대통령이 의견을 밝히는 데 별 제약이 없다. 그래도 부족하다고만 한다.

권력자 아닌 약자를 지키는 방패 돼야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의 방어권 주장도 지나친 측면이 있다. 이 대표 역시 변호인단과 민주당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뒤 소송서류를 송달받지 않고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아 항소심을 늦췄다. 그럼에도 “정당한 방어권 행사”라며 1심 판결의 근거가 된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대권 가도에 차질이 없도록 항소심 선고를 늦춰 보겠다는 게 속내일 텐데, 이를 방어권으로 포장한 셈이다.

방어권은 지위 고하와 무관하게 인정되지만, 방어권이 소중한 근본적 이유는 막강한 국가의 형벌권 앞에서 약자인 시민의 방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가진 이들이 방어권 뒤에 숨으려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건 방어권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다. 직무가 정지됐어도 현직인 윤 대통령, 원내 제1당의 ‘일극’인 이 대표라면 ‘나에 대한 방어권은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하자’고 나서야 하지 않겠나.

유능한 변호인을 구할 능력도, 법률 지식도 부족해 꼭 필요한 방어권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힘 없고 가난한 서민들이 적지 않다. 그들이 느낄 박탈감을 생각해서라도 여야 정치 지도자와 그를 돕는 이들이 함부로 방어권을 입에 담지 말았으면 한다.

-장택동 논설위원, 동아일보(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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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軍 폭행” “박수 한번 안 쳐” “열띤 국무회의” “쪽지만 얼핏”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의 국회 투입에 대해 “(국회) 경비, 질서 유지를 하러 간 군인이 시민에게 폭행당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무장한 군인의 국회 진입을 막아선 시민을 ‘폭행 가해자’로 표현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또 계엄 선포 이유를 설명하면서 “(국회에) 연설하러 가면 아무리 미워도 박수 한번 쳐주는 게 대화와 타협의 기본인데…”라고 박수 안 친 야당을 탓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그간 ‘경고성 계엄’이니 ‘내란 프레임’이니 온갖 변명과 남 탓으로 일관하더니 이젠 국회 유리창을 깨고 들이닥친 군대의 국민 대의기관 유린 행위를 막아선 시민을 오히려 가해자로 둔갑시켰다. 윤 대통령은 “군인이 억압이나 공격을 가한 사실이 없다”고 했는데, 그것은 현장에 투입된 군인들의 현명한 대처 덕분이었다. 자칫 유혈사태를 초래할 수 있었던 지시 내용도 그대로 실행되지 않아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지만, 윤 대통령은 그 지시 자체를 부인하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변하고 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책임을 야당으로 돌리며 국회 연설 때 야당이 박수 한번 안 쳤다고 말한 대목에선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역대 어느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여야 없이 박수를 받았을까. 대통령은 늘 칭찬이 아니라 비판의 대상이기 마련이고, 그게 대통령직의 무게다. 대통령이 박수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권위 의식 못지않다. 1987년 민주화 이래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이 할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증인으로 나온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주장도 상식 밖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렸다는 국무회의에 대해 “실질적으로 열띤 토론이나 의사 전달이 있었던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한결같이 비정상 또는 무효였다는데도 다른 주장을 편 것이다. 그는 언론사 단전·단수 문건에 대해서도 “종이쪽지를 멀리서 잠깐 얼핏 봤다”며 지시받지도,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소방청장의 증언과 배치되는 주장을 폈다.

윤 대통령은 헌정질서를 무너뜨려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서도 끊임없는 궤변과 억지 주장을 펴며 모든 책임을 미뤄왔다. 거기에 이 전 장관도 윤 대통령을 편들면서 자신도 책임에서 벗어나려니 말이 군색해지고 앞뒤가 안 맞는다. 두 사람 다 검사와 판사 출신의 법률가다. 현란한 법 기술에다 교묘한 증언 기술까지 얹어 위헌·불법 계엄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스스로 더욱 구차해질 뿐이다.

 

-동아일보(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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