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 정부, 4류 정치가 글로벌 기업 발목만 잡지 말라 ]
[용산과 총수들의 원팀, 진짜 팀이 맞나]
[후진적 정치의 '경제 발목 잡기' 30년]
3류 정부, 4류 정치가 글로벌 기업 발목만 잡지 말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AI 반도체 혁신기업 '리벨리온'에서 연구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향후 6개월이 우리 산업의 운명을 가르는 골든 타임”이라고 했다.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해 보편 관세 등이 현실화하면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뜻일 것이다. 최 부총리는 “정부는 뒤에서 밀어주는 ‘서포터’가 아니라 기업과 함께 달리는 ‘플레이어’가 되겠다” “산업 정책도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했다.
같은 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정부를 향해 “양두구육, 말만 한다”고 비판했다. “현장에서 만나는 기업인들은 (경제가) 참 걱정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말했다가 정부에 보복당할까 두려워한다”고 했다. 문제를 지적해도 고칠까 말까인데 문제 제기 자체가 봉쇄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 말도, 이 대표 말도 말 자체는 맞지만 이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날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대해 현재 조성 중인 용인·평택 클러스터의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 문제와 반도체 연구개발(R&D) 장비 등에 대한 시설투자 세액공제 등에 대한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정책을 관철시킬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AI 시대에 전력 대란 우려가 높아가는데 정상 진행된 송배전망 공사는 31건 중 5건에 불과하다. 관련 특별법은 이전 국회에서도 통과가 안 됐고 22대 국회 들어서도 지체되고 있다. 그동안 된 것도 없고,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없는데 신뢰를 잃은 정부는 계획만 발표한다.
이재명 대표의 정부 비판은 실소가 나오게 한다. 그동안 민주당은 기업은 뒷전이고 정쟁에만 매달리면서 포퓰리즘성 기업 규제를 남발해왔다. 22대 국회 출범 이후 5개월간 발의된 법안 중 30%가 규제 법안이다. 민주당의 규제 법안 발의 건수가 전체의 64%다. 기업과 관련해 민주당이 하는 일의 대부분이 기업 발목을 잡는 것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산업계는 첨단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위해 R&D(연구개발) 인력만이라도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정부와 여당이 야당 눈치 보느라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도 포함시키지 못하다가 막판에 넣었는데 예상대로 민주당은 이를 가로막고 있다. 경쟁국, 경쟁 기업은 밤늦게까지 일하고 연구소가 주 7일 가동되는데 우리만 불 끄고 퇴근하라고 하는 정당의 대표가 기업을 걱정하는 척하며 정부 탓을 한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기업은 2류, 관료는 3류, 정치는 4류”라고 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1류로 올라설 동안 국회와 정부는 더 뒷걸음질해 이제 3류, 4류도 못 되는 지경이다. 대단한 기업 정책, 산업 정책은 필요하지도 않다. 글로벌 기업의 발목만 안 잡아도 기업들이 알아서 혁신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해 나라 경제를 끌고 나갈 것이다.
-조선일보(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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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과 총수들의 원팀, 진짜 팀이 맞나
재계 총수들은 추석에도 마음이 가볍지 않을 것 같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은 19일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공식방문길에 경제사절단으로 함께 떠난다. 4월 총선 참패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용산과 재계의 ‘원팀’ 해외 여정이 재개된 셈이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던 걸로 전해진다. 대한상의는 8월 중순 1차로 참가 기업을 모집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시원찮았다. 경제사절단 주관단체인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당연히 참가해야 하는 최 회장을 제외하곤 나머지 총수들 모두 처음엔 참가를 주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체코에 공장도 없고 판매 지점만 두고 있다. 이번 대통령 방문 때 맞춰 발표할 투자나 협력 방안 등 ‘선물 보따리’가 여의치 않다고 판단했다. 현대차는 체코에 공장이 있지만 그 시기 정 회장의 주요 일정이 잡혀 있었다. 8월 올림픽 선수단 격려에 이어 9월 체코 방문 행사에 잇달아 참석하는 게 일면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총수들의 참여가 저조하자 대한상의는 모집 기간을 늘렸다. 기업들은 결국 출국 3주 전까지 “삼성은 가는지, 현대차는 가는지”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재계 관계자는 “불참 의사를 이미 밝혔는데도 용산에서 ‘일정에 무리 안 가는 선에서 가급적 4대 그룹 총수는 참석해 달라’고 메시지가 왔다”고 귀띔했다.
이 회장은 매년 추석 연휴에 해외 사업장을 찾아 임직원을 직접 격려하고 현장을 점검해 왔다. 이번에도 사전에 한 곳을 정해 준비해 왔지만 체코 방문에 동행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방문지를 급히 변경했다. 다른 총수들도 기존 일정들을 모두 미루고 방문 준비에 돌입해야 했다.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몇 주, 혹은 몇 달 전부터 준비했을 최고경영진 보고를 갑자기 늦춰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치자. 방문 성격에 맞춰 갑자기 관련 사업 현황과 사회공헌 내역 등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것도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기업 입장에서 무엇보다 최악인 것은 수개월 전부터 해외 고객사 경영진과 조율해 잡힌 미팅 일정을 직전에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통령 행사 참석을 위해 서너 주 뒤, 때로는 바로 다음 주 잡혀 있던 미팅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것을 미국과 유럽의 최고경영자들은 보통 이해하지 못한다.
지난해 경기 침체의 늪 속에서도 총수들은 윤 대통령의 숱한 해외 순방 일정에 함께했다. 연말에는 부산 엑스포 위로 행사에서 그 유명한 ‘총수 떡볶이 먹방’도 남겼다. 경제 위기를 함께 헤쳐 나가기 위한 민관의 원팀 정신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국내에선 주요국 어디에도 없는 주주 충실 의무 법제화 같은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하면서, 해외에서 함께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연다고 갑자기 원팀이 되긴 어렵다.
‘팀’에 대해 국어사전을 찾아봤더니 ‘같은 일에 종사하는 한동아리의 사람’으로 정의돼 있었다.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부여받는 동시에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지원하며 협업하는 조직을 뜻할 것이다. 2년간 용산과 총수들이 보여준 원팀은 과연 이 정의에 들어맞는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곽도영 산업1부 기자, 동아닷컴(24-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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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적 정치의 '경제 발목 잡기' 30년
'최순실 게이트' 장기화로 정부 정책·인사(人事)가 표류하고 국회에서 예산안과 각종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사상 초유의 재벌 총수 무더기 국감 출석이 다음 달 현실화하면, 한국 경제의 신인도와 해당 기업 브랜드 가치에 타격이 예상된다. 그래도 경제 현장에선 국내외 복합 위기를 이겨내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명)령해서 행(동)하는 군대식 조직 문화를 (소)통하고 (공)감해 행(동)하도록 하는" 열린 문화로 바꾸자는 "'명동'에서 '소공동'으로"라는 재계 유행어가 한 단면이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해외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인 80억달러(약 9조3000억원)를 들여 세계 1위 전자장비 전문회사를 인수했다. 전 계열사 과·차·부장 승진자에게 1개월 유급휴가(한화그룹),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개발용 IT·자동차 융복합 기술 투자(현대·기아차), 음성인식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SK그룹)….
전반적인 경기 침체 와중에도 상위 514개 상장 기업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 넘게 늘었다. 3분기에도 '4년 만에 1조원대 영업이익 회복'(포스코), '사상 최대 분기이익 달성'(대한항공) 같은 낭보가 잇따랐다. 수년간의 체질 개선과 구조조정 노력의 결실이다.
2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바라본 청와대 모습. /연합뉴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경제는 2류, 정치는 4류"라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1995년 발언은, 지금 대기업에 관한 한 100% 오판(誤判)이 됐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 휴대폰 기업에다 미국 고급 가전 시장 1위가 될 것이라고 21년 전 누가 상상이나 했던가. 현대차가 프리미엄 승용차에서 BMW, 벤츠, 렉서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도 놀랍다. 이는 1997년, 2008년 두 차례 큰 위기를 거치면서 기업들이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덕분이다.
같은 기간 정치는 어떤가. 제자리걸음은커녕 더 후퇴해 '4류'라는 평가도 과분하다. 역대 정권은 30여 년간 검찰·국세청 같은 권력 기관을 무기로 기업들에 수십억~수천억원의 '삥 뜯기'와 인사(人事) 개입 등을 해 왔다. '대북 송금' '사회 공헌' '미소금융' '미르·K스포츠'처럼 국책 사업 명칭만 바뀌었을 뿐이다. 기업인들은 "1985년 재계 서열 7위이던 국제그룹 해체 같은 참화를 피하려고 '보험'을 들었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4류 정치'가 기업을 옥죄고 겁박하는 '경제 통제'가 주범(主犯)이란 얘기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가 해야 할 우선 과제는 분명하다. 기업 활동에 대한 정치권의 부당한 구시대적 악습을 근절하고 경제 영역에서 자유 시장 논리와 기업 자율성이 확실하게 작동하도록 제도화하는 일이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심 사업에 기업 자금 동원 및 참여,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에 재벌 총수 동행, 대통령의 대기업 총수 독대(獨對) 등을 일절 금지토록 명문화해야 한다. 후진적 정치가 경제 발목 잡기를 넘어 사회 전반의 혼란을 증폭시키는 구조를 더 이상 내버려 둬선 안 된다. 정치·경제 관계에서 '1987년 체제' 졸업과 '2017년 신체제' 정립에 실패한다면, 이후 정권에서 언제든 제2, 제3의 '최순실 게이트'가 다시 터져 한국 사회 전체의 쇠락을 촉발할 것이다.
-송의달 조선비즈 대표, 조선일보(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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