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같아도 동지 vs. 하나만 달라도 적]
[반대파 무더기 퇴출 경고… 당권 장악에만 진심인 장동혁]
[3석 당은 AI·99만원 선거, 거대 당 의원은 수 억원 출판회]
[보수 정당의 위기]
하나만 같아도 동지 vs. 하나만 달라도 적]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정치는 경쟁·협력 사이 균형을 찾는 기술
민주당은 합당을 둘러싼 심리적 내전 중
국민의힘은 한동훈 제명으로 심리적 분당
정당 내 비판을 숙청으로 몰아가는 행태
헌정 질서 흔든 계엄 옹호는 납득 불가…
탄핵된 대통령 앞세우면 선거에서 필패

민주당은 합당 이슈로 ‘심리적 내전’ 상황이고, 국민의힘은 한동훈 제명으로 ‘심리적 분당’ 상태다. 양당 모두 본질은 권력 투쟁이다. 정치는 ‘경쟁적 협력’과 ‘협력적 경쟁’ 사이에 균형을 찾는 기술이다. 정치는 ‘하나만 같아도 동지’로 보는 사람의 영역이다. ‘하나만 달라도 적’으로 보는 사람은 정치에 안 맞는다. 민주당은 같은 것을 찾아 통합으로 가고 있고, 국민의힘은 다른 것을 찾아 분열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리위원회를 동원해 당 대표를 지낸 이준석과 한동훈을 당에서 쫓아냈다.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윤리위 징계가 ‘주의 촉구’에서 ‘탈당 권유’로 바뀌는 과정을 보면 국민의힘이 어떤 정당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작년 여상원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은 ‘주의 촉구’를 결정하면서 “정치적인 견해의 표현은 민주 국가에서 보장돼야 하는 사안”이라며 “정당 내에서 그 정도 허용도 안 되는 건 민주 정당의 가치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같은 잣대로 잰다면 지금 당권파 정치인 대부분도 같은 징계를 받아 마땅하다.
윤리위원장을 윤민우로 교체한 후 원하는 목적을 이뤘다. 결정문이 놀랍다. ‘당 대표는 당원 개개인의 자유 의지의 총합이기 때문에 당원이 당대표를 비판하면 당에서 내쫓아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문은 나치즘과 북한 수령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논리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비판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중국공산당과 조선노동당을 닮아 가고 있다. 이준석·한동훈·김종혁은 중앙당 징계를 받은 것이 아니라 ‘당중앙’의 ‘숙청’을 당한 것이다. 자유주의 정당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의힘 권력 투쟁의 핵심은 ‘윤석열 노선’과 ‘한동훈 노선’의 타협할 수 없는 실존적 충돌이다. 지금 상황이 윤석열과 한동훈을 동시 청산하는 과정인 듯 호도하는 것은 악의적 기만이다. 당 게시판 이슈는 충돌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일 뿐이다. 비상계엄·탄핵·부정선거를 대하는 태도가 충돌의 본질이다.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며 옹호하고, 탄핵을 반대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이 이재명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 2등 공신, 3등 공신이다.
장동혁 대표는 ‘이기는 변화’를 이야기하지만 지금 국민의힘은 변화가 없고, 그러니 이길 수도 없다. 장동혁 대표는 황교안과 윤석열 노선을 추종하고 있다. 이길 수 없는 주장으로 참패를 자초한 후 부정선거 때문이라는 망상과 “다 이기고 돌아왔다”는 정신 승리를 따라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5일 국회에서 당내 사퇴론과 재신임 투표 관련 입장 발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회의실을 빠져나가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오늘(5일)부터 내일까지 자신에 대한 사퇴 혹은 재신임 투표 요구가 있다면 전 당원 투표를 하겠다"며 "재신임을 받지 못한다면 당대표직과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연합뉴스
물론 윤석열·황교안·장동혁도 계획된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사가 그렇듯 정치도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의도보다는 의지가, 의지보다는 역량이, 역량보다는 실행이, 실행보다는 결과가, 결과보다는 ‘파장’이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준석 대표를 내쫓을 의도·의지·역량이 있었고 실행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파장을 읽지 못했다. 이준석을 내쫓고 선거 연합을 해체한 것이 자기가 앉은 의자 다리를 자기 손으로 자른 것이라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을 것이다. 장동혁 대표도 똑같다. 원하는 결과를 얻었지만 어떤 파장이 올지 지금은 모를 것이다. 훗날 그 순간이 몰락의 시작이었다고 후회할 날이 올 수 있다.
장동혁 체제의 지분을 가진 유튜버 고성국과 전한길은 노골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고성국은 “전두환·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당사에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한길은 “윤석열을 절연하면 장동혁을 버리겠다”고 경고했다. 전두환과 윤석열은 한밤중에 군을 동원해 위헌·위법한 쿠데타와 비상계엄을 한 사람들이다. 절연을 선언해도 지워질까 싶은데 자랑스럽게 계승하자니 ‘군사 독재 DNA’가 여전히 남아 있는 현실이 충격이다.
현직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블랙스완’이다. 경제학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블랙스완’을 (예측할 수 없는) ‘극단적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반면 ‘커런시 워’에서 제임스 리카즈는 그것을 ‘일상적 사건의 극단적 결과’로 정의했다. 1987년 이후 다시는 군을 동원하는 쿠데타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깬 ‘12·3 친위 쿠데타’를 보니 제임스 리카즈의 정의가 더 부합하는 듯하다.
한동훈 전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 다큐멘터리 ‘잊혀진 대통령: 김영삼의 개혁 시대’를 관람한 후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김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다. 지금 국민의힘 전략 노선은 ‘고성국이 쏘아 올린 전두환’으로 인해 ‘전두환 대 김영삼’ 구도가 됐다. 전두환·윤석열을 계승하는 세력은 군을 동원한 쿠데타나 비상계엄을 옹호한다. 김영삼을 계승하는 세력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론적 대립이다. 한동훈은 김영삼 쪽에 섰다. 장동혁 대표는 어느 쪽에 설 것인가.
한국인은 정당보다 인물에 정치적 정체성을 투사한다. 2016년 총선 당시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민주당보다 높았지만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중 누구를 가장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에 김대중·노무현 지지가 이명박·박근혜 지지보다 높은 곳은 민주당이 이겼다. 숨겨진 민심이다. 박근혜·문재인·윤석열·이재명을 놓고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문재인·이재명 대 박근혜·윤석열 중 어느 쪽 지지가 높겠는가. 선거 예측엔 정당 지지율보다 (숨겨진 민심을 반영하는) 실제적 지표다. 아마도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으로 물으면 그나마 격차가 좀 줄어들 것이다. 탄핵당한 대통령을 내세워 어떻게 선거를 이기나. ‘이기는 변화’는 장동혁 대표가 어느 쪽에 설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언주 최고위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조선일보(2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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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파 무더기 퇴출 경고… 당권 장악에만 진심인 장동혁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자신을 향한 당내의 대표직 사퇴 요구와 관련해 “누구라도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요구하면 곧바로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퇴나 재신임을 요구한) 국회의원, 단체장 본인들도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정기 당무감사 결과 하위 평가를 받아 ‘교체 권고’를 받은 당협위원장 37명에 대해 경고만 하고 교체 결정은 6·3 지방선거 뒤로 미뤘다.
사실 당무감사위의 37명 교체 권고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대로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불과 일주일 전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장 대표가 그 연장선에서 눈엣가시 같은 친한(친한동훈)계는 물론이고 최근 자신을 향해 날을 세우는 오세훈 서울시장 측 인사들까지 대거 찍어낼 기회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 징계를 앞두고 “들이받는 소는 돌로 쳐 죽일 것”이라고 했던 인물이 당무감사를 주도한 데다 그 과정에서 ‘당과 다른 목소리’가 감점 처리되는 등 친장동혁계 인사들이 말하던 ‘고름 제거’ 작업이 실행되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적지 않았다.
장 대표의 교체 보류 결정으로 막장으로 치닫던 당내 갈등은 한숨 고르게 됐지만 내홍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듯하다. 당 분열로 선거를 망칠 수 없다는 현실적 고려일 뿐 장 대표의 당 장악 의지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단식 투쟁 후 당무 복귀 하루 만에 한 전 대표를 쳐낸 장 대표다. 당장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어떤 칼을 휘두를지 모른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친한계에선 이번 보류 결정을 “말 잘 들으라는 협박성 경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선거가 넉 달도 안 남았지만 국민의힘에선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 5일 나온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22%에 그쳐 더불어민주당(41%)과 19%포인트 차이가 났다. 중도층 확장을 위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이 급선무인데, 장 대표는 전한길 씨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순간 나도 장 대표를 버릴 것”이라고 으름장을 놔도 이렇다 할 대응을 못 하면서 당내 반대파를 향해선 “정치생명부터 걸라”고 되받기에 바쁘다. 이래선 6·3 지방선거가 보수의 재건은커녕 보수의 실종을 확인하는 선거가 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동아일보(2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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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석 당은 AI·99만원 선거, 거대 당 의원은 수 억원 출판회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개혁신당이 ‘기초의원 선거 99만원 패키지’ 등 저비용·AI 선거를 내걸고 지방선거 출마자를 모으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심사비 명목으로 특별 당비만 수백만원씩 받는데 개혁신당은 이를 받지 않고 심사도 온라인으로 하고 있다. 99만원은 법이 허용하는 홍보·선거물 제작 비용이라고 한다. 후보별 공약은 지방 의회 회의록을 학습한 AI가 만들고, 선거법 컨설팅 등은 ‘챗봇’이 해준다. 지금까지 200여 명이 지원했고 30명은 공천이 확정됐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특별 당비로만 100억원 안팎을 벌었다. 최근 드러난 민주당의 ‘공천 거래’처럼 거액의 뒷돈이 오간다는 것은 정치권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유력 정치인과 연줄도 필수다. ‘돈과 줄’이 없는 정치 신인이나 청년·여성 등은 언감생심이다.
선거 때마다 정당들은 정치 개혁, 공천 혁명을 내세운다. 그런데 최근 단체장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돈봉투가 대거 전달되는 장면이 방송에 포착됐다. 지금 민주·국힘 가릴 것 없이 의원들 출판기념회가 우후죽순처럼 열리고 있다. 출판기념회 수익은 현행법상 정치자금으로 분류되지 않아 신고·공개 의무가 없다. 세금도 안 낸다. 그러다 보니 참석자 대부분이 책값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내놓는다. 수백만원을 내고 1권만 가져가는 식이다. 정치인은 최대 수억원의 음성적 수입을 얻는다. ‘뇌물 모금회’가 된 지 오래다.
출판기념회 개선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거대 정당들이 평소에는 원수처럼 싸우다가도 돈과 특권을 지키는 데는 뭉치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출처 불명 돈이 들키면 예외 없이 “출판기념회 수익”이라고 한다. 이번 국회에서도 출판기념회 수익을 정치 자금에 넣고 공개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에도 올라가지 못한 상태다.
개혁신당은 3석에 불과한데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주목하는 유권자들이 있을 것이다. 민주당과 국힘은 협력하면 헌법까지 바꿀 수 있지만 출판기념회 폐단 하나 안 고치고 있다. 이들의 정치 개혁, 공천 혁명도 거의 모두 거짓 구호로 끝났다. 변화를 거부하고 기득권만 지키려는 정당은 아무리 커도 공룡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이 보여줘야 한다.
-조선일보(2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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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전한길, ‘부정선거 토론회’ 하기로. 보수 갈라놓은 이 논쟁, 이번 기회에 종지부 찍으려나.
-팔면봉, 조선일보(2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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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정당의 위기

영국 런던에서 벌어진 거리 시위. 영국 개혁당을 비판하는 시민들이 "인종차별 정당 개혁당을 막아라" "난민 환영"이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팀 알퍼 제공
영국과 한국의 정당 제도는 매우 다르지만, 최근 양국에서 보수 정당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국 보수당은 최근 총선에서 고작 24% 득표율에 머물렀고, 국민의힘은 작년 대선에서 민주당에 8%포인트 이상 격차로 패배했다.
보수당의 인기 추락은 한국에서는 지지자들이 우려하는 수준이지만 영국 보수당의 위기는 심각하다. 총 650석 중 고작 121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을 뿐 아니라, 최근 몇 달간 강경 우파 성향의 개혁당으로 의원 18명이 이탈하며 의석 수가 더 줄어들었다.
보수당의 뿌리는 몇몇 의원이 파벌을 형성하며 ‘토리(Tory)’로 불리던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토리는 ‘도적’이라는 뜻의 욕설에 가까운 단어로, 진보적 성향이 강한 ‘휘그(Whig)’들이 영국 내전 이후에도 군주제를 지지하던 이들을 경멸하며 붙인 이름이었다. 토리들은 왕이나 여왕이 명목상의 국가 원수로서 입헌군주제를 유지하되, 의회가 그 뒤에서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체제를 지지했다.
모욕적인 별명을 당명으로 받아들인 토리당은 18세기 초 정치판에서 사라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보다 조직적인 정당이 토리당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원조 토리들과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가치, 자유무역, 왕의 신성한 권리를 옹호했던 새로운 토리당은 빠르게 민심을 얻으며 1762년 권력을 잡게 된다.
1834년 토리당은 보수당으로 이름을 바꾸며 중대한 개편을 단행한다. 당시 새롭게 생겨난 도시 인구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당을 근대화한 게 신의 한 수였다. 이후 보수당은 70년 동안 집권당으로 승승장구하며 처칠, 대처 등 유명한 리더들을 배출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이민 정책을 둘러싼 첨예한 의견 대립과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한 영국에서 보수당의 온건 지속 정책은 구시대의 유물로 느껴진다. 개혁당은 큰 목소리로 이민자들에게 나라의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좌파 진영은 이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세계 최장수 정당은 이제 중도보수에 대한 신념을 포기하거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The Strange Death of the World’s Oldest Political Party"
-팀 알퍼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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