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의 위기와 히틀러]
[“‘브’ 뭐 나라 망가져” “중국은 적국”… 외교 부메랑 될 경솔한 언사]
중산층의 위기와 히틀러
[임용한의 전쟁사]
독일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의 소련 침공은 참사로 끝났다. 패주하는 독일군을 추격해서 마침내 소련군이 독일 영토로 진입했다. 소련 병사들이 목격한 독일 농촌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마을은 깔끔하게 구획돼 있고, 도로는 포장돼 있으며, 기반 시설은 잘 갖춰져 있었다. 가옥은 구조에서 훌륭하고 마당에 과일나무를 심은 집들도 많았다. 소련 병사들은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렇게 훌륭한 곳을 놔두고 왜 우리나라를 침공한 거야.”
당시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이 훌륭한 나라가 왜 히틀러를 선택했을까라고 의아해했다. 독일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를 이루는 조건으로 거론되는 두꺼운 중산층, 합리적인 사회, 지방 분권, 유럽 최고의 평균 교육 수준과 낮은 문맹률을 갖춘 나라였다.
현대 민주주의 체제를 탄생시킨 요인은 직업과 사회의 다양성, 개인의 욕망 실현을 위한 자유의 보장이었다. 그것은 성장 욕구를 키워주는 동시에 불안감을 준다. 중산층은 안정된 계층 같지만 실은 대단히 불안정한 계층이다. 풍족한 삶을 이룬 듯하지만, 부자들처럼 충분하지도 않다. 급격한 경기 변동이나 노후에 대한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재산은 집 한 채와 소득이 없다면 1년을 버티기도 힘든 약간의 예금이 전부다. 직업은 너무 다양해서 공동의 이익을 찾기도 어렵다. 중산층 전체를 위한 정책을 찾아낸대도 부자에겐 힘과 특권에서 밀리고, 노동자에겐 투쟁력에서 밀린다.
막연해진 소망을 안고 그들은 국가에 기댄다. 선동가들은 노동자를 위해선 임금 인상, 부자 증세 등 명료한 구호를 내세우는 반면 중산층엔 장밋빛 향기만 나는 모호한 가치를 들이댄다. 강력한 힘을 주면 복잡한 중산층의 문제를 쾌도난마식으로 해결하겠다고 덧붙인다. 히틀러는 그렇게 집권했고, 단기적인 성공과 궁극적인 파멸을 독일 국민에게 안겨줬다.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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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 뭐 나라 망가져” “중국은 적국”… 외교 부메랑 될 경솔한 언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잇따라 외교 상대국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지난 주말 유세에서 “남미에 ‘아’ 뭐, ‘브’ 뭐 하는 나라, 한때 정말로 잘나가다가 군사·사법 쿠데타로 완전히 망가졌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비판하며 한 얘기였다. 김 후보는 18일 TV토론에서 “중국 공산당은 6·25 때도 우리나라를 쳐들어와서 적국이지 않나”라고 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모두 중요하다는 이 후보의 발언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아무리 선거라 해도 국가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듯한 모습으로 이들 나라를 상대에 대한 공세 소재로 삼은 것은 가벼운 언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정치 경제의 부침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남미 경제 규모 1, 2위이고 G20 회원국으로서 양자·다자외교 무대에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만큼 이 후보의 표현은 사려 깊지 못했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트럼프 시대 미중 패권 전쟁과 북핵 고도화라는 난제 속에서 정밀한 외교 접근이 필요한 나라다. 6·25전쟁 때 우리와 맞섰다 해도 33년 전 수교한 만큼 김 후보의 표현은 신중하지 못했다.
그간 두 후보는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있는 발언들로 도마에 올랐다. 이 후보의 ‘셰셰’ 발언은 미국의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로 칭한 김 후보의 언급은 한중관계를 헤아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두 후보는 그런 발언을 해놓고 당선될 경우 어떻게 해당 국가들을 상대하려고 하는가.
정작 두 후보는 트럼프발(發) 외교안보 격랑을 어떻게 헤쳐 갈지 구체적 방법론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무역 협상, 방위비 인상 압박, 미중 사이 한국의 좌표, 북핵 대응 등 인수위도 없이 취임 즉시 맞닥뜨릴 파고에 대한 준비는 부족하면서 외교 부담을 더 지울 수도 있는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대통령의 행위는 대한민국의 행위다.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국가 전체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경솔한 언사는 멈춰야 한다.
-동아일보(2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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