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추석입니다]
[올해 추석엔 유럽 여행도 가는데… 내년은?]
그래도, 추석입니다

추석 연휴를 앞둔 2일 인천 미추홀구 석바위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추석 연휴가 시작됐습니다. 개천절부터 한글날까지 7일 동안 이어지는 연휴입니다. 직장인은 10일에 연차를 내면 최장 열흘 연속 쉴 수 있습니다. ‘황금 연휴’라고 부를 만합니다. 하지만 정작 명절 기분이 나지 않는다는 분이 많습니다.
사실 기분 좋은 소식이 별로 없습니다. 연초부터 내수 경기가 얼어붙은 가운데 미국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져 경제 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올해 추석 경기가 작년보다 좋아졌다고 답변한 기업은 7.4%에 불과했습니다. 자영업자들도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라고 아우성입니다. 긴 연휴 동안 해외여행객이 늘어나 국내 소비가 예년보다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 인천공항 이용객은 하루 평균 22만3000명으로 기존 최다였던 올여름 성수기보다 2.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휴 때마다 해외여행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올 설 연휴에 해외로 나간 사람은 역대 설 연휴 중 가장 많았습니다. 1월 24~31일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은 전주보다 34% 감소해 국내 소비는 오히려 위축됐습니다.
경제뿐 아니라 사회 곳곳의 갈등도 사람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정치권이 희망을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정쟁을 벌이느라 연일 정신이 없습니다. 요즘 분위기는 아무리 봐도 ‘풍성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처럼 명절의 들뜬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추석은 여전히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입니다. 오랜 기간 이어온 쉼과 화합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예부터 한가위는 풍요를 기원하고 가족의 정을 나누는 날이었습니다. 잠시 무거운 현실을 내려놓고, 함께 음식을 나누고 웃으며 안부를 묻는 전통만큼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 추석 연휴가 마음의 짐을 덜고 서로를 위로하며 쉬어가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김승범 기자, 조선일보(25-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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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엔 유럽 여행도 가는데… 내년은?
들쑥날쑥 공휴일, 요일제 요구도
서울에 사는 직장인 박모(34)씨는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체코 프라하를 거쳐 독일 베를린까지 8박 9일간 유럽 여행을 간다. 박씨는 “10일 하루만 휴가를 쓰면 여행을 갔다 온 후에도 하루 쉬었다가 출근할 수 있다”며 “여름이나 겨울이 아닌 가을에 유럽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 설렌다”고 했다.
추석 연휴 기간에도 빈부 격차가 있다. 추석은 매년 음력 8월 15일이다. 여기에 앞뒤 하루씩을 더한 3일간이 공식 추석 연휴다. 해마다 이 시기가 토·일요일, 인접한 공휴일인 개천절(10월 3일)이나 한글날(10월 9일)과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따라 실제 연휴 기간이 달라진다. 유럽까지 다녀올 수 있는 ‘긴 연휴’가 되기도, 양가 부모님을 찾아뵙기도 빠듯한 ‘야박한 연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올해는 개천절부터 한글날까지 일주일 동안 연휴가 이어지고 10일 하루 연차를 내면 최장 열흘을 쉴 수 있어 ‘연휴 풍년인 해’로 불린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일 부산 김해공항이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최근 10년간 추석 연휴를 분석해 보니, 연휴 길이는 최소 나흘에서 최장 열흘까지 최대 6일 차이가 났다. 2015년의 경우 토·일을 포함한 나흘 연휴였다. 추석이 일요일이라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가 공식 연휴, 여기에 화요일이 대체 공휴일로 지정되면서다. 추석이 목요일이었던 2016년은 토·일을 포함한 닷새 연휴. 2017년은 개천절과 한글날이 모두 이어진 데다, 임시 공휴일까지 지정되며 열흘을 쉬었다. 이후 휴일 수는 2018·2020·2021·2024년이 5일, 2019·2022년은 4일, 2023년은 6일로 10년 평균 휴일 수는 5.3일이었다. 내년은 어떨까. 추석이 금요일이어서 임시 공휴일이 따로 지정되지 않으면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나흘 연휴다.
추석 연휴만 오락가락하는 게 아니다. 어린이날·부처님오신날·현충일·광복절·성탄절 등과의 조합에 따라 연휴가 매년 들쑥날쑥하다. 이에 따라 ‘요일제 공휴일’ 도입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요일제 공휴일은 3·1절이나 8·15처럼 날짜 자체가 중요한 기념일이 아니라면 공휴일을 특정 날이 아니라 특정 요일로 지정하는 제도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요일제 공휴일을 연구한 한국인사행정학회는 “한국의 공휴일은 해마다 일정하지 않아 근로자들이 예측 가능한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며 “연속된 휴일을 보장하면 근로자 복지는 물론 내수 시장과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요일제 공휴일 도입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 등은 날짜 지정 공휴일과 요일제 공휴일을 둘 다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현충일은 5월 마지막 주 월요일로, ‘재향 군인의 날’은 날짜의 의미를 살려 1차 대전 종전 기념일인 11월 11일로 지정한다.
-남정미 기자, 조선일보(25-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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