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에서 발견한 '메이드 인 서울' 제조업의 가치]
[스위스 여권]
[스위스 시계 산업]
빼빼로에서 발견한 '메이드 인 서울' 제조업의 가치
도시의 정체성과 브랜드

2025년 빼빼로데이가 그제였다. 다행히 올해는 빼빼로를 받았다. 빼빼로 상자 뒤편 성분표를 무심코 보다가 새삼 깨달았다. 생산지가 서울이다. 서울시 영등포구. 즉 빼빼로는 요즘처럼 서울 땅값이 비싼 때에 쉽게 찾기 힘든 ‘메이드 인 서울’이다.
2023년 초 이 공장에 취재를 간 적이 있다. 롯데 직원들이 ‘영공(영등포 공장)’이라 부르는 공장에 다가가면 밖에서부터 달콤한 냄새가 난다. 이곳에서 여전히 롯데껌, 빼빼로, 초콜릿 등 롯데웰푸드 식품이 생산된다. 이 공장은 말하자면 레트로 공장이다. 1969년에 지은 건물이다. 내가 찾은 2023년에는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가보고 깨달았다. 이곳이 한국 제과 산업의 한 역사다. 동시에 서울에서 제조업이 이루어지던 시대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 공장을 찾고 서울 생산 물건들이 궁금해졌다. 소비자의 물욕 겸 라이프스타일 분야 에디터의 직업적 호기심에서. 찾아보니 공장 단위 생산물은 이미 적었다. 롯데의 초콜릿과 껌, 서울 시내 양조장 6곳에서 만드는 장수막걸리, 성수동의 가죽 제품, 충무로의 인쇄물 등. 개인 사업체 수준 업체로 탐색 범위를 넓혀도 비슷했다. 대장장이의 철물, 인사동의 고급 붓 정도. 그런데 이런 물건에 대한 존중은커녕 정보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하나하나 개성 있고 좋은 물건인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스위스 국제 고급시계 박람회(SIHH)’에서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의 담당자가 최신 시계들을 선보이고 있다.
선진국은 그렇지 않다. 특히 서유럽에서 대도시 권역 내 제조업 산물을 브랜드 수준으로 강조한다. 고급 손목시계의 엔진 역할을 하는 무브먼트에 부여하는 ‘제네바 실(Geneva Seal)’이 대표적이다. 제네바 실을 받으려면 제네바 권역에 위치한 사업장임을 증명한 뒤 기계로서의 성능인 정확도와 공예품으로서의 역량인 부문별 우수성에 합격해야 한다. 이 규정을 제정하고 관리하는 임원 역시 업종 내 다양한 실력 단체의 전문가들이다. 인증 기업 임원, 대학교수, 제조사 대표 등.
이런 전통은 역사에서 온다. 제네바의 시계 제작 길드 역사는 1601년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네바 실이라는 규정도 19세기 중·후반에 생겼다. 시계 생산의 전통과 역사가 느껴진다. 엄격한 품질 관리 노력을 자체적으로 했으니 스위스는 몇 세대에 걸쳐 최고의 시계 제조 지역이라는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도시 단위 품질 인증 제도는 세계의 도시별 경쟁이기도 하다. 일본의 세이코는 자사 고급 시계를 만들 때 제네바 실보다 더 엄격한 제품 기준을 적용해 시계를 만든다. 그렇게 엄격한 기준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세이코가 스위스 명가만큼 대접받지는 못한다.
대부분의 도시 제조업은 살아남지 못한다. 런던의 시계처럼. 사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손목시계 관련 특허는 스위스가 아니라 영국에서 만들어졌다. 지금 시계 허브로서의 런던은 해체됐다. 컨베이어 벨트 방식으로 시계를 대량생산하는 20세기 초반의 제조업 경향을 따라가지 못했다. 당연히 생산성이 떨어졌다. 반대로 스위스는 미국의 포디즘(미국식 대량생산 방식)을 배워 와 공예와 대량생산을 양립시킨 덕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美 타임스스퀘어에서 열린 롯데웰푸드의 ‘웰컴 투 K-스위트 홀리데이’ 페스티벌에 참여한 방문객의 모습. /롯데웰푸드 제공
이 외에도 파리나 도쿄 등 세계적인 대도시는 도시 한편에 여전히 제조업 벨트가 있다. 각자의 제조업 역량을 키우며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한다. 어디로 봐도 긍정적이다. 기업들은 실무진의 풍부한 경험과 오늘날 요소를 접목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요즘은 각 지역의 로컬이 유행이니 특정 도시의 이미지가 그 자체로 프리미엄 요소가 되기도 한다. 뉴욕산 맥주나 파리 제작 가죽 제품처럼. 도시 제조업 벨트는 일자리의 다양화 면에서도 좋다. 건강한 제조업 일자리가 아직 도시에 남아 있는 거니까.
서울도 이제 국제적인 도시다.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떠나 그 동네 냉장고 자석이라도 사 오듯 세계인들은 서울에서 만들어 서울에서 파는 기념품을 원할 것이다. 아울러 도시형 프리미엄 제조업은 ‘미래적인 구식 일자리’라고도 생각한다. 요즘처럼 흠 없이 절륜한 제조업의 시대에는 인간이 만든 흠이 사치스러운 매력이 되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프리미엄화에 성공한다면 요즘처럼 일자리가 순식간에 삭제되는 시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저러하니 서울산 물건이 더 많이 나오면 좋을 텐데. 빼빼로를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박찬용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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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여권
해외여행의 필수품인 여권은 '조용한 외교관'이다. 여권만 보아도 소지한 사람이 속한 나라의 품격을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가 브랜드 정체성 향상을 위해 여권을 독창적으로 디자인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네덜란드 여권은 페이지마다 위대한 선조들의 초상과 주요 업적을 담은 작은 그림 역사책이다. 핀란드 여권은 페이지를 빨리 넘기면 오른쪽 모서리에 달리는 순록이 나타나는 플립북 스타일이다. 캐나다 여권은 단색조로 인쇄된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에 자외선 불빛을 비추면 현란한 색채가 나타나 위조가 어렵다.

스위스 바이오메트릭 여권, 디자이너: 로저 푼드(Roger Pfund), 사진 1: 겉표지, 사진 2: 내지 예시.
전 세계 여권 220여종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2003년 발급된 스위스 여권이다. 스위스 연방정부의 새 여권 디자인 프로젝트를 맡은 지폐 디자인 전문가 로저 푼드는 단조롭고 칙칙하던 여권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경쾌하고 세련된 '스위스다움'을 표현했다. 스위스 특유의 선명한 빨간색 표지에 독일어와 프랑스어 등 네 가지 공식 언어와 영어로 '스위스 여권'이라는 글자와 국기를 흰색으로 나타냈으며, 2010년부터 전자여권 로고를 추가했다. 글자체는 섬세하고 가독성이 높은 프루티거 서체(Frutiger Font)를 활용하여 읽기 쉽고 친근한 느낌이 든다. 바탕에는 작은 십자 문양들을 방사형으로 엠보싱(돋을무늬기법)하여 요철(凹凸) 효과가 은은하게 나타난다. 40쪽 내지에는 페이지마다 십자 문양을 중심에 두고 26개 자치주의 문장과 건축물 등을 다채로운 색상으로 표시했다.
작은 아트북처럼 예쁜 여권이 등장하자 사용하던 여권의 유효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새 여권을 받으려고 길게 줄 설 만큼 국민의 호응이 대단히 높다. 여권을 친화적으로 디자인하려는 국가들이 스위스 여권을 벤치마커로 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산업디자인, 조선일보(17-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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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시계 산업
스위스 시계 산업의 시작은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유럽에서는 종교 개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스위스는 개신교를 지지했기 때문에 유럽 각국에서 종교 박해를 피해 스위스로 이주하는 개신교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프랑스에서 이주한 개신교 중에 뛰어난 시계 제조 기술을 가진 장인들이 많았습니다.
이들과 당시 스위스 제네바에서 성행하던 보석 제조 기술이 결합해 스위스 시계 산업이 꽃피게 된 것입니다. 스위스가 시계 산업으로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은 스위스의 유명 시계 회사들의 남다른 노력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회사들은 100년 넘게 숙련공 제도를 두어 시계 명장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엄격한 기술 비밀주의로 다른 나라가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과 비법을 쌓았습니다. 스위스 정부도 만 15세부터 입학할 수 있는 3~4년 과정의 시계 직업 학교와 기술 전문 고등하교, 전문 기술자 교육 과정 등 수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기술 인력 공급에 적극적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오랫동안 스위스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게 한 원동력입니다.
-세계지리를 보다(박찬영∙엄정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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