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7년 10월 31일, 가톨릭 수도자이자 신학 교수, 사제였던 마르틴 루터는 독일 비텐베르크 교회 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붙였다. 종교개혁의 출발이다. 그런데 당시 루터가 계획했던
것은 종교개혁이 아니었다. 루터의 입장에서 교황청의 '면죄부('죄'가 아닌 '벌'을 면해준다는 뜻에서 '면벌부'로도
부름)'는 신학적 근거가 없었다. 그래서 신학 토론, 논쟁을 해보자는 뜻에서 반박문을 붙였다. 루터가 내세운 목표는 3가지 '오직'에서 드러난다. '오직 은총' '오직 믿음' '오직
성서'다. 루터가 겨냥한 목표는 원점(原點)이었다.
루터의 작은 날갯짓은 태풍을 불러일으켰다. 제네바의 장 칼뱅, 스코틀랜드의 존 녹스 등이 화답하며 다양한 개신교 교파로 이어졌다. 현재
한국에서는 가장 인구가 많은 종교가 개신교가 될 정도다. 그뿐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었던 가톨릭 내에서도 자성이 일어나 쇄신운동이 계속됐다. 그 결과는 1960년대 제2차
바티칸공의회로 꽃피기에 이르렀다.
시대와 무대를 옮겨보자. 1947년 가을, 경북
문경 봉암사. 청담, 성철,
자운, 향곡 등 당대의 30~40대 선승(禪僧)들이 모여들었다. 한국 현대 불교를 다시 일으킨 봉암사 결사(結社)다. 당시는 조선 왕조 500년간의 억불(抑佛) 정책과 일제가 들여온 왜색 불교의 여파로
전통 한국 불교는 겨우 숨만 쉬는 지경이었다. 성철 등이 내건 결사의 정신은 '부처님 법(法)대로 살자'.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선다는 정신이었다. 자료도 샅샅이 뒤졌다. 성철은
"부처님 당시엔 나무 발우(스님의 밥그릇)를
쓰지 않았다"며 질그릇 발우를 제시했다. 가사(袈裟) 색깔도 옅은 갈색인 '괴색(壞色)'으로 정했다. 장삼은 송광사에 보존된 보조국사 지눌의 것을 모델로 삼았다. 그 밖에도 '일상에서 필요한 물품은 스스로 해결한다. 물 긷고 나무하고 밭일하고 탁발하는 등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용변
볼 때와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늘 장삼과 가사를 입는다'…. 유명한
공주(共住)규약이다. 한국 현대 불교는 봉암사 결사에 탯줄을 대고 있다.
2007년 10월19일 오전 경북 문경 봉암사에서 열린 '봉암사 결사 60주년 기념 대법회'에 참석한 스님과 신도들이 대웅보전 앞마당과 전각의 처마 밑까지 가득 서있다. /조선일보 DB
루터의 종교개혁과 봉암사 결사는
시대와 무대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해당 종교가 활력을 잃은 상황에서 '원점' 혹은 '초심'의 회복으로 개혁했다는 점이다. 역사상 거의 모든 종교의 개혁운동은
본질 회복이 목표였다. 오랜 세월이 흐르며 본질 외에 덧붙여진 더께를 걷어내자는 것이었다.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 봉암사 결사 70주년을 맞는 한국 종교계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는 '탈(脫)종교 현상'을 보여줬다. 10년마다 한 번씩 하는
통계청 조사에서 종교 인구는 처음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 이하로 내려왔다. 최근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발표한 2016년 천주교 통계에서도 영세자 수는 줄었고, 미사 참례율은 19.5%로 20% 선이 무너졌다.
다시 종교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개혁을 한다면 역시 초심과 본질의 회복이
방향이 될 것이다. '사랑'이라는 새 계명을 제시한 예수, 모두가 본래 부처임을 깨우쳐준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다시 새기고 본질을 제외한 더께는 제거하는 것이 그 출발점일
것이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조선일보(1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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