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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기술기업 도시바의 쓸쓸한 퇴장] ["도시바를 차지하라"]

뚝섬 2023. 11. 25. 07:31

[150년 기술기업 도시바의 쓸쓸한 퇴장] 

["도시바를 차지하라"]

 

 

 

150년 기술기업 도시바의 쓸쓸한 퇴장

 

도시바 하면 한국의 60, 70대는 1970년대 안방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했던 미닫이문 흑백TV를 떠올릴 것이다. 영문 알파벳 로고가 선명한 노트북이 기억난다면 그 이후 세대라 할 수 있다. 도시바가 가진 최초 기록들만 열거해도 왜 ‘일본의 자존심’으로 불렸는지 알 만하다. 일본 최초의 냉장고, 세탁기, 컬러TV부터 세계 최초의 노트북PC, 낸드플래시 반도체까지 수많은 1호 제품을 양산했다.

150년 역사의 일본 대표 기업 도시바가 다음 달 20일이면 도쿄 증시를 떠난다. 도시바는 2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대주주 변경과 함께 자진 상장폐지를 확정했다. 1949년 상장해 시가총액 상위 자리를 지켜온 일본 테크산업의 상징이 74년 만에 증시에서 퇴장하는 것이다. 2조 엔(약 18조 원)을 들여 지분 전량을 확보한 현지 사모펀드 컨소시엄은 도시바의 새 주인이 됐다. 컨소시엄은 도시바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뒤 재상장하겠다지만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

도시바는 ‘일본의 에디슨’으로 불리는 다나카 히사시게가 1875년 설립한 다나카제작소에서 출발했다. 재벌기업 미쓰이에 인수돼 시바우라제작소로 바뀌고 일본 최초로 백열전구를 만든 도쿄전기와 합병하면서 도쿄의 도(東), 시바우라의 시바(芝)를 따 도시바가 됐다. 전자회사로 출발했지만 방산·철도·의료기기·중공업까지 손을 뻗치며 80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리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재계의 거인이자 150년 기술기업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한국과 중국 업체의 거센 추격에도 변화에 느렸다. 특히 반도체 사업에선 세계 1위 자리를 지키던 낸드플래시에 추가 투자를 할지 말지 망설이는 사이 기술을 전수해준 삼성전자에 완전히 밀렸다. 2001년 도시바의 합작사업 제안을 거절한 삼성전자는 과감한 투자로 1년 반 만에 도시바를 앞질렀다. 경쟁사들이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인수를 포기한 미국 원전회사 웨스팅하우스를 무리하게 사들인 건 결정적 패착이었다.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천문학적 손실을 떠안으면서 인수 11년 만에 웨스팅하우스의 파산을 선언했다.

▷소니, 파나소닉 등이 적자에 허덕일 때도 도시바는 흑자를 이어갔지만 가짜였다. 5년간 2200억 엔의 이익을 부풀린 분식회계가 2015년 들통나 가파르게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 여파로 돈 되는 사업을 모조리 팔아야 했다. 상폐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행동주의 펀드들에서 자금 수혈을 받았지만 경영 정상화는 더 꼬였다. 2017년 발간된 일본 경영서 ‘도시바의 비극’은 경영진의 파벌주의, 연공서열의 경직된 조직 문화, 시장 변화를 읽지 못한 폐쇄적 경영 등을 실패 원인으로 짚었다. 혁신 않고 한눈 팔다가는 어느 기업이라도 도시바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정임수 논설위원, 동아일보(2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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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를 차지하라"··대만, 판돈 20 '반도체 삼국지'


낸드플래시 2위 매물로… 누가 인수하느냐 따라 업계 판도 격변

한국 SK하이닉스 - 낸드플래시 분야는 현재 5위… 도시바 인수땐 단숨에 1,2위권
대만 훙하이 그룹 - 작년엔 일본 샤프 깜짝 인수… 삼성전자에 강력한 도전
미국 웨스턴 디지털 -
도시바와 공장 공동 운영… 기존 협력관계 최대한 부각


일본 최대 반도체 기업이자 낸드플래시 2위 기업인 도시바(TOSHIBA)의 반도체 사업이 매물(賣物)로 나오면서 세계 반도체 업계에 지각변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3일부터 입찰 제안서 접수가 시작된 도시바 인수에는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아이폰 위탁 생산으로 유명한 대만의 훙하이(폭스콘)그룹, 미국 반도체 기업 웨스턴 디지털의 삼파전이 예상된다. 이들 기업 중 한 곳이 도시바를 인수하면 단번에 세계 1위의 삼성전자와 겨룰 수 있는 기술력과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작년 일본 샤프를 인수한 대만 훙하이그룹이 도시바까지 인수하면 스마트폰·LCD(액정표시장치) TV ·반도체 등 핵심 사업 모두에서 삼성전자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게 된다.

◇매물로 나온 낸드플래시 원조(
元祖)

도시바는 3일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 지분 매각에 대한 입찰 제안서를 오는 29일까지 접수한다고 밝혔다. 도시바는 당초 반도체 사업 지분 20%를 매각해 자회사인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에서 발생한 손실 7000억엔( 7조원)을 메운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분석 결과 숨겨진 손실이 더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경영난 타개에 필요한 자금 규모가 1조엔( 10조원) 이상으로 불어난 것. 이 때문에 반도체 지분의 100%를 매각하는 극약 처방을 택했다.

 

 

일본 언론들은 '세계 최초로 낸드플래시를 상용화한 일본 자존심의 매각'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노트북 저장장치로 쓰인다. 도시바는 소니·NEC 같은 일본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부상으로 부진을 겪을 때도 굳건히 버텼다. 도시바 반도체는 2015년에도 매출 8456억엔(85000억원), 영업이익 1100억엔(11000억원)을 낼 정도로 알짜 사업이었다.

도시바는 매각가로 약 2조엔( 20조원)을 제시했다. 일본 언론들은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30% 프리미엄이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미국·대만 기업 삼파전

현재 도시바 인수전에는 SK하이닉스와 대만 훙하이그룹, 미국 반도체 기업인 웨스턴 디지털이 유력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매년 수십조원대의 낸드 플래시를 구매하는 애플과 대만 1위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의 이름도 나온다.

 

 

(왼쪽부터)SK 최태원 회장, 웨스턴 디지털 밀리건 CEO, 훙하이 궈타이밍 회장.


SK하이닉스는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낸드플래시 점유율을 단숨에 세계 1, 2위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최태원 SK 회장의 공격적인 최근 행보도 눈에 띈다. 최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통신·석유화학과 함께 SK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꼽고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반도체 원료인 웨이퍼 전문 기업 LG실트론( SK실트론)을 인수하기도 했다.

"타도 삼성"을 외치는 훙하이 궈타이밍 회장은 지난 1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샤프 디스플레이 공장 기공식에서 "도시바 경영을 돕기 위해 자금을 쏟아붓겠다"며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궈 회장은 "훙하이그룹은 반도체 사업이 없기 때문에 반(
)독점 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도시바가 현금을 가장 빨리 확보하는 방법"이라고도 말했다. 궈타이밍 회장은 작년 초 세계 최초로 LCD를 상용화한 일본 샤프를 인수해 관련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현재 일본에서 도시바와 낸드플래시 공장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웨스턴 디지털도 유력한 인수 후보다. 웨스턴 디지털은 그동안 도시바의 일본 공장에서 생산한 낸드플래시를 미국으로 가져가 완제품을 생산해왔다.

SK하이닉스와 훙하이의 공동 인수설도 나온다. 최 회장과 궈 회장은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중국에 IT 합작사를 설립하며 다방면에서 협력해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훙하이가 손을 잡으면 반도체 기술이 4~5년은 뒤처져 있는 훙하이가 훨씬 이익"이라며 "반일 정서가 깊은 한국이나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대만보다는 기존 협력 관계에 있는 웨스턴 디지털이 더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동흔 기자/성호철 기자, 조선일보(17-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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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하이∙SK하이닉스, '대어' 도시바 지분 인수 경쟁 가열...


홍하이∙SK하이닉스, '대어' 도시바 지분 인수 경쟁 가열... "지분가치 최대 25조"


지난해 샤프를 인수한 홍하이그룹이 이번에는 일본 최대의 반도체 기업인 도시바 지분 인수전 참여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인수 의사를 밝힌 SK하이닉스, 웨스턴디지털 등과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바가 과반 혹은 전체 지분을 2~3개 회사에 분할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홍하이, SK하이닉스가 지분 '파이'를 나눠가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기존 도시바 경영진과 2~3개의 지분 인수 회사들이 공동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궈타이밍 훙하이그룹 회장./ 블룸버그 제공


궈타이밍(郭台銘) 훙하이그룹 회장(사진) 1일 중국 광저우 디스플레이 공장 착공식 후 도시바 반도체 부문 입찰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인수)한다. 진심이다”고 말했다. 궈타이밍 회장이 도시바 인수전 참여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도시바는 미국 원자력 사업에서 7125억엔( 71000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플래시 메모리 부문 매각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 사업 지분의 과반 또는 전체를 매각하는 것을 검토 중이며 경영권 프리미엄 20~30%를 더하면 전체 지분가치는 25000억엔( 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서는 도시바가 특정 업체 한 곳에 지분을 모두 매각하는 방안보다는 2~3개 기업과 투자사에 지분을 나눠서 배분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지 분위기를 봤을 때 도시바가 한 기업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방식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모든 게 불분명하지만 현실적으로 분할 매각하되 2개 이상의 기업이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도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SK하이닉스도 도시바 지분 인수에 적극적인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다만 지난 2월 초 도시바가 지분 19.9%를 매각하기로 한 1차 입찰에는 뛰어들었지만 인수 규모가 커진 후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달 23일 “아직 도시바 측으로부터 재입찰 조건이나 계획 등을 전달받은 바 없다”며 “(제안이 오면)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민규 기자, 조선비즈(1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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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서 25조로 판 커졌다.. 도시바 반도체, 결국 100% 매각

 

도시바, 반도체 사업 '도시바메모리'로 분사해 지분 100% 매각 추진... 매각 대금 최대 25조원대에 달할듯 

 

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을 분사해 도시바메모리를 설립하고, 이 회사의 주식 최대 100%를 매각해 25000억엔(251300억원)을 조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8일 마이니치 신문 등 일본 현지 매체는 도시바가 도시바메모리의 전체 지분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매각 금액을 최대한 확보하는 전략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도시바는 미국 원자력 발전 사업에서 7125억엔(71600억원)의 손실을 입어 회계연도 말인 올해 3월 말 1500억엔(15100억엔)의 재무초과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도시바는 당초 반도체 사업 매각 비중을 20% 미만으로 억제해 경영 주도권을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이달 초 진행된 첫 번째 입찰이 기대에 못 미쳤고, 주거래은행들이 매각 비중을 50% 이상, 최대 100%까지 확대하라고 강력히 요구하면서 입장을 바꿨다.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의 기업 가치를 2조엔(201100억원)쯤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지분을 100% 넘길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에 따라 매각액은 25000억엔에 달할 전망이다. , 전체 주식 취득을 희망하는 기업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섭 기간이 촉박하고, 도시바가 자금력과 1년 내 매각, 고용 유지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상황에 따라서는 최대 10조원의 자금을 조달해 입찰에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등 이 업계 빅 5 기업들은 독점금지법 문제로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이들 기업들을 제외하면 인수 대상이 투자펀드나 대만이나 중국 기업으로 한정돼 매각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정부가 핵심 기술 유출을 우려해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반대하는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 점도 변수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노동균 기자, 조선닷컴(17-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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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10兆 베팅할까


낸드플래시 지분 50% 인수 추진


SK하이닉스가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업체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0조원 규모 자금을 들여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지분 50%를 인수하는 '빅 딜'이다. 도시바는 당초 "반도체 지분 20%를 매각한다"고 밝혔다가 이달 들어 "지분의 과반을 갖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도시바는 2006년 인수한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 자회사에서 발생한 7조원대 손실을 메우기 위해 반도체 사업의 경영권까지 넘길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SK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27 "도시바의 입장 변화에 따라 도시바 반도체 지분을 50%까지도 확보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입찰 세부 조건을 검토 중"이라며 "도시바가 한 사업자에게 50% 지분을 모두 넘길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경영권 인수도 포함해 적극적으로 입찰에 응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 등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4 1일까지 도시바 메모리(가칭)를 출범시키고 지분 50% 매각을 통해 1조엔( 10조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SK 10조원에 이르는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재무적 투자자의 도움을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가 이번 인수에 성공하면 단숨에 낸드플래시 분야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D램 반도체 시장 점유율 25.2%로 삼성전자(48%)에 이어 2위지만 낸드플래시에선 5위에 불과하다. 점유율도 10.1%로 낮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모바일기기·IoT(사물인터넷) 확산과 함께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 웨스턴 디지털과 마이크론, 대만 훙하이 등도 이번 인수전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국가 전략산업 보호를 위해 도시바 지분을 한국보다는 미국 기업에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동흔 기자, 조선일보(17-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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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 유착' 도시바가 될 것인가… '本業 충실' 히타치가 될 것인가


라이벌 전자 기업의 운명 가른 세 가지 차이점


'일본 전자입국(電子立國·전자산업으로 나라를 일으킨다)'의 선도기업 도시바(東芝)가 잇따른 부실로 추락을 거듭하면서, 도시바처럼 대형 위기를 겪었다가 V자형 회복에 성공한 라이벌 기업 히타치(日立)와 대비되고 있다.

도시바는 지난 14일 잠정 결산 발표에서 2006년 인수한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의 사업 손실이 7125억엔( 71000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모든 자산을 팔아도 부채를 갚지 못하는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도시바는 2015 4월에도 2248억엔( 22500억원) 규모의 회계 부정이 적발돼 최고 경영진 3명이 한꺼번에 물러나기도 했다. 회계 부정 이후 위기 극복에 실패하면서 도시바가 사실상 해체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쟁력 하락으로 2009년에 일본 제조업 사상 최대인 7873억엔( 79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던 히타치는 2011년 흑자 반전에 성공한 이후, 연간 2000억엔( 2조원) 내외의 흑자를 줄곧 유지해 오고 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2016 6005억엔( 6조원)에 달할 만큼 완벽한 부활이다.

도시바와 히타치는 가전과 산업용 전기전력에서 반도체·사회인프라 등으로 업종을 확대해나가는 등 성격이 많이 닮았다. 무엇이 두 기업의 운명을 갈랐을까. 세 가지 포인트로 두 기업의 차이를 분석했다.

차이점 1

정경 유착 vs. 본업 충실

도시바는 일본에서도 정부와 연결 고리가 강한 기업으로 유명했다. 도시바 출신 경영자들은 퇴임 후에도 재계 활동이 활발하고, 특히 정부 일과 관련되는 경우가 많았다. 1996~2005년 도시바 사장·회장을 지낸 니시무로 다이조(
西室泰三)는 퇴임 후 도쿄증권거래소 회장, 우정성 민영화 위원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도시바 부실과 회계 부정의 근본 원인은 이 회사가 2006년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그런데 도시바가 웨스팅하우스를 무리하게 인수한 데는 속사정이 있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원자력 르네상스 정책', 즉 원전 수출 산업을 키운다는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일본에는 이른바 '철의 삼각형'으로 불리는 전력회사·정부·기업의 공생 관계가 있는데, 주요 기업인 도시바·미쓰비시·히타치 가운데, 도시바가 가장 정부 말을 잘 들었다는 얘기다.

해외 기업들 사이에서도 원전사업의 장래성이 의심됐지만, 당시 도시바 사장은 웨스팅하우스 인수를 통해 2015년까지 원전 사업 매출을 3배 이상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정부의 전략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2011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이미지가 급락하고 각종 규제가 늘어나면서, 수주는 줄고 공사비·공사기간은 늘었다. 그러자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2015년까지 도시바는 원전 39기를 수주하려 했으나 실제로는 8기에 그쳤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당시 도시바 경영진 주류가 원전 사업을 키우는 쪽에 마음이 쏠려 있었다"면서 "반도체 사업부 등 수익성과 미래 가치가 높았던 부문은 사내 정치력에서 밀리면서 오히려 묻혀버리고 말았다"고 말했다.

반면 히타치는 도시바와 비슷한 업종을 갖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정부와의 유착 관계가 약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특히 히타치가 2009년 일본 제조업 사상 최대 적자를 낸 뒤 존폐 기로에 놓였을 때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었던 점이 이 회사가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회사였다는 것을 증명한다.

차이점 2

과거 집착 vs. 개혁

도시바는 사장 퇴임 후 회장·상담역·고문 등으로 회사에 남는 원로 그룹의 힘이 막강했다. 따라서 원로 그룹 뜻에 반하거나 원로들의 과거 결정을 뒤집는 개혁적인 후계 경영자가 나오기는 어려웠다. 2015 4월 회계 부정 이후 최고 경영진이 총사퇴했지만, 차기 경영진도 기존의 원로 그룹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특히 지난 14 7조원의 원전 사업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시가 시게노리(
志賀重範) 도시바 원전사업 부문 회장은 수십년간 원전 사업 분야에서 커온 인물로, 원로 그룹의 후광을 받는 존재였다. 쓰나카와 사토시(綱川智) 도시바 사장은 원전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상 원전 사업에서 배제돼 왔고, 7조원대 부실도 최근에야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 경영진은 원전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을 크게 받았다. 원전 사업은 과거 경영진이 내린 가장 중요한 결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부실을 은폐하기 위해 회계 부정을 저지르고 또 다른 대규모 사업을 벌여 부실을 벌충하려는 위험한 시도가 계속됐다.

이우광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은 "도시바는 미국 경영 시스템을 일찍 받아들여 지배구조 개선에서 일본 최우수 기업으로 꼽혔지만, 부정과 부실을 막지 못했다"면서 "경영진의 의지·철학, 기업 문화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시스템도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반면 히타치는 2009년 최악의 실적을 낸 이후 놀라운 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경영진은 완전히 배제하고, 2003년 본사 부사장을 끝으로 자회사를 전전하던 당시 69세의 노장 가와무라 다카시(
川村隆史)를 사장으로 발탁했다. 실력 중심의 업무와 인사로 유명했던 인물이지만, 윗선과의 마찰 때문에 부사장을 끝으로 사실상 핵심에서 쫓겨난 인물이었다. 가와무라에게 개혁·구조조정의 전권을 맡기기로 결심한 인물은 당시 회장이었던 쇼야마 에쓰히코(庄山悅彦)였다. 쇼야마는 가와무라와 함께 개혁을 추진할 부사장 5명 전원도 미국 자회사에서 1, 국내 자회사에서 2명 등 변방의 인물로 구성했다. '흘러간 사람'일 수도 있는 가와무라는 사장을 맡는 즉시 변화를 일으킨다. 철저한 실력주의자였던 그는 출신을 전혀 따지지 않았다. 가장 능력 있고 적합한 인물을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거의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본사를 떠나 있으면서 바깥에서 제3자 시각에서 느꼈던 회사의 각종 문제점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다.

차이점 3

단기 대응 vs. 미래지향 구조조정

도시바는 2006년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이후 손실이 커지는 것을 파악하면서도 원전 사업을 계속 확대해 나갔다. 정상적인 경영자라면 손실의 근본 원인인 원전 사업부터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도시바는 그 대신 그룹 내 캐시카우였던 의료기기 사업을 캐논에, 이미지 센서 사업을 소니에 팔아 원전 사업 부문의 손실을 보전하는 단기적 처방을 내렸다. 올 들어 7조원의 원전 부문 추가 손실이 밝혀지면서, 도시바는 회사에 마지막 남은 알짜 사업인 플래시메모리까지 팔아치우려 하고 있다. 플래시메모리 사업까지 매각되면 사실상 도시바라는 기업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2009년 히타치 사장에 취임해 개혁을 이끈 가와무라는 취임 100일 내 구조조정을 끝내겠다고 공표했다. 그리고 TV패널·휴대전화 등 수익성·장래성이 없는 부문을 한꺼번에 빠르게 정리했다. 미래의 히타치에 걸림돌이 될 요소를 제거해 나가는 한편, 히타치에 돈을 벌어주고 장래성이 밝은 사회 인프라 사업 등에는 인력과 자금을 쏟아부어 현재의 강점을 더욱 높이는 데 집중했다.

 

-최원석 기자, 조선일보(17-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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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 통큰 베팅.. 4 SK하이닉스, 2위 도시바 잡는다면?


[SK, 도시바 지분 인수전 참여]
-SK의 나 홀로 투자
지난달 LG실트론 깜짝 인수, 이번달엔
에틸렌 사업 사들여
중국 석유·축산업체 인수도 추진

-이번엔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
중국 측이 도시바 인수하면 한국과 기술 격차 단숨에 줄여


SK하이닉스가 세계 2위 낸드플래시 반도체 업체 도시바 지분 인수전()에 전격적으로 뛰어들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지분 인수를 통해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와 격차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7 "최근 분사를 결정한 도시바에 낸드 사업 지분 인수 제안서를 냈다"고 공식 발표했다.

SK그룹이 올해 들어 과감한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다른 대기업 그룹들이 '최순실 게이트'에 이은 검찰 수사로 인해 주춤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SK는 지난달 반도체 웨이퍼 생산기업 LG실트론을 인수한 데 이어, 이달 들어 미국 1위 화학기업 다우케미컬 에틸렌아크릴산 사업부문도 인수하기로 하는 등 공격적 인수·합병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정유와 반도체 사업에서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그룹 차원에서 과감한 미래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 도시바 인수로 낸드 경쟁력 강화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지분 인수전에 참여한 것은 D램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력과 생산 능력이 떨어지는 낸드플래시 분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반도체에서는 세계시장 점유율 24.2%로 삼성전자(38.7%)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낸드플래시에서는 5위권이다. 점유율은 10% 초반에 그친다. SK그룹에 인수되기 전까지 자금난을 겪으며 낸드 분야에는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한 탓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채권단 관리하에서 대규모 투자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작년 충북 청주에 대규모 낸드플래시 공장 설립 계획을 밝히며 선두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모바일 기기와 IoT(사물인터넷) 기기의 확산과 함께 급성장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인수전 참여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을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번 도시바 인수전에는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 훙하이와 함께 2~3곳의 중국계 자금이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칭화유니그룹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300억달러( 35조원), XMC 24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밝히며 반도체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후원을 받는 중국계 기업이나 펀드가 도시바 지분을 인수할 경우 단숨에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공개적으로 '삼성 타도'를 외치고 있는 훙하이가 일본 샤프에 이어 도시바 지분까지 인수할 경우 삼성전자처럼 스마트폰 제조와 백색가전, 디스플레이, 반도체로 이어지는 사업군(
)을 갖추게 된다. 미국 웨스턴디지털도 유력한 후보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은 지난해 일본 미에현에 17조원을 투자해 3D(3차원) 낸드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밝히며 삼성전자를 함께 맹추격해왔다. 이번에도 공동전선을 펼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도 이번 인수전을 통해 형성되는 '() 삼성 동맹군'의 구심점이 누가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그룹의 공격적 투자 행보 어디까지

SK의 인수·합병은 새해 들어 가속도가 붙고 있다. SK㈜는 지난 1 LG실트론을 62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SK이노베이션이 다우케미컬 에틸렌아크릴산 사업을 37000만달러(42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10여 개 글로벌 기업을 따돌리고 인수에 성공했다
SK㈜도 중국 3위 소() 전문 축산업체 커얼친우업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이 중국 석유화학업체 상하이세코 지분 인수를 노리고 있다. SK그룹이 2010년 이후 인수·합병한 회사는 16곳에 달하며 올해도 1차산업에서 3차산업까지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인수·합병을 시도하고 있다.

인수·합병에 쓰는 자금 규모도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었다. SK그룹은 올해 전체 투자액 17조원 중 49000억원을 인수·합병과 지분 투자에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SK 31000억원을 인수·합병 등 전략적 투자에 할애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이 사상 최대 32286억원 영업이익을 올리고 SK하이닉스도 32767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덕분에 ‘실탄’도 풍부하다.

SK그룹의 공격적 투자는 주력 업종의 경쟁력 강화, 신성장동력 확보,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SK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던 것도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지난 연말 인사를 통해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등 확장 성향이 강한 경영자들이 그룹 내 주요 의사 결정 구조에 대거 올라선 것도 한 요인이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IoT(사물인터넷)와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는 기존의 정유와 통신 산업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위기의식이 강하다”며 “앞으로도 기존 주력 사업을 중심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인수 시도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흔 기자/송원형 기자, 조선일보(1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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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 통큰 베팅.. 4 SK하이닉스, 2위 도시바 잡는다면?-  

 

SK하이닉스가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제조사인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문 지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문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제안서를 제출했다. 투자금은 최대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도시바는 올해 초 낸드플래시를 포함한 반도체 사업을 분사하고, 신설 회사의 지분 20% 가량을 매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매각 자금은 지난해 미국 원자력 사업에서 입은 손실을 보충하는데 사용할 예정이다.

 

도시바 일본 요카이치 낸드플래시 공장 전경. / 도시바 제공

 

도시바는 삼성전자에 이어 낸드플래시 시장 2 기업이다.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36.6%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뒤이어 도시바가 19.8%, 웨스턴디지털이 17.1%로 뒤쫒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0.4%의 점유율로 4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문 지분 인수에 나선 것은 3D 낸드플래시 기술력과 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LG실트론을 인수하는 등 반도체 부문의 수직계열화 체계 구축에 나섰다. 지분 인수전에 참여한 다른 기업들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웨스턴디지털과 중국의 칭화유니가 SK하이닉스와 경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 확인해줄 수 없다" "7일 조회공시를 통해 관련 사실을 공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7 SK하이닉스에 도시바 반도체 사업 지분 인수 추진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답변 시한은 이날 오후 6시까지다.

 

-노동균 기자, 조선경제(1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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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전 실수 딛고 재도약"... SK하이닉스, '애증'의 도시바에 러브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흐름이 D램에서 낸드플래시로 넘어가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7년 전에 저지른 실수를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만큼 SK하이닉스가 낸드 분야에서 빠르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도시바와 같은 기업을 인수해야 합니다."

SK하이닉스의 전직 임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LG반도체 시절부터 현대전자, 하이닉스, SK하이닉스에 이르기까지 20년 넘는 세월을 회사에서 보낸 그는 SK하이닉스가 당면한 최대 과제로 낸드플래시 기술력을 꼽았다. 스토리지클래스메모리(SCM), 3D 크로스포인트 등 낸드 기술을 바탕으로 D램을 대체할 차세대 메모리 기술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핵심 기술은 여전히 D램에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내부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그는 과거의 전략적 판단 실수가 지금까지도 SK하이닉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0년경부터 SK하이닉스가 트리플레벨셀(TLC), 3차원 구조의 낸드플래시 분야에 선제적으로 진출할 기회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멀티레벨셀(MLC), 평면(플라나) 구조 낸드에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면서 차세대 트렌드에 뒤처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사업은 2012 SK그룹 편입 이후 승승장구해온 D램에 비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16나노 미세공정 진입도 삼성전자, 도시바와 비교하면 1~2년가량 느렸다. 현재 업계 주류로 자리 잡은 TLC(낸드의 기본 단위인 셀에 3비트를 저장해 저장 효율을 높이는 기술), 3D 낸드 기술도 삼성, 인텔, 마이크론, 도시바보다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SK하이닉스-도시바, 남다른 ‘애증’의 역사

이번에 SK하이닉스가 지분을 투자하기로 한 도시바는 때로는 협력관계이면서도 동시에 껄끄러운 관계이기도 했다. 두 회사는 오랜 기간 D램의 대체재로 꼽히는 차세대 메모리 STT-M램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한편 기술 유출 문제로 나란히 법정에 서기도 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015년 일본 오이타현에 있는 도시바 이미지센서 공장을 인수하려고 시도한 전례도 있다. 당시 SK하이닉스 경영진은 공장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소니가 선수를 쳐 약 1800억원에 오이타 공장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낸드플래시 기술 유출과 관련해 법정공방을 벌였던 전례도 있다. 지난 2014 7월 도시바는 2008년에 도시바·샌디스크의 합작 공장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SK하이닉스로 이직하면서 10기가바이트(GB) 분량의 반도체 제조공정 등 기밀문서를 유출했다며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이 공방은 같은 해 12월경에 원만하게 마무리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특히 비밀주의 경향이 강한데다 업계 경쟁 기업끼리 공동 개발을 단행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며 “SK하이닉스와 도시바가 때로는 으르렁거리면서도 지속해서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사업 전략에 대한 부분을 논의한다는 건 두 회사가 삼성이라는 공동의 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도시바, 삼성에 대항할 ‘신의 한 수’ 될까

SK하이닉스와 도시바의 협력은 삼성전자가 독주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두 회사 모두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우선 도시바 입장에서는 최대 3조원으로 예상되는 자금이 흘러들어오는 만큼, 신규 3D 낸드 공장인 욧카이치 공장이 차질 없이 가동될 수 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낸드 사업 최대의 난관인 컨트롤러 기술을 도시바로부터 받아올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2년부터 미국 LAMD나 대만 이노스터의 컨트롤러 사업부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기술 개발에 공을 들였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 우군이 생긴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경우 막강한 자본력과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ARM, 넷리스트 등 혁신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뉴메모리 시대를 준비하고 있고, 인텔과 마이크론은 이미 수년 전부터 혈맹을 맺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강력한 수요로 인한 호황 속에서 빅데이터, IoT, 자율주행 등 신기술로 대변혁을 맞고 있는 상황인 만큼 중장기적 전략이 중요한 시기”라며 “특히 올해부터 슈퍼사이클에 돌입할 것으로 기대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자와 과감한 M&A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황민규 기자/이다비 기자, 조선닷컴(1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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