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위기에 처한 삼권분립] ....

뚝섬 2025. 4. 29. 11:16

[위기에 처한 삼권분립]

[통합·경제 행보 李, 선거용 아닌 진심이길] 

[이재명 세 번째 대선 도전을 바라보는 기대와 우려]

[왜 우리는 잘못된 지도자를 선택하는가]

[민주 대선후보 이재명 확정… ‘2등 없는 1등’이 넘어야 할 산]

 

 

 

위기에 처한 삼권분립

 

[朝鮮칼럼]

DJ조차 78.04% 얻었는데 이재명 경선 득표율 89.77%
만약 그가 '절대 반지' 낀다면?
이건 단순한 비판 아니다
민주당서 대통령 나오면 입법·행정·헌법재판소 장악
분권과 견제 없이는 자유도 민주주의도 없다

 

12·3 비상계엄은 한국 정치의 파산 선고였다. 하지만 이제 더 큰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 삼권분립이 무너질 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그렇게 될 것이다. 설마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이건 민주당에 대한 단순한 비판을 넘어선 문제다.

 

삼권분립은 자유의 안전판이고, 공화국의 핵심 장치다. 권력 집중은 필연적으로 독재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헌법은 1948년 제헌 헌법부터 삼권분립을 규정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삼권분립은 1987년 민주화의 선물이었다. 그게 위험해졌다. 민주당 측 신임 대통령은 입법부에 이어 행정부를 장악한다. 헌법재판관 2명을 새로 임명해 헌법재판소도 사실상 지배한다. 탄핵 걱정도 없다.

 

착한 사람은 있어도, 착한 권력자는 없다. 인류가 공연히 삼권분립을 만든 게 아니다. 고삐 풀린 권력이 무얼 할지는 명약관화하다. 더욱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권력을 선용하는 정치가가 아니다. 선입견이 아니라, 그의 언행과 행적이 그렇다. 이 전 대표는 얼마 전 최상목 전 대통령 권한대행에겐 “몸조심하라”고 했다. 조폭이나 쓰는 말이다. 저는 권력 행사를 잔인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지난 총선 공천 때는 반명 세력이 모두 비명횡사했다. 찍히면 죽는다는 공포감이 퍼지며, 당내 이견과 비판이 사라졌다. 그 빈자리에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류의 아첨이 넘친다. 정청래 의원은 이재명 자서전을 “흐느끼며 읽었다”고 한다. 아부가 성행하고 비판이 사라진 건 동전의 양면이다. 민주화 세력이란 민주당의 자부심과 정체성은 휴지 조각이 됐다. 이번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89.77%를 얻었다. 민주주의 경선으로 보기 어렵다. 제왕적 총재로 불린 김대중 전 대통령도 78.04%에 그쳤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란 절대 반지를 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민주당의 행태도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개원 때부터 국회의 상식과 관습을 모두 깼다. 국회의장을 야당 단독으로 선출하고, 운영위‧법사위를 독식했다. 운영위원장은 1988년 13대 국회 이후 여당 몫이었다.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한다는 측면에서다. 운영위가 국회 운영을 총괄하고, 대통령실을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여당을 아예 인정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도 독차지했다. 법사위는 상임위가 의결한 법안의 위헌 여부와 자구의 적합성을 심사한다. 사실상 상원으로서,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그만큼 국회의 상생과 협치, 견제와 균형에 핵심적인 자리다. 그래서 2004년 17대 국회부터 제1당은 국회의장,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았다. 그런데 민주당은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이 관례를 깼다. 그 결과가 ‘다수의 폭정(tyranny of the majority)’에 의한 입법 독재다. 이렇게 국회를 망가뜨렸다.

 

22대 국회는 이재명의 방탄 국회였다. 국회가 한심하게도 한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막는 방패막이로 전락했다. 30번의 줄탄핵으로 국정을 마비시킨 것도 그 때문이다. 정치력이 미숙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으로 맞서며, 나라를 두 쪽 냈다. 하지만 이 국가적 재앙의 근원은 국회의 오랜 관례가 무너지며 시작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관례가 국회법 위에 있을 수 없다”며, 상임위 배정 표결을 강행했다. 국회의장 스스로 국회의 훌륭한 전통을 깨고, 법으로 정치를 대체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국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명령을 따라 일하는 것이 민주적”이라고 했다. 민주주의와 법, 국민을 말하지만, 실은 그걸 파괴했다.

 

민주주의는 강한 정치 체제가 아니다. 오히려 섬세한 보살핌 없이는 쉽게 부패하고 무너진다. 경쟁자를 인정하는 상호 관용(mutual toleration), 법이 부여한 권한을 신중하게 행사하는 제도적 절제(institutional forbearance)가 민주주의의 연약성을 지키는 가드레일이다. 민주당은 이걸 모두 파괴했다. 이제 행정부와 사법부까지 손에 넣으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까?

 

이번 대선의 최우선 과제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다. 12·3 비상계엄의 원죄를 짊어진 국민의힘으로선 지난한 과제다.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으려면 뼈를 깎아야 한다. 먼저 진영을 초월한 국민 대선 후보를 세우고, 7공화국의 깃발 아래 범대한민국 연정을 구축하자. 연정이 승리하면, 개헌으로 87년 체제를 혁신해 국민을 통합하고, 성장 엔진에 다시 불을 붙이자.

 

-김영수 영남대 교수·정치학, 조선일보(25-04-29)-

______________

 

 

통합·경제 행보 李, 선거용 아닌 진심이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의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찾았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뿐 아니라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 묘소도 참배했다. 이 후보는 “국민이 찢어지지 않게 통합하는 온 국민의 후보가 되겠다”고 말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윤 전 장관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안철수 의원 등을 도왔었다. 이 후보는 보수 진영 인사들도 다수 접촉하고 있다고 한다. “장관은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으로 모시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SK하이닉스를 방문해 간담회를 열고 반도체 공약도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경제·통상 위기를 넘을 첨단 기술·산업 육성 전략을 밝히고 탄핵 사태로 인한 국민 갈등을 치유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이다.

 

다만 이런 통합과 경제 행보가 선거용 제스처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동안 이 후보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수시로 말을 바꾸곤 했다. 성장을 중시하는 ‘먹사니즘’ 정당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국민 25만원 지원과 남아도는 쌀 매입법, 노조 편향적인 노란 봉투법, 기업들이 반대하는 중대재해법과 상법 개정안, 반도체 연구직 주 52시간 예외 반대 등 포퓰리즘·반기업 정책을 밀어붙였다.

 

경제 살리기가 가장 시급하다면서 여·야·정 국정 협의체를 외면한 채 장외로 나갔다. ‘기본 소득 재검토’ 2주일 만에 기본사회위원회를 만들었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을 포기할 수 있다고 했다가 추경안에 10조원 지원금을 넣었다. 반도체 주 52시간 예외를 수용할 것처럼 말했지만 노조가 반발하자 입장을 바꿨다.

 

이 후보는 ‘불체포 특권 포기’를 수차례 공약했지만 자신의 체포동의안은 부결시켜 달라고 했다.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했다가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고 했다. 과거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만 참배하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은 친일 매국 세력의 아버지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독재자”라고 했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말이 바뀔 순 있지만, 대통령이 그래선 안 된다. 나라와 정책이 방향을 잃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반목과 갈등, 낙후뿐이다. 이 후보처럼 언행 변화의 폭이 크고 빈도가 잦은 경우엔 그런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이 후보는 앞으로 성장·실용·통합을 앞세우고 이념과 포퓰리즘을 멀리하기 바란다. 만약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 약속을 퇴임 때까지 지켰으면 한다. 그렇다면 국민 모두가 박수를 보낼 것이다.

 

-조선일보(25-04-29)-

______________

 

 

이재명 세 번째 대선 도전을 바라보는 기대와 우려

 

이재명 후보가 27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합산 득표율은 89.77%로 90%에 육박했다. 이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이념과 진영에 얽매여 분열을 반복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연설에선 통합을 14번, 성장을 5번 언급했다. 3년 전 후보 수락 연설에 등장했던 기본 소득 같은 말은 없었다.

 

이 후보는 이번이 세 번째 대선 도전이다. 2017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경선에서 패했고, 2021년에는 50.29%로 후보가 됐지만, 본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이 후보는 대선 패배 이후 이례적으로 바로 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됐고 당권까지 잡았다. 민주당이 장악한 입법부가 이 후보의 정치적 방탄에 동원됐다. 지난 총선 때 ‘비명횡사’ 공천으로 이 후보를 견제할 세력이 사라졌고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1인 정당’이 됐다.

 

이번 경선에서 이 후보가 얻은 90%의 득표율은 당내 기반이 확고했던 김대중·박근혜 전 대통령도 근접하지 못한 수준이다. 경쟁 후보가 “90% 가까운 표가 몰리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고 비판했을 정도다. 현재 지지율이 앞선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입법 권력과 행정 권력이 1인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후보가 통합과 공존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권력 집중에 대한 우려를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후보는 최근 “국가의 부는 기업이 창출한다”며 연일 친기업·친시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는 지난 3년간 중대재해처벌법이나 ‘노란봉투법’ 같은 반기업법을 쏟아냈다. 무엇이 이 후보의 진심인지 의구심을 갖는 국민에게 어떻게 신뢰감을 줄지 숙제로 남게 됐다.

 

이 후보는 “전쟁 위협이 사라지면 주가지수 5000도 결코 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은 안보 위협이 아니라 주요 산업에서의 혁신이 사라지고 인재가 유출되고 강성 노조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인 문제다. 그에 대한 해법을 내놔야 한다.

 

이 후보는 현재 대법원이 심리 중인 선거법 재판을 포함해 위증 교사, 대장동, 불법 대북 송금, 법인 카드 유용 등 12개 혐의로 재판 5개를 받고 있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형사 재판이 어떻게 되는지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후보는 “예송논쟁 같은 허튼 이념 논쟁에 빠지지 않고 실용적 관점에서 차이를 넘어선 통합으로 우리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이런 말이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한 일시적 변화가 아니길 바란다.

 

-조선일보(25-04-28)-

______________

 

 

왜 우리는 잘못된 지도자를 선택하는가

 

내가 국가를 선택할 순 없지만 국가 지도자를 선택할 순 있다
수천조원 예산 쓸 종복 뽑는 일… 그런데 왜 '가짜'에 더 끌리는가

 

나는 국가를 선택하지 않았다. 국가도 나를 뽑지 않았다. 국가와 나는 서로 선택하지 않았는데도 맺어진 관계다. 선택하지 않았는데 맺어진 관계, 이런 관계는 너무 삼엄해서 분리가 쉽지 않다. 때로 국가의 흥망 존속과 나의 운명이 비상하게 결부될 때도 생긴다. 내가 조국을 버릴 수 있고 조국도 나를 버릴 수 있다는 것은 관계 파탄과 절망감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뱉어낸 것일 뿐이다. 나는 국가를 선택할 수 없었지만 국가 지도자는 선택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는 국가라는 추상적 구성체를 대통령이라고 하는 실체적 법인격으로 환치시키는 작업이다.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나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주는 대신 나에게 국방과 납세 같은 의무를 이행토록 강제할 수 있다. 국가는 의지를 가진 인격체가 아니므로 대신 대통령 정부가 나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모아서 그것을 국가 예산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위임받았다.

 

이제 나는 개인적으로 아홉 번째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다. 회사에서 가까운 대형 서점에 들렀더니 평대에 브라이언 클라스의 ‘권력의 심리학’이란 책이 놓여 있는데, 검은색 띠지에 왜 우리 손으로 괴물을 뽑는가라고 쓰여 있었다. 불에 덴 듯 눈길을 끌기는 했지만 말이 좀 과하다 싶었는데, 결국은 ‘왜 우리는 잘못된 지도자를 선택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었다. 클라스는 명문 대학인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교수인데, 그는 “잘못된 관리인에게 ‘어둠의 3요소’라는 전형적인 신호가 드러난다”고 하면서 그것을 마키아벨리즘, 나르시시즘, 사이코패스 성향으로 요약했다.

 

지금 대권에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어둠의 3요소’에 이리저리 겹쳤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권력 의지가 왜곡된 정치인일수록 그런 성향들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서점에서 나오는데 일요 집회가 있었고, 초대형 스피커를 통해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선지자입니다. 내가 한 말 중에 틀린 말이 있었습니까”라고 외쳤다. ‘선지자’라는 말에 내 귀가 놀랐다.

 

엊그제 유튜브 방송 동료들과 보수 우파 후보들을 놓고 점수를 매겨본 적이 있다. 채점표 항목에는 ‘인기도, 정치 행정 능력, 국제적 감각, 청렴함, 신뢰도, 리스크’ 등 6가지를 담았다. 점수로 육각형을 만들어 경쟁력을 따졌는데, 1위와 꼴찌는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AI에 물었더니 ‘비전, 도덕성, 통합력, 정책 실현 가능성, 국민과 소통 능력 등을 봐야 한다’고 대답했다.

 

말은 아름다웠지만 실감은 나지 않았다. 그 말이 그 말 같고, 하나마나한 말 같고, 돌아서면 잊힐 말 같았다. ‘비전’은 믿을 수 없고, ‘청렴과 도덕’을 따지기엔 유권자들이 너무 지쳤다. 기준도 모호하다. 비위 혐의로 다섯 재판을 받고 있는 후보가 큰 차이로 지지율 1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을 따진단 말인가.

 

차라리 ‘사위를 삼는다면 누구인가’ ‘어떤 후보가 시아버지였으면 좋겠는가’ 같은 질문이 피부에 와닿지 않을까. 돈을 꿔줬을 때 약속한 날짜에 정확하게 돌려줄 사람은 누굴까. 총알이 날아오는 곳에서 적진을 돌파하는 군인이라면 어떤 후보에게 당신의 등을 맡기겠는가.

 

성경 일화처럼 먼 곳 떠나는 주인이 금돈 다섯 달란트를 맡겨야 한다면 어떤 종을 고르겠는가. 이번 선거는 대통령이란 직책에 당신의 위임을 받아서 임기 동안 국가 예산 수천조 원을 쓸 종복을 뽑는 일이다. 국가와 나는 한 몸이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국가를 맡기는가. 우리는 왜 가짜에게 더 끌리는가.

 

-김광일 논설위원, 조선일보(25-04-28)-

______________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득표율, 0.23%포인트 더 얻었으면 90% 도달할 뻔. 일극 체제의 완결판인가.

 

-팔면봉, 조선일보(25-04-28)-

______________

 

 

민주 대선후보 이재명 확정… ‘2등 없는 1등’이 넘어야 할 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7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서 21대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후보 수락 연설 전 양손을 들고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고양=박형기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27일 89.77%의 최종 득표율로 민주당의 21대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2022년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패했지만 3년 만에 당의 공식 후보로 두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서게 된 것이다. 이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불평등과 절망, 갈등과 대결로 얼룩진 구시대의 문을 닫고, 국민 대통합으로 희망과 사랑이 넘치는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또 “더 낮은 자세로 대통령의 제1과제인 국민통합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선은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각각 6%대와 3%대 득표에 그쳤을 만큼 이 후보의 유례 없는 압승으로 끝났다. 사실상 이 후보가 ‘2등 없는 1등’을 차지한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당 지지층과 당원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치러지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정권교체를 이룰 확실한 카드로 이 후보를 선택하고 전폭적 지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압도적 정권 탈환을 통해 내란과 퇴행의 구시대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이 후보가 170석 거대 정당의 공식 지원을 등에 업고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게 된 만큼 한층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고 볼 수 있지만 그의 대선가도엔 넘어야 할 산들도 많다. 우선 이 후보의 대선 승리는 입법 권력에 이어 행정 권력, 사법 권력까지 장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이 원하면 대통령 거부권 없이 무엇이든 법률로 만들어 시행할 수 있게 된다. 이 후보가 이를 의식한 듯 수락 연설에서 ‘통합’이라는 단어를 14번 사용하고 “공존과 소통의 가치” “대화와 타협의 문화” 등을 강조했지만 일방 독주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국정 운영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이 후보는 또 “어떤 사상과 이념도 국민의 삶과 국가 운영 앞에선 무의미하다”라며 “더는 과거에 얽매여, 이념과 사상 진영에 얽매여 분열과 갈등을 반복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최근 이 후보가 중도보수를 강조하고 실용주의 행보를 보여왔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2기가 불러온 무한대결 세계질서, 인공지능(AI) 시대에 “우리 안의 이념이나 감정은 사소하고 구차한 일”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런 메시지가 립서비스가 아니라 구체적인 공약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 후보는 최근 기업 중심 성장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기업 경영을 옥죌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상충하는 메시지로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이제 국정 최고 지도자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총체적인 국민 검증을 받아야 할 시간이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과 이 후보의 압도적 지지율이 ‘당심 90%’라는 경선 결과로 이어졌지만, 반대파와 소수파의 목소리가 묻힐 경우 이 후보에겐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문에서 민주당을 향해 관용과 자제, 대화와 타협을 주문한 것도 거듭 되새길 필요가 있다. 큰 권력을 쥐었을 때 절제할 줄 아는 정치인이란 점을 보여줘야 한다. 말과 행동, 공약에서 믿음이 확인돼야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동아일보(25-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