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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전쟁은 트럼프식 역사 바로 세우기] ....

뚝섬 2025. 3. 11. 10:04

[무역 전쟁은 트럼프식 역사 바로 세우기]

[트럼프 50일, 국제질서 미래 앞에 놓인 두 가지 길]

 

 

 

무역 전쟁은 트럼프식 역사 바로 세우기

 

[조형래 칼럼]

38년 전 自國 우선주의 첫 피력
중국의 WTO 가입 허용은 중국으로 富를 넘긴 바보짓
제조업만이 평범한 미국인에게 중산층 진입 승차권 제공
"어떤 惡役도 마다 않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13일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상호관세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뒤 들어보이고 있다. 상호관세는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을 다른 국가가 미국 상품에 부과하는 수준으로 부과하겠다는 것이다./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사업가 시절인 1987년 9월, 10만달러의 광고료를 내고 뉴욕타임스 등 유력지 3곳에 ‘미국 국민에게 보내는 서한’을 실었다. 그는 “일본과 우방 국가들이 미국을 이용해 왔다. 그들은 막대한 돈을 벌면서도 우리가 제공하는 안보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 흑자 머신(profit machine)인 그들에게 세금을 물려 무역 적자를 해소하고 농민과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썼다. 이 서한의 전체 내용도 지금의 주장과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 미국의 주류 언론이 즉흥적인 포퓰리즘의 산물로 치부하는 트럼프주의가 사실은 오랜 고민 끝에 나온 세계관임을 시사하는 셈이다. 어떤 학자들은 그 뿌리를 미국 초대 재무 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보호주의에서 찾기도 한다. 트럼프는 당시 광고를 게재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반향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발언을 주목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무역 전문 변호사이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USTR(미국무역대표부) 부대표를 지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1기 때 USTR 대표를 맡아 트럼프의 생각을 구체화하고 실행에 옮겼다.

 

트럼프주의자들의 바이블로 통하는 라이트하이저의 저서 ‘자유무역이라는 환상(No trade is free)’을 읽어보면 트럼프의 목표는 명확하다. 제조업 부활을 통한 양질(良質)의 일자리 창출이다. ‘생산의 나라’ 미국이 첫째이며 ‘소비의 나라’ 미국은 그다음이다. 제조업이 강해야 보통의 미국인들이 중산층으로 진입하는 승차권을 얻을 수 있고, 진정한 혁신과 기술의 축적도 제조 현장에서 나온다고 확신한다. 1990년대 WTO(세계무역기구) 출범과 함께 급격히 진행된 세계화로 미국의 산업이 금융과 소비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월가(街)의 투자은행이나 수입업자 등 소수의 엘리트 집단에 수혜가 집중됐을 뿐 보통의 미국인들은 아르바이트 등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며 삶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제조업 일자리 수백만 개가 사라져 2001년부터 16년간 미국의 실질 중위 가구 소득 증가는 400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트럼프주의자들은 특히 2001년 주적(主敵)인 중국의 WTO 가입 허용을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무너뜨린 결정적인 바보 짓이라고 비판한다. 중국산 제품에 영구적인 최혜국대우를 부여하면서 미국 기업들이 줄줄이 생산 터전을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옮기게 했고, 중국이 기술 탈취와 차별적 보조금, 환율 조작, 정부 규제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미국 기업들을 침탈하는데도 WTO는 아무런 역할도 못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01년부터 20년간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 적자가 무려 5조3900억달러(약 7830조원)에 달했는데, 이는 미국의 소비가 중국의 성장을 견인하면서 미국의 부(富)가 중국으로 넘어간 것이라고 트럼프주의자들은 땅을 친다. 게다가 자유무역이 일당 독재 국가인 중국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도 어리석은 망상임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자유무역 역사 뒤집기가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방국마저 고개를 젓게 하는 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미국의 고립을 초래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집권 이후 역설적으로 중국·홍콩 증시로 글로벌 투자금이 몰리는 것은 금융 부자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오만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억만장자 대통령이 서민과 노동자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악역(惡役)을 자처하는 모습은 부럽기도 하다. 적어도 그는 제조업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꿰뚫어 보고 있다. 그가 우방국에 온갖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 종식하려는 것도 서둘러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고 중국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작 제조업과 무역의 나라인 한국에서는 미래를 걱정하는 지도자들이 안 보인다. 여야 할 것 없이 눈만 뜨면 “네가 잘했네, 내가 잘했네” 따지는 법 기술자들만 넘쳐 날 뿐 정작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정치 지도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산업계에 민폐를 안 끼치는 것만으로 천만다행이라고 위안해야 하나.

 

-조형래 부국장, 조선일보(2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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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50일, 국제질서 미래 앞에 놓인 두 가지 길

 

관세전쟁, 안보동맹 무력화… 혼란의 50일
국제질서 퇴보할까 vs 새 질서 짤 계기 될까
韓, 바뀌는 질서 파악하며 외교전략 세워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간의 급격한 개혁을 약속한 가운데, 절반인 50일이 지났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복합적이다. 국내 정치, 대외 경제, 안보정책에서 급속하고 과격한 변화가 이뤄지면서 부작용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막대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효율적인 정부를 구축한다는 취지는 긍정적으로 보이나 공무원의 대량해고, 입법부가 설립한 국제개발처(USAID)와 같은 국가기관의 자의적 폐지, 법적 근거가 없는 정부효율부(DOGE)의 개입적 활동 등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향후 다수의 위헌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관세정책 역시 국제무역의 공정성과 상호주의 원칙을 재정립하고 제조업과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부족하다. 최근 캐나다에 대한 자동차 관세만 보더라도 정책 시행과 유예를 번복하며 관세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보이고 생활물가는 상승하는 추세다. 이러한 관세정책이 과연 트럼프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경제적 이익을 보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정전 협상은 75년간 미국이 공들여온 대서양 동맹, 즉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불과 50여 일 만에 무력화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으로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 보장, 더 나아가 유럽 전체에 대한 방위 공약을 확보할 수 없게 된 유럽 국가들은 독자적인 방위 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에 대한 핵 확장 억제 제공을 제안하며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했다. 대서양 동맹의 미래는 불확실해지고 있으며, 미국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강대국 간 세력권 정치가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프랑스 상원의원 클로드 말뤼레는 연설에서 “미국은 그린란드·파나마·캐나다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발트 3국·동유럽을, 중국은 대만·남중국해를 차지하는 식의 강대국 타협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제질서의 미래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첫째, 트럼프주의 외교가 미국 외교정책의 주류로 자리 잡으며 자유주의적 규칙 기반 국제질서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약화되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 민주주의 시스템을 통해 외교정책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강화되고는 있으나, 포퓰리즘에 기반한 트럼프주의가 미국 국내 정치를 장악하게 된다면 전통적인 외교정책의 합리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둘째, 트럼프주의를 역사의 불가피한 국면으로 활용해 새로운 국제질서를 창출하는 경우다. 탈냉전기에 실험된 미국 주도의 단극적 패권 체제는 유지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됐다. 미국이 단독으로 글로벌 테러와 핵 확산을 막고, 중국 러시아 등 수정주의 국가들의 현상 변경 시도를 차단하며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는 동시에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미국민의 세금으로 세계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는 직장을 잃고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은 탈냉전기 동안 줄곧 유럽의 방위비 추가 지출을 요구해왔다. 유럽 국가들의 미온적인 반응이 변화된 것은 트럼프 1기의 강압적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세계질서가 강제력 중심의 구조로 회귀하지 않기 위해서는 협의와 조정을 기반으로 한 국제 리더십이 필요하다. 주요국들이 국제 공공재 생산에 헌신하고, 다자주의와 국제기구를 더욱 강화하며, 포용과 협력을 확대하는 새로운 제도를 창출해야 한다. 현재까지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민주적인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성립된 국제질서의 발전과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트럼프 정부의 향후 외교정책은 예측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익 외에 국제질서 자체에 관심이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설사 장기적인 청사진이 존재한다고 해도,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을 무기화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각국의 대응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트럼프주의는 이미 국제질서에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각국의 다자주의적 참여를 저해하고, 개발 협력을 국익 중심으로 재편한다.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도 더욱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주의 외교가 국제질서의 퇴보를 불가피하게 하는 임계점을 넘어설 것인지, 아니면 일정한 조정을 거쳐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갈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한국의 외교정책 또한 국익을 고려하면서 변화하는 국제질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단기적으로 비를 피하되 집을 고쳐야 하는 장기과제를 인식하고 국제적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

 

-전재성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동아일보(2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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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애니메이션 ‘너자’ 反美 코드 담아 역대급 흥행. 한때 美 전유물이었던 ‘소프트 파워’로 패권 戰場 확대?

 

-팔면봉, 조선일보(2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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