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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훨씬 더 많이 단속 나설 것”… ] .... [미국행 공포증] ....

뚝섬 2025. 9. 10. 09:33

[ “훨씬 더 많이 단속 나설 것”… 제2 ‘조지아 구금 사태’ 막아야]

[조지아 사태, 미국 진출 기업 전략 재점검할 계기로]

[“조지아주처럼 韓기업 덕 본 곳 없어… 지역 경제 큰 타격 받을 것”]

[미국행 공포증]

[美 제 발등 찍는 트럼프의 이민정책]

[韓 근로자들 불체자로 전격 체포한 美… 공장은 어떻게 짓나]

[한미, 韓 근로자 체포 재발 방지책 시급히 마련해야] 

 

 

 

美 “훨씬 더 많이 단속 나설 것”… 제2 ‘조지아 구금 사태’ 막아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장관은 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파이브 아이스’ 국토안보 담당 장관 회의에서 취재진에게 “구금된 한국인들은 대부분 출국 명령을 무시했으며, 추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런던=AP 뉴시스

 

미국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공사 현장에서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아직 풀려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반(反)이민 정책 책임자 입에서 “훨씬 더 많은 단속 작전을 보게 될 것”이란 발언이 나왔다. 이들 근로자가 귀국한 뒤에도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다른 우리 기업에 언제든지 비슷한 일이 닥칠 수 있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국경 차르’로 불리는 톰 호먼 국경안보 총괄책임자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 많은 단속 작전을 수행할 것이다. 불법 체류는 범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조선업체를 비롯해 반도체·자동차·2차전지·철강 기업들의 미국 투자 계획에 일제히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에 제조시설을 짓고 생산시스템을 돌리려면 사업 초기 한국 엔지니어와 근로자의 파견은 불가피하다.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 현지에서 전문 인력의 조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 들어 이민당국의 비자심사 강화로 전문직 취업비자, 주재원 비자를 받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체포된 한국 근로자 다수가 회의 참석·계약을 위한 단기 상용비자, 관광용 전자여행허가(ESTA)를 갖고 있던 이유다.

 

이번 사건이 터진 뒤 대기업들이 파견인력을 황급히 불러들이고, 출장을 전면 중단시켰지만 임시 조치일 뿐이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우리 기업 대다수는 “취업비자 나오기만 기다리다간 절대로 예정된 공기를 맞출 수 없다”고 호소한다. 그만큼 단기 비자를 이용해 근로자를 파견하는 관행이 폭넓게 퍼져 있다는 의미다. 이제라도 정부가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의 현지파견 직원 수, 체류 자격에 대한 전수조사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2007년 미국과 협의를 시작한 전문직 취업비자 도입 문제를 지금껏 해결하지 못한 건 뼈아픈 부분이다. 2012년 FTA가 발효된 뒤 경제계가 이 문제를 풀어줄 것을 거듭 요청했지만, 역대 어느 정부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방치해 왔다. 반면 미국과 FTA를 맺은 캐나다, 멕시코에는 전문직 비자가 무제한으로 발급되고, 호주는 연간 1만 개가 넘는 비자쿼터를 확보했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미국에 파견되는 우리 근로자들이 적법한 체류 자격을 갖추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비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제2 ‘조지아 구금 사태’가 벌어지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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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사태, 미국 진출 기업 전략 재점검할 계기로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 배터리 공장 불법 체류 인력 단속과 대규모 송환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 기업의 대미 진출 전략 전반을 되돌아보게 하는 경종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한국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핵심 산업이지만, 이번 사건은 법·제도·노무·안전·외교 리스크를 한꺼번에 드러냈다.

 

단기적으로 정부는 미국 연방 및 주정부와 긴급 협의 채널을 가동해 구금자 처리와 비자 문제를 조율해야 한다. 동시에 기업들은 전수조사를 통해 불법 고용을 차단하고,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며, 현지 노조와의 소통에 적극 나서야 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실관계와 시정 조치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다.

 

이번 사건을 방어적으로만 대응해서는 안 된다. 한국 기업이 현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단기 인력 보완을 위한 현지인 임시 고용, 안전 규정 준수 강화 계획, 지역사회와의 협력 프로그램 발표 등은 오히려 기업의 책임성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 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이미지를 주지 않아야 하고, 이를 미국 정부에도 잘 어필해야 한다.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면 현지에서 일자리가 창출되지만,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는 일자리가 기대만큼 창출되지는 않는다. 이에 미국 노조가 반발해서 신고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잘 이해시켜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특수 기술 인력의 단기 파견을 제도화하기 위한 한·미 간 맞춤형 비자 협의가 필요하다.

 

양국 정부가 공조해 미국 투자 한국 기업을 위한 비자 센터를 만들어 기업들의 궁금증이나 애로 요인을 해소해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방학 시즌은 B1 비자 발급에 6개월 이상 걸리고, 심사관에 따라서 비자 발급률이 30%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걸 해소하는 건 단순히 기업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원하는 ‘투자와 기술 이전’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이기도 하다.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기술훈련센터를 구축해 현지 인력 양성을 본격화하고, 하도급 관리 체계를 재정비해 현지 공급망과 준법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커뮤니티 칼리지와 연계한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와 동반 성장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은 미국에서 전 주기에 걸친 공급망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연방·주정부 차원의 투자와 육성이 요구되며, 자본 집약적 특성상 한미 대기업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기업 간 교류와 협력 확대가 중요하다. 따라서 한국의 대미 투자와 양국 산업 협력을 통한 시너지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장기적으로는 ‘값싼 인건비와 속도’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지화, 지식재산 보호, 안전 문화 정착이 지속 가능한 전략의 핵심이다. 우리 기업은 ESG 경영과 지역사회 기여도를 강화해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미국 경제의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한국 기업이 기술력만으로는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법규 준수, 현지 사회와의 공존, 안전과 인권을 중시하는 경영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공이 가능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미국 주정부·노조·커뮤니티 리더들과의 교류를 강화해, 한국 기업 투자가 미국 고용 창출에 기여한다는 메시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기업의 자율적 노력에 더해 국가적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래야 한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지속 가능한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박진 카이스트 초빙석학교수·前 외교부장관, 조선일보(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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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주처럼 韓기업 덕 본 곳 없어… 지역 경제 큰 타격 받을 것”

 

美서배너 경제인협회장 비비안 리 인터뷰
韓기업,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 대규모 고용도 예정돼 있어
구금 사태로 소상공인 등 타격 우려
한미 협의로 비자 문제 해결 필요
 

 

8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만난 비비안 리 서배너경제인협회 회장은 미 이민당국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한국인 직원 구금 사태를 두고 “이런 일이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서배너에서 터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이 돼서 양국 간 협력이 더 두터워지고, 특히 비자 문제가 확실히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배너=임우선 특파원

 

《“조지아주(州)는 한미 경제 관계에서 아주 특별한 주였습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이 80억 달러를 들여 메타플랜트를 세운 서배너처럼 한국 기업 덕을 많이 본 곳도 없어요.” 8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일대의 한인 기업인들로 구성된 ‘서배너 경제인협회’를 이끌고 있는 비비안 리 회장을 만났다. 그는 4일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에서 발생한 미 이민 당국의 대대적인 한국인 근로자 체포 및 구금 사태에 대해 “동포 기업인 모두가 큰 충격에 빠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직도 주변에서는 이게 정말 꿈이 아닌 현실이냐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지역 경제도 큰 타격을 받을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의 서배너 지역 지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미국에서 홍보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며 13년간 다양한 한미 경협 사업을 이끌어 왔다. 지역 내 한국 기업인 교류는 물론이고 뉴욕, 워싱턴 등 미 전역의 한미 교류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여 왔다. 리 회장은 “그간 공장 건설을 위해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알기에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번 일에 대해 기업인으로서, 또 동포로서 큰 상처를 받았다는 분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또 “부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미 정부가 협의해 비자 문제를 원활히 해결했으면 좋겠다”며 “이 고비를 잘 풀면 양국 관계가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역 동포들은 HL-GA에 이민 당국이 들이닥쳤다는 소식을 어떻게 알게 됐나.

“그날(4일) 아침에 이 지역 동포들이 모여 있는 단톡방이 난리가 났다. 지금 이민 당국이 HL-GA에 쳐들어왔다며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계속 올라오는 사진과 동영상을 보는데 솔직히 믿을 수가 없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서배너에서, 다른 나라 사람도 아니고 한국인을 그렇게 대하고 있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공장이 속해 있는 메타플랜트 부지 크기가 여의도의 4배다. 공장 완공 뒤 현대차가 지역 사회에서 고용하겠다고 약속한 인원이 8500명에서 1만 명이 넘는다. 배터리 공장에서도 추가로 2000명에서 3000명 규모의 고용이 일어날 예정이었다. 한마디로 한미 경협의 핵심 중의 핵심인, 큰 의미를 지닌 프로젝트였다. 당연히 누구나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지’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인 직원들이 마치 테러리스트나 중범죄자처럼 쇠사슬에 묶여 끌려가는 모습에서 모멸감을 느꼈다는 한국 국민들이 많다. 동포 사회에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한국에서도 많이 놀랐겠지만, 미국에서 뿌리내리고 사는 동포들이 받은 충격은 말 그대로 엄청났다.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쇼킹한 일이었지만 경제적으로 지금 이 지역이 한국 기업과 맺고 있는 관계를 고려해도 그랬다. 요즘 한창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K컬처 인기에 동포들의 사기와 자부심이 높았었는데,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느낌이었다. 미국 사회가 앞으로 한국과 한인 동포들을 어떤 시선으로 보겠는가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 당장 현실적으로 메타플랜트가 서배너에 들어오면서 현대차 공장과 연계돼 돌아가는 경제 규모가 상당해졌기 때문에 앞으로 동포들의 사업이 잘될 수 있겠느냐는 걱정도 컸다.”

메타플랜트 프로젝트가 지역 경제에 그렇게 큰 영향을 줬나.

“물론이다. 오죽하면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해외 투자 프로젝트라는 말이 나왔겠나. 지역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줬지만 제일 큰 영향을 준 부분 중 하나는 부동산이다.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에 메타플랜트가 들어서고 완공 후 최대 1만 명이 넘는 고용을 약속하면서 집이 부족해질 게 뻔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 일대 어딜 가도 아파트(4∼5층 규모의 미국식 아파트)를 짓는 게 보일 정도로 건설 붐이 불붙듯 일어났다. 보통 외지의 젊은이들이 다른 주로 취직해 살 때에는 하우스(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에 살며 돈을 모으고 가정을 꾸려 하우스를 사는 패턴을 보인다고 한다. 서배너 지역 청년들만으로는 공장에서 필요한 인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타 지역 젊은이들이 몰려들 게 확실했고, 그래서 아파트 건설 붐이 불었다. 코로나19에 한국 기업 투자 등이 겹치면서 실제 몇 년 새 이 동네 집값은 딱 ‘더블’로 두 배가 됐다. ‘앉아서 큰돈 번 사람이 많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 상권 영향은 어땠나.

“가게가 많이 생겼다. 또 일반 마트에 가도 예전보다 아시안 푸드 섹션이 훨씬 커졌을 정도로 지역에 들어온 한국 기업의 힘을 체감할 수 있었다. 지금은 공장 건설 막바지라 단속 과정에서 수백 명만 잡혔지만, 한창 건물이 올라가던 중에는 배터리 공장에서만 매일 밤낮 교대로 1000명, 2000명씩 인부들이 움직였다. 이 사람들이 지역 내를 돌아다니며 돈을 쓴다고 생각해 봐라. 어떻겠나. 이들에게 공사 현장에 밥을 해 주는 ‘함바집’ 같은 식당도 생겼었고, 또 이들에게 몇 달간 숙식을 제공하는 ‘게스트 하우스’ 사업 같은 것도 많아졌다. 공장 건설과 함께 도로나 아파트 건설도 많았기 때문에 건설 분야에서는 사람 구하는 게 전쟁일 정도로 일자리가 급증했다. 알다시피 요즘 미국 경기가 점점 굉장히 침체되는 상황이지만 이런 요인 때문에 서배너는 작은 도시임에도 잘 버텨 왔다. 한마디로 서배너는 앞으로 더 잘될 일만 남은 ‘(꽃이) 피는 지역’이었다. 주민들의 기대도 컸다.”

이번 구금 사태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을 것 같다.

“며칠 사이에 정말 분위기가 급변했다. 생활 곳곳에서 변화가 단적으로 드러난다는 평가다. 한번은 구금 사건 다음 날 아침에 운동을 하러 공원에 갔더니 한 이웃이 다가와 날 위로하며 ‘어제 코스트코 가봤냐’고 하더라. 평소 퇴근 시간 이후에 가면 장을 보는 한국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던 곳인데, 그날 저녁 당장 한국 사람들이 없으니 텅텅 비었다며 그런 모습은 처음 봤다고 했다. 어디 마트뿐이겠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백, 수천 명이 빠져나가면 집, 차, 식당 등 모든 것이 중장기적으로 큰 피해를 입을 거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공장이 스톱되면 불법 체류한 분들뿐 아니라 멀쩡히 시민권을 가졌거나 정상적인 체류 자격을 가진 이들도 일을 못 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을 못 버는데 소비를 하겠나. 한국 돈으로 10억, 20억 원씩 투자해 현지에 빵집, 레스토랑을 준비 중인 동포들도 ‘찬물을 뒤집어썼다’는 반응이다. 하루아침에 몇백 명, 몇천 명이 사라진다면 운영이 가능하겠나.”

한국 기업에 대해 이 정도 수준의 단속을 준비해 온 지역 사회의 경계심이나 반감을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나.

“사실 한국인 직원들이 비자 발급이 가로막혀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해 들어와 일하다 나간다는 사실은 이미 한참 전 조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모두들 알고 있던 일이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 때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막대한 투자를 한) 현대차 직원들이 공항 입국 시 불편하면 안 된다며 ‘현대 전용 창구’까지 만들어 줬을 정도로 지금과는 태도가 180도 달랐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이나 한국인들도 ‘설마 별일 있겠나’ 하며 안일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고 본다. 그러다 갑자기 ‘불법 체류자’라는 낙인이 찍혀 버렸다. 일부 격앙된 동포들은 한국 기업이 돈 들여 경제 살리고 건물까지 지어 줬는데 ‘돈 주고 뺨 맞은 격’이라며 분개하기도 한다. 반대로 ‘그건 그거고, 그래도 법은 지켰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 같은 한국 기업이 미국 자동차 회사들을 위협할 정도로 너무 크니까 일부러 작정하고 친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신뢰 회복까지는 양국 간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미 당국은 공장 건설 과정에서 적법한 현지인(미국인)을 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그랬으면 모두가 가장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일용직) 인력 사무소를 운영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엄청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일단 미국인들은 이런 일(건설 막노동)을 하지 않는다. 라틴계 직원조차 부족해서 일당이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미국인을 여기에 쓰는 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한 인력 사무소 운영자는 ‘길에 걸어다니는 사람 중 누구든 좋으니 데려다 고용하고 싶다’고도 하더라. 한국 기업들이 일부러 미국 노동자를 채용하지 않거나, 이들에게 기회를 안 준 게 아니라는 얘기였다. 그리고 여기 온 한국 직원들이 일하는 거 보면 정말 안쓰러울 정도로 열심히 일했었다. 특히 하청업체 직원들은 납기를 맞추기 위해 하루 2교대로 새벽까지 일하고, 숙소에 가면 쓰러져 자기 바빴다더라. 아는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은 ‘늦게라도 좀 먹고 자라고 밥을 차려줘도 밥도 못 먹고 쓰러져 잠든다’고 했다. ‘못 봐서 그렇지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보면 엄청 속상할 거다’란 말도 했다. 한국인이니 그렇게 성실하게 일하지 누가 요즘 그렇게 일하겠나.”

-모든 면에서 타격이 클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이 많이 되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지금의 한국은 우리가 이민 왔던 1990년대의 ‘다리 무너지던 한국’이 아니다. 한국 기업들이 이곳에 몇십조 원의 돈을 투자해 공장을 다 세웠는데 영원히 멈춰 있겠나. 그렇진 않을 것이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결국 회복되고 원활하게 돌아갈 것이다. 오히려 이번 일이 전화위복이 돼서 한미 정부가 한국 직원들의 비자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했으면 좋겠다. 오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와서 여기 노동자들을 뽑아 가르쳐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지 않았나. 그러려면 일단 가르쳐줄 사람이 올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일이 잘 지나가고 나면 양국 간 이해도 넓어지고 협력 관계도 더 두터워지길 바라고 있다.”

비비안 리 서배너 경제인협회 회장

△2012년∼현재 원썸(OneSum)커뮤니케이션즈 대표
△2023년 산업자원부장관상,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수출대상 수상
△2024∼2025년 월드옥타 글로벌 마케터 위원장
△2025년∼현재 서배너 경제인협회장, 월드옥타 서배너 지회장

 

-서배너=임우선 특파원, 동아일보(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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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행 공포증 

 

최근 미국 방문자들 사이에서 도착 공항에서 ‘진실의 방’이라 불리는 집중조사실(Secondary Inspection Room)에 끌려갔다는 공포스러운 경험담이 넘쳐난다. 주로 입국 목적이 의심스러울 때 추가적인 조사를 받는 곳이다. 테이저건으로 무장한 조사관이 “거짓말하지 말라”며 집요하게 추궁하기 때문에 ‘진실의 방’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관광지가 아닌 곳을 방문하는 기술 인력이나 20, 30대 여성들이 입국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되돌아오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5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이 급습당하기 이전부터 이미 미국 출장 경계령은 울리고 있었다. 미국에서 일하려면 전문직(H-1B) 비자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매년 3월마다 신청해야 하므로 건설 공정에 따라 적시에 인력을 파견할 수 없고 이마저도 신청자 10명 중 1명도 받지 못한다. 주재원(L) 비자는 미국 법인이 있어야 발급돼 협력사들은 애초에 해당 사항이 없다. 마지막 선택지가 단기 상용(B1) 비자인데 지난해 거절률이 27.8%에 달한다.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길이 막혀 있으니 관광·상용·경유 목적으로 최대 90일까지 미국에 체류할 수 있는 이스타(ESTA)로 입국하는 편법이 쓰였다. 그런데 미국 국토안보부가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고 있다. 6월 미국 미시간 공장에 생산라인 설치 및 점검을 하기 위해 시카고 공항에 도착한 LG에너지솔루션 엔지니어가 무더기로 입국을 거부당했다. 이들은 B1 비자를 다시 신청했지만 발급을 거절당했다. 5월에는 현대차 기술 인력이 조지아주 애틀랜타 공항에서 돌아와야 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 탑승 직전 이스타 거절이 통보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이 비자 장벽을 높게 쌓으면서 유학생 사회도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학생(F) 비자의 거부율은 41%로 역대 최고였다. 어렵게 학생 비자를 받아 입국했더라도 과속 딱지 같은 경범죄 기록만으로 추방당하고 있다. 올해 5월까지 1600명이 F 비자를 취소당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인도, 중국, 한국인 유학생이 많았다. 최근 국토안보부는 F 비자 유효 기간을 4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무자비한 불법 이민 단속은 아무리 인건비가 비싸고 숙련도가 떨어지더라도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압박이다. 깐깐한 유학 비자 발급은 비싼 등록금은 내되 일자리를 구할 꿈도 꾸지 말라는 뜻이다. 표면적으로 일자리 보호를 내세웠지만 사실상 외국인 차별과 다름없다. 미국은 다양성과 포용성의 힘으로 혁신을 창출했고, 그 덕에 부유해졌다. 미국을 다시 하얗게(Make America White Again)’란 말이 더 들릴수록 미국은 경쟁력을 잃어갈 수 있다.

 

-우경임 논설위원, 동아일보(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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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 발등 찍는 트럼프의 이민정책

 

[천광암 칼럼]

美 ‘이민’ 단속에 英 국방예산 2배 투입
이번 조지아 한국 배터리공장 급습
투자하고 일자리 만들었더니 뺨 때린 격
美 이민정책 안 바뀌면 경제에 큰 짐 될 것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법안의 별칭이다. 하지만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와는 달리 ‘미등록 이민자’들에게는 대재앙을 예고하는 법안이었다. 이 법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미등록 이민자 단속·추방 및 국경 장벽 보강을 위해 1500억 달러(약 208조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것이었다. 1500억 달러는 세계 3대 군사 강국인 영국의 연간 국방예산보다 2배나 많은 금액이다. 이를 무기로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인력을 대폭 충원한 뒤 이민자 사회를 공포와 불안으로 몰아넣는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는 중이다.

 

단속 방식도 거칠어서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학교 앞에서 잠복을 하고 있다가 자녀들을 등교시키기 위해 오는 부모를 덮치거나, 영주권 심리를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가 체포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등록 이민자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명분은 ‘안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장서서 “우리나라에 테러리스트, 살인자, 강간범, 폭력 범죄자, 갱단 조직원들이 있다”, “이란 암살 조직보다 1400만 명의 불법 이민자가 더 두렵고 걱정스럽다” 등 미등록 이민자와 중범죄자를 동일시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민자들에 대한 증오와 적대감을 키워 자신의 지지층을 결속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 20년 넘게 이민과 범죄의 관련성을 연구한 범죄학자 그레이엄 오지와 카리스 쿠브린에 따르면, 이민자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범죄 발생률이 낮으며, 살인과 같은 폭력 강력범죄는 그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등록 이민자 추방과 함께 합법 이민을 억제하는 정책도 병행하고 있는데, 이 같은 정책은 미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큰 상처를 남길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순수 미국인 노동자의 고령화와 은퇴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민 노동자의 고용 시장 유입이 감소하면 연 2% 수준인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1.5%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구체적인 분석도 나온다.

이민이 미국 경제의 혁신을 이끄는 엔진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는, 굳이 복잡한 통계를 인용할 필요도 없다. 미국에서 혁신의 상징으로 통하는 7대 빅테크(일명 ‘M7’) 최고경영자(CEO) 중 4명은 이민자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대만, 알파벳(구글)의 순다르 피차이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는 인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이다. 이런 점만 보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난폭하고 패쇄적인 이민정책이 두고두고 미국 경제에 큰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특히 이번 미국 이민 당국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법인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 대한 급습은 ‘제 발등 찍기’의 결정판이 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 한 곳에서만 창출하는 직간접 일자리는 연간 4만 개가 넘는다. 또한 한국 기업들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1500억 달러의 대미 추가 투자를 약속한 터다.

그런데도 이민 당국은 헬기와 장갑차까지 동원해 중범죄자를 단속하듯이 했고, 공장 가동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을 위해 한국에서 파견된 근로자 300명을 무더기로 체포해서 구금시설에 강제 수용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테러리스트, 살인자, 강간범, 폭력 범죄자, 갱단 조직원’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미국 이민 당국은 비자 자격을 문제 삼지만, 공장 건설에 필수적인 인력을 본국에서 보낼 수 있는 길은 사실상 막아놓고 투자를 하라는 것은 우리 기업들을 ‘불법 리스크’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고 뭔가.

더구나 특정 사업장을 덮쳐서 토끼몰이 식 단속을 하는 것은 전임 조 바이든 정부 때는 전혀 볼 수 없던 방식이다. 제조업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조지아주가 우리 기업들의 투자처로 주목을 받은 큰 이유 중의 하나가 관대하고 유연한 이민자 정책이었는데,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여유를 주지 않고 단일 사업장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단속 작전을 벌인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어떤 기업이 미국에 흔쾌히 투자를 하려고 하겠는가.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의 이민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제조업 부활’은 고사하고, 이미 미국에 진출한 기업들마저 발길을 돌리게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번 사태가 미국 제조업의 쇠락을 가속화시키는 결과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천광암 논설주간, 동아일보(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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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근로자들 불체자로 전격 체포한 美… 공장은 어떻게 짓나

 

재발 방지 보장·한국 기업 전용 취업 비자 확보 급하다 

 

4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불법 체류 혐의를 받는 한국인 공장 직원들을 버스에 양손을 짚게 하고 일렬로 세워놓은 모습. 요원들은 이들의 양손과 다리를 쇠사슬로 묶어 약 170km 떨어진 포크스턴 구금소 등으로 이동시켰다. 이 구금소는 오래전부터 열악한 환경으로 비판받았던 곳이다. 사진출처= ICE 홈페이지

 

미국 이민 당국이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미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에 파견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불법 체류 혐의로 구금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실은 사태 이틀 뒤인 7일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며 이들을 전세기로 데려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에 1500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약속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유독 한국 국민을 표적으로 삼은 건 충격적이다. 한미 경제 협력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해서라도 석방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미 당국의 급습은 헬기에 무장차량까지 동원됐다. 한국인들이 쇠사슬에 몸과 손발을 묶인 채 호송 버스로 줄줄이 끌려갔다. 이들이 이송된 구금시설은 곰팡이, 벌레, 변기 고장 등으로 심각한 위생 문제가 있다는 미 정부의 보고서가 나올 정도로 열악하다고 한다.

미국은 적법하지 않은 비자로 체류 자격을 위반했다는 점을 단속 이유로 들었다. 회의 참석 등의 목적으로 발급받는 B1 비자나 단기 체류 목적의 무비자 제도인 이스타(ESTA)로 입국한 근로자들이 공장 건설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식 파견을 위한 비자들은 요건이 까다롭고 발급 인원도 제한돼 있는 데다 발급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는 대미 투자를 늘리라고 압박하면서 비자 발급 문턱은 높이는 모순적 정책을 취해 왔다.

 

현대차-LG 배터리 공장도 미국 내 숙련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내년 초 완공 목표를 맞추려면 단기 비자 등을 통해서라도 엔지니어 파견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이들을 불법 체류자로 몬 이번 사태 탓에 10조 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8000명 이상의 현지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내 신규 공장 건설을 계획 중인 한국 기업 중 일부는 벌써 관련 직원들의 미국 출장을 중단했다. 1500억 달러를 미국 조선업에 투자하는 마스가(MASGA) 참여 기업들도 미국에 인력 파견이 필수적인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투자를 독촉하면서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는 기업을 범죄자 집단으로 취급하면 어느 누가 투자할 수 있겠나.

이번 사태는 삼성, SK 등 한국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1만7000명 이상의 직접 고용을 창출한 조지아주에서 일어났다. 한미 제조업 동맹의 상징과도 같은 지역이 타깃이 됐으니 다른 곳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우리 정부는 원활한 대미 투자를 위해서라도 재발 방지 약속을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 기업 전용 취업 비자 신설을 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필요가 있다. 우리처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호주(1만500명)와 싱가포르(5400명) 등은 이미 쿼터를 확보했지만 한국은 단 한 명도 없다. 이런 불합리를 하루빨리 해소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동아일보(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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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韓 근로자 체포 재발 방지책 시급히 마련해야

 

미국 이민·수사 당국들의 불법 체류자 합동 단속으로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300여 명의 한국인 임직원·기술자와 근로자들이 체포됐다. 미 역사상 단일 사업장으로는 최대 규모 단속이었다. 마치 중범죄자인 것처럼 손과 다리를 쇠사슬이나 케이블 타이로 결박하는 장면이 공개됐고, 군용 차량과 헬리콥터까지 동원됐다.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대대적 기획 단속이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 경제에 기여하려는 한국에 대한 신의를 무너트린 중대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 달 전 정의선 현대차 회장을 백악관에 초청해 이 공장에 대한 투자에 감사 인사를 했었다. 지난달 하순 방미한 이재명 대통령도 3500억달러 투자 펀드에다 추가로 미국에 1500억달러 규모 공장을 짓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미측의 ‘제조업 부활’ 정책에 한국 정부·기업이 호응하고 있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지니 황망할 뿐이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했던 ‘전기차 보조금’을 끊어 놓고 무자비한 체포 작전까지 벌인 것은 동맹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죽하면 미 유력 언론들조차 “가까운 동맹에 사전 통보도 없었다”고 지적했겠나.

 

트럼프 정부가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대대적인 비자 단속을 벌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국 기업들이 취업 비자 아닌 비자로 전문 인력을 미 공장 건설 현장에 파견하는 관행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공기(工期)를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미국 내에서 숙련된 인력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미 당국이 취업 비자를 제때 내주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만 등도 미국 내 공장을 짓고 있는데 왜 하필 한국 공장에만 칼날을 겨누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 한국 기업들은 미국 투자 결정을 할 때 미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정책 변동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게 됐다. 미국이 말하는 ‘동맹’의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 미국 정부가 제시하는 투자 혜택은 정권이 바뀌어도 유효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불행 중 다행으로 단속 사흘 만에 한미 정부 간 석방 교섭이 타결돼 곧 체포된 인원들이 전세기 편으로 귀국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끝날 일이 아니다. 정부는 사태 심각성을 인지하고 신속 대응에 나서야 한다. “미국에 계속 투자해야 하나”라는 국내 여론을 가감 없이 미측에 전달하고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구해 관철시켜야 한다. 원활한 비자 발급 등 미국 투자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만반의 제도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조선일보(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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