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베트남도 만드는 '구제역 백신'은 왜?
[발생하면 허겁지겁 대책… 사태 잠잠해지면 흐지부지]
2011년 대란 때 "우리도 만들 것"… 6년 흘렀지만 전량 수입에 의존
1년에 900억원 넘게 사오면서 탁상행정에 우물쭈물 결정 미뤄
연구 인력 수의사 9명이 전부
정부가 나서 제조시설 서두르고 주변국과 '공동 백신은행' 필요
우리나라는 왜
태국, 베트남도 생산하는 구제역 백신을 만들지 못해 늘 수입에 의존하는 걸까. 소·돼지 347만마리를
살처분한 구제역 대란(2010년 11월~2011년 4월) 이후
정부는 "구제역 백신을 국산화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지금까지 한 일이라곤 연구원 9명이 고작인 '구제역백신연구센터'를 2015년에
만든 것뿐이다.
2011년 당시 정부는 2015년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완제품을 생산해 농가에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6년이 흐른 지금도 백신 수요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1년에 900억원 넘게 백신
구입 비용으로 쓰면서 왜 국산 백신을 만들지 못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제역이 발생하면 부랴부랴 대책을 발표했다가 잠잠해지면 손을 놓고, 결정은
미룬 채 우물쭈물해온 복지부동, 탁상 행정 때문이다.
◇'백신 코리아' 10년째 제자리걸음
정부가 구제역 백신을 국산화하겠다고 한 것은 백신을 수입에 의존하다간 2010~ 2011년
구제역 대란 때처럼 빠른 속도로 구제역이 확산할 경우, 축산 기반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1년 4월
구제역이 종식되자 백신 국산화 정책 추진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 수익성을 따지는 국내 백신 생산
업체 간 공동 컨소시엄 구성이 제대로 안 됐고, 외국 항원 공급 업체는 국내 개별 업체에 기술 이전을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3년 이상 구제역이
잠잠한 사태가 이어지자 정부도 소극적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백신 생산 자체가 구제역 전파 원인이 될 수 있고, 향후 구제역 청정국이
됐을 때 백신 제조 설비가 유휴 시설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2014년 5월 획득한 청정국 지위는 두 달 뒤 경북 의성에서 구제역이
재발하면서 바로 상실했고, 이후 매년 구제역이 발생했다. 2013년만
해도 "2016년까지 백신 생산 시설을 완공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2020년으로 늦춰졌다. 2015년 경북 김천에 문을 연 구제역백신연구센터가 백신 개발·연구를
수행하고 있지만, 연구 인력은 수의사 9명이 전부다. 당초 40명의 연구 인력을 배치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4개 연구실에
2명꼴로 일하고 있다. 센터는 정부의 준비 부족으로
2015년 8월 준공 이후 8개월 넘게 동물
임상시험에 필요한 생물안전등급(BL3, ABL3 등급) 인증을
받지 못해 백신 연구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백신 제조 시설 빨리 만들어라
구제역백신연구센터는 백신을 개발해 내년쯤 시제품용으로 O형 바이러스 백신 20만~30만 두분을 생산한다는 계획이지만, 벌써부터 "외국산 백신보다 효능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향후 A형 백신 등 다양한 혈청형의 백신을 차차 개발해나가야 하는데, 부족한
인력과 예산으로는 부실한 백신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백신 생산은 결국 가축 질병 안보 관점에서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백신 제조 시설 건립을
서두르고, 연구 개발 인프라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제조
시설 건립 전에 인근 국가와 함께 종합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와 국립항원백신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일본, 중국, 대만과 공동 백신은행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인배
농촌경제연구원 축산실장은 "일단 국내 발생 가능성이 높은 혈청형은 외국 백신 제조사와 항원뱅크
운영 계약을 해 긴급 상황에 대비하고, 백신 공급처도 다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용 기자, 조선일보(17-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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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백신 15개국서 생산… 일찍 대비한 태국은 OIE 국제 기준 충족
전 세계적으로 구제역 백신의
연간 접종 규모는 약 23억5000만 두분으로 추정된다. 이 중 68%에 달하는 16억두
분을 소비하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1950년대부터 구제역 연구를 해온 중국은 우리와 달리 백신을 직접
생산하는 나라다.
중국은 OIE(국제수역사무국)에 구제역 발생
사항을 상세히 보고하지 않지만, 거의 매년 구제역이 발생하는 만큼 모든 돼지에게 O형 백신을 접종시키고, 모든 소에
O형과 아시아 1형 백신을 접종시키는 '필수
면역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백신은 중국 농업부 허가를 받은 7개 기업이 생산한다. 중국
정부는 1997년부터 구제역 예방을 위한 백신 생산을 지원하고 있고,
현재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농가의 백신 구입 비용 중 30~80%를 부담한다.
중국 구제역 연구의 중추인 '란주 수의연구소'는 2011년 OIE의 구제역 표준연구소로 지정됐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의 백신 기술력이 떨어져 백신 효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수출 물량은 거의 없고 자국 소비용인데, 일부 농가는 밀수입된 고가의
백신을 사용하기도 한다.
중국을 포함해 구제역 백신을 생산하는 나라는 영국, 러시아, 아르헨티나, 인도 등 15개국쯤
된다. 필리핀, 이집트, 이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미얀마, 베트남, 태국도
백신 생산 국가다.
눈여겨봐야 할 곳은 이미 2000년대 800억원을
투입해 구제역 공식 실험실을 세운 태국이다. 다른 대부분 동남아 국가는 백신 기술이 떨어지지만, 태국은 다르다. 김병한 구제역백신연구센터장은 "태국은 영국 백신 제조사의 기술을 이전받았고, 국가에서
운영하는 업체가 OIE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백신을 생산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백신 제조 시설의 안전성 등을 우려해 직접 백신을 생산하진 않는다. 2010년
구제역 대란을 겪은 뒤에도 살처분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백신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물량만 확보해두고 있다. 2001년 대규모 구제역 사태를 계기로 방역 정책을 살처분에서 백신 예방 접종으로 전환한
네덜란드도 백신 수급을 위해 영국 백신 제조사와 연계해 백신은행에 9개 계통 1600만회분을 비축하고 있다.
-안준용 기자, 조선일보(17-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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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구제역… 16년간 3兆 쏟고도 달라진 게 없다
[매번 뒷북 대응에 재탕 대책… 2014년 이후 매년 발생]
-돼지와 O형 바이러스만 대비하다…
소 관리 뒷전… 줄줄이 구제역… A형 발생하자 뒤늦게 백신 수입
-農家에 접종 맡기고 정부는 뒷짐
3년간 백신에 2000억 썼지만 모니터링 제대로 안해 효과 반감
-비효율적인 방역 체계
농식품부·지자체 역할 분담 모호… 업무연계 안돼 어설픈 초동대응
소·돼지 350만마리를 살처분했던 2010년 구제역 대란이 재발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2011년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포기하고 소·돼지에게 구제역 백신을 맞히기 시작했지만, 2014년 이후 매년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 가축 방역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일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A형, O형 두 종류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동시에 출현하는 등 사태 전개 양상은 과거보다 더 심각해졌다. 지난 16년간 구제역이 8번이나 발생하는 과정에서 살처분 비용 등 3조3000억원의 세금을 투입했는데, 정부가 구축한 방역 시스템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돼지 방역 집중하다 소에서 뚫려
2011년 이후 구제역 피해는 주로 돼지에 집중됐다. 살처분 대상 369만두 가운데
353만두(약 96%)가 돼지였다. 이를 이유로 정부는 백신 항체 형성률이 낮고 밀집 사육으로 구제역 전파 속도가 빠른 돼지 농장 위주로 방역
체계를 꾸렸다. 전국의 모든 돼지 농가는 1년에 한 차례
이상 13마리씩 항체 형성률 검사를 받는 반면 소는 사육 농가의
10%(약 9600곳)에서 한 마리씩만 검사를
받는다. 이렇게 뒷전으로 밀려 있던 소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백신 준비도 부실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발생하는 구제역이 혈청형 O형 바이러스라는 이유로 A형은 대비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8일 경기 연천 구제역이 A형으로 판명됐다. 인접국 중국에선 A형 바이러스 구제역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A형 백신을 충분히 확보해놓지 않았던 정부는 영국 백신 제조사에 물량을 확보해 달라고 긴급 요청했다.
◇백신 접종, 농가에
맡기고 사후 관리 소홀
축산 농가들은 지자체에서 공급받거나
축협에서 구한 구제역 백신을 직접 주사기로 투여한다. 정부 역할은 농가에 백신 구입 비용을 지원하고
접종 매뉴얼을 제공하는 것이 전부다. 축산 농가에서 백신을 제대로 접종했는지 체크하는 기능도 엉망이다. 정부는 지난 5일 구제역 발생 직후 "소의 항체 형성률이 96%에 달한다"며 확산 가능성을 낮게 잡았다. 하지만 실제 구제역 발생
농가의 항체 형성률은 20%에도 못 미쳤다.
각 지자체에서 농가 의견을 반영해 정한 표본 등을 주먹구구식으로 조사한 결과가 '숫자 뻥튀기'로 이어진 것이다. 백신 접종 사후 관리가 제대로 안 되다 보니 3년간 백신 구입에만 총 2000억원을 쏟아붓고도 구제역을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도 안 지키는 농가
농가도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 경기도에서 한우 농장을 운영하는 A씨는 "백신 접종을 하면 젖소의 산유량이 줄어든다거나 소의
사산율이 높아진다는 얘기가 있어 백신 접종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또 무허가 농가 비율이 높고 외국인 근로자를 쓰는 곳이 많아 외부로부터의 구제역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이 큰데도
통제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전체 축산 농가 12만6000곳 가운데 절반가량인 6만곳이 축사 중에 무허가인 곳을 포함하고
있고, 한우의 경우는 무허가 비중이 87%에 달한다.
▲ 폐쇄된 가축시장 - 10일 전남 담양의 우(牛)시장 관계자가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텅 빈 경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 9일 구제역 위기 경보가 최고 단계인‘심각(4단계)’으로 격상되면서 전국 가축 시장이 18일까지 폐쇄됐다. /김영근 기자
◇말뿐인 정부 대책들
정부는 구제역이 발생할 때마다 농장 사전 예찰을 강화하고 백신 미접종 농가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백신 미접종 등에 따른 과태료 건수는 전국에서 69곳(8630만원)에
불과했다. 백신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한국형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는 내용도 정부의 '구제역 백서'에 빠짐없이 등장했지만 말뿐이었다.
◇방역 인프라 부족
농림축산식품부 소속 축산 및 방역직 공무원은 20여명에 불과하다. 일본의 방역직 공무원은 100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농림축산검역본부 소속 수의사는 300여명인데, 일본은 공무원 수의사가 820여명에 이른다. 농식품부는 "항체 형성률 전수조사나 백신 접종 감독 등은
인력이나 예산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말한다. 방역 체계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농식품부가 방역
정책을 수립하고,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검역을 담당하면서 실제 업무 시행은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는데, 역할 분담이나 업무 연계가 제대로 안 돼 초동 대응에 실패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안준용 기자, 조선일보(17-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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