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내 인생은 뭔가?’ 생각이 드는 부모들에게]
[갱년기를 버티게 할 음식, 힘들게 할 음식]
문득 ‘내 인생은 뭔가?’ 생각이 드는 부모들에게
가족 뒤 남겨진 ‘나’ 찾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얼마나 소중한지 설명할 수조차 없는 아이가 태어나면 그때부터는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간다. ‘가족’만 생각하며 정신없이 일하는 아빠, ‘아이’만 생각하며 눈코 뜰 새 없이 하루를 보내는 엄마. 문득 거울에 비친 나의 지친 모습에 놀라 ‘내 인생은 뭔가’ ‘나는 뭔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한 아빠가 말했다. 자신은 정말 가족을 위해 돈을 열심히 벌었노라고. 그런데 어느 날 집에 돌아와 보니 아이들은 엄마하고만 속닥거리고 집안 어디에도 자신의 자리는 없었다. 이제라도 대화를 해보려 하지만 공감대도 찾을 수 없고, 무슨 말을 하는지도 도통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아빠는 ‘도대체 내 인생은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독하고 외로워지기도 했다. 아이가 청소년기를 막 벗어날 무렵, 직장에서 위치가 위태로워질 무렵, 이런 감정을 느끼는 아빠들을 정말 많이 만난다. 그 아빠들이 털어놓는 쓸쓸하고 허전한 이야기에 나는 하염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빠들은 눈물을 떨구지도 못하는 촉촉한 눈으로 말한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아빠들이 명제를 바꿨으면 한다. ‘너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집안일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었어’가 아니라 ‘내가 우리 가족을 정말 사랑한다면 이제라도 관심을 가져야겠구나’라고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무심함을 인정하고 아이들과 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보라고 조언한다. “아빠가 그동안 무심했던 것 같은데 미안하다. 가족을 사랑한다는 것이 바깥일만 잘하면 될 거라 생각해서 신경을 못 썼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미안하다”라고 진솔하게 말할 수 있었으면 한다.
회사 직원들과 잘 지내기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잘 생각해 보고 가족들에게 그렇게 다가가면 된다. 사소한 것에도 관심을 가져주고, 조금만 잘해도 칭찬하고, 고민이 있는 것 같으면 들어주고, 가끔 맛있는 것도 사준다. 직원들이 힘들어할 때 격려의 말을 건넨 것처럼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하면 된다. 상황이 금세 달라지진 않겠지만 서서히 가족들이 아빠의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한 엄마는 우리네 엄마들이 그렇듯 아이를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를 하느라 자신에게는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어느 날 남편이 “당신은 왜 이렇게 촌스러워?”라고 말한다. 뭔가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훅 올라오는 느낌이다. 억울하다. 너무 억울하다. 아내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당신이 언제 나한테 제대로 된 옷 한 벌 사 준 적 있어?”라고 따진다. 남편은 태평하게 “사 입어. 카드 있잖아?”라고 대답한다. 아내는 이내 가슴이 답답해진다. 짧은 한숨이 뱉어진다. ‘그 돈이면 아이 학원 하나 더 보낼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아이는 컸다고 엄마 말도 안 듣고 친구들하고만 어울려 다니고, 공부도 대학도 시원찮아 보인다. 그럴 때 엄마는 ‘나는 뭔가?’라는 생각에 자신이 너무나 작고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내 안의 정체성 중 자신을 위한 것의 개수를 늘려 나갔으면 한다.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것을 가만히 생각해 본다. 적은 비용으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분명 하고 싶었던 문화생활도 있었을 것이다. 틈틈이 좋은 영화를 보고, 좋아하던 음악을 듣고, 작은 여행도 시작해 본다.
나를 버리고 아이를 위해 살았다고 지나치게 억울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황금 시기에 내가 부모로서 최선을 다해 키웠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 시간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다른 사람이 그것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 시간이 소중했으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그것이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조건 없는 사랑이다. 그래도 억울함이 남아 있다면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당신이(네가) 요즘 가족에게 너무 무심한 것 같아 나(엄마)는 좀 서운해.” 그리고 저녁이라도 온 가족이 같이 먹자고 한다.
당신이 얼마나 배우자와 아이를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왔는지, 그 시간의 가치를 지금 아이들은 당연히 모를 수 있다. 아니, 모를 것이다. 배우자도 각자의 역할에 갇혀 책임감에 눌려 잠깐 잊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당신들의 조건 없는 그 사랑은 그 자체로도 넘치게 숭고하다. 눈이 부시게 높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자. 큰 숨을 들이쉬며, 스스로 가슴 벅차게 뿌듯해했으면 좋겠다. 나는 당신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동아일보(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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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를 버티게 할 음식, 힘들게 할 음식

“갱년기 증상이 왜 나만 이렇게 심할까.”
같은 시기를 지나는데도 누군가는 비교적 담담하게 넘기고, 누군가는 얼굴이 달아오르고 잠을 설치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다. 땀이 쏟아지고 관절이 쑤시고 이유 없는 우울감이 몰려오면 “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갱년기의 출발점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감소다. 같은 호르몬 변화를 겪어도 몸이 버텨 내는 힘에는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음식이다. 갱년기에는 뼈가 약해지고 세포가 수분을 붙잡는 힘이 떨어지며 감정 조절도 흔들린다. 이때 몸에 불리한 음식은 증상을 키우고, 도움이 되는 음식은 변화의 속도를 늦춘다.
문제는 우리가 무심코 먹는 것들에 있다. 탄산음료가 대표적이다. 갱년기 이후 가장 먼저 신호를 보내는 곳은 뼈다. 탄산음료에는 인 성분이 많다. 칼슘 섭취는 부족한데 인이 과하면 뼈에 있던 칼슘이 빠져나간다. 탄산음료 대신 레몬즙을 더한 탄산수로 바꾸면 어떨까.
술과 카페인도 갱년기 몸에는 부담이 된다. 이 시기의 많은 여성은 이미 만성 탈수 상태에 가깝다. 세포가 수분을 붙잡는 힘이 약해지면서 피부와 입, 눈까지 건조해진다. 그런데 술은 이뇨를 촉진하고 카페인은 개인에 따라 소량에도 수분 손실을 키운다. 커피뿐 아니라 홍차, 녹차, 콜라, 에너지 음료, 초콜릿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감정 기복이 심해질수록 단 음식이 당기지만, 이 역시 악순환을 만든다. 설탕이 많은 간식은 혈당을 빠르게 올렸다가 떨어뜨린다. 이런 변동성이 커질수록 불안과 우울, 짜증이 잦아진다. 단 것이 필요할 때는 설탕 대신 과일이나 소량의 꿀로 조절해 보는 편이 낫다.
그렇다면 무엇을 먹어야 할까. 핵심은 노화와 염증을 동시에 잡는 음식이다. 베리류가 그렇다. 딸기, 블루베리, 아로니아는 물론 복분자, 오디, 구기자도 좋다.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세포가 ‘녹스는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뼈 건강을 위해서는 발효콩이 빠질 수 없다. 콩 자체도 좋은 단백질원이지만 갱년기에는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칼슘이 뼈에 제대로 자리 잡도록 돕는 비타민 K2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성분은 자연식품 중 발효콩에 거의 유일하게 들어 있다. 낫또, 된장, 청국장, 템페 같은 발효콩은 단백질과 뼈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음식이다.
수분 섭취도 방식이 중요하다. 갱년기의 건조증은 물을 적게 마셔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세포가 물을 붙잡지 못하는 상태에서 물만 많이 마시면 흡수되지 못한 수분이 그대로 빠져나간다. 이럴 때는 슴슴한 국물이나 수분 함량이 높은 채소와 과일이 도움이 된다.
음식이 갱년기 증상을 치료해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몸이 변화를 견뎌낼 수 있도록 돕는 완충장치는 될 수 있다. 무엇을 더할지보다 무엇을 줄이고 무엇으로 바꿀지부터 점검해 보자. 갱년기를 힘들게 만드는 음식은 덜어내고, 몸을 지지해 주는 음식으로 채우자. 그 작은 선택의 차이가 이 시기를 통과하는 방식까지 바꾼다.
-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 동아일보(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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