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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돌 맞은 국립공원] '한국적 풍경' 지키고 살려야

뚝섬 2017. 8. 21. 08:05

금년은 우리나라에서 국립공원이 탄생한 지 50년이 되는 해다1967년에 지리산을 1로 지정한 이후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빠르게 성장해 왔다. 지난해 태백산이 추가됨으로써 국립공원은 모두 22개로 늘어났다. 탐방객도 작년의 경우 4400만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었던 2007년 이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 물론 무료입장이 국립공원 이용자 급증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전국을 두어 시간대로 잇는 사통팔달의 교통망도 무시할 수 없고, 고령화 사회와 고실업 시대에 따라 여가를 강요하는 분위기도 간과할 수 없다.

국립공원 개념은 미국이 발상하여 전 세계로 퍼뜨렸다. 퓰리처상을 받았던 미국 작가 윌리스 스테그너는 '지금껏 미국이 만들어낸 최고의 아이디어'로 국립공원을 꼽았다. 1864년 링컨 대통령이 요세미티 지역을 정부가 관리하도록 조처한 것을 효시로 하여 1872년 그랜트 대통령은 옐로스톤 일대를 미국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였다. 그 이후 국립공원 제도는 유럽으로, 대양주로, 아시아로, 아프리카로 확산되었다. 일본이 국립공원을 처음 지정한 것은 1934이었고, 이듬해에는 식민지 조선에서도 금강산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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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립공원의 출생기(出生記)는 민관 합작이다. 1960년대 초 경제개발계획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무렵 정부는 국제 관광과 지역 개발 차원에서 지리산에 주목했다. 여기에 현지 주민들의 자생적 노력이 가세했다. 인근 구례역을 운반 거점으로 산림 도벌(盜伐)과 남벌(濫伐)이 창궐하던 시절 지리산 토박이들은 자연보호라는 국립공원의 취지에 일찍이 눈을 떴다. 일제 강점기부터 노고단 지역에는 외국인 선교사용 휴양촌이 있었기에 이를 지켜본 평소의 눈썰미도 한몫했다.


지리산 연하봉 부근의 고사목 지대. /조선일보 DB

 

그로부터 반세기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 우리나라 국립공원에는 몇 가지 생각해볼 거리가 쌓이고 있다. 우선 '숫자가 너무 많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현재 미국에는 59, 일본에는 32개의 국립공원이 있는데 우리는 22개다. 또한 국립공원에 비해 도립공원과 군립공원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더 많아야 할 것 같은데, 각각 29개와 27개에 그쳐 어딘가 비례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국립공원의 분포는 절묘한 '지역 균형'을 이루고 있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국립공원이 더 늘어날 것인데, 차라리 '삼천리금수강산' 전체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 어떨까 싶다.

다음은 국립공원의 관리 방식이다. 시나브로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에는 방문자를 과()보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당연하다. 하지만 법정 탐방로의 조성이나 현대식 화장실의 보급이 국립공원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는 아니다. 선진국의 경우 탐방로를 일부러 만들지 않는 곳이 많을 뿐 아니라 국립공원에서의 사고는 당연히 본인 책임이다. 자연에 대한 도전과 모험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국립공원에서 불상사가 일어나면 국가를 상대로 과실 책임을 다툴 여지가 열려 있는 우리의 현실은 국민의 정신세계를 점점 더 나약하게 만들지 모른다
.

끝으로 국립공원의 가치관 문제다. 국립공원이 처음 만들어질 때 목적은 자연풍경지 보호 한 가지였다. 그러다가 1995년에 자연 생태계 보호가 추가되었다. 이로써 빼어나지 않는 자연도 생태적 가치가 크면 국립공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그런데 지난 6월 환경부는 '국립공원 미래 비전'을 선포하면서 생태계 보전 쪽으로 더 기울어졌다. 4대 강 사업으로 생긴 영주댐을 철거하고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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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무언가 일이 크게 잘못되어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태적 가치를 앞세우느라 풍경의 중요성이 밀릴까 봐 조금은 염려스럽다. 생태계 파괴가 심각해지면서 최근에는 자연을 인문주의적 풍경이 아닌 기술주의적 환경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대세다. 이러한 자연관의 변화에는 물론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인간이 풍경적 존재라는 점은 불변의 진리다. 사람들이 사는 공간 또한 궁극적으로는 풍경 공동체이다. 마을마다 도시마다 풍경이 서로 다르고 또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산수(山水)가 유별하여 한때는 풍경이 곧 국경이었다. 미국이 처음 국립공원을 만든 것에는 풍경이 국가 정체성의 핵심 요소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사라지는 한국적 풍경, 망가지는 국가대표 풍경을 지키고 살리는 일은 국립공원의 역사적 사명이자 태생적 책무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회학, 조선일보(17-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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