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권력은 잠시 위탁" 文 "헌법 보라" 모두 명심해야]
[집권당이 대법원장 겁박 위해 '가짜 뉴스' 퍼트렸나]
[법원이 선출 권력에 심어준 착각]
李 "권력은 잠시 위탁" 文 "헌법 보라" 모두 명심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42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대통령실
최근 정치권에서 두 가지 의미 있는 언급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권력은 잠시 위탁받아 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권력에 서열이 있다’는 논란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을 한 번 읽어보라”고 했다. 두 언급 모두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이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권력을 가지면 그게 자기 것인 줄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권력은 자기 것이 아니다” “권력을 가진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역대 정권은 거의 예외 없이 권력을 자기 것인 양 착각하고 함부로 휘두르다가 불행한 결말을 맞았다. 낮은 자세로 소통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대신 일방통행식으로 갔다. 비판을 받으면 화를 내고 오만한 태도로 독주했다. 권력은 5년이란 짧은 기간 잠시 위탁받은 것이란 사실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대통령은 대법원을 겨냥해 이런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대법원을 포함해 권한과 권력을 가진 모든 공직자가 이 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권력은 자기 것이 아니라 잠시 위탁받은 것’이라는 말은 대통령을 포함한 집권 세력이 더 유념할 필요가 있다. 권력과 권한이 사법부보다 훨씬 크고 강하기 때문이다.
사법부와 달리 대통령과 국회는 나라의 근본 틀을 바꾸는 법과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 지금 정부와 여당은 대법원, 검찰 등 사법 시스템을 뿌리부터 바꾸려 하고 있고 에너지·교육·통일 정책 등 국가 기본 정책을 단독으로 변경하려 한다. 이는 권력을 잠시 위탁받은 한 정파가 독단으로 처리할 성격이 아니다.
문형배 전 대행은 17일 “사법부는 입법·행정부 견제를 위해 헌법에 따라 만든 기관”이라고 했다. “사법부 판결이 입법·행정부를 불편하게 할 수 있지만 헌법에서 주어진 (사법부) 권한은 존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상식적이지만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을 밝힌 언급이고 사법 개혁을 일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당부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 지명으로 헌법재판관이 된 사람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의 재판장이기도 했다. 민주당으로선 고마울 수 있다. 그런 사람이 한 고언이다. 민주당이 새겨들었으면 한다.
-조선일보(2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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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이 대법원장 겁박 위해 '가짜 뉴스' 퍼트렸나
얼마 전부터 친민주당 유튜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총리가 비밀 회동을 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돌아다녔다. 유튜브에서 흔히 있는 일이지만, 집권 민주당이 이 주장을 근거로 조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이 제시한 근거는 아무것도 없었다.
민주당 한 의원은 1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직후인 작년 4월 7일쯤 한 전 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김건희 여사 모친의 측근, 그리고 조 대법원장이 만났다는 ‘제보’가 있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이 이 모임에서 “이재명 선거법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의원 면책특권을 이용해 근거가 없는 주장을 펴 신문과 방송에 보도되도록 한 것이다. 앞서 김어준씨 등 친민주당 유튜버들도 “(그들이) 만났다면 엄청나게 부적절한 것”이라며 의혹을 확산시켰다. 그러더니 정청래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 인사들까지 나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 수사를 요구했고 일부는 탄핵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한 전 총리 측은 “헌재의 탄핵 결정 이전과 이후를 막론하고 조 대법원장과 회의나 식사를 한 사실이 일절 없다”고 했고, 정상명 전 총장도 “조 대법원장과 개인적 친분이 전혀 없다”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입장문을 내고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과 관련해 한 전 총리와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 나머지 사람들과도 대화 또는 만난 사실이 없다는 것을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당사자들이 모두 터무니없다고 부인하는데도 민주당은 이를 반박할 증거를 하나도 내놓지 않았다.
민주당은 명백한 가짜 뉴스에 징벌적 배상 책임을 묻는 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의 목적은 가짜 뉴스 근절에 있는 게 아니라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위협하고 길들이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 정략적 목적이 아니라면 민주당은 이번에 자신들이 제기하고 퍼트린 조 대법원장 관련 주장이 가짜 뉴스로 판명 날 경우 징벌적 배상 책임을 우선 적용하길 바란다. 자신들은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중대한 의혹을 고의로, 무차별적으로 퍼트리면서 가짜 뉴스 근절법을 추진한다고 하니 누가 이를 신뢰하겠나.
-조선일보(2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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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선출 권력에 심어준 착각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여당의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뉴스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직(職)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내란특별재판부’ 등 민주당 추진 법안에 대한 우려와 반대를 표명한 지 3일 만에 비웃기라도 하듯 나온 반응이다.
독재 정권에서도 공개적으로 대법원장 사퇴를 압박한 일은 없었다. 과거 사법 파동 중 대법원장 사퇴 요구는 법원 내부에서 소장파 판사들이 개혁을 요구하며 한 것이다. 한때 민주당의 사퇴 요구에 ‘원칙적으로 공감’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브리핑을 했다가 정정한 대통령실은 16일 “대법원장 거취를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총리 등과 만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처리를 논의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며 압박했고, 조 대법원장이 17일 “누구와도 논의한 바 없고 만남을 가진 적도 없다”고 반박하기에 이르렀다.
여당은 지난 5월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이 대선 개입이라며 대법원장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력이 판결 비판을 넘어 사법부를 겁박하는 행태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선출 권력이 최고 권력’ ‘사법부는 간접적으로 권한을 받은 것’이란 논리를 확장하면 법원이 법에 따라 재판하는 것보다 광장에서 다수결로 시비를 가리는 게 더 낫다는 위험한 결론에 이른다.
하지만 그 경과를 돌아보면 법원 스스로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6개월 내에 선고해야 하는 1심이 2년 2개월 걸렸다. 재판장은 증인 50명이 넘는 사건을 2주에 한 번씩 재판하다 사표를 냈고 중앙지법은 이런 재판 진행을 방치했다. 2심은 사진 확대가 조작이라는 등 납득할 수 없는 논리로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은 파기환송 직후 재판일을 지정하며 의욕을 보였다가 민주당의 거센 압박에 대선 이후로 재판을 미뤘고, 결국 이 대통령의 모든 재판은 중단됐다.
공직선거법만이 아니다. 대장동 사건 재판부는 야당 대표 시절 의사 일정을 이유로 갑작스러운 불출석을 반복한 이 대통령에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장동 업자들의 재판에서도 핵심 증인이던 이 대통령이 다섯 차례 소환에 불응했지만, 구인장을 발부하지 않고 증인 소환을 포기했다. 일반인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 일선 법원장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법과 원칙대로 신속하게 재판하는 게 그동안 법원 힘의 원천”이라고 했다. 그 당연한 원칙을 저버린 법원은 결국 선출 권력에 얕보였고, 힘의 논리가 통한다는 생각을 심어줬다. 그리고 뒤늦게 이를 바로잡으려던 대법원이 대가를 치르고 있다.
법원의 신속·공정한 재판 앞에선 선출 권력의 ‘갑질’은 통하지 않는다. 초등학생도 삼권분립을 배우는 세상에 대법원장 사퇴 요구와 같은 무리한 압박은 후과를 낳을 것이다. 선출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양은경 기자, 조선일보(2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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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曺 대법원장, ‘지라시’ 수준 與 의원들 공격에 “사실 아니다” 입장 내. 이거야말로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인데….
-팔면봉, 조선일보(2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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