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國史-文化]

[문화예술계 ‘보은-코드인사’] [첫 출근을 앞둔 장한나 사장에게] ....

뚝섬 2026. 4. 22. 09:09

[문화예술계 ‘보은-코드인사’]

[첫 출근을 앞둔 장한나 사장에게]

['관람객 3위' 국중박과 '월드컵 4강' 한국 축구]

 

 

 

문화예술계 ‘보은-코드인사’

 

문화예술계는 보은 인사, 코드 인사가 특히 심한 분야다. 성과 측정이 상대적으로 어려워 ‘문화적 소양’이 있으면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오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역대 보은 인사 중에서도 ‘끝판왕’은 박근혜 정부 시절 79세로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에 임명된 코미디언 자니 윤이었다. 그는 대선 당시 대통령의 재외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인연으로 임명됐는데 “인사 자체가 코미디”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문화예술계 인사를 놓고 자니 윤 인사 못지않은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보은 인사에 대한 우려는 자칭 ‘뼛속까지 이재명’인 배우 이원종 씨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지원하면서 나오기 시작했다. 면접 심사에서 후보 전원이 탈락해 없던 일이 됐지만 문화계가 받은 충격은 컸다. 이후 이재명 대선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모델 출신 배우 장동직 씨와 코미디언 서승만 씨가 유서 깊은 국립정동극장 이사장과 대표이사에 임명되자 문화계가 끓기 시작했다. 정동극장 대표는 스타 공연기획자인 홍사종, 국립발레단 단장을 지낸 최태지같이 내로라하는 문화계 인사들이 맡아 온 자리다.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에 친여 성향 역사학자 전우용 씨,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장에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를 임명한 것은 이쪽 분야의 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은 한국어 교육 전문가들이 맡아 온 자리이고, 문화관광연구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 중 유일한 국책 연구기관으로 박사급 연구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황 씨는 2021년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다가 보은 인사 논란에 사퇴한 적이 있다.

 

▷문화예술단체 65개와 개인 794명은 21일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전문성 없는 인사는 예술인에 대한 모욕”이라며 파행 인사의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인사가 전문성보다 인지도, 역량보다 권력과의 관계를 우선시하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 감독 자리에 강호동이나 서장훈을 앉히는 격”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행사를 제안한 단체는 진보 성향의 문화연대다. 이 단체의 공동대표를 지낸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문화체육비서관이다.

▷문화예술계 보은 및 코드 인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화의 힘을 이용하려는 정치권과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예술계의 취약성이 빚어낸 나쁜 관행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코드 인사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고, 코드가 맞는 단체에 지원이 몰린다는 잡음이 나왔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도 이런 풍토에서 빚어진 것이다. 정치가 예술을 지배하면 그건 예술이 아니라 선전이 된다. 문화 선진국들이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이유다. 어느 예술인이 일갈했다. 예술을 정치의 놀이터로 만들지 말라.”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6-04-22)-

______________

 

 

첫 출근을 앞둔 장한나 사장에게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부임하며 새로운 행보를 시작하는 첼리스트 겸 지휘자 장한나. 임명 소식이 알려진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홉 살 어린 나이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었던 첫 무대를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소회를 밝힌 그는 “이젠 단일한 무대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정상 예술기관을 이끄는 중책을 맡게 됐다. 이 자리가 갖는 책임의 무게를 깊이 되새기고 있다”고 전했다. /News1

 

첼리스트 겸 지휘자 장한나(44)가 24일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첫 출근을 한다. 1992년 현 사장 체제 도입 이후 첫 여성 사장이자 세계 무대를 누빈 스타 음악인의 전격 귀환이다.

 

임기를 앞둔 그의 행보는 단호했다. 장한나는 지난 1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탈리아·독일·프랑스 등 유럽 명문 악단과의 공연 8회를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청중과의 약속을 생명처럼 여기는 마에스트로가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은 ‘예술의전당 사장’이란 자리에 걸린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뜻이다.

 

15년 전 경기도의 한 공연장에서 만난 그는 “연습만 하면 땀 범벅이 돼서 옷도 물빨래할 수 있는 것만 입는다”며 해사하게 웃었다. 첼로를 내려놓은 이유를 묻자 “더 넓은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 ‘더 넓은 음악’의 무대는 이제 서초동 집무실로 옮겨졌다.

 

그러나 무대 밖 현실은 지휘봉보다 무겁다. 이 자리는 예술가가 아니라 공공기관장의 자리다. 노조, 인사, 예산 그리고 매서운 국정감사까지 감당해야 한다. 이미 편성된 예산 안에서 움직여야 하고, 공연 하나를 올리는 데 최소 2년의 호흡이 필요하다. 취임 직후 휘두를 수 있는 변화의 채찍은 생각보다 짧을 것이다.

 

특히 예술의전당이 처한 ‘자생력’의 과제는 가혹하다. 2024년 기준 국고보조금은 전체 예산의 37%(208억원)에 불과하다. 70~80% 지원을 받는 타 국립기관과 달리 예술의전당은 매년 350억원 이상을 대관료와 임대료, 주차 수입과 후원금으로 직접 벌어들여야 한다. 연간 50억원에 달하는 종부세와 재산세까지 떠안은 ‘집주인’의 고충은 예술적 품격보다는 경영의 최전선에 가깝다.

 

정치권과의 인연을 바라보는 시선도 양면적이다. 정부와의 소통 강화로 예산 확보의 통로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스타 이름값을 노린 ‘행정 편의주의’의 도구로 쓰일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결국 장한나는 이 인사가 ‘보은’이 아닌 ‘전문성’의 산물임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첫 여성 사장으로서 보여줄 리더십도 관전 포인트다. 관료적 조직 문화에 균열을 내는 섬세한 조율사가 될 수 있겠지만, 경직된 행정 문법 안에서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별개다. K컬처 편중 현상 속에서 순수 예술의 보루인 예술의전당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것이 그의 진짜 ‘해석력’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스타 한 명의 등장이 조직을 단숨에 쇄신할 것이라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공공기관은 개인의 천재성보다 구조의 관성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예술가에서 행정가로 과감한 변신을 선택한 그의 결단이 행정의 정체를 흔드는 새로운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장한나가 지휘하게 될 것은 사람과 조직 그리고 쉽게 바뀌지 않는 구조라는 이름의 난해한 현대음악이다. 행정의 언어를 배우되 예술가의 심장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그가 마주한 가장 어려운 악보다.

 

-김경은 기자, 조선일보(26-04-22)-

______________

 

 

'관람객 3위' 국중박과 '월드컵 4강' 한국 축구

 

국중박 방문객 650만명 넘었지만
외국인은 4%도 안 되는 23만명
세계적 박물관에선 드문 사례
적어도 100만명은 오게 해야
 

 

국립중앙박물관의 지난 1분기 전체 관람객 수가 202만388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8% 증가한 가운데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한국 축구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했을 때 모두가 “꿈이 이뤄졌다”고 반색한 것은 아니었다. 일부는 “우리 축구의 진짜 실력은 4강이 아닌데 성과에 취하면 앞날에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한국에 졌지만 진짜 4강 실력은 그들이었다. 2026 월드컵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한국 축구의 현실을 돌아보면 그때의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던 것 같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지난해 관람객이 650만명을 넘어서며 세계 3위가 됐다. 우리보다 관람객이 많은 박물관은 프랑스 루브르(904만명)와 로마의 바티칸(693만명)뿐이다. 최고의 전시로 내 눈을 사로잡은 영국박물관과 뉴욕메트로폴리탄조차 우리 아래라는 게 신기했다. 관람객 증가율도 가팔랐다. 2021년 126만명이던 게 2023년 410만명을 넘었고 다시 2년 만에 650만명을 돌파했다. 외신도 “가장 눈부신 증가세”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통계를 더 들여다보면 찜찜해진다. “이런데도 과연 우리가 세계 3위 맞는가?” 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02년 4강 신화가 겹쳐 떠오른 이유이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 분포의 가장 큰 특징은 내국인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의 외국인 관람객은 23만명으로 전체의 약 3.5%였다. 세계 10대 박물관 중에 이런 경우는 드물다. 루브르는 관람객의 77%가 EU 밖에서 오는 외국인이다. 바티칸은 공식 통계를 내지 않지만 관람객 대부분이 외국인으로 추정된다. 영국박물관, 프라도 미술관, 대만 국립고궁박물원 등도 절반 내외가 외국인이다. 모두 세계인이 찾는 박물관들이다.

 

이런 차이가 왜 생겨났을까. 61만점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루브르는 이 중 약 3만5000점을 상설 전시한다. ‘모나리자’를 비롯한 소장품의 수준과 인지도 또한 세계 최고다.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 규모가 루브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세계 수준의 유물 수가 부족하고 인지도도 뒤처진다. 세계인의 관심을 끌기에 불리한 조건이다.

 

이런 악조건을 딛고 국립중앙박물관이 명실상부한 세계적 박물관이란 비전을 성취하려면 외국인 방문객 비율을 획기적으로 늘릴 묘수를 찾아야 한다. 세계 유수의 박물관들처럼 외국인에게 고가의 관람료를 받고 이를 컬렉션 확충과 관람 환경 개선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외국 관람객을 늘리는 것은 필수다. 적어도 100만명은 넘겨야 세계적 박물관이란 평가를 받을 것이다. 모나리자도, 투탕카멘도, 로제타석도 없는 우리 현실에선 벅찬 목표일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이 언제 가진 것 많아서 지금 위치까지 왔는가. 따지고 보면 산업화도 정보화도 부존 자원 없이 맨주먹으로 이룬 기적이었다. K드라마와 영화, K팝에 세계가 매료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 650만명 돌파의 가장 큰 공신은 애니메이션 ‘케이팝데몬헌터스’였다. BTS와 블랙핑크 같은 K팝 아이돌과의 협업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인 디지털 전시 능력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난해 리움미술관에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병풍을 보러 갔다가 원본을 활용해 만든 디지털 전시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외국인들을 발견했다. 이런 요소들을 결합해 ‘K 박물관’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월드컵 4강 때는 물론이고 그 이전과 이후에도 우리 축구가 유럽이나 남미의 강팀 수준인 적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이 누린 인기를 진짜 실력으로 보면 안 된다. 우리와 세계가 함께 찾아가는 박물관이라야 진정한 의미의 경쟁력 있는 박물관이다. 관람객 세계 3위라는 숫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숙제는 바로 이것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6-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