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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조각 너머 불타는 하늘] [트래펄가 광장의 넬슨]

뚝섬 2025. 8. 26. 08:29

[뼛조각 너머 불타는 하늘]

[트래펄가 광장의 넬슨]

 

 

 

뼛조각 너머 불타는 하늘 

 

조지아 오키프, 골반뼈, 빨강과 노랑, 1945년, 캔버스에 유채, 91.4X121.9 cm, 개인 소장.

 

둥그스름한 밝은 노랑에서 오렌지색과 붉은색이 부드럽게 번진다.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1887~1986)가 그린 소의 골반뼈다. 사막을 걷다 백골이 된 소뼈를 발견한 오키프는 그 빈 구멍 너머로 하늘을 바라보며, 하얀 뼈와 파란 하늘이 공존하는 그림을 여러 점 남겼다. 그러나 이 그림은 온 사막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붉게 타오르는 석양을 응시하고 있다. 첫눈에는 추상화 같지만, 알고 보면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화면이다.

 

뉴욕에서 화가로 활약하던 오키프는 마흔을 넘긴 어느 날 뉴멕시코를 찾았다가 그 황량한 사막과 아메리카 원주민·히스패닉이 혼합된 이국적 문화로부터 강렬한 영감을 받았다. 이후 매년 여름을 그곳에서 보내던 그는 남편이자 사진가였던 앨프리드 스티글리츠가 세상을 떠난 후, 1949년에 뉴욕을 완전히 떠나 뉴멕시코의 ‘고스트 랜치’에 정착했다. 유령이 출몰한다는 전설이 얽힌 그 땅에서, 오키프는 98세로 눈을 감을 때까지 구도자 같은 삶을 살았다.

 

1945년 여름, 고스트 랜치에서 약 300km 떨어진 앨라모고도 사막에서는 최초의 핵폭탄 시험, ‘트리니티’가 성공했다. 그로부터 3주 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떨어졌다. 그즈음 오키프는 백골을 통해 타오르는 하늘을 바라보며, ‘인간의 모든 파괴가 끝난 뒤에도, 하늘은 존재할 것’이라고 했다.

거대한 생명체가 죽어 피와 살이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는 메마른 뼈. 그 뼈의 틈으로 불타는 하늘을 바라보는 경험은, 삶의 무상함과 시간의 위엄을 느끼게 한다. 인간의 오만과 폭력에는 반드시 끝이 있고, 그 너머에는 모든 걸 초월하는 시간이 있다.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조선일보(2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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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펄가 광장의 넬슨

 

[임용한의 전쟁사] 

 

영국 런던의 명물인 빅벤에서 북쪽으로 쭉 뻗은 길이 의회로다. 이 길가에 총리 관저와 각종 관청이 줄지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기념탑을 위시해서 여러 전쟁에서 활약한 장군들의 동상과 전쟁기념비들이 줄지어 있는 것도 인상 깊다.

그 길 끝에 트래펄가 광장이 있고, 웅장한 넬슨 제독의 기념탑이 광장 중앙에 우뚝 서 있다. 탑의 높이는 52m로, 길가에 늘어선 모든 동상들을 압도한다. 넬슨 동상도 크기가 5m나 되지만 탑 위에 너무 높이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내셔널갤러리가 있는 넬슨의 등 뒤로는 영국을 정복했던 카이사르와 미국을 영국에서 떼어낸 조지 워싱턴의 동상이 있다. 영국 땅에 이 동상이 서 있다니 신기하지만 넬슨의 등 아래에 배치한 건 최후의 자존심인지도 모르겠다.

1798년 이 무적의 제독에게 프랑스의 대함대가 프랑스 남부 툴롱에 집결해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나폴레옹이 바다 건너 어딘가를 노리는 게 분명했다. 넬슨은 나폴레옹의 목적지가 이집트라고 확신하고 지중해에서 나폴레옹을 요격할 준비를 했다. 넬슨의 전함들은 먹이를 노리는 상어처럼 바다를 휘저었는데, 하필 폭풍을 만나 기함이 파손되는 바람에 아슬아슬하게 나폴레옹을 놓쳤다. 화가 난 넬슨은 수리를 마치고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로 맹추격을 했는데, 너무 빨리 달려서 알렉산드리아에 나폴레옹보다 먼저 도착했다.

 

초조해진 넬슨은 자신이 나폴레옹의 목적지를 오판했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알렉산드리아를 떠났는데, 하필 다음 날 나폴레옹이 도착했다. 폭풍은 불가항력이었다고 해도 마지막은 넬슨의 명백한 실수였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넬슨을 폄하하지도, 해임하지도 않았다. 뛰어난 명장도 오판과 실수를 할 수 있다. 위대한 승리에도 복기를 해 보면 수많은 판단 착오와 사고가 있다. 한 점의 오류도 없는 완벽한 승리란 인간사에 존재하지 않는다.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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