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피뢰침의 원리.. 10억볼트 벼락 맞은 비행기... ]
번개
지난해 벼락 14만건, 1년 전보다 2배… 지구 기온 오를수록 많이 발생
‘청천벽력(靑天霹靂)’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벼락이 떨어지는 것을 말하지요. 실제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라, 주로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사건이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상황을 비유할 때 쓰입니다.

번개는 구름에서 구름으로 뻗어 나가기도 해요. 그래서 폭풍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맑은 하늘에서도 번개가 칠 수 있는 것이랍니다. /위키피디아
그런데도 아주 드물게 마른하늘에서 떨어진 벼락으로 피해가 생기는데요. 해외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마른번개로 인해 사람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지요.
그렇다면 번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구름은 수많은 미세한 물방울과 얼음 결정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거대한 구름 속에서는 강한 상승기류가 생겨 이 물방울과 얼음 알갱이들이 서로 끊임없이 부딪칩니다. 이 과정에서 작은 얼음 알갱이는 전자를 잃은 채 위쪽으로 올라가고, 물방울은 전자를 얻고 아래쪽으로 모입니다. 이렇게 구름의 위쪽 부분과 아래쪽 부분에 생긴 전기의 불균형이 해소될 때 구름 사이에 강력한 불꽃이 튀게 되는데요. 이것이 바로 번개랍니다. 번개가 땅으로 떨어지면 낙뢰(벼락)라고 하고, 번개로 인해 생기는 굉음을 천둥이라고 하지요.
번개는 보통 폭풍우 구름 밑에서 생기지만, 드물게 맑은 하늘에서도 나타납니다. 이를 마른번개라고 하지요. 그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서 있는 하늘은 파랗게 맑더라도 10~40㎞ 떨어진 곳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인 '뇌우' 구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번개는 구름 속에서 곧장 땅으로만 치는 게 아니라, 강한 상승기류를 따라 비스듬히 이동하면서 옆으로 뻗어 나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폭풍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맑은 하늘에서도 번개가 칠 수 있습니다.
온도와 습도의 차이가 큰 불안정한 대기에서는 공기가 위아래로 심하게 뒤섞여 전하가 잘 쌓이게 되는데요. 이럴 때는 비가 내리지 않는데도 벼락이 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마른번개는 따뜻한 공기와 차가운 공기의 온도 차이가 크게 나고, 대기가 불안정한 여름에 많이 발생하지요.
이런 번개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 예전보다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온이 올라가면 공기 중 수증기가 늘어나는데,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공기 중 수증기는 약 7% 증가합니다. 따뜻한 공기가 차가운 공기보다 더 많은 수증기를 품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수증기가 많아지면 구름이 쉽게 만들어지고, 그만큼 천둥·번개를 동반한 뇌우도 자주 발생하는 것이지요.
실제로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천둥·번개는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작년 우리나라에서 관측된 낙뢰는 약 14만5000건으로 전년(2023년) 약 7만3000건 대비 2배 수준으로 늘었고, 최근 10년 동안의 평균 관측치보다도 약 44% 많았다고 해요. 이는 평년보다 여름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구름이 많이 형성되고, 그 결과 뇌우가 잦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조선일보(2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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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뢰침의 원리
10억볼트 벼락 맞은 비행기, '피뢰침' 덕분에 무사
소나기구름에서 만들어지는 '번개' 땅 위 높이 솟은 물체에 떨어져
과학자 프랭클린이 발명한 '피뢰침' 뾰족한 침 통해 땅으로 전류 보내
얼마 전 제주를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날아가던 우리나라 비행기가 벼락을 맞았다는 뉴스가 전해졌어요. 탑승객이 270여 명이나 되는 큰 항공기였는데, 승객들은 별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답니다. 항공사 측은 착륙 후 비행기를 정비하다 몸체에서 그을음을 확인하고 뒤늦게 벼락 맞은 사실을 확인했지요.
하늘에서 치는 번개는 전압(전류가 흐르는 힘)만 최소 10억볼트(V)가 넘는 초강력 전기예요. 번개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벼락이라고 해요. 그런데 어떻게 벼락을 맞은 비행기가 멀쩡할 수 있었던 걸까요? 바로 '피뢰침(避雷針·벼락을 피하는 바늘 모양 장치)' 덕분이랍니다.
◇'하늘이 내리는 벌'에서 '전기'로
'번쩍' 하고 번개가 치는 순간을 본 적 있을 거예요. 번개의 정체를 몰랐던 옛날 사람들은 번개를 '하늘이 내리는 벌'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미국의 유명한 정치가이자 과학자인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은 번개를 다른 눈으로 바라봤어요. 프랭클린은 모든 물체가 전기를 띠고 있다고 믿었어요. 평소에도 전기에 관심이 많아 유리 막대나 호박을 천으로 문질러 마찰전기(정전기)를 만드는 실험을 했지요. 그는 '번개도 마찰전기 같은 전기의 일종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었어요.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실험에 나섰죠.

비 내리고 천둥·번개가 치던 1752년 어느 날, 프랭클린은 커다란 연을 하늘에 띄워 올렸어요. 프랭클린은 벼락이 땅 위 가장 높은 곳에 떨어지기 쉽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연 꼭대기에 뾰족한 금속 침(針)을 꽂고, 연줄 끝에는 금속 열쇠를 매달았지요. 번개가 전기라면 열쇠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 거예요.
몇 차례 시행착오 끝에, 프랭클린은 드디어 금속 열쇠에서 불꽃이 튀는 현상을 발견했어요. 열쇠를 만지면 찌릿하게 전기가 통하는 현상도 느꼈지요. 번개의 정체가 '신의 형벌'이 아니라, 정전기라는 사실을 확인한 거예요. 프랭클린은 이 실험을 신문에 발표하고 세계적 명성을 얻었답니다. 다만 매우 위험한 실험이라 비슷한 시도를 하던 몇몇 과학자들이 감전돼 죽기도 했어요.
이를 계기로 프랭클린은 끝이 뾰족한 금속 막대기에 구리선을 연결한 '피뢰침'을 발명했어요. 뾰족한 침으로 번개를 끌어당긴 뒤 구리선을 통해 전류를 땅속으로 안전하게 흘려 보내는 원리였죠. 이를 통해 많은 사람이 벼락 맞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어요.
그렇다면 번개는 왜 땅 위 높은 곳에 떨어지는 걸까요? 이건 전기의 성질 때문이에요. 번개는 소나기구름에서 만들어져요. 구름을 이루는 수증기는 온도가 떨어지면 작은 얼음 입자로 얼어붙는데요. 이 얼음 입자들이 서로 부딪히고 충돌하면서 전기를 만들어요. 유리 막대를 천으로 문지르면 정전기가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이때 구름 위쪽엔 양전하(+), 구름 아래쪽엔 음전하(-)가 자리 잡아요.
구름 아래쪽에 음전하가 너무 많아지면, 땅 위 양전하와 붙으려는 성질을 지녀요. 전기는 자석처럼 같은 전하(극)끼리는 밀어내고 다른 전하끼리는 잡아당기는 성질이 있거든요. 이렇게 음전하로 가득 찬 구름이 땅 위를 지나면, 양전하와 음전하가 균형을 이루고 있던 땅 표면에 양전하가 쏠리게 돼요. 이런 땅 표면의 양전하가 구름의 음전하를 강하게 끌어당기면서 벼락이 떨어지는 거지요. 이때 나무나 건물처럼 땅에서 가장 높이 솟아있는 물체가 번개의 표적이 되는 거랍니다.
◇번개 쳐도 비행기·기차·자동차는 안전
번개가 가진 에너지는 규모가 대단해요. 한 번 번개가 칠 때 전기량은 수만 암페어(A)에 달하고, 태양 표면 온도의 5배나 되는 섭씨 약 3만도의 높은 열이 난다고 해요. 이런 거대한 에너지가 1~2초 만에 땅으로 '번쩍' 하고 떨어지기 때문에 잘못하면 큰 피해를 볼 수 있어요. 벼락 맞은 집이나 나무는 순식간에 불타 버리고, 사람에게 떨어지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답니다. 다만 번개 대부분은 구름과 구름 사이에서 일어나고, 땅으로 벼락이 떨어지는 일은 10번에 한 번 정도라고 해요.
우리가 알고 있는 피뢰침은 대부분 건물 옥상에 설치돼 있어요. 지붕에 세운 뾰족한 막대기로 번개의 강력한 에너지를 끌어당긴 뒤, 구리·알루미늄선 등을 통해 땅 밑으로 흘려 보내지요. 그러므로 번개가 치면 야외가 아니라 건물 안에 있는 게 안전해요. 보통 피뢰침은 침 세 가닥이 뾰족하게 솟아있는 모양인데, 각각 다른 방향에서 생기는 번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해요. 최근에는 세 가닥보다 더 많은 침을 써서 다양한 각도에서 치는 번개를 정밀하게 잡아내고 있어요.
비행기에도 피뢰침의 일종인 '정전기 방출기'가 있어요. 비행기 몸체는 전기가 잘 흐르는 물질인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요. 전기는 오직 전기가 통하는 물체(도체) 표면에만 흐르기 때문에, 벼락이 떨어져도 전기가 비행기 몸체를 따라 흐른 뒤 비행기 양쪽 날개와 꼬리 부분에 달려 있는 길이 20~30㎝짜리 침(정전기 방출기) 수십 개를 통해 공기 중으로 흩어져 버리는 것이지요. 이번에 번개를 맞은 비행기가 손상되지 않은 것도 이런 원리 덕분이랍니다.
KTX 같은 기차 지붕에도 피뢰침이 설치돼 있어요. 높은 전류가 피뢰침을 통과하면 역시 기차 외벽을 따라서 흐른 뒤 바퀴→철로→땅 순으로 흘러가요. 기차 안 승객들은 안전하지요. 자동차는 따로 피뢰침이 없지만, 자동차 바퀴가 땅에 닿아 있기 때문에 벼락이 자동차 몸체를 타고 흐른 뒤 땅속으로 들어간답니다.
혹시 모를 벼락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바깥에서 우산이나 골프채 같은 뾰족한 물건을 가지고 다니는 걸 피해야 해요. 또 사람 몸도 전기가 통하는 도체이기 때문에, 건물 안이나 자동차로 이동하는 게 좋아요. 키 큰 나무나 전봇대는 벼락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니 아예 근처에도 가지 않는 게 좋답니다.
-박태진 과학 칼럼니스트/기획·구성=박세미 기자, 조선일보(1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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