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소멸, 한국은 준비됐나]
[세계 1위를 다투다... ]
스마트폰 소멸, 한국은 준비됐나
[특파원 리포트]
스마트폰의 수명은 얼마나 남았을까.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열린 ‘세계 개발자 회의(WWDC)’ 현장에서 인공지능(AI) 기능을 쏟아내듯 발표하는 애플을 지켜보며 문득 이런 궁금증이 일었다. 이날 애플은 스마트폰의 사용 방식을 아예 뿌리부터 바꿀 수도 있는 AI 기능을 여럿 공개했다. 시중에선 ‘인텔리폰(인텔리전스와 스마트폰의 합성어)’의 시대가 열렸다는 찬사가 나왔고, 주가는 솟구쳤다. 그런데 어째서 이 빛나는 순간들이 죽음을 앞둔 초신성의 마지막 섬광처럼 느껴졌을까.
이날 애플이 공개한 ‘애플 인텔리전스’에서 진정으로 새로웠던 것은 단 한 가지. 음성AI ‘시리’로 스마트폰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할 수 있는 게 ‘음악 틀어줘’ ‘날씨 알려줘’밖에 안 되던 덜 떨어진 과거의 AI는 잊자. 생성형AI를 탑재한 시리는 ‘저녁에 자동차의 궤적을 살린 사진을 카메라로 찍어줘’와 같은 복잡한 요구를 이해한다. 자동차의 궤적을 살리려면 ‘장노출’로 촬영을 해야 한다는 점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이폰 프로의 카메라는 웬만한 DSLR 뺨칠 정도로 좋지만, 이를 실제로 전문가처럼 쓸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앞으론 간편하게 AI에 말만 하면 너도나도 전문가 못지않은 결과물을 찍어낼 수 있다.
그뿐일까. “사진 앱에서 뉴욕에서 핑크색 옷을 입고 찍었던 사진 좀 찾아줄래” “지금 보고 있는 내용 이메일로 정리해서 팀원에게 공동 발송해줘” 같은 주문도 단번에 실현된다.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톡톡톡’ 치며 분주하게 업무를 처리하던 날들은 점점 과거가 될 것이다. AI가 발전할수록 손보다 입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은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궁극적인 질문이 나온다. AI는 이미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하는 ‘오감’의 시대로 넘어갔는데, ‘터치 중심’의 사각형 스마트폰이 과연 AI의 성능을 전부 담아낼 그릇이 맞는가.
지난 1월 삼성전자가 AI 통번역 기능을 내세운 세계 첫 ‘AI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를 공개하고 불과 반년 만에 AI 스마트폰의 성능은 이렇게까지 진화했다. 테크계에선 이미 다음을 생각하고 있다. 귀에 꽂는 AI, 안경으로 쓰는 AI, 셔츠 앞단에 붙이고 다니는 AI처럼 수많은 가능성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다수는 실패하겠지만 그중 무엇인가는 스마트폰의 시대를 열었던 ‘아이폰 모먼트’를 맞이하고야 말 것이다. 그 순간이 당도하면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PC 등 각종 양손 제어 중심이던 스마트기기가 피처폰 몰락하듯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1984년 휴대전화 첫 상용화 후 피처폰의 몰락까지 24년이 걸렸고, 스마트폰 전성시대는 올해로 17년째다. 다음 격변까지 남은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을 것이다. IT 기기 제조 대국인 한국은 과연 이런 미래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가.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조선일보(2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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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를 다투다
세계 IT 제품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과 삼성의 두 경영자, 팀 쿡 애플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간의 전략 대결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애플은 최근 놀라운 실적과 주가로 새로운 전성기를 열고 있고, 이에 맞서는 삼성도 지난해 부진의 충격에서 벗어나 이 부회장 주도로 전열을 정비한 채 영토 회복을 벼르고 있다. 두 사람은 현재 창업자 부재 속에서 기업을 이끌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연일 신기록 경신 중인 애플
글로벌 IT 업계는 현재 크게 애플, 삼성전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이 네 개의 업체로 재편돼 있다. 이 가운데서도 애플과 삼성전자는 전자제품(하드웨어)을 주력으로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매출 등 규모 면에서 다른 두 업체를 압도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우리 돈으로 205조원, 삼성전자는 206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글로벌 IT업계 1위를 다투는 삼성과 애플
최근 시장의 관심은 애플에 더 집중되는 분위기다. 애플은 연일 ‘사상 최대의 스마트폰 판매’, ‘역대 최고의 실적’, ‘세계 증시사상 최초 7000억 달러 돌파’ 등 빅뉴스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애플의 실적 개선세는 CEO인 팀 쿡 지휘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2011년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CEO를 맡은 팀 쿡은 그가 단순히 가장 최근 잡스와 호흡을 맞췄던 동료였을 뿐 아니라 실력도 갖춘 경영자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 경색으로 쓰러져 입원한지 10개월 가까이 되가면서,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대외적으로 삼성을 지휘하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모습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전자의 주요 전략이나 투자 결정이 그를 통해 최종 확정되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삼성은 최근 애플에 미국과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잇따라 내준 상태인데, 이 때문에 역대 최고의 사내 긴장감 속에 ‘글로벌 스마트폰 1위’를 되찾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다르다’는 공통점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떤 전략을 펼칠까. 팀 쿡과 이 부회장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지금까지 두 기업을 글로벌 최고 IT기업으로 만든 전임 두 오너와는 반대의 행보를 보여왔다.
전임 오너 故 스티브 잡스와 상반되는 경영스타일로 회사를 이끄는 팀 쿡 애플 CEO
팀 쿡의 경우 ‘스티브 잡스의 180도 반대’라고 할 만큼 정반대의 경영 스타일을 구사해왔다.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천재적 영감 못지 않게 ‘이것만이 절대 선(善)’이라는 식의 독선적 스타일도 서슴지 않았다면, 팀 쿡은 ‘남의 것이라도 좋으면 얼마든지 가져다 쓸 수 있다’는 유연한 자세를 취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애플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준 대히트 스마트폰 ‘아이폰6’다. 이 제품은 전반적 기능 개선과 함께 스마트폰 화면을 크게 만든 것이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대화면 스마트폰은 예전 스티브 잡스 시절에는 나오기 힘든 제품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몇 년 전 삼성이 대화면 모바일 기기들을 내놓는 것을 보고 그렇게 화면이 큰 제품들을 누가 갖고 다니겠냐는 식의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잡스 사후 CEO를 맡은 팀 쿡은 ‘갤럭시 노트’가 시장에서 인기 제품으로 자리잡는 것을 보고선 애플의 ‘아이폰6’ 등에도 대화면 제품을 사용할 것을 지시했고, 그 결과 대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팀 쿡은 회사 운영에 있어서도 전임 잡스와는 차별화를 시도했다. 많은 이익을 내고도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지 않았던 잡스와는 달리 상당 수준의 배당 정책을 시작했고, 잡스 CEO 시절 치열하게 벌였던 삼성과의 특허 소송전도 차츰 관망세로 임하거나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게 하고 있다. 그는 이전의 가치·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그(애플) 입장에서 실용적이거나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것이라면 수용하는 성격으로 알려졌는데, 심지어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까지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 역시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올려놓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과는 전혀 다른 경영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의 방위산업·화학 계열사 매각 결정에서 알 수 있듯, 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1등으로 만들겠다는 것보다는 1등하는 기업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며, 권위주의적 CEO이기보다는 실용적 경영자이기를 희망한다. 보고도 별도의 비서팀을 통하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사업 담당 사장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며, 늘 경호원을 옆에 두던 이건희 회장과는 달리 혼자서 출장길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카드는
현재로서는 삼성이 글로벌 최고 기업으로 가기 위해선 스마트폰 시장에서 반드시 애플의 상승세를 꺾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삼성은 이를 위해 작년 말 대규모 인사를 통해 전열까지 새로 짰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애플을 계속 앞서 가고, 또 가격 경쟁력으로 추격해오는 중국업체들도 따돌릴 수 있으려면, 소비자들의 잠재 수요 속에 숨어 있는 혁신적 신제품을 내놓아야 하는 구조다.
이런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어떤 역량을 발휘할 지가 주목의 대상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 내에서 지금껏 사업(매출) 실적을 책임지는 자리를 맡지는 않았었다.
다만 이 부회장 뿐 아니라 팀 쿡도 아직 대중적으로 성공했다고 말할 만한 혁신적 신제품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은 비슷하다. 애플도 최근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는 연계 기술, 모바일 결제 등 전방위로 영역을 확대하며 새로운 시장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의 잠재 수요를 읽어낸 혁신 제품을 누가 먼저 만들어내냐에 따라 진정한 승부가 갈릴 것”이라며 “이에 따라 글로벌 IT 리더들의 위상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1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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