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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인구 비중 세계 최저… 행복도도 낙제점] [소년병사] ....

뚝섬 2025. 5. 6. 08:21

[어린이 인구 비중 세계 최저… 행복도도 낙제점] 

[소년병사] 

[겁나는 가정의 달]

 

 

 

어린이 인구 비중 세계 최저… 행복도도 낙제점

 

14세 이하 어린이 인구가 지난달 539만 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체 인구 대비 10.5%다. 이는 인구 4000만 명 이상인 37개국 중 가장 낮은 비율로 세계 평균치(24.7%)의 절반도 안 되며, 한국보다 17년 앞서 초고령사회가 된 일본(11.4%)보다도 낮다. 17개 시도 가운데 어린이 인구 비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서울(8.9%)이고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시(17.7%)다.

어린이날이 공휴일로 지정된 1970년대만 해도 어린이 인구 비중은 43%, 65세 이상은 3%로 세계 각국과 비교하면 젊은 나라에 속했다. 그런데 지금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어린이 비중의 2배다. 지금 같은 저출산 고령화가 지속되면 25년 후엔 어린이 인구는 8%로 쪼그라들고 65세 이상은 40%로 불어날 전망이다. 연령대별 인구 분포가 아래는 좁디좁고 위로 갈수록 비대해지는 역삼각형 형태로 바뀌고 있다. 부양 부담만 커지는 암울한 인구 구조다.

어린이 행복도도 수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2024 아동행복지수’에서는 어린이 행복도가 100점 만점에 45점으로 낙제점 수준이었다. 공부는 권장 학습 시간보다 더 오래 하고, 잠은 적정 수면 시간보다 훨씬 적게 자는 생활 습관 탓이 크다. 기저귀 떼기 전부터 사교육을 시작해 영어 유치원 입학을 위한 ‘4세 고시’, 유명 영어와 수학 학원 수강용 ‘7세 고시’를 거쳐 초등학생이 되면 수학 문제가 수능 만점자도 풀기 어렵다는 ‘초등 의대반’을 준비하는 세태다.

 

공부만 하고 놀지 않는 아이가 건강할 리 없다. 밤늦게까지 공부하거나 스마트폰 하느라 불면증을 겪는 어린이는 13%이고, 소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겪는 초등학생도 10만5000명으로 4년 전보다 2.3배로 늘었다. 영유아 사교육 열풍이 뜨거운 서울 강남 3구 9세 이하 어린이의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단은 4년새 3배로 늘었다. 유아기부터 시작되는 지나친 선행학습은 뇌 기초공사를 할 시기에 고층 빌딩을 짓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학습 능력과 감정 조절 기능이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쉽게 마음의 병을 얻고 무너진다는 것이다. 돈 써서 아이 망치고 있는 셈이다.

▷행복지수가 높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방과 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53분 길고, 운동하는 시간은 17분 길었으며, 학원에서 공부하는 시간은 38분 짧았다. 일하는 어른들도 워라밸을 챙기면서 왜 한창 뛰어놀 아이들에겐 놀 권리를 주지 않나. 행복하게 자란 아이가 커서도 행복하다.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아이도 낳고 싶어진다. 적게 낳아 불행하게 키우는 바보짓은 이제 그만하자.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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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병사

 

[임용한의 전쟁사]

 

고려, 조선시대는 쌀과 같이 현물로 내는 세금과 노동력을 제공하는 역이 있었다. 역의 종류는 대단히 다양했는데, 대략 15, 16세부터 징발 대상자가 되었다. 이 나이 기준은 군역도 같았다. 다만 실제 군복무를 하는 사람은 전문성이 있는 무사나 최소한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고, 대부분은 군복무를 하는 사람을 대신해서 농사일을 해주거나 비용을 후원했다.

하지만 임진왜란 같은 국민을 총동원해야 하는 전쟁이 벌어지면 16세 소년이라도 법적으로는 군에 징발될 수 있었다. 조선시대 기록에는 병사들의 평균 나이는 물론이고 소년병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지만, 소년들을 동원하고 전투나 정찰에 투입한 사례는 적지 않았을 것이다. 정충신 장군도 16세에 임란에 참전했다.

근대 유럽의 군대에서도 소년병들이 꽤 있었다. 많은 전쟁화에서 북 치는 병사는 늘 동안의 소년이다. 더 유용했던 건 기마전령이었다. 몸이 가볍고, 작은 소년들은 전령으로 훌륭한 활약을 했지만, 그만큼 위험하고 희생도 컸다.

 

보이스카우트는 대영제국과 남아프리카 지역의 네덜란드계 보어족 간 전쟁인 보어 전쟁 당시 소년 정찰대원을 운영한 경험에서 탄생한 단체다. 소년병들이 아주 훌륭한 활약을 했기에 청소년들을 아예 제대로 조직해서 전쟁에서 활용하자고 만든 단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1924년에 ‘소년척후대’란 이름으로 조직됐다.

18세 미만을 군인으로 동원하는 것은 국제 규약 위반이다. 그런데도 소년병은 가혹행위, 야만적인 전쟁 범죄에 곧잘 동원되곤 했다. 현재도 특정 지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의 선진 문명국에서는 청소년 보호에 열심이다. 그러나 이를 문명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견고한 토대인 것처럼 자만해선 안 된다. 전면전이 벌어지고, 국토가 초토화되는 전쟁 상황이 온다면 소년병뿐 아니라 모든 야만적인 행동은 바로 부활한다.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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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는 가정의 달

 

가정의 달 5월은 명절 못지않게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같은 기념일을 챙기려니 계획 짜느라 스트레스, 돈 나가서 스트레스, 차 밀려서 스트레스 받는다. 물가가 다락같이 오른 올해 가정의 달은 아예 ‘가난의 달’로 불린다. 월별로 따지면 12월 다음으로 결혼을 많이 하는 시기여서 주말마다 돌아오는 결혼식까지 다니다 보면 5월은 ‘탈탈 털리는 달’이 되기 십상이다.

▷특히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모두 챙겨야 하는 40대들 부담이 크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40대 가정의 달 추가 지출 규모는 평균 56만9000원. 어린이날 아이들과 유명 놀이공원에 다녀온 사람들은 어린이 종일 이용권 5만 원에 외식비와 간식비, 기름값까지 최소 20만 원을 썼다고 한다. 어버이날엔 카네이션 꽃바구니 6만∼8만 원, 트로트 가수 포토카드를 사은품으로 주는 홍삼 선물세트가 최소 10만 원대이니 양가 부모님 뵙고 오는 데 식사비를 제외해도 30만 원이 넘게 든다.

▷각종 기념일에 5만∼10만 원 하는 결혼식 축의금까지 ‘지출의 달’ 목돈 마련을 위한 서민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배달 같은 단기 알바를 뛰거나 휴일과 야간 근무로 특근 수당을 챙긴다. 중고사이트에 물건을 내다 팔아 현금화하고 5월 전후로 식비와 여가비를 최대한 졸라맨다. 정기 적금을 들고, 미리 들어둔 적금이 없으면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거나 예금 가입과 동시에 이자부터 주는 적금에 가입해 ‘텅장(텅 빈 통장)’을 채워 넣는다.

 

▷가정의 달 후유증이 커지자 기념일 무용론도 제기된다. “요즘 애들은 모두 금쪽이여서 365일 어린이날인데 꼭 어린이날이 있어야 하나” “명절과 생신 챙기는데 효도하는 날까지 따로 정해져 있어 부담된다”는 것이다. 어버이날 양가 부모님 찾아뵙는 순서, 선물이나 식대 지불 문제로 명절 못지않게 부부싸움을 한다는 집들도 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없애고 대신 ‘가족의 날’을 만들어 한 번만 지내자는 제안도 나온다.

▷외국에도 ‘마더스 데이’가 있지만 후유증 얘기는 없다. 수수한 꽃다발을 건네는 정도로 부담이 크지 않다고 한다. 가정의 달 특수를 노리는 장사꾼들은 ‘돈 가는 곳이 마음 가는 곳’이라 부추기지만 부모 자식 간 정이 봉투로 전달될 리 없다. 요즘 TV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늦둥이 자녀를 키우는 프로그램이 화제인데 다들 여유 있게 사는 집이지만 아이들이 웃는 순간은 아버지와 김밥을 만들어 먹거나 동네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는 때다. 그런 소소한 일상을 부모님과 공유하는 것이 효도 아닐까. 제사상 차리기 힘들어 명절이 싫듯, 놀이공원 입장료와 인기 가수 포토카드 부담에 가정의 달이 ‘겁나는 달’이 돼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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