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숙적 '땀'에 품격 있게 맞서려면.. ‘메리노 울’]
[고대 로마서도 인기였던 영국산 양털]
여름의 숙적 '땀'에 품격 있게 맞서려면.. ‘메리노 울’

메리노 울의 쾌적함을 가장 먼저 알아본 건 러너와 하이커들이었다. /핀터레스트
남자들이 여름나기를 힘겨워하는 건 더위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는 땀을 해결해야 한다. 출근길에서부터 겨드랑이와 등허리가 젖는다. 땀이 쏟아지면 참 곤혹스럽다. 사내의 당당한 기개를 펼치기에 부끄러운 자국을 남긴다. 때로는 불쾌함이 뒤따른다. 면은 땀을 잘 흡수하지만 배출에 약하다. 화학 섬유는 흡습 속건 차원에서는 우수하지만, 매끄러운 표면에서 번식한 박테리아가 문제다. 두 소재 다 정교한 화학 공식에 입각해 빨지 않으면 금방 쉰내가 난다. 데오도란트나 겨드랑이 땀 패드의 활용은 물론, 더워도 속옷을 한 겹 더 입는 고충은 올여름에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여름철 땀과 맞서야 하는 남자들에게 소개하고픈 물건은 메리노 울이다. 사실 울은 20세기 초까지 사계절 만능 소재였다. 알프스 등반가들은 울로 된 내복을 껴입었고,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한여름에도 울 소재의 모자를 쓰고 뛰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나일론과 폴리에스터가 등장하면서 관리와 내구성 문제로 울은 따뜻한 겨울 스웨터와 코트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1990년대 중반, 초극세사 메리노 울이 대중화되면서 울 소재는 여름에도 요긴한 기능성 소재가 됐다. 가벼운데다 땀과 대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노 울은 땀이 액체로 맺히기 전 수증기 상태일 때 흡수해 바깥으로 내보낸다. 피부가 끈적해지기 전에 쾌적함이 유지되고, 수분이 증발하며 체온을 낮춘다. 섬유 속 단백질 구조는 박테리아를 가둬 번식을 억제한다. 쾌적하고 냄새도 안 나고 가볍다. 울 소재의 단점은 세탁에 손이 많이 가고 내구성도 약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도 기술 발전이 해결해나가고 있다. 특수 가공을 통해 다른 여름옷과 마찬가지로 하루 입고 세탁기에 돌려도 된다.
메리노 울은 뛰어난 기능성으로 최근 아웃도어 무대에서 각광을 받고 있긴 해도 기본적으로 품위가 있는 소재다. 일상에서도 충분히 멋스럽게 소화할 수 있다. 후디니나 히어니스 등의 아웃도어, 러닝 전문 브랜드는 물론, 영국의 걷기 여행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칼레도어 같은 캐주얼 브랜드들도 메리노 울을 기반으로 한 여름 제품을 내놓고 있다. 단점은 면이나 다른 소재 제품에 비해 다소 비싸다는 것이다. 남자들의 숙적인 땀 자국과 쉰내를 방어할 수 있는 고고하고 우아한 물건인 만큼 그 값어치는 충분하다.

(좌) 면 티셔츠처럼 일상에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메리노 울 티셔츠 /(우) 메리노 울 티셔츠는 뛰어난 습기 조절 및 냄새 방지 기능이 있는 여름철 스마트 캐주얼룩이다 /인스타그램
-김교석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6-04-24)-
______________
고대 로마서도 인기였던 영국산 양털
18세기 일어난 산업혁명의 씨앗 됐죠
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해진 시기에 가장 손이 자주 가는 옷이 있죠. 바로 ‘후리스’라고 부르는 옷이에요. 부드럽고 가벼우면서도 따뜻한 이 옷은 주로 합성섬유로 만들지만, 이름은 양털을 뜻하는 영어 단어 ‘플리스(fleece)’에서 왔답니다. 양털처럼 복슬복슬하고 부드러운 소재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 이름을 쓰는 것이지요. 양털은 오랫동안 인간의 옷과 생활에 큰 영향을 준 중요한 재료였는데요. 오늘은 이 양털이 인류의 생활과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양털을 가공해 만든 모직물로 가장 유명한 국가는 영국입니다. 양털로 된 옷을 입기 시작한 것은 약 2000년 전으로 추정되는데, 영국산 모직물은 고대 로마제국 시대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해요. 4세기 로마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때의 기록에 따르면, 영국의 특산품으로 모자가 달린 양털 망토인 ‘비루스’가 유명했다고 합니다.

털을 깎기 전 메리노 양의 모습. 메리노 양은 양 중에서도 푹신한 감촉의 털로 유명해요. /위키피디아
그렇다면 영국산 모직물은 왜 그렇게 인기가 많았을까요? 먼저 영국은 다른 유럽 나라들보다 양을 훨씬 많이 키우는 나라였어요. 농민과 지주는 물론이고 심지어 수도원에서까지 양을 키웠지요. 또 양의 품종도 다양해서 여러 종류의 직물에 알맞은 양모를 생산할 수 있었어요. 14세기 초에는 영국에서 기르는 양이 무려 1000만 마리가 넘었다고 해요. 당시 영국과 가까운 유럽 대륙의 플랑드르 지방은 수많은 직조공들이 모여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모직물 생산지였는데요. 플랑드르에 양모를 수출해 부를 얻으려고 너도나도 양을 사육했던 것이죠.
영국이 본격적인 양모 생산지로 거듭나게 된 것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 벌어진 ‘백년전쟁(1337~1453)’ 이후부터라고 해요. 전쟁이 길어지는 동안 플랑드르의 일부 직조공들은 양모 공급지를 찾아 영국으로 이주했고, 이때부터 영국은 단순한 양모 생산국을 넘어 옷을 만드는 기술까지 갖추게 된 것이죠.
영국이 자랑하는 양모와 모직물 산업은 훗날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배경이 되기도 했어요. 영국에선 돈이 되는 양모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공유지나 미개간지 등의 토지에 울타리를 쳐 양을 기르는 목초지로 바꾸는 일이 벌어졌는데요. 이를 ‘인클로저 운동’이라고 한답니다.
이 때문에 농사를 짓던 많은 농민이 땅을 잃고 농촌에서 쫓겨나 도시로 향하게 됐죠. 가난한 농민이 도시의 임금 노동자로 변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흐름은 18세기까지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영국의 산업 도시들은 풍부한 노동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18세기에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때, 이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몰리며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결국 영국의 양모 산업과 인클로저 운동이 산업혁명의 단단한 토대가 된 것입니다.
-황은하 상경중 역사 교사, 조선일보(25-10-28)-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餘暇-City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발가락 양말] [박진영·김희선·태연도 신는다… 발가락 양말의 진화] (12) | 2026.05.08 |
|---|---|
| [함흥냉면은 자극적이라고요?… ] [평양냉면] (2) | 2026.04.24 |
|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2030 여성의 야구장 습격.. ] .... (12) | 2026.04.16 |
| [비빔국수.. 단맛과 매운맛, 고소한 향의 조화] (0) | 2026.04.12 |
| [흥얼거림의 정체] [그림 대신 말빨로 산다] (1) | 2026.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