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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카 공익 제보자' 조명현님, 미안합니다] ....

뚝섬 2025. 5. 3. 09:00

['법카 공익 제보자' 조명현님, 미안합니다]

[이재명 대선 후보 아들은 왜 삼청각에서 결혼하나]

 

 

 

'법카 공익 제보자' 조명현님, 미안합니다

 

내부 고발자의 용기는 보호받을 수 있을까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요? 이민 가야죠. 코스타리카 알아보고 있어요.”

 

사석에서 가끔 이런 말을 한다. 북중미 코스타리카는 ‘은퇴 이민지’의 우선순위로 꼽힌다. 날씨도 좋고, 물가도 싼 데다, 치안도 괜찮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이 딱 한 달 남은 지금도 구체적인 이민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는 걸 보면, 내 말에 진정성은 없다. 대선에서 이재명이 이길 가능성이 없어서는 아니다. 90%에 이르는 득표율로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그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중이잖은가? 내가 믿는 구석은 스스로에 대한 자각, 즉 나 정도 미미한 인물에게까지 위해를 가할 리 없다는 판단이다.

 

이런 나와 달리 실제로 두려움을 느끼는 이가 있을 수 있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조명현. 20대 대선이 막바지에 달한 2022년 2월, 이재명의 아내 김혜경이 경기도 법인 카드를 유용하고, 자신을 포함한 경기도청 공무원을 사적으로 부려먹었다는 의혹을 세상에 알린 ‘법카 공익 제보자’다. 그의 폭로는 상당 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조씨와 같이 김혜경의 의전을 담당한 배모씨는 공직선거법상 기부 행위 위반과 더불어 대선 때 한 “후보 가족을 위해 약 대리 처방 등 사적 용무를 처리한 사실이 없다”는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유포로 인정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고, 이재명도 총 1억653만원에 대한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재판은 아직도 공판 준비 기일 단계. 대선 전까지 재판이 한 번이라도 열릴 확률은 지금으로선 없다. 법카 의혹을 언론사에 제보한 건 벌써 3년 전. 대체 일이 왜 이렇게 돼버린 걸까? 그가 쓴 책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법카’를 통해 그간 사정을 정리해 보자.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와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법카) 불법 사용과 불법 의전을 고발한 조명현씨가 2021년 경기도지사 공관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냉장고 안에 모닝 샌드위치 3종 세트가 들어 있다. 그는 “경기도 법카를 마르고 닳도록 긁었다”고 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2021년 3월 초부터 경기도청에서 일한 조씨가 법카 의혹을 폭로한 계기는 2021년 12월, 언론 보도로 자신이 그간 했던 것이 다 ‘불법 의전’이라는 것을 안 일이다. “순간 강한 충격을 받았다. 도지사 이재명 비서로서 ‘사모님팀’에서 근무할 때는 당연하게 생각한 일들이었다.” 그는 아내에게 상의했고, 다음과 같은 대답을 얻는다. “잘못된 일을 한 사람들이 대한민국 대통령과 그 부인이 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 그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보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가족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차선책으로 선택한 언론사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겨우 소개받은 지인 덕에 SBS 뉴스에 법카 의혹을 터뜨릴 수 있었지만, 그 뒤 조씨는 모텔을 전전하는 도피 생활을 해야 했다.

 

돈이 목적이다, 의도가 불순하다 등 조씨를 향한 민주당의 공격이 이어졌지만, 진짜 두려운 것은 이재명 쪽 인사의 연락이었을 것이다. “명현아, 백XX이야. 통화 좀 할 수 있을까?” 그러던 중 대선 날이 왔고, 윤석열 후보가 0.7%p 차로 승리한다. 조씨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상황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이재명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가 당선됐고, 민주당 당대표까지 됐다. 나는 또다시 은둔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직장은 고사하고 밖에 나가는 일조차 신경을 써야 하는 처지였다.” 

 

조명현씨가 쓴 회고록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카'.

 

놀라운 일은 또 있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김혜경과 배모씨를 검찰에 송치했지만, 이재명에 대해선 “관여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2022년 12월 불송치해 버린다. 조씨는 분노했다. 경기도청 관용차와 예산이 김혜경을 위해 사용됐고, 경기도청에서 국회 소통 업무 담당인 배모씨는 국회 출입 기록이 아예 없는데, 이게 도지사 이재명의 관여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2023년 8월, 이재명을 부패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 수원지검은 경기도청 압수 수색 영장을 청구하지만, 법원은 기각한다. 조씨는 또다시 분노했고, 수원지법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 덕분인지 검찰은 영장을 재청구해 압수 수색에 성공한다.

 

그해 10월,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은 조씨는 그간 숨겼던 얼굴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내 일상을 되찾고 싶은 간절함”에서였다. 내부 고발자라는 사정상 안정적 일자리를 구할 수 없기에 야간 택배로 생계를 유지했지만, 그 과정에서 어깨를 다쳐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된 터였다. 그렇게 그는 신용 불량자가 됐다. 일가친척의 도움을 얻고, 또 빚을 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앞날은 막막했으니, 원래 일상에 대한 갈망이 왜 없겠는가? 국회 정무위원장 직인이 찍힌 출석 요구서까지 받은 조씨, 하지만 출석에 합의해 준 민주당은 그 사람인 줄 몰랐다”며 취소를 요구했다.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 앞에서 국힘은 무력하기만 했고, 국회 출석은 그렇게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 카드 불법 유용 의혹'을 공익신고한 전직 경기도 공무원 조명현씨가 2023년 10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조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국감에 출석하는 대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저는 여전히 두렵습니다. 보잘것없는 힘이지만 이렇게라도 나서서 올바른 대한민국이 되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려 이 자리에 섰습니다.” 얼굴과 이름을 드러낸 조씨에게 여러 언론사가 출연을 요청했지만, 그를 향한 관심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그간의 일을 쓴 책도 생각만큼 많이 팔리진 않았다.

 

검찰 수사도 더뎠다. 법카를 쓴 장소가 워낙 많다 보니 해당 매장의 전표를 확인해야 했는데, 민주당은 ‘300번 압수 수색’을 들먹이며 검찰에게 과잉 수사 프레임을 덧씌웠다. 법카 관련해서 이재명이 기소된 것은 2024년 11월 19일, 너무 늦은 기소였지만 조씨 입장에서는 ‘드디어 일이 되려나’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부터 보름 후 벌어진 계엄 선포는 그 희망마저 앗아가 버렸다. 이로 인해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함으로써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됐고, 이재명은 현재 대통령이 될 확률이 가장 높은 후보다.

 

게다가 이재명은 뒤끝이 있는 분.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의 핫이슈였던 소위 혜경궁 김씨 의혹에서 ‘혜경궁 김씨=김혜경’이라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경찰은 이재명 캠프에서 대변인을 지낸 백종덕 변호사에게 경찰 간부의 뇌물 수수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다. 2021년에는 캠프 관계자가 대장동 관련해 이충상 경북대 로스쿨 교수를 고발했다. 대장동과 관련한 언론의 취재에 응한 게 이유였는데, 기사에 나온 다른 전문가들은 놔두고 이 교수만 고발한 것은 그가 과거 법관 시절 이재명의 ‘검사 사칭’ 사건 1심 재판장으로 유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그래서 조씨는 이번 대선이 절박하다. 궁금하다. 그는 과거의 공익 제보를 후회하지는 않을까? 그의 속마음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앞으로 보수 쪽에선 공익 제보가 나오기 어렵다는 점이다.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조선일보(25-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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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선 후보 아들은 왜 삼청각에서 결혼하나

 

힙한 한옥 예식장 된 '요정 정치'의 산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부가 지난 2018년 6월 삼청각에서 열린 추미애 의원의 딸 결혼식에 참석했다. /여성조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장남(33)이 6·3 대통령 선거 직후 결혼식을 올린다. 장소는 서울 북악산의 삼청각.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 가정의 개혼(開婚)이라 각계의 관심이 쏠리지만, 이 결혼식에 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 이 후보 측은 아주 소수의 가족·측근만 초대하는 ‘스몰 웨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정 정치의 산실’로 알려졌던 삼청각이라는 ‘베뉴(venue·장소)’를 택한 게 특히 눈에 띈다.

 

◇“조기 대선 누가 예상했나”

 

대선 직후인 데다 다소 정치적인 장소다. 혼주가 대통령 신분일 수도 있다. 구태여 왜 이 시점, 이 장소인가. 조금(혹은 많이?) 늦추거나 더 평범한 장소를 골라도 좋지 않았을까.

 

이재명 후보 측과 민주당 주변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렇다. 우선 2025년 6월 초에 대통령 선거라는 빅 이벤트가 펼쳐질 줄 몰랐다(!). 20대 대선은 2022년 3월이었고, 예정대로라면 다음 대선은 2027년 3월이었을 것이다. 일정대로라면 굵직한 선거가 없는 이 즈음이 결혼식을 치르기 적당했을 것 같다.

 

30대에 접어든 장남은 장기 연애 중. 이 후보의 예비 며느리는 지난 대선 때 캠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 커플도 다른 예비 부부와 마찬가지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로 밀려 있던 ‘결혼 수요’가 폭발하고, 그사이 결혼식장은 줄줄이 도산. 마음에 드는 결혼식장을 원하는 날짜에 잡는 것 자체가 전쟁이다. “올해 6월에 대선이 있을 줄 누가 알았나요. 평시였다면 이 후보가 공식적으로 며느리를 보고 난 뒤, 경사가 있었다는 소식이 알려졌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겁니다. 예비 부부의 스케줄과 국사(國事)가 공교롭게 맞아떨어진 것이지요.”(민주당 관계자)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는 이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청각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야외 결혼식장은 착석 기준 150명 안팎. 정국 상황과 이 후보의 정치적 입지 등을 고려해 화려하지도 왜소하지도 않은 이곳을 고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확정된 후 아예 결혼식을 미루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예비 부부가 당사자인 만큼 당초 계획대로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대선 결과에 따라 경호 등의 이유로 장소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청각은 드론 촬영이 어려워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적격”이라고 했다.

 

실제로 삼청각은 최근 매우 인기 있는 결혼식장이다. 신구(新舊)의 조화랄까. 말쑥한 턱시도와 눈부시게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랑 신부가 파란 하늘과 한옥을 배경으로 ‘힙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곳. ‘럭셔리’의 상징인 신라·워커힐 호텔만큼은 아니어도 꽤 세련된 느낌의 결혼식장으로 떠올랐다. 야권 인사들의 자녀가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가수 현아와 용준형은 지난해 10월 삼청각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연합뉴스

 

◇남북회담에 이명박 檢 조사도

 

삼청각은 독특한 현대사적·문화적·정치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이 말은 1970~80년대 ‘요정 정치’에서 출발했다는 게 정설이다. 요정은 접대부를 고용해 고급 요리와 술, 음악과 향응을 판 유흥 업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정치인과 고위 관료, 재벌, 군 장성들이 모이던 ‘밀실 정치’의 상징적 공간이었다. 실력자들이 모인 야심한 밤에 국가의 중대사가 결정됐다.

 

그래서일까. 환갑·칠순 잔치로도 인기 있는 장소다. 직장인 송모(41)씨는 지난해 아버지 칠순 잔치를 이곳에서 치렀다. 그는 “식대가 상당히 비싸고 교통도 불편한데 아빠가 콕 집어 요구했다”며 “그 시대 어른들에게는 로망이 있는 장소인 것 같다”고 했다.

 

삼청각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직후 남북 적십자회담 만찬 장소 등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지어져 ‘국빈 접대 회담장’으로 사용됐다. 1975년부터 ‘유흥음식점’으로 등록해 운영되면서 ‘3대 요정’으로 이름을 날렸다. 다른 두 곳은 서울 종로구 오진암, 성북구 대원각(현 길상사). 삼청각은 폐업 위기를 거쳐 서울시 문화유산으로 등록, 현재는 대경인텔리전트라는 웨딩 업체가 위탁 운영을 맡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여기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낙연 전 총리가 의원 시절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술잔을 기울인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결혼식 장소로 인기 있는 삼청각 일화당 전경 / 자료사진

 

요즘 정치인은 21세기에 데뷔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삼청각 시대’의 끝물을 맛본 한 법조인의 회고는 이렇다. “연수원 때 한 선배가 초대해 가봤는데, 잘나가는 법조인들은 그곳에 모인다고 했습니다. 수준급의 3인조 밴드가 나왔고, 옆자리에 앉은 30~40대 여성 분이 음식을 먹여줬어요. 성인이 되고 누가 밥을 먹여주는 건 처음이었죠. 여자 동기도 같은 대접을 받았는데, 그래도 꽤 품격 있는 자리로 기억합니다.” 참고로 양복 바지를 벗고 ‘고쟁이’ 차림으로 식사하는 게 일종의 요정 문화였다고 한다.

 

-김경화 기자, 조선일보(25-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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