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영끌’, 쏟아지는 부동산 경매]
[“집주인이 대기업 다녀요”]
[잡으려면 뛴다?… 초강력규제 盧정부때 서울 집값 42.9% 폭등]
무너지는 ‘영끌’, 쏟아지는 부동산 경매
부동산 고수와 현금 부자들이 모여 있는 경매 시장은 부동산 경기 선행지표로 통한다. 경매를 찾는 발걸음이 뜸해지면 부동산이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며, 반대로 경매 시장이 꿈틀대면 침체기가 끝났다는 신호로 본다. 요즘 경매 시장은 매물은 쌓이는데 입찰에 참여하는 사람이 줄면서 역대급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올 1월 전국 법원에 들어온 신규 경매 신청은 1만 건을 넘어서며 월별 통계로 10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가계와 기업, 자영업자들이 빚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경매로 넘어가는 부동산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이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형편이고, 한계에 부닥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줄폐업이 이어지다 보니 아파트형 공장이나 상가도 줄줄이 경매에 나오고 있다. 지난달엔 서울 명동 중심거리의 꼬마빌딩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경매에 나왔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경매로 날리는 ‘영끌족’의 부동산이 수두룩하다. 지난해 경매가 진행된 서울 아파트는 7년 새 가장 많았고, 최근 교통이나 학군 좋은 대단지 아파트도 대거 경매로 쏟아지고 있다. 통상 3개월 이상 이자가 연체되면 은행 등 금융회사가 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데, 부동산 급등기에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산 영끌족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를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소득 기반이 취약한데도 과도하게 빚을 낸 20, 30대 영끌족의 충격이 더 크다. 지난해 가계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은 1%대로 늘어난 반면 물가 영향을 뺀 이자 비용은 27% 넘게 치솟았다니 예견된 결과라 할 만하다.
▷여기에다 전세 사기와 역전세난의 여파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법원에 강제 매각을 신청하는 강제경매 또한 늘고 있다. 1월 수도권에서 강제경매를 신청한 아파트·오피스텔·빌라는 역대 가장 많았다. 이 중 전세를 끼고 갭투자한 2030세대가 집주인인 매물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경매로 넘어간 서울 빌라 10채 가운데 1채 정도만이 낙찰되는 수준이어서 보증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세입자들은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다.
▷아파트부터 상가, 빌라까지 경매 물건이 쌓이지만 수차례 유찰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시중은행이 경매를 신청한 4건 중 1건은 아직 낙찰자를 찾지 못했고, 그나마 매각에 성공한 4건 중 1건도 은행이 돌려받아야 할 금액보다 낙찰가가 낮았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금리 폭탄의 파장이 영끌족의 눈물을 거쳐 금융권 부실로 옮겨가고 있어 우려스럽다.
-정임수 논설위원, 동아일보(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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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대기업 다녀요”
'전세대출 가능합니다. 임대인 대기업 다녀요.’ 최근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온 한 아파트의 매물 설명에는 집주인의 직업 정보가 공개돼 화제가 됐다. 전세사기 때문에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있는지 따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엔 집주인의 재직증명서와 국세·지방세 등의 완납 증명서를 요구하는 세입자들도 있다. 집주인을 면접 보고 고르는 셈이다. 전세금 하락분을 돌려주기 힘든 임대인이 차액만큼 세입자에게 월세를 지불하는 이른바 ‘역월세’도 흔해졌다.
▷집주인은 전세금을 내리지 않으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고, 세입자들은 전세 매물을 골라잡을 수 있는 ‘역전세난’ 속에 나타난 풍경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8.3% 하락했다. 지난달도 매주 1% 안팎으로 가격이 빠졌다. 최근 3개월간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 5건 중 1건이 2년 전 계약 때보다 낮은 가격에 이뤄질 정도다.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고 올해 상반기에는 신축 아파트 입주도 늘 것으로 보여 당분간 역전세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불과 2년여 전엔 상황이 정반대였다. 당시 면접관 자리에 앉은 건 집주인이었다. 전세 물건의 씨가 마르고 전세금이 치솟는 ‘전세난’ 때문이었다. 집주인이 세입자의 직업, 재산, 가족관계 등을 따지는 경우도 있어 ‘세입자 고시’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2020년 10월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선 전세 매물을 보려고 10여 명이 아파트 복도에 길게 줄을 선 사진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계약을 희망하는 ‘예비 세입자’가 많아 제비뽑기로 계약자를 정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전세금이 오르면 집주인에게, 내리면 세입자에게 좋지만 전세금의 급등락은 시장 전체엔 부작용을 가져온다. 전세금이 가파르게 오르면 매매가격과의 차이가 줄어들어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전세사기 일당의 무자본 갭투자가 성행할 환경도 조성된다. 반면 전세금이 급하게 떨어지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어나고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분쟁도 늘어나게 된다. 임차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 특유의 주거제도인 전세는 그동안 서민 주거 안정에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 집주인은 전세금을 통해 이자 없이 돈을 빌릴 수 있었고, 세입자에게는 목돈을 모아 내 집 마련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전세 제도가 유지되려면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최근 정부가 무자본 갭투자를 막는 등의 전세사기 대책을 내놨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집주인 동의 없이도 악성 임대인 여부와 체납 세금 유무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신속한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
-김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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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으려면 뛴다?… 초강력규제 盧정부때 서울 집값 42.9% 폭등
[전문가가 만드는 Fact Check]
정권마다 부동산 옥죄거나 풀거나… 집값 어떻게 흘러왔나
1980년대 집 부족… 대규모 주택단지 개발
YS때 집값·전세금 안정… IMF 터져 폭락
DJ, 부동산 부양 위해 관련 규제 대거 풀어
MB·朴정부선 규제 완화… 가계빚 눈덩이
文정부 "도시재생 뉴딜"… 50兆 재원 관건
국내 주택 가격을 처음 측정한 것은 전두환 정부 때인 1986년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986년에 비해 358%, 서울은 394%가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215%인 것과 비교하면, 아파트값 상승 폭이 훨씬 가파르다. 과도한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정권마다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꾸준히 올랐다.
1980년대엔 전국적으로 집이 부족했다. 전두환 정부는 서울 목동·상계동·개포동·고덕동과 경기도 과천 등에 대규모 주택 단지를 개발했다. 양도소득세 면제와 주택 구입 자금 지원 등 잇단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을 폈고, 그 결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투기 과열 양상이 나타났다. 노태우 정부 집권 첫해인 1988년 아파트값이 20% 넘게 올랐다. 1990년엔 32%나 올랐다. 노태우 정부는 분당·일산·평촌 등 5곳의 1기 신도시 조성이라는 주택 공급 정책과 더불어 투기지역 지정, 종합토지세 조기 실시, 토지공개념 3법(택지소유상한법·토지초과이득세법·개발이익환수법) 제정 등 투기 억제 정책을 함께 추진했다. 그 결과 다음에 집권한 김영삼 정부 5년은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금이 안정세를 보이고 집값 변동이 가장 적었던 시기로 기록됐다. 정부는 부동산 실명제를 도입해 투기를 관리했다. 그러나 1997년 IMF 외환위기로 국가 경제가 휘청거렸고, 전국 아파트 가격이 폭락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전면적인 부동산 시장 부양책을 펼쳤다. 양도소득세 면제, 분양가 자율화, 외국인 투자 허용, 부동산 관련 세금 완화, 소형 의무비율 폐지, 청약자격 대폭 완화, 분양권 전매 허용 등 부동산 관련 규제를 파격적으로 풀었다. 이에 따라 주택가격이 빠르게 회복하면서 2002년엔 전국 아파트값이 22.8% 올랐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정부의 최고 목표로 설정하고 강력한 규제 정책을 추진했다. 양도소득세 강화, 분양권 전매 제한, 분양가 자율화 폐지, 종합부동산세 신설, DTI(총부채상환비율) 도입,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강화 등 강력한 규제를 잇달아 내놓았다.
서울과 경기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노무현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 혁신도시·기업도시 건설을 통해 지방 분산 정책을 펼쳤다. 김포·동탄 등 2기 신도시 건설도 추진했다. 그러나 임기 5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56%(서울 전체 집값은 42.9%)까지 상승하면서 '집값이 폭등한 정부'라는 오명(汚名)을 안았다. 또한 지방 도시 개발 정책으로 수도권이 아닌 지방까지 땅값이 급등하고, 투기 열풍이 전국으로 확산했다.
이명박 정부 초반은 이전 정부가 추진하던 강력한 규제 정책과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기였다. 정부가 규제 완화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려 했지만, 집값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에 주택 전세금이 급등하면서 '전세 난민'이 사회 문제로 대두했다. '하우스 푸어' '깡통주택' 같은 말이 유행했다. 서울 집값은 하락세를 보였지만, 부산·대구·울산 등 일부 지역은 가격이 폭등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 때는 규제 완화로 2015~16년 전국의 주택 인허가 물량이 연간 70만 가구를 넘어서면서 공급 과잉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가계부채가 1000조를 넘으면서 "빚내서 집 사게 하는 정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에 걸친 규제 완화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르자 작년 8월 가계부채 관리대책, 11·3 부동산 대책 등을 시작으로 규제 강화로 정책 흐름이 바뀌었다.
역대 정부가 펴온 그간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 상황에 따라 규제 강화와 완화 정책을 오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책 효과는 단기적이었고, 과도한 규제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이런 실패를 부른 가장 큰 원인은 주택 수요와 공급 및 소비자 선호에 따른 장기적인 정책을 펴기보다는 집값 변동에 따른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웠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매년 10조원씩 총 50조원을 투입해 전국 500곳의 낙후된 지역을 살리는 '도시재생 뉴딜'과 해마다 17만 가구의 공적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다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 없이는 아무리 좋은 정책도 백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도 출범 직후 서울·부산·세종 등 특정 지역에서 집값이 급등하는 조짐이 나타나자 대출 요건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6·19 대책을 내놨다. 그러면서 투기 세력을 엄중히 관리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6·19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지역은 당분간 지속적인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또한 하반기에는 입주 물량이 급증하는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집값 하락과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등락하는 단편적 현상에 집중하는 정책이 아니라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 방향과 목표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과거 어느 때보다 양극화·국지화가 심한 만큼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한 정부의 현명한 정책 설계가 절실하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 조선일보(17-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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