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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렇게 조용한 방에 있는 건 처음”] [종이 호랑이] ....

뚝섬 2025. 10. 4. 10:59

[트럼프 “이렇게 조용한 방에 있는 건 처음”]

[종이 호랑이]

[우리 트럼프 하고 싶은 것 다 해]

 

 

 

트럼프 “이렇게 조용한 방에 있는 건 처음”

 

미국과 전 세계에서 복무하는 미군 장성은 830여 명이다. 이들이 어깨에 단 별을 다 합치면 1500개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달 30일 미국 버지니아주 해병대 기지에 이 별들이 일제히 모여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전군 장성급 지휘관 회의를 소집했기 때문이다. 4성 장군인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도 참석했다.

▷미 대통령과 국방장관, 전군 지휘부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는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 그 자체가 중대한 안보 위협이기 때문이다. 지휘관들이 세계 각지의 군사기지를 비워두는 것도 문제지만 군 수뇌부가 한 건물에 있으면 미국을 노리는 테러 세력에게 그만한 기회가 없다. 그런 위험까지 무릅쓰고 왜 회의가 소집됐는지 며칠 전부터 관심이 쏠렸다. 트럼프 2기 출범 후 고위 장성들이 줄줄이 해임된 걸 고려할 때 히틀러가 1934년 독일군 장군들을 모아놓고 충성 맹세를 요구했던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1500개의 별들 앞에 선 헤그세스 장관은 이발과 면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턱수염과 긴 머리를 해선 안 되고, 뚱뚱한 군인들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중대장이 병사들에게 할 법한 내무생활 훈시였다. 잔뜩 군기를 잡았지만 정작 본인은 예멘 후티 공습 관련 기밀 정보를 개인 메신저로 가족들에게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야전에서 잔뼈가 굵은 백전노장들은 주 방위군 소령으로 잠시 근무했던 헤그세스 장관의 정신교육을 묵묵히 들었다. 그런 얘기였으면 그냥 이메일로 보내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미 언론은 지적했다.

 

▷무대에서 바통을 이어받은 트럼프는 불법 이민 단속을 자화자찬하면서 장군들에게 미국 내부로부터의 전쟁에 나서자고 했다. 단속 반대 시위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대도시들을 군대 훈련장으로 사용하라고도 했다. 트럼프는 “내 말이 마음에 안 들면 나가도 된다”면서도 “물론 그러면 당신들의 계급과 미래가 사라지겠지만…”이란 단서를 붙였다. 내 정책에 따르기 싫으면 알아서 옷을 벗으라는 경고로도 들리는 말이었다.

▷이날 회의는 트럼프와 헤그세스의 정치 토크쇼에 가까웠다. 세계 최강 군대의 지휘관들을 앉혀놓고 정신교육 하는 것 자체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 같다. 하지만 트럼프 마음대로 안 된 게 있었다. 2시간이 넘는 연설 내내 830여 명의 장군들은 단 한 번도 박수를 치지 않았고 시종일관 무표정했다. 미 언론에선 사실상의 묵언 저항이란 평가도 나왔다. 트럼프가 “이렇게 조용한 방에 있는 건 처음”이라고 했을 정도다. 군 경험이 일천한 국방장관과 군 미필인 대통령의 모욕적 언사 앞에서 평정심을 지키는 게 장군들이 치른 ‘내부’와의 전쟁이었을 것이다.

 

-신광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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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호랑이 

중국계 미국 작가 켄 리우의 소설 ‘종이 동물원’에는 영어를 잘 못하는 중국계 어머니가 종이로 호랑이를 접어주는 대목이 나온다. 종이로 호랑이·늑대 같은 동물 형상을 만드는 건 중국의 오랜 풍습이다. ‘종이호랑이(纸老虎)’란 단어는 명나라 소설 ‘수호전’에 처음 등장한다고 한다. 겉으론 강해 보이지만 실제 힘은 약하다는 뜻이다. 청나라 말기 서태후와 실권자 리훙장도 저물어가는 제국을 한탄하며 이 말을 썼다.

 

▶‘종이호랑이’를 서방에 알린 건 마오쩌둥이다. 마오는 1946년 근거지 옌안에서 미국 기자를 만나 “미국 등 제국주의와 반동파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고 했다. 국·공 내전에서 미국이 국민당을 돕고 있지만 인민 지지를 받는 공산당이 결국 이길 것이란 뜻이었다. 당시 통역은 ‘종이호랑이’를 미국 기자가 이해하지 못할까 봐 유사한 관용어인 ‘허수아비(scarecrow)’로 번역했다. 그런데 마오는 “내가 말한 건 종이(paper)로 만든 호랑이(tiger)였다”고 했다. 마오의 ‘종이호랑이’ 인터뷰가 전 세계로 퍼졌다.

 

▶냉전 시기 ‘종이호랑이’는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이 서로 깎아내릴 때 자주 등장했다. 미 언론은 소련 핵무기가 위협적이지만 군비가 큰 부담이고 경제 구조가 취약해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고 했다.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패했을 땐 공산권으로부터 같은 말을 들어야 했다. 최근엔 이름난 다국적 기업이지만 재무 구조가 부실한 경우에도 ‘종이호랑이’ 취급을 받는다.

 

얼마 전 트럼프가 “러시아가 군사 강국이라면 (우크라이나 침략은) 일주일도 안 걸렸을 전쟁”이라며 “종이호랑이로 보인다”고 했다. 러시아의 침공은 초반 예상과 달리 3년 반을 넘기고 있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자신의 종전(終戰) 안을 수용하지 않자 깔아뭉개는 말을 한 것이다. 그러자 푸틴이 2일 “이 종이호랑이를 상대해 보라”고 응수했다. 지금 러시아가 미국 주도 나토(NATO)와 우크라이나에서 대결하고 있는데 러시아가 종이호랑이라면 (막지 못하는) 나토는 뭐냐고도 했다. 나토야말로 진짜 ‘종이호랑이’라는 야유다.

 

푸틴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순항 미사일을 제공하면 “질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확전을 의미한다”고 했다. 러시아 본토가 미사일 공격을 받으면 서방을 공격하겠다는 겁박이다. 이스라엘 가자 지구에선 이미 6만명이 희생됐고 대만해협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종이호랑이’ 말싸움이 실전으로 번질까 겁난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5-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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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트럼프 하고 싶은 것 다 해

 

[특파원 리포트] 

 

지난달 21일 애리조나주 글랜데일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찰리 커크 추모식 입장을 기다리는 트럼프 지지자들. /AP 연합뉴스

 

트럼프 취임식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19일 워싱턴 DC의 다목적 경기장인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대선 승리 기념 집회가 열렸다. 행사 시작은 오후 3시였고 출입구는 오후 1시에 열릴 예정이었다. 트럼프가 직접 참석하는 행사를 보기 위해 오전 10시쯤 집을 나섰다. 대단한 착각이었다.

 

줄은 끝이 보이질 않았다. 다음 날 트럼프 취임식이 40년 만에 처음으로 실내에서 열렸을 만큼 혹독한 한파가 몰아쳤다. 하지만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트럼프 지지자들은 꼭두새벽부터 주변에 진을 치고 있었다. 눈보라 속에 5시간을 서서 기다렸지만 2만명 정원의 경기장은 순식간에 가득 찼다. 결국 입장에 실패했다.

 

지난달 21일 애리조나 글랜데일의 미식축구 경기장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청년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 추모식에는 굳게 마음을 먹고 갔다. 커크가 트럼프 최측근이었던 만큼 트럼프와 행정부 인사들의 총출동이 예고돼 있었다. 추모식은 오전 11시 시작이었지만 언제부터 줄을 서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당일 오전 1시쯤 호텔을 나섰다. 그때쯤이면 아무도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7만명 정원의 거대한 경기장 주변은 맨 앞이 보이지 않는 긴 줄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었다. 지지자들은 캠핑 의자와 침낭을 펴놓고 아이들을 재워가며 밤을 새웠다. 중국 공산당 지원을 받은 좌파 세력이 커크 암살 배후에 있다는 음모론부터 위대한 미국을 민주당이 어떻게 망쳤는지까지, 미 전역에서 모인 트럼프 지지자들은 동이 틀 때까지 나라를 걱정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6~7시간 꼬박 밤을 새워 줄을 선 끝에야 오전 8시쯤 경기장에 입장했다. 그제서야 화장실에 다녀온 지지자들은 콜라와 피자를 사온 뒤 오후 1시 넘어 무대에 등장한 트럼프의 연설에 울고 웃었다. 트럼프 취임 후 대규모 반(反)트럼프 시위 현장도 여러 번 갔지만 민주당 지지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에너지와 열정, 광기(狂氣)가 ‘MAGA 지지자’들에겐 있었다.

 

지난 1일 뉴욕타임스는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며 “변하지 않는 43% 지지율의 인기 없는 대통령”이라고 트럼프를 정의했다. 이민, 경제, 무역, 전쟁 등 위법을 오가며 정적 처벌에만 몰두하는 트럼프 정책들은 대부분 인기가 없지만 트럼프가 무슨 짓을 하든 지지율은 안정적이며 그에 대한 평가는 이미 고정된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었다.

 

과거 친문(親文) 지지자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편들며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것 다 해”라고 했다. 그 결과 온갖 실험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문 정권은 건국 이래 자산 격차를 최대로 벌려 놓은 정권으로 기록됐다. 극성 팬덤을 등에 업고 왕관 쓴 합성 사진을 올리는 데 주저함이 없는 트럼프와 미국이 민주주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걱정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조선일보(25-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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