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로비 ‘헛돈’ 안 쓰려면]
[아드난 카쇼기]
대미 로비 ‘헛돈’ 안 쓰려면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로비 업체들이 즐비한 백악관 북쪽 K스트리트 한복판에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소장으로 있는 이곳은 1984년 미국 내 한국 우호 여론 조성을 위해 설립됐다. 이름만 들으면 워싱턴에 있는 수만개 싱크탱크와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연방 국세청(IRS)은 KEI를 ‘501(c)(6)’ 조직으로 분류하고 있다. 회원들의 사업이익(business interest)을 촉진하는 협회라는 뜻으로 종교·자선·교육 등 공익 목적인 기관들과 구분된다.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올해 KEI에 41억원을 출연했다. 2017년부터 6년간 편성한 예산이 모두 합쳐 200억원에 이른다. 재작년 기준 연봉을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이상 받아간 KEI 직원은 셋이나 됐다. KIEP가 말하는 지원의 당위성은 이렇다. “미국 내 한국 관련 정보를 수집하여 한국의 정책 담당자들에게 신속·정확하게 전달하고 양국 간 협상과 상호이익 증진을 위한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올해 8월 미 의회를 통과해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KEI가 얼마나 신속하게 인지했고 선제적·사후적 조치를 취했는지는 의문이다. KEI가 올해 하반기 주최한 16개 행사 중 IRA를 파고드는 이벤트는 없었다. IRA라는 파고가 이미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지난달 17일에야 국무부 차관이 포럼에 참석해 “한국의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인사말을 하는 데 그쳤다.
KEI는 미 법무부에 등록된 한국 정부의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 즉 합법적 로비스트다. 그런데 올해 6월에는 KEI 소속 선임 고문이 외교·안보 잡지 ‘더 디플로맷’에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글을 기고했다. 학위 과장, 논문 표절 논란을 언급하며 “이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썼다. 물론 돈을 지원했다고 해서 말과 글을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논쟁적인 국내 사안을 굳이 대외에 알리라고 연 40억원 넘는 돈을 출연하는 것은 아니다.
외교·통상 당국이 IRA 대응에 실기(失期)한 측면이 분명 있다. 동시에 외교관들이 700장 이상 되는 방대한 분량의 IRA의 내용을 곧바로 간파하고 그 함의를 짚어냈어야 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지나치게 결과론적인 얘기는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핵심은 지금 우리가 대미 로비에 쓰고 있는 수십, 수백억 원이 효과적으로 지출되고 있느냐다. 한국이 변방이었던 시절에는 일방향 홍보만 해도 남는 장사였지만, 변화무쌍한 미 의회가 국내 정치·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견하는 게 생존에 직결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김은중 기자, 조선일보(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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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처음 연 中·아랍 정상회의서 팔레스타인의 독립 국가 건설 지지. 美 견제 위한 中東 끌어안기 본격 돌입.
-팔면봉, 조선일보(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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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난 카쇼기
미국과 사우디 중개해 큰돈 벌어… 전성기 재산 4조5000억원 달해
하루에 3억원씩 쓰며 호화 생활… 린다 김을 무기거래상 만든 인물
1970~80년대 전 세계 무기 시장을 주름잡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전설적 무기 거래상 아드난 카쇼기(82)가 6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사망했다. 카쇼기의 가족은 성명에서 "런던에서 파킨슨병 치료를 받던 아버지 아드난 카쇼기가 82세를 일기로 평화롭게 숨을 거두었다"고 밝혔다.
사우디 국왕 주치의를 아버지로 둔 카쇼기는 어린 시절부터 이집트와 미국에서 유학했다. 1960년대 초 캘리포니아 주립대 재학 시절 미국 자동차를 사우디에 판매하는 사업을 중개해 불과 몇 달 만에 15만달러를 버는 등 젊어서부터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당시 고객 중엔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의 아버지, 무함마드 빈 라덴도 있었다.

아드난 카쇼기(가운데)가 아내 라미아(왼쪽), 딸 나빌라(오른쪽)와 함께 1988년 모나코 적십자 연회에 참석한 모습. 나빌라를 특별히 총애했던 카쇼기는 자신의 초호화 요트 이름도 딸 이름을 딴‘나빌라’로 지었다. 이후 요트는 브루나이 국왕을 거쳐 도널드 트럼프 소유로 넘어갔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카쇼기는 대학에 복학하지 않고 자동차 판매 사업에 뛰어들었다. 피아트·롤스로이스 같은 고급 자동차 브랜드까지 중개업을 확장한 그는 맥도널 더글러스, 노스럽, 록히드 마틴 등 큰 수익이 많이 나는 군수업체까지 클라이언트로 두게 됐다.
카쇼기는 1960년대부터 미국 무기업체와 사우디 왕가를 연결해주는 무기중개상으로 큰돈을 벌었다. AP통신은 "1970년대 한창때 그의 재산이 40억달러(4조5000억원)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1986년 레이건 정부 당시 발생한 이란·콘트라 비밀 공작(레이건 정부가 니카라과 좌익 정부를 붕괴시키기 위해 그 지역 반군에게 무기를 제공한 사건)에 연루되고, 필리핀의 마르코스 대통령 내외가 망명했을 때 재산 도피에 개입하는 등 국제적 스캔들에 연루되기도 했다.
카쇼기는 호화 생활로도 유명하다. 한때 뉴욕 맨해튼의 부동산, 유럽 별장, 케냐의 18만에이커(약 2억2000만평) 목장 등 세계 12곳에 부동산을 소유했고,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케리 그랜트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을 불러 초호화 파티를 열기도 했다. 1987년 타임지에 따르면, 그가 하루에 쓰는 돈은 약 25만달러(약 2억8100만원)에 달할 정도였다. 카쇼기는 세계에서 가장 큰 요트 중 하나인 '나빌라호'(길이 86m)를 소유했었는데, 이 요트는 첩보영화 '007' 시리즈의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에도 등장했다. 이 요트는 브루나이 국왕에게 팔렸고,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카쇼기는 1980년대 중반 미국 내 지주회사가 파산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1986년에는 루벤스와 엘 그레코 그림을 밀수입하려다 적발돼 160만달러 벌금을 선고받았고, 1998년 런던 리츠칼튼 호텔 카지노로부터 800만달러 도박 빚과 관련해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빈의 마지막 연인이었던 도디 파예드의 삼촌이기도 하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무기 거래 로비스트 린다 김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대학 시절 룸메이트였던 카쇼기의 조카를 통해 그가 주최한 파티에 초대받았다가 카쇼기의 눈에 띄어 무기거래상이 됐다고 밝혔다. 카쇼기는 2002년 한국 충남 태안군 안면도 국제관광레저단지 개발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이 프로젝트는 결국 무산됐다.
무기 전문가인 시오도어 카라식은 "카쇼기는 '옷장 속 해골(감추고 싶은 큰 비밀)' 안에 또 겹겹이 해골을 감춘 (비밀스러운) 인물"이라고 평했다. 카쇼기는 2009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내 철학은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좋든 나쁘든 후회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윤희 기자, 조선닷컴(17-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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