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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가 망친 '음악 생태계']

뚝섬 2025. 5. 5. 20:38

유튜브가 망친 '음악 생태계' 

 

2019년 9월 네이버 온스테이지에 출연한 국악 밴드 이날치/유튜브

 

10여 년 전 대학생 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을 썼다. 당시 멜론은 접속 첫 화면 최상단에 그날 나온 신곡들을 띄워줬다. 한 시간 남짓인 통학길에 그날의 신곡들을 듣는 것이 작은 취미였다. 이름만 아는 그 가수가 후에 지상파 가요 방송이나 오디션에 나오면 괜스레 반가웠다.

 

2020년 무렵 멜론 애플리케이션 구조가 바뀌었다. 최상단에 걸린 최신 음악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당신이 좋아할 음악’ 등의 방식으로 이용자 취향을 분석한 추천 음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멜론은 당시 개편 공지에서 “쉬운 이용 환경을 구축하고 개인화를 강화했다”고 했다.

 

동영상 시청 플랫폼 유튜브가 명실상부 세계 최대 규모 소셜미디어로 도약하던 때였다. 2005년 출범해 이듬해 구글에 인수된 유튜브는 이용자 시청 데이터를 분석한 ‘알고리즘’으로 사실상 업계에서 독점 체제를 구축했다. 이런 흐름에 멜론 등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도 너도나도 이용자 취향을 분석한 추천곡 서비스를 내놨다. 이런 노력에도 멜론은 2022년 음원 서비스 최강자의 자리를 유튜브 뮤직에 내줘야 했다.

 

유튜브에 권좌를 빼앗긴 건 멜론만이 아니었다. 유튜브가 도약하는 동안 트위터(현재 X)가 운영하던 ‘바인’과 구글 경쟁사 야후가 운영하는 ‘야후 비디오’ 등 다른 동영상 플랫폼들도 경쟁에서 밀려 서비스를 중단했다. 국내에서도 ‘다음 tv팟’ ‘판도라TV’ 같은 유사 서비스들이 이용자 감소 여파로 문을 닫았다.

 

2023년엔 국내 대중음악 팬들에게 아쉬운 소식이 전해졌다. 2010년 등장해 인디와 메이저, 신인과 기성을 불문하고 실력 있는 뮤지션이라면 무대에 오르던 네이버 ‘온스테이지’ 서비스마저 사라진 것이다. 13년간 온스테이지 무대에 오른 아티스트만 650여 팀, 제작한 영상만 3000편에 달한다. 판소리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국악 밴드 ‘이날치’도 이 무대 출연을 기점으로 스타가 됐다.

 

올해로 유튜브가 탄생 20주년이다. 유튜브 뮤직은 10년이 됐다. 알고리즘은 갈수록 우리에게 익숙한 것만 보여준다. 취향은 납작해지고 대중음악 파이는 갈수록 줄어간다. 신인 가수가 간택되기엔 그 ‘벽’이 너무 높다.

 

주지하다시피 음악은 우리에게 위로와 치유를 선물한다. 1차 세계대전 때 한 병사가 무심코 내뱉은 크리스마스 캐럴이 독일·영국군 간 비공식 휴전을 성사시켰다는 따뜻한 에피소드도 있다. 미래를 이끌 신인들이 활동할 장이 줄어드는 모습을 목격하는 게 즐거울 수 없는 이유다.

 

알고리즘이 아닌 신인 창작자 중심의 플랫폼이 다시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익성을 따지면 쉽지 않은 일이니 만큼, 정부의 지원도 때로 필요하다. 유튜브 20년의 폐해가 곳곳에 적지 않지만, 납작해진 음악 생태계의 복원 역시 시급한 과제다.

 

-김동현 기자, 조선일보(25-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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