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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포트리스 아메리카' 꿈, 그 끝은 경기 침체"] ....

뚝섬 2025. 4. 11. 13:42

["트럼프의 '포트리스 아메리카' 꿈, 그 끝은 경기 침체"]

[머스크의 '감원 칼날'...파괴적 혁신인가 그냥 파괴인가]

[美서 번지는 ‘트럼프, 손 떼라’ 시위]

[트럼프의 '뷰티풀 월드']

 

 

 

"트럼프의 '포트리스 아메리카' 꿈, 그 끝은 경기 침체"

 

트럼프의 관세 정책, 19개월 뒤 美 중간선거서 평가 받을 것 

 

10일 오후 5시 기준.

 

“‘트럼프 관세’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긴 어렵지만 미국이 결국 경기 침체라는 아주아주 암울한 결말을 맞이할 것이란 점은 확실합니다.”

 

무역이 일자리와 지역 경제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로 저명한 고든 핸슨 하버드 케네디스쿨(행정대학원)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결국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핸슨 교수는 3일 WEEKLY BIZ와 화상으로 만나 “트럼프는 미국 시장을 위한 생산은 미국 땅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미국의 요새화(Fortress America)’ 신념이 투철한 듯하다”며 “그러나 이는 되레 미국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를 동반한 물가 상승)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핸슨 교수와의 인터뷰는 트럼프가 지난 2일 주요 교역 상대국을 상대로 20%가 넘는 상호 관세를 매기겠다고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튿날 이뤄졌다. 트럼프는 지난 9일 주요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90일 유예하는 조치를 내놓고, 보복 조치로 맞선 중국에 대한 관세만 125%로 올린 상태(10일 오후 5시 현재)다. 그는 “앞으로도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선 무역 정책이 아닌 응징에 가까운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핸슨 교수는 데이비드 아우터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데이비드 돈 스위스 취리히대 교수와 함께 자유무역이 미국 내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해 온 대표적 학자다. 그는 지난해 2월 외교 저널 포린어페어스 지면을 통해 트럼프표 무역 정책의 이론적 틀을 마련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관세 장벽을 쌓는 미국

 

−트럼프는 무엇을 노리고 고관세 정책을 펼치나.

 

“트럼프의 정책은 무작위성과 충동성의 산물이라 그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다만 트럼프가 펼치는 관세 정책의 근간에는 ‘미국의 요새화’, 그러니까 미국 시장에서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제품만 거래돼야 한다는 진심 어린 바람이 숨어있는 것 같다. 아직 이런 바람을 명시적으로 밀어붙이진 않았으나, 이 신념을 담아 나온 정책이 관세 장벽이라고 본다. 이번 추가 관세 조치가 겨냥한 국가 중엔 기이해 보이는 나라도 있다. 우선 한국·일본과 유럽연합(EU) 등 가까운 동맹국을 상대로 한 관세 조치다. 동맹국들을 상대로 관세를 ‘협상 카드’ 삼아 무역 적자 축소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매우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관세는 무역 적자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발표된 상호 관세 정책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들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들을 왜 겨냥했는지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단지 변덕스러워 보일 뿐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높은 세율의 관세로 무역 적자를 축소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미국 제조업체는 생산 과정에서 부품이나 장비를 외국에서 수입하는데, 여기에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도 함께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무역 상대국이 보복 관세 등 대응 조치를 내놓기 때문에 무역 적자가 개선되기 어렵다.

 

−트럼프가 취임 이래 중국에 부과한 추가 관세율은 엄청난 수준이다. 이런 조치로 미국에서 사라진 일자리가 되살아날까.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미국 근로자들은 이미 20년 전에 (값싼 중국산 제품이 밀려 들어와)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이 일하던 공장은 이미 사라졌고, 당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이미 고령이다. 트럼프의 의도대로 가구·섬유 제조업이 미국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공장은 기존의 러스트벨트(제조업 쇠락 지역)에 생기진 않을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중국에 매기는 관세는 보복에 가깝다. 미국 근로자들이 (20년 전) 중국산 제품에 밀려나 일자리를 잃은 일에 화가 나 이번에 중국에 처벌을 가하는 듯하다. 이는 정치적으로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원하는 효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본다.” 

 

◇“관세 정책, 19개월 뒤 중간선거서 평가받을 것”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미국 경제에 미칠 파장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만들어낸 불확실성 때문에 미국 경제는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다. (관세 때문에 수입품 가격이 올라 물가가 상승하고, 기업들 비용 부담을 증가시켜 경제 성장이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고용을 줄이면 대규모 실업까지 일어날 수 있다. 다행스러운 건 중간선거(2026년 11월)가 2년도 아니고 정확히 19개월 남았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면 중간선거에서 미국 의회 주도권이 다시 민주당에 넘어가고 레임덕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세계적인 대공황 같은 광범위한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대공황 가능성은 작다고 보는 이유는.

 

“지금까지는 미국이 다른 모든 국가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관세 부과에 나선 것이지, 미국 외의 국가들 사이에서 무역 분쟁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다만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분의 1 규모에 이르러 미국 경제의 침체는 글로벌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 또 미국 외 다른 국가의 심각한 정책적 실수까지 이어진다면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수는 있다.”

 

관세 정책 덕분에 제조업 근로자들은 트럼프를 더 지지하지 않을까.

 

이 역시 트럼프의 뜻대로 잘 안 될 것으로 본다. 명확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관세를 동원해 미국을 요새화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자동차 공장은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인디애나 같은 기존의 자동차 산업 중심지가 아니라 노조의 힘이 약한 남부 지역에 들어설 것이다. UAW(전미자동차노조)가 지금은 트럼프 정책에 박수를 보낼 수 있지만, 3년 후에는 ‘우리 조합원을 위한 일자리는 대체 어디로 갔느냐’고 소리치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제조업은 미국 고용의 9%, 집착 버려야”

 

핸슨 교수는 ‘차이나 쇼크’의 대표적 연구자다. 차이나 쇼크란 중국의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기점으로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가 약 100만개 증발한 현상을 말한다. 핸슨 교수는 차이나 쇼크에 대한 미숙한 대응이 자유무역에 대한 분노와 트럼프 지지로 이어졌다고 본다. 다만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은 자유무역에 따른 일자리 감소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미국 내 전체 일자리 가운데 제조업 일자리 비율은 9.3% 정도로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차이나 쇼크가 미국 경제에 끼친 파장은.

 

“차이나 쇼크에 따른 미국 제조업의 붕괴로 제조업이 발달한 지역에선 많은 사람이 실업의 고통을 겪었다. 제조업은 대학 졸업장이 없는 사람에게 고소득 일자리를 제공해 왔는데, 이런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다시 이처럼 고소득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정부는 대학 학위가 없는 40세 이상의 제조업 근로자가 다른 지역이나 다른 산업 부문으로 이동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간과했다. 더구나 제조업 쇠퇴로 인한 불황은 전국적인 경기 침체가 아니라 특정 주, 특정 도시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나타났다. 연방 정부 차원의 폭넓은 지원이 이뤄지기 어려웠다. 이에 분노한 이들이 자유무역을 비난했다. 제조업이 몰락한 지역에선 서비스업 일자리가 다시 생겨나긴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자리는 주로 이민자들의 몫이 된다. 이 과정에서 ‘반(反)이민 정서’까지 생겨났다.”

 

−연방 정부와 주 정부는 차이나 쇼크에 어떻게 대응했어야 하나.

 

“우선 받는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받을 수 있는 실업 급여가 있어야 했다. 또 실업자들이 노동 수요가 있는 새로운 일자리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도 필요했다. 미국엔 전국 곳곳에 커뮤니티 칼리지(2년제 전문대)가 있어서 이러한 재교육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일부 지역에선 이와 같은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트럼프가 차이나 쇼크로 경제적 기반을 잃은 이들을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 전체 고용의 9%에 불과한 제조업 일자리에 대한 집착부터 버려야 한다. 서비스업 부문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의료·돌봄 분야가 대표적이다. 고령화에 따라 일자리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실업자들이 대학 교육 없이 직업 훈련을 통해 이 분야에서 필요한 자질을 갖출 수 있다. IT 분야에서도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다. 제조업 일자리로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버리면, 지역 경제 부활을 위한 원천이 될 일자리를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중국도 러스트벨트 문제 해결해야”

 

최근엔 ‘차이나 쇼크 2.0’이 중국을 때리고 있다. 20년 전 자유무역의 확대로 값싼 중국산 제품이 대거 유입되면서 선진국에서 제조업이 빠르게 몰락했다면, 이제는 기술 발전의 영향으로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산업 구조가 바뀌면서 중국 안에서도 일자리 파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5일 ‘중국이 스스로의 차이나 쇼크를 경험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창저우대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 2011~2019년 사이 중국에선 식품·의류·가구 등 12개 노동집약적 산업 일자리 400만개가 증발했다”고 전했다. FT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2019~2023년 이 산업 분야들에선 일자리가 340만개 더 사라졌다.

 

−중국이 경험하는 차이나 쇼크에 대해선 어떻게 봐야 하나.

 

“노동집약적 산업 내 일자리 감소는 경제 발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거치게 되는 통과 의례라 봐야 한다. 아시아에선 과거 일본이 그런 경험을 가장 먼저 했고, 한국과 대만이 뒤를 이었다. 섬유·신발 산업(경공업)에서 시작해 조선업·자동차 산업(중공업)을 거친 다음 전자 제품 산업 순서로 일자리 감소 현상이 빚어진다. 전환의 과정에서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지만, 다른 사람이 새로운 산업에서 취업 기회를 얻는다. 한국과 대만 같은 나라는 대도시에 대부분의 기능이 집중돼 있어 이러한 변화를 덜 체감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중국과 미국처럼 큰 나라에선 한 지역에서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전혀 다른 지역에 일자리가 생긴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서 러스트벨트 지역이 생긴 것처럼 중국에선 (중공업 중심지인) 랴오닝성을 포함한 인접한 세 성(동북 3성)이 ‘중국판 러스트벨트’가 됐다.”

 

−중국은 이러한 차이나 쇼크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우선 중국은 지역 대학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선양을 방문했을 때 중국 정부가 (중공업에 집중하다가 경쟁력을 상실한) 이 도시를 어떻게 현대적인 제조업 도시로 전환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중국 역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중국 중앙정부는 산업 발전의 목표를 제시하고, 각 지방정부가 이를 두고 경쟁하도록 했다. 그런데 중국 경제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경쟁에서 성공한 지역과 실패한 지역의 격차가 극명하게 갈리게 됐다. 제조업이 쇠퇴한 지역을 되살리려면 이러한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고 본다.”

 

◇“FTA, 미국에 대항하는 마지막 수단 될 수도”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은 관세 정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한국을 비롯해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자 동맹국들은 (미국에 대항해) 단합해야 한다. 미국은 개별 국가들의 분열을 유도한 다음 미국에 유리한 거래를 이끌어내려고 할 텐데, 이러한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 한국, 일본, 캐나다, EU와 멕시코는 ‘우리는 상호 협의를 통해 세계화를 달성했는데, 이러한 노력의 결실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깨고 있다’고 대응해야 한다. 개별 국가 단위로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에 현혹돼 미국에 굴복해선 안 된다. 마치 벌을 내리듯 하는 미국에 대항해 한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

 

−트럼프 시대에 FTA(자유무역협정)는 생명력을 잃었다고 보나.

 

“지금 FTA에서 특별한 점은 미국을 제외한 국가 사이에선 이 협정이 여전히 지켜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외 국가들은 지역 통합을 계속 지켜나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FTA가 미국에 대항하는 국가들의 단결된 전선(戰線)의 기초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한국을 비롯한 나라들은 ‘우리는 FTA를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해야 한다. 만약 자유무역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말이다.”

 

☞차이나 쇼크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값싼 중국산 공산품이 대거 수입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미국 내 일자리가 급감한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을 연구한 대표적 학자로는 고든 핸슨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 데이비드 아우터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데이비드 돈 스위스 취리히대 교수 등이 꼽힌다. 이들은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제조업이 발달한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실업과 불황이 발생했다”고 분석한다.

 

-홍준기 기자/김수진 인턴기자, 조선일보(2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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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감원 칼날'...파괴적 혁신인가 그냥 파괴인가

 

"9개월된 아기까지 대출해주는 방만함 탓"

 

파괴적 혁신일까, 파괴 그 자체일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휘두르는 칼이 미국 관가를 뒤흔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호 친구(first buddy)’로서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이 된 머스크가 ‘효율’을 강조하며 연방 정부 곳곳을 찔러대자 이에 반발하는 소송이 빗발친다.

 

머스크는 정면 돌파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만약 우리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미국 망할 것이다. 이 작업이 성공하지 않으면, 미국이라는 배는 침몰한다. 그래서 우리가 이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다. 머스크는 지금 미국 정부의 어떤 점이 문제라고 여겼길래 이 같은 ‘파괴’를 감행한 것일까. WEEKLY BIZ가 머스크와 DOGE의 발자국을 추적해봤다.

 

◇연방 공무원 인력부터 확 줄이는 DOGE

 

DOGE의 1차 목표는 인력 감축이다. 비효율적이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곳이라면 정부 기관이든 준정부 기관이든 폐쇄시키고 해고를 단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 국제개발처(USAID) 폐쇄였다. 1961년 설립된 후 미국의 국제 원조를 주관해 온 이 기관은 ‘외국에 돈을 퍼주는 조직’으로 찍히면서 하루아침에 청산 대상에 올랐다. 머스크는 X(옛 트위터)에 “USAID는 범죄 조직. 이제 죽어야 할 때”라고 썼고, 이후 진행된 대담에선 “USAID는 ‘벌레 먹은 사과’가 아닌 ‘벌레 뭉치’”라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도 “(USAID는) 일부 급진적인 미치광이들이 운영해 왔다. 우리는 그들을 쫓아낼 것”이라며 동조했다. 1만명에 달하는 직원은 즉각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여기까지는 예고편이었다. 지난 2월 11일, 트럼프가 연방 공무원의 인원 감축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DOGE는 ‘지연된 사직’이라는 이름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2월까지만 일하는 대신 급여는 9월까지 주겠다며 연방 공무원들의 퇴직을 종용했다. 약 240만명에 이르는 연방 공무원 중 3%에 해당하는 7만5000명이 이에 응했다.

 

DOGE의 인력 조정 칼부림은 지난달 17일 단행한 미국평화연구소(USIP)에 대한 침입 소동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났다. 이날 차량 세 대에 나눠 타고 온 DOGE 직원들은 USIP의 건물에 들이닥쳐 간판을 내리고 연구소를 폐쇄시켰다. 사흘 전 본부 직원 200~300명을 해고하겠다는 통보를 한 직후였다. 1984년 설립된 이후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국가를 찾아 평화 협상을 이끌고 재건을 돕는 일을 해왔던 기구가 한순간에 문을 닫았다. 이를 두고 어니 테데스키 예일대 예산연구소 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DOGE의 (궁극적) 목표는 철도·우편 서비스 같은 정부 서비스를 민영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 서방 국가들이 그렇게(민영화) 했듯이 분명 완전히 멍청한 생각은 아닌 듯하다”고 했다.

 

◇9개월 아기까지 대출해주는 방만함 탓에

 

머스크와 DOGE가 이렇게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건 지나치게 방만하게 운영됐던 연방 정부가 자초한 결과란 해석도 있다. DOGE는 지난해 기준 2조달러에 달하는 연방 정부 적자를 절반으로 줄이는 게 목표라고 얘기한다. 이를 위해 지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머스크는 특히 정부 내 낭비 사례가 만연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그의 인식은 그와 DOGE 팀이 폭스뉴스에서 공개한 사례들에서 잘 드러났다. 머스크는 “우리는 거의 매일 10억달러 이상의 낭비 사례를 발견하고 있는 중”이라며 “예를 들어 정부 기관이 시행하는 설문조사를 봤더니 (민간에서) 서베이몽키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면 약 1만달러의 비용이 드는 것을 10억달러를 써서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세청(IRS)은 신입 직원에게 노트북과 휴대폰을 제공하는데, 이 장비를 제공하는 일만 하는 직원이 1400명에 달한다고도 했다. 머스크는 공무원의 은퇴 서류가 여전히 수기(手記)로 작성되며, 1950년대부터 쌓인 은퇴 서류가 펜실베이니아주(州) 한 광산에 4억개 보관돼 있다는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사회보장시스템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120세 이상, 11세 이하에게 각 3억달러 이상씩의 중소기업청 대출이 나가는 사기 대출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9개월 된 아기가 대출을 받아간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머스크는 “만약 일반 회사가 연방 정부처럼 운영됐다면 즉시 파산하게 됐을 테고, 임원들은 체포됐을 것”이라고 했다.

 

◇터져 나오는 반발… 혁신 완료할 수 있을까

 

다만 이런 명분에도 머스크의 개혁 완수는 쉽지 않을 듯하다. 해고된 공무원·직원으로부터 제기된 소송만 벌써 최소 10건에 달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자문 기구에 불과한 DOGE가 정부 내부 정보에 접근하고, 특정 기관을 폐쇄하고, 직원을 해고하는 명령을 내릴 권한이 있는지에 대한 소송이다. 무엇보다 머스크의 임기가 곧 종료될 예정인 만큼 그의 개혁이 실질적인 성과를 보기 어렵다는 예상도 나온다. ‘특별 공무원’ 자격의 머스크는 1년에 130일까지만 정부에서 일할 수 있는데, 이 기간이 5월 말이나 6월 초에 만료되기 때문이다. 이때가 ‘머스크표 개혁’의 성패를 나누는 1차 판단 시점이 될 수 있다.

 

밥 호켓 코넬대 법학과 교수는 “머스크나 트럼프는 정부를 마치 주주가 지배하는 기업 같은 존재로 빠르게 바꿔 나가고 있다”며 “그러나 이들은 공공 부문의 핵심 역할이 주주 이익과 상관없이 필수적인 인적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란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고 WSJ에 전했다.

 

-조성호 기자, 조선일보(2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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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번지는 ‘트럼프, 손 떼라’ 시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갖고 있는 ‘문제적 기록’은 화려하다. 미국 역사상 두 번이나 탄핵 소추된 유일한 대통령이며, 중범죄자 꼬리표를 달고 취임한 첫 대통령이다. 그런데 재취임 두 달 만에 또 하나의 기록을 추가하게 됐다. 억만장자는 권력에서 손을 떼라”는 뜻의 대규모 ‘핸즈오프(Hands Off)’ 시위를 촉발한 대통령이 된 것이다. 요즘 미 전역은 반(反)트럼프 시위로 들끓고 있다. 5일(현지 시간)에만 50개 주, 1300여 개 지역에서 핸즈오프 시위가 벌어졌고 60만 명이 참석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시위대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라’ ‘사회보장에 손대지 마라’ ‘관세가 무섭다’ ‘교육에서 손 떼라’ 등 각양각색의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 무역 정책, 공무원 대량 해고, 복지 축소 등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전국적인 시위로 분출된 것이다. 시위 현장에는 트럼프 못지않게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이끄는 ‘퍼스트 버디’ 일론 머스크를 규탄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트럼프 2기에서 해고된 공무원이 벌써 12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특히 전 세계를 향해 융단폭격 식으로 퍼부은 ‘트럼프 관세’가 미국 증시부터 박살내면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상호관세 발표 직후인 3, 4일 이틀간 미국 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10% 안팎 급락하며 팬데믹 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장을 연출했다. 미 증시는 관세 폭탄을 맞은 나라들보다 더 많이 떨어져 이틀 새 1경 원에 가까운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이 같은 폭락 장세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비관론이 지배적이어서 더 무섭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미국 유권자의 절반 이상(54%)이 트럼프 관세 정책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올 초만 해도 관세 정책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반대보다 많았던 것과 딴판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세운 높은 관세 장벽이 미국 내 물가를 높이고 해외에 공장을 둔 미국 기업의 이익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 “그는 완전히 미쳐버렸다”는 직설적 표현으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비판했을 정도다.

▷이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발표 바로 다음 날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리조트로 날아가 골프를 즐기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금이 부자 되기 좋을 때”라고 썼다. 시위 현장 곳곳에서 “주식시장은 폭락하고, 트럼프는 골프 친다”는 분노의 외침이 들린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에도 “이것은 경제 혁명이며,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버텨내라”며 관세 전쟁을 강행할 뜻을 거듭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 막무가내로 힘을 휘두르는데 막을 사람이 없다. 분노한 시민들이 트럼프의 일방주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달아 줄 수 있을까.

 

-정임수 논설위원, 동아일보(2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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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뷰티풀 월드'

 

지속되는 언론의 부정적 ‘코브피피(covfefe)‘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7년 5월 31일 새벽 트위터에 한 토막의 글을 남겼다. 뜬금없는 내용에 트위터에서는 “코브피피가 무슨 뜻이냐” “외국어냐”는 격론이 벌어졌다. 이후 24시간 동안 #covfefe란 해시태그가 140만 번 쓰였다. 트럼프는 6시간 후 이 글을 삭제했고, ‘커버리지(coverage·보도)‘의 오타란 설이 유력해졌다. 하지만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과 소수의 사람들은 (코브피피가) 무슨 뜻인지 안다”며 부인했다.

 

트럼프는 스펠링을 자주 틀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례 없는(unprecedented)‘을 ‘전레 없는(unpresidented)‘으로 쓰는 식이다. 트럼프가 ‘스톨른(stolen·도난당한)‘이란 단어를 계속 ‘슈톨렌(stollen·독일식 크리스마스빵)‘으로 잘못 쓰자, 지난 2월 미국 언론은 “트럼프가 2019년 3월 이후 이 단어를 잘못 쓴 것이 최소 24번”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더 자주 지적받는 문제는 ‘그레이트(great·대단한)’ ‘휴즈(huge·거대한)’ ‘베리 빅(very big·아주 큰)‘처럼 단순한 어휘만 쓴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한 잡지는 “트럼프의 어휘력은 만 8세 수준”이란 연구 결과를 전했다. TV 토론을 분석해 보니,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이더라는 것이다. 2018년 비슷한 연구에서는 초4 수준으로 역대 미 대통령 중 최하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9월 미 정치 잡지 폴리티코 매거진은 ‘트럼프의 뷰티풀 월드‘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제한된 어휘 중에서도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단연 ‘뷰티풀(beautiful·아름다운)‘이란 의미였다. 이 잡지는 트럼프가 자신의 감세·보건 정책도 “뷰티풀 택스컷” “뷰티풀 헬스케어”로 표현했다며 온갖 것을 다 ‘뷰티풀‘로 묘사한다고 지적했다. 북한 김정은의 서한도 “뷰티풀 레터”라고 했다.

 

▶트럼프가 2일 상호 관세를 발표하며 미국으로 일자리와 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리얼리 뷰티풀(really beautiful·너무 아름답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 때 “사전에서 가장 뷰티풀한 단어는 관세”라고 하더니 진심이었나 보다. 그는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미 국채 금리 하락조차 “빅 뷰티풀 드롭(drop·하락)”으로 묘사했다. 자기 정책을 뒷받침할 예산안도 “빅 뷰티풀 빌(bill·법안)“이라고 부른다. 백악관에 앉아서 보면 온 세상이 장밋빛으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김진명 기자, 조선일보(2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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