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립공원 지정 50년
지리산 국립공원 관리공단 수십년 체계적 관리…
둘러싼 7개 시·군… 무릎 맞대고 다각도 활동
지난 15일 오후.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쉼없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햇살은
큰 산 아래를 멀리 비추고, 산들은 그 색이 엷어지며 겹겹이 포개져 있었다. 산들 사이 낮은 들판에는 금빛물결이 출렁였다. 넉넉하게 자연을, 사람을 품고 있는 그 큰 산은 지리산.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던 그곳은 사시사철 '굳이 찾아오는 이들'로 넘치고 있었다. 지리산은 '언제나
그 첫 마음'으로 속진(俗塵)의 사람들을 품고 있었다.
이제 가을이 완연하다.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 조차 붉어라'는 때가 다가오고 있다. 지리산 자락에서 은거했던 조선 중기 유학자 남명 조식의 탄성을 우리 스스로 읊을 때가 되었다. 지리산 자락을 휘감아 도는 섬진강에도 가을은 찾아왔다. 강물은 마르지
않고, 오늘도 면면하게 흐른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빚어내는
자연산수는 강산무진(江山無盡)의 전형이 아닌가.
이
자연산수는 그 자락에 살아온 이들의 사랑에도 크게 힘입었다. 지리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영·호남의 지붕이다. 이 영산(靈山)에 자란 아름드리 나무들이 베어지고, 톱밥이 골짜기를 메운 때가 있었다. 전후(戰後)의 풍경이었다. 허물어지는 큰 산을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연하반이란 구례사람들의
등산모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큰 산을 오르내리며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을 거듭했다. 선진국의 경우와 같이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보호하자"는 것이었다. "민족의 산을 지키자"는 결기였다. 구례군 1만2000여가구중 1만여가구가 십시일반으로 추진위 활동에 필요한 성금을
냈다. 5년만인 1967년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자연보호운동의 효시(嚆矢)였다. 올해 국립공원
지정 50년을 맞이했다.
지리산을 지키자는 성심(誠心)은 오늘날의 모습으로
결실을 보았다. '지리산의 시인' 이원규가 시 속에서 지리산의
명소들을 불러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정성에 힘입었으리라. 천왕봉 일출, 노고단 구름바다, 반야봉 저녁노을,
피아골 단풍, 불일폭포, 벽소령 달빛, 세석평전 철쭉꽃, 처녀림 칠선계곡,
연하봉 벼랑과 고사목 등등.
큰 산 아래 물이 모여 강을 이룬다. 지리산은 섬진강과 벗한다. 지리산 자락은 섬진강과 더불어 남원·장수(전북), 곡성· 구례(전남), 하동·산청·함양(경남)을 아우른다. 이
지리산권(圈)은 서울 여의도면적의 530배 가량. 어느 곳에서 올라도 지리산으로 갈 수 있다. 맑은 물이 흐르는 섬진강도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지리산의 모습은 사시사철 변화무쌍하다. 장엄한 지리산의 모습중 천왕봉의 가을은 단연 으뜸이다. 단풍과 운무, 햇빛이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도 붉어지는 가을이 찾아왔다./국립공원 관리공단 지리산사무소 제공
지리산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지리산의 자연을 보호하고 관광객들의 안전을 도모하는 활동을 다각도로 펼치고 있다.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 등 준봉(峻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있고, 20여개의 능선들 사이로 계곡들이 자리하고있다. 지리산 국립공원을 에워싸는 둘레만 해도 320㎞를 넘는다. 관리공단은 남부(구례), 북부(남원)에도 사무실을 두고, 연하천·피아골·노고단·세석·벽소령·치밭목·장터목 등 8군데에 대피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남원 소재)은 지난 2006년 발족, 지리산권의 관광인프라를 마련하고 가꾸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것을 비롯, 대표적인 지역특산품 육성, 농촌문화관광마을 조성, 관광숙박시설 선정과 지원, 관광순환로 조성, 관광정보구축과 인력양성프로그램 운영에 힘을 쏟아왔다.
문용수 조합본부장은 "수려한 산수가 어우러진 청정지역, 다양한 사상이 성장하고 국난을 극복했던 역사현장, 예술과 생활문화가 살아있는 문화콘텐츠의 보고가 바로 지리산권"이라며 "앞으로도 지리산권이 보다 많이 사랑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구례·남원=권경안 기자, 조선일보(1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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