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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처럼 방치된 현충시설들, 잡초에 묻힌 ‘광복 80년’ ] ....

뚝섬 2025. 8. 18. 10:03

[폐가처럼 방치된 현충시설들, 잡초에 묻힌 ‘광복 80년’]

[여당의 정치적이고 과도한 '친일 몰이']

[2년 새 사라진 후쿠시마 ‘오염수’ 논쟁]

 

 

 

폐가처럼 방치된 현충시설들, 잡초에 묻힌 ‘광복 80년’ 

 

경기 화성시 3·1운동 만세길을 걷다 보면 기와와 흙벽이 무너져 내린 고택이 나온다. 누가 봐도 잡초만 무성한 폐가이지만 뽀얀 먼지와 거미줄에 뒤덮인 문패를 닦고 보면 놀랍게도 ‘독립유공자의 집’이다. 1919년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해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은 차병혁 선생의 생가다. 유관순, 이회영, 윤동주 선생과 같은 등급의 훈장을 받은 독립투사의 생가가 흉가처럼 방치돼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부가 지정한 전국의 현충시설 11곳을 찾아가 보니 모두 차 선생 생가와 다를 것이 없었다. 일왕의 은사금을 거부하고 순국한 애국지사 최우순 선생의 사당인 경남 고성군 서비정은 기와 대신 가림막과 폐타이어로 간신히 비를 막고 있었다. 을미의병 춘천 의병장 이소응 선생의 강원 춘천시 남산면 생가 터는 펜션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어 인근 주민들도 “독립지사의 생가 터인지 전혀 몰랐다”고 했다. 제주에서 독립만세운동을 이끈 김장환 지사의 조천리 생가는 지붕이 무너져 있고, 법정사 항일운동을 이끌었던 강창규 지사의 오등동 생가 터도 쓰레기만 가득했다.

이처럼 훼손된 채 방치된 독립운동 유적들은 모두 개인 소유다. 전국의 현충시설 1001곳 중 436곳이 사유지인데 정부가 현충시설로 지정하면 관리는 소유자가 맡는다. 하지만 젊은 후손들은 도시로 떠나고, 남아 있는 후손들은 고령이거나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후손이나 소유자가 신청하지 않아 현충시설로 지정되지 않은 독립유적들도 있다. 호남의병 총사령부 격인 호남창의회맹소 결성지였던 전남 장성군 석수암은 2020년 발굴 조사를 마쳤지만 현충시설로 지정되지 않아 표지석도 없이 예비군 훈련장으로 쓰이고 있다.

 

빛을 되찾은 지 80년이 흘렀는데 아직 빛을 보지 못한 독립유적들이 있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고령의 후손들마저 가고 나면 현충시설 발굴과 입증 자료 수집은 더욱 어려워지고 항일 영웅들의 자취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독립운동 유적의 발굴과 관리를 후손들에게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체계적으로 발굴해 독립투사들을 기억하고, 그 고귀한 정신을 계승하는 살아 있는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관리해야 한다.

-동아일보(2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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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정치적이고 과도한 '친일 몰이' 

 

김형석 관장 사퇴 촉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뉴스1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광복 80주년 기념사에 대해 “독립운동을 부정하는 매국”이라며 정부에 김 관장 파면을 요구했다. 기념사 중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란 내용을 문제 삼았다. 김 대표는 “(김 관장이) 헛소리를 지껄이며 항일 독립투쟁을 비하했다”며 “이런 자에게 국민 세금을 단 1원도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김 관장의 기념사를 전부 읽으면 이런 비난이 과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김 관장은 세계사적 시각과 더불어 “항일 독립전쟁의 승리로 광복을 쟁취했다”는 민족사적 시각도 3·1운동, 임시정부, 윤봉길 의거 등의 사례를 들어 소개했다. 자주적 독립 투쟁을 앞세워야 할 독립기념관장의 기념사로선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어도 “친일” “매국” “헛소리” 비난까지 들을 내용이 아니다. 선열의 독립 투쟁을 부정할 수 없듯이 연합국 승리로 해방된 결과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역사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이번 일과 관계없는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까지 거론하면서 “뉴라이트 친일 및 역사 왜곡 세력은 하루빨리 거취를 결정하라”고 했다. 전 정부가 임명한 보수 성향 인사들에게 ‘친일’ 낙인을 찍어 몰아내겠다는 것이다. 정권 입맛에 맞는 학자나 민변 출신 법조인에게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논쟁을 일으켰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또 광복절 경축식에서 조국과 윤미향 사면을 비판한 안철수 의원에 대해 “친일 독재의 후예”라며 “국민의힘을 완전히 청산하겠다”고 했다. 친일 몰이로 나라를 분열시키고 국력을 소모한 문재인 정권을 답습하겠다는 것인가. 광복 8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일제 식민지 시절을 누렸던 세대들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국민 1인당 GDP가 일본을 앞선 지 2년이 넘었다. 국민 882만명이 작년 일본을 방문했다. 23일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일본 총리가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한일의 위상도, 세상도 완전히 달라졌다. 이런 현실에서 친일, 매국 논란이 국민을 위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민주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2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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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새 사라진 후쿠시마 ‘오염수’ 논쟁

 

[김승련 칼럼] 

민주당, 언제 그랬냐는 듯 침묵
이젠 국힘 일부가 北 방사능 오염 주장
非과학 주장은 정치 저질화의 주범
악행은 청동에 새기듯 기록·기억해야

 

지난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방한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조현 외교부 장관을 만나 2011년 원전 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인근 8개 현(縣)에서 잡은 해산물 수입금지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우리 외교부는 두 장관의 면담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일본 언론에 설명하면서 알려졌다.

이처럼 ‘후쿠시마’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고, 이재명 정부로선 드러내고 싶지 않은 무엇이다. 공론장에선 빠르게 잊혀지고 있다. 일본은 2년 전 8월 이맘때 후쿠시마 원전 옆 초대형 탱크에 담아뒀던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3중수소를 제외한 대부분 방사성 물질을 걸러냈고, 국제사회의 검증을 마쳤다. 일본은 ‘처리수’로 명명했고, 우리는 ‘오염수’로 불렀다.

방류가 시작될 즈음 한국의 더불어민주당은 “핵 테러다” “왜 윤석열 정부가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 논리를 설명하느냐”라며 한일 양국 정부를 비판했다. 놀라운 점은 2023년 홍역을 치른 뒤에도 방류가 계속됐는데도, 작년과 올해 이 사안을 입에 올리는 민주당 인사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국민 건강권을 위협한다며 전국의 횟집에서 손님이 급감했는데, 이젠 망각해도 괜찮은 일이 돼 버렸다. 영원불변한 과학적 진리라곤 누구도 말 못 하지만, 지금 기준으론 2년 전 비판이 사실과 동떨어졌다는 걸 자인하는 것 아닌가. 이런 무책임이 없다.

 

국민의힘은 ‘일본 옹호 세력’으로 매도된 피해자였다. 그런데 올여름 들어 북한의 방사성 폐기물이 우리 바다를 오염시킨다는 주장을 꺼내든 의원들이 생겼다. 황해북도 평산의 우라늄 정련공장에서 핵 폐수 방류 우려가 있다며 “예성강을 통해 한강 하구로 흘러들어 왔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미국 인공위성이 찍은 공장 주변의 물 색깔이 검게 변한 사진이었다. 방사성 물질이 위성 사진에 찍히는 것인지 의문이지만, 2019년 첫 문제 제기 이후 정부의 서해 해역 조사 결과, 문제가 없었다. 국민의힘 일각의 이런 문제 제기는 2년 전 민주당의 무리한 주장에 대한 되갚기 같은 인상을 준다. 충분한 근거 없이 비슷한 주장을 펴는 데 여야가 없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두 사례는 낡은 정치 공방이 우리를 휘감고 있음을 확인해 준다. 조직이 망가지려면 말이 먼저 망가진다고 했다. 여의도에 정치적 비판이야 필요한 것이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정치적 비판은 옳고 그름이 칼로 무 자르듯 구분되는 게 아니다. 비판이 며칠 지속되다 보면 ‘뭔가 잘못한 거 같다’는 인상을 남기는데, 이게 남는 장사로 보는 구조다.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남의 말을 믿고 싶어 하는 심리를 정치인들이 이용하는 것 아닌가. 취재 현장에서 황당한 주장에 관여한 여야 당직자들에게서 “야당 정치 원래 이렇게 하는 거다”라는 말을 듣고 기가 찼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 정치는 왜 한 발짝도 나아지지 않는 걸까. 지금 정치 지형에선 경선, 여론조사, 댓글 등에서 영향력이 큰 열성 지지층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올바른 언어로 사리와 이치에 맞는 정치 못지않게 자신들이 싫어하는 정치인을 몰아세우는 걸 기대하고 있는 걸 직감한다. 그래만 준다면 시쳇말로 억까(억지 비판)도 용납하는 기류가 있다. 유권자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무논리 정치가 끼치는 해악은 다대하다. 정치 저질화를 부르고, 기대치를 더 낮춘다. 썩 괜찮은 이들이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차단해 버린다. 공공선을 향하는 미래 리더의 싹을 자르는 행위다. 이런 현상은 지난 10년 동안 트럼프-바이든-트럼프 당선을 지켜본 미국에서도 비슷하게 감지된다. 미 언론의 칼럼에선 “우리 미국이 어쩌다가…”라는 한탄의 글이 종종 등장한다. “최고의 인재가 더 이상 워싱턴으로 오지 않는다”는 통찰을 힐러리 클린턴이 외신기자들 앞에서 내놓은 적이 있다.

결국 잘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 선행은 물로 기록하고, 악행은 청동에 새긴다고 했다. 본래 좋은 일은 쉽게 잊힌다는 뜻의 말이지만, 우리가 목도하는 수준 낮은 비과학적 주장을 누가 언제 왜 폈는지 정확히 기록하고, 시시때때로 되새겨 공론화해야 한다. 이런 기억의 되새김질이 움직이지 않는 룰이 된다면 ‘알면서도 하는 황당 정치적 주장’은 줄어들 수 있다. 후쿠시마 수산물 첫 금수 이후 14년이 흘렀다. 일본과 우리 관계에 비춰 수입 재개가 쉬운 결정은 아니다. 하지만 영원히 갈 수는 없지 않나. 그때는 2023년 여름 몰과학적 주장을 편 정치인들은 2선으로 물러난 때여서 정확히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도 기록하고 기억할 도리밖에 없다.

 

-김승련 논설실장, 동아일보(2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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