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권력에 머리 조아리며 정치할 생각 없다”]
['가짜 뉴스 징벌법' 대상에서 김어준 제외해주나]
[극단 유튜버와 '협업'하는 의원들]
“유튜브 권력에 머리 조아리며 정치할 생각 없다”

‘노무현의 사위’라는 점을 빼고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더불어민주당 곽상언 의원이 뉴스의 중심에 섰다. 여권의 실력자 김어준 씨를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다. 초선인 곽 의원은 ‘올해 8월까지 1년간 김어준 유튜브 방송에 한 번도 출연하지 않은 여당 의원은 65명에 불과하다’는 주간지 보도를 인용하며 “그 65명 중 한 명이 저 곽상언이다. … 저는 유튜브 권력에 머리를 조아리며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김어준의 유튜브 채널은 민주당과 좌파 정치인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출연하고 싶어 하는 미디어 권력이다. 주간경향 집계 결과 1년간 여당 의원 106명을 포함해 119명의 국회의원이 832회 출연했다. 김민석 총리,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강유정 대변인과 행정안전부 해양수산부 고용노동부 장관 등 현 정부 고위직 인사들도 두루 포함돼 있다. 보수 쪽에서는 전한길TV가 새로운 유튜브 권력으로 부상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선 당 대표가 되려는 이들이 줄줄이 전한길TV에 출연해 ‘면접’을 봤다.
▷정치 유튜브의 힘은 구독자 수, 그리고 강성 당원들의 귀를 잡고 있는 데서 나온다. 곽 의원은 “우리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출연하면 후원금도 모으고 좋은데 왜 출연하지 않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여당 대표 선거는 여당 내 ‘보이는 손’이라 불리는 김어준 채널의 힘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정청래 대표의 이 채널 출연 횟수는 28회, 박찬대 의원은 2회였다.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뒷말이 나왔다. 전한길TV가 들었다 놨다 했던 국민의힘 전당대회도 ‘전심’의 승리로 끝났다.
▷한국처럼 정치 채널이 유튜브 실시간 방송 때 후원금 순위 상위를 장악하고 있는 나라도 드물다. 김어준이 ‘정치 무당’이라 불리듯 정치 채널 진행자들은 신생 교파를 이끄는 종교 지도자 같다. 선과 악이 분명한 세계관으로 복잡한 현실을 단순명쾌하게 해석하며 듣고 싶은 얘기만 듣고 싶어 하는 신도들을 모은다. 정치 채널 경쟁은 선명성 경쟁이다. 유튜브 권력이 커질수록 정치가 양극단으로 치닫고 온갖 음모론에 공론장이 난장이 되는 이유다.
▷정치 유튜버들은 유명 정치인들을 출연시켜 돈 안 들이고 쉽게 조회수 장사를 한다. 최근엔 화장품, 흑염소, 소갈비 광고 패널을 걸어놓고 정치인들을 부른다. 사회 갈등을 조율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인들이 유튜브의 적대적 진영정치에 편승하는 것도 모자라 돈벌이에까지 동원되고 있다. ‘다음 경선은 어려울 것’이란 악플 세례를 받고 있는 곽 의원의 소신 발언이 힘만 있고 책임지지 않는 유튜브 권력에 머리 조아린 정치 권력의 부끄러운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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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징벌법' 대상에서 김어준 제외해주나

더불어민주당이 고의적 허위 보도에 대한 피해 배상액을 대폭 인상하는 내용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징벌적 손배제’라고도 하는 이 법에 대해 민주당은 “허위 보도에 대한 피해 구제를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좌파 성향 언론 단체들조차 언론 탄압에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가짜 뉴스 문제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부정선거론인데, 그 원조는 김어준씨다. 김씨는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패하자 부정선거라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몇 년 뒤 이를 바탕으로 영화까지 만들었다. 김씨는 영화를 발표하면서 “2012년 대선은 통계적 관점에서 기획된 숫자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2020년 총선 이후 일부 보수·우파 유튜버도 부정선거를 주장하기 시작했는데 김씨 수법과 비슷했다.
김씨는 천안함 좌초설, 세월호 고의 침몰설 등 각종 가짜 뉴스를 양산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동의할 수 없는 얘기를 그럴듯하게 포장해 자극적인 뉴스 장사를 했다. 그는 계엄 때는 미군의 북폭 유도설과 정치인 암살조까지 주장했는데 아직도 그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김씨를 비판하지 않고 동조 가담했다. 그러니 김씨가 자신의 가짜 뉴스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거나 책임을 질 이유도 없었다.
민주당이 명백한 가짜 뉴스에 징벌적 배상 책임을 물리는 법을 만드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그 목적이 무엇이냐는 것인데, 이를 알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내용이 발표됐다. 민주당이 언론 징벌법 적용 대상에서 유튜브를 제외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김어준씨는 법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
민주당은 유튜브는 언론이 아니라는 이유를 대는데, 대통령실은 지난 7월 김어준씨 유튜브를 포함해 친민주당 유튜브 3곳을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에 포함했다. 자기편에 유리할 때는 ‘언론’이라 하고, 아닐 때는 ‘언론’이 아니라고 한다.
유튜브의 심각한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정확하게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돈을 벌기 위해 가짜 뉴스를 뿌리는 유투버에게는 제일 좋은 것이 징벌적 배상”이라고 했다. 그 대표 인물 중 한 사람이 김씨라는 사실은 민주당도 다 알 것이다.
민주당이 가짜 뉴스 피해를 막기 위해 징벌법을 만들고 김어준씨를 그 대상으로 한다면 법을 만드는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움직임으로 볼 때 이 법은 비판 언론을 옥죄고 나머지 언론을 겁주려는 겁박용일 뿐인 것 같다. 민주당은 유튜브를 봐주는 게 아니라 다른 법으로 규제하겠다고 했지만 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입법 과정을 지켜보겠다.
-조선일보(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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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유튜버와 '협업'하는 의원들

이성윤, 이건태, 장경태 의원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동행명령장을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진입로가 소란스러워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김건희 여사에게 동행명령장을 전달하겠다며 더불어민주당 의원 3명이 취재진·보좌진·유튜버 수십 명과 몰려왔다. 야권 지지층을 관객으로 한, ‘대통령 부인 동행 명령’이라는 정치 이벤트 성격이 강했지만, 의원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대통령실 경호원들과 경찰들에게 “공무 집행 방해인 것을 아느냐” “부끄럽지 않으냐”고 말하는 의원들을 보좌관과 유튜버들이 휴대폰을 들고 동심원을 그리며 촬영했다.
야당 의원들의 ‘한남동 이벤트’는 어지간한 영화 한 편 분량인 90분간 지속됐다. 현장에 갔던 검사 출신 한 의원의 유튜브에 접속해 봤다. ‘김건희 동행명령장 발부, 김건희 잡으러 갑니다’라는 제목으로 “개는 통과시켜도 사람은 통과시켜 주지 않는다” 같은 자극적 멘트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당직자 출신 다른 의원 유튜브에는 그 의원이 시청자들에게 “(경찰을) 112에 고발해 달라”고 말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이날 소란을 담은 의원들과 친야 유튜브 조회 수는 수만 건에서 최고 수십만 건을 기록했다.
정치인과 유튜버의 공생(共生) 관계는 이미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정치 양극화 시대, ‘대통령 부인 동행명령’ 같은 이벤트는 고소득을 보장하는 불쏘시개이기도 하다.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현장 투사의 이미지를 챙겨 간다. 공생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달 12일 여당 대표의 경기도 안성 일정엔 그를 지지하는 유튜버들이 당 관계자 안내를 받으며 취재진과 동행했다. 작년 여당 전당대회에선 극단 유튜버들이 아예 당대표·최고위원 출마 선언을 하기도 했다.
10월 중순 서울 용산경찰서 앞은 음주 운전을 한 문재인 대통령 딸 문다혜씨의 소환 장면을 담겠다는 유튜버들로 몸살을 앓았다. 전국 곳곳에 ‘양극화 이벤트’로 돈을 벌겠다는 유튜버가 몰려든다.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은 좋은 배경 그림이다. 야당 의원들처럼 경찰을 비난하거나 아예 물리적 충돌을 유도한 뒤, ‘긴급’ ‘단독’ ‘속보’를 담아 긴장감을 고조해 조회 수를 뽑아낸다. 이런 식의 횡포 때문에 “사이버 레커들이 사이비 언론 흉내를 내며 막대한 유튜브 수익을 챙긴다”는 주장과 함께 사이버 레커 방지법을 입법해 달라는 국회 청원도 등장했다.
유튜버 횡포를 막을 법안을 만들어야 할 국회의원들이 대통령 관저 앞에 몰려가 소란을 피우는 모습을 보며, 이들의 본업(本業)이 선출직 공직자가 맞는지, 혹시 유튜버는 아닐지 궁금해졌다.
2021년 방영된 한 드라마에선 극단 정치 유튜버가 아예 대통령에 당선된다. 경호원들은 ‘대한민국 최초 청와대 투어’를 하는 대통령의 셀프 방송 화면에 담기지 않도록 허리를 굽히고 이리저리 도망 다닌다. 작중 배경인 2025년은 아직 좀 남았지만, 이미 다가온 미래가 아닌지 오싹하다.
-김보경 기자, 조선일보(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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