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사기꾼은 활개치는데 법과 국가는 여전히 멀다] ....

뚝섬 2023. 4. 10. 09:18

[사기꾼은 활개치는데 법과 국가는 여전히 멀다]

[정부도 국회도 방치, 국가가 조장한 ‘김치 코인’ 범죄]

[강남 납치살인, 윗선이 사주했나… 4000만원 착수금 여부 수사]

[살인 낳은 코인 광풍, 끝 아닐 것] 

["가상 화폐가 마지막 희망"이라는 2030세대의 절규] 

[지금 國政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정부 아닌가]

 

 

 

사기꾼은 활개치는데 법과 국가는 여전히 멀다

 

[강경희 칼럼]

빚으로 불린 2700채 인천 ‘건축왕’.. ‘강원도판 대장동’ 꿈꾸다 뒤늦게 구속기소
경제범죄에 관대한 사회.. 사기범은 대담해지고 피해자가 ‘사기 당한 죄’ 감당

 

자동차로 3시간 거리, 280㎞나 떨어진 인천 미추홀구와 강원도 동해시 망상지구가 한 건설업자로 인해 황당한 인연에 엮였다. 지난 5일 인천지방법원. 미추홀구 전세 사기의 첫 재판이 열렸다.일명 '건축왕' 남모씨가 세입자 161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125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하지만 이는 남씨가 세입자들에게 입힌 피해의 극히 일부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못 돌려받은 채 경매에 넘어간 집이 2월까지 690채, 경매 대기까지 합하면 2000채가 넘는다.

 

지난달 6일 저녁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역 광장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뉴스1

 

남씨는 그 일대에 빌라와 아파트를 짓고 2700채 넘게 실소유해 ‘건축왕’으로 불린다. 건설업자가 집 지어 팔아서 차익을 남기거나, 세 놓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남씨는 금융기관 돈으로 집 짓고 그 집을 세입자 돈 빼는 현금인출기로 활용한 것처럼 보인다. ‘빚더미 건설’로 대출과 전세 보증금을 합한 빚 규모가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깡통 전세’인데도 남씨에게 고용된 부동산중개사들은 집값을 부풀려 전세 거래를 유도했다. 은행 빚을 잘 갚는 것처럼 통장을 보여주면서 세입자를 안심시켰고,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못 주면 대신 갚아주겠다는 가짜 이행각서까지 써줬다. 한 세입자는 A집에 전세 살다 B집으로 이사 갔고 집 주인도 달랐는데 알고 보니 모두 남씨 소유였다. C집의 부동산중개인이 D집에는 바지 집주인으로 둔갑했다. 공범으로 재판에 회부된 사람은 9명이지만 전체 조력자는 50명이 넘는다. 전셋값 급등에, 싼 전세를 찾아들어간 곳에서 세입자들은 덫에 걸린 신세였다.

 

인천에서 갈고 닦은 사업 수완으로 남씨는 강원도 동해시로 진출했다.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가 공약으로 추진한 동해시 망상지구 개발계획이 무산 위기에 처하자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2017년 동해이씨티라는 특수목적법인을 세우고 그 일대 땅을 경매로 사들인 뒤 2018년 11월 망상1지구 개발사업자로 선정됐다. 지역사회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회사에, 자금력과 개발 능력도 미덥지 않다고 우려했다. 인구 9만명의 동해시에, 아파트를 9000채 넘게 짓겠다는 계획에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빈집이 넘쳐나는데 아파트를 왕창 짓는 건 지역 경제 회생에 도움되는 개발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에서 ‘대장동 사태’가 터지자 급기야 ‘강원도판 대장동’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강원도는 문제가 없다고 밀어붙였고, 남씨 측도 ‘대장동 비유는 터무니없다’며 버럭 했다.

 

남씨의 ‘빚더미 개발’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한 건 인천 전세 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뒤늦게 구속기소되면서다. 동해 망상1지구 사업도 제동이 걸렸다. 남씨가 ‘효율적 타인 자본 조달’ 운운하며 망상1지구를 개발하겠다던 돈의 일부는 인천 세입자들의 피눈물 나는 전세보증금이었다는 정황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건축왕, 빌라왕까지는 아니어도 전세 사기가 만연해 인터넷에는 전세금 떼먹은 나쁜 임대인 얼굴 공개 사이트까지 생겼다. 피해자들은 “사기꾼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경찰도 검찰도 아니고 얼굴 공개다. 그래야 다시는 사기를 못 칠 것 아니냐”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사기 공화국’이 되어간다. 전체 범죄(2021년 153만건)는 10년 새 21.9% 줄었는데 사기 범죄는 22.6% 늘었다. 2021년 한 해 29만8000건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교통범죄(34만건) 다음으로 빈번하다.

 

조직적 전세 사기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악덕 범죄’라며 과감한 대응을 지시했지만 피해자들에게 법과 국가의 보호는 여전히 멀다. 피해자 구제도 더디다.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전세대출금을 못 갚아 신용불량자가 되는 피해자가 속출한다. 그러는 사이, ‘건축왕’ 남씨 소유 집에서 30대 세입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까지 벌어졌다. 7000만원 전세금이 최우선 변제 기준보다 500만원 많다고 최우선 변제의 적용도 못 받고 빈손으로 쫓겨나게 된 고인은 삶의 마지막 끈을 놓아버렸는데, 5000억원이나 되는 빚으로 피해자를 양산하고도 남씨는 법정에서 “사실관계는 인정하는데 법리상 사기는 아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을 지켜보던 전세 피해자들은 또 한번 무너져 내렸다. 다중의 삶을 망가뜨린 경제 범죄가 미국이라면 100년 넘는 형벌에도 처해질 것이다. 하지만 경제 범죄에 관대한 사회에서 가해자는 당당하고, 피해자들만 혹독하게 ‘사기당한 죗값’을 치르고 있다.

 

정부도, 국회도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더 빨리, 더 전향적으로 피해자 구제에 나서야 할 것 같다. 조직적 전세 사기를 계기로, 소시민의 삶을 무너뜨리는 파렴치한 경제 범죄 연루자는 엄하게 처벌하도록 법 관행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3-04-10)-

______________

 

 

○  강남 납치 살해 도구는 痲藥, 피해자 매장 때 생존 여부도 수사 중…. 코인이 뭐길래 사람을 악마로 만드나.

 

-팔면봉, 조선일보(23-04-10)-

 ______________

 

 

정부도 국회도 방치, 국가가 조장한 ‘김치 코인’ 범죄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모 씨 등 3명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뉴스1·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에서 벌어진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은 가상화폐 투자로 큰 손해를 입은 피의자가 저지른 사건으로 드러났다. 가상화폐 광풍이 급기야 살인까지 일으킨 것이다. 특히 김치 코인문제가 심각하다.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비트코인 등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고 상당수가 듣도 보도 못한잡코인인데, 그중 3분의 1 국내에서만 거래되는 김치 코인이다.

 

국내 2·3 가상화폐 거래소의 임직원이 돈을 받고 김치 코인을 불법 상장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가상화폐 업계가 불법 상장을 한다는 소문은 끊이질 않았는데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2월엔 새 김치 코인이 상장돼 가치가 뛸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이고 채굴권을 판 일당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뽀로로 유명 캐릭터, BTS 관련 콘텐츠 사업에 투자하면 400% 수익을 지급한다고 속여 7000 명에게 1361억원을 편취한 사례도 있었다. 최근 5년간 가상화폐 범죄로 생긴 피해액이 4조7000억원에 이른다. 보이스피싱 피해액보다 70% 이상 많다. 이것도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가상화폐 시장 거래액이 한때 코스피 시장의 2배인 하루 30조원이었고, 투자자가 700만명에 육박하는 거대 시장이 됐는데도 가상화폐 투기에 뛰어든 2030세대의 눈치를 보느라 제도화와 법제화를 미뤘다. 미국·일본·홍콩·싱가포르 등이 가상화폐 또는 거래소를 순차적으로 제도화하거나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동안에도 우리만 위험을 방치해왔다.

 

이를 규제하는 법안이 2021년 5월 국회에 처음 발의된 이후 가상화폐 관련 법안이 총 18건 국회에 발의됐지만 한 건도 통과되지 않고 낮잠 자고 있었다. 투자자 피해가 50조원 넘게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 후에도 마찬가지다. 피해자들은 관련 처벌 법도 없는 국내가 아니라 미국으로 범인을 송환하라고 주장하는 지경이다. 가상화폐 범죄는 국가가 조장하고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조선일보(23-04-05)-

_______________

 

 

강남 납치살인, 윗선이 사주했나… 4000만원 착수금 여부 수사

 

풀리지 않는 3대 의문점
① 강남 납치살인, 윗선이 사주했나
② 피해자 도움받았던 주범, 왜 범행
③ 납치목적, 코인인가 원한인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붙잡힌 일당의 윗선을 규명하기 위해 계좌추적과 압수수색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나섰다. 구속된 실행범들이 “주범 이모 씨(35)로부터 ‘윗선이 있다’고 들었다”고 진술한 것을 토대로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 하지만 윗선으로 지목된 이들과 이 씨의 관계, 이 씨가 범행을 주도한 이유, 납치 목적 등 여전히 명쾌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경찰은 해당 의혹의 진상을 밝힐 물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 주범에게 범행 사주한 윗선 있었나

 

 

경찰은 납치·살해를 실행했다고 인정한 공범 황모 씨(36)와 연모 씨(30)가 모두 이 씨의 윗선을 언급한 사실에 주목한다. 특히 황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 씨가 윗선에서 4000만 원을 받았다고 들었다”며 구체적 진술을 했다. 경찰은 피해자와 이 씨가 모두 알고 지냈던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 유모 씨 부부를 윗선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착수금이 이들 부부로부터 이 씨에게 건너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 씨 부부를 출국금지하고 계좌를 압수수색하며 금전거래 내역을 조사 중이다. 하지만 이 씨 측 변호인은 이날 “이 씨가 착수금을 받았다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 씨 부부는 가상화폐 투자 업계에서 ‘큰손’으로 통했다고 한다. 2019년 한 중국 언론은 유 씨 부부가 ‘한국 기업 대표단’으로 무역전시센터에 방문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다만 한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유 씨 부부 이름을 들어본 적 없다. 큰돈을 굴렸을진 몰라도 가상화폐 업계에 영향을 미친 개발 또는 발행 전문가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 이 씨는 왜 범행을 주도했나

 

주범으로 지목된 이 씨의 범행 동기 역시 명확하지 않다. 경찰은 유 씨 부부와 이 씨, 피해자 A 씨가 가상화폐 P코인을 연결고리로 인연을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P코인 투자 홍보를 맡았던 A 씨는 유 씨 부부에 대해 “대단한 분들”이라며 P코인 발행사 대표에게 이들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2021년 P코인이 6개월 만에 1만 원에서 17원까지 폭락하면서 A 씨와 유 씨 부부의 사이가 틀어졌다. A 씨는 유 씨 부부가 시세를 조종해 가격이 폭락했다고 의심해 다른 투자자들과 서울의 한 호텔에 투숙하던 유 씨의 아내 황 씨를 찾아갔다. P코인에 투자했다가 8000만 원의 손해를 입었던 이 씨도 이때 A 씨를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씨와 A 씨는 유 씨의 아내 황 씨로부터 약 1억9000만 원 상당의 코인을 갈취해 공동공갈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후 투자 실패로 어려움을 겪던 이 씨는 A 씨에게 도움을 요청해 A 씨 부부가 운영하는 가상화폐 채굴 회사에 채용됐고 급여 명목으로 약 200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공동공갈 사건 이후 이 씨는 “오해가 있었다”며 유 씨의 아내 황 씨와 친분을 맺고 지난해 가을 무렵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또 2021년 9월 A 씨 부부 회사를 그만둔 후 유 씨 부부 소개로 서울 서초구의 한 법률사무소에 취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때 동업까지 했던 유 씨의 아내 황 씨와 A 씨는 서로를 비난하며 맞소송을 낼 만큼 관계가 악화됐다고 한다. 경찰은 유 씨 부부와 이 씨, A 씨 부부의 관계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4일 경기 광주시의 이 씨 부모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이 씨는 여전히 범행 가담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 재산 노렸나, 살해가 목적이었나

 

공범 황 씨와 연 씨는 경찰 조사에서 A 씨의 가상화폐 자산을 노리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가상화폐 탈취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실행범들은 A 씨를 납치한 뒤 눈을 가리고 마취제 등을 수차례 사용하며 30분 이상 가상화폐 계좌 및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과정에서 A 씨가 정신을 잃자 이 씨에게 상황을 알렸는데 이 씨가 “돈이 없는 것 같으니 묻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공범 황 씨와 연 씨가 30일 오전 3시경 충북 청주시 대청댐 인근에 도착한 후 매장할 때 A 씨가 마취 상태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이 씨의 아내가 일하는 성형외과를 압수수색하며 범행 도구로 사용된 주사기 등의 출처를 확인하고 있다.

 

-김기윤 기자 외 2인, 동아일보(23-04-05)-

________________

 

 

살인 낳은 코인 광풍, 끝 아닐 것

 

미국 컴퓨터 엔지니어들이 장난삼아 개발한 도지 코인. 세계적인 코인 광풍과 더불어 한때 하루거래액이 17조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공식 홈페이지 캡처

 

비트코인의검은돈기능이 처음 부각된 곳은 키프로스였다. 러시아 재벌의 조세 피난처였던 키프로스가 2013년 금융 위기로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신청하자, EU는 10만유로 이상 예금에 대해 40%의 세금을 물릴 것을 요구했다. 놀란 러시아 재벌들이 비트코인으로 갈아탔다. 개당 40달러이던 비트코인 가격이 한 달 새 150달러로 폭등했다. 비트코인에 ‘디지털 금(金)’이란 별칭이 붙었다. 

 

2019 비트코인이 개당 68790달러( 9000만원) 찍으며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자 세계적으로 코인 광풍이 불었다. 미국 컴퓨터 엔지니어들이 장난삼아 만든 도지코인의 하루 거래 금액(17조원)이 한국 증시 총거래액(15조원)을 웃도는 일까지 등장했다. 한국산 토종 코인, 김치 코인도 우후죽순 생겼다. 종류가 600종이 넘고, 시가총액은 23조원에 달했다. 김치 코인 투자자가 690만명까지 불어났다.

 

▶코인 사기가 판을 치기 시작했다. 사기 수법은 러그 풀(rug pull), 돼지 도살(pig butchering) 등 크게 2가지다. 가상화폐를 개발한다면서 투자금을 모은 , 야반도주하는 수법이 러그 이다. 양탄자(rug)를 확 잡아당겨 사람을 넘어트린다는 뜻이다. 진돗개 이미지를 활용한 ‘진도지 코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착안해 만든 ‘스퀴드 코인’이 러그 풀에 속한다. 돼지 도살 처음엔 소액 투자금을 돌려주며 안심시킨 판을 키워 거액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에서 가상화폐 범죄로 인한 피해액이 47000억원에 이른다. 대표적 금융 사기 보이스피싱 피해액보다 70% 이상 더 많다. 5년간 경찰이 잡은 코인 사기꾼이 1976명에 이른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코인은 거래 기록이 모두 남아 있어 사기꾼 추적이 어렵진 않다. 그래서 요즘 코인 사기꾼들은 비트코인 대신 거래 내역 정보를 비공개하는 코인인 프라이버시 코인을 요구한다고 한다. 또 디지털 범죄 세상에선 거래 대상 가상화폐가 수사기관의 추적 대상인지 아닌지를 수수료를 받고 분석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서울 강남 3인조 납치·살인의 범행 동기가 가상화폐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코인 투자 피해자가 자기 인생을 구렁텅이로 내몬 가상화폐 관련자를 해친 사건으로 보인다. 욕망의 용광로 같던 코인 광풍이 우리 사회에 범죄의 씨앗도 뿌려 놓았다. 코인 사기 피해자가 수십만 명에 이를 것이다. 언제 어디서 유사 사건이 발생할지 몰라 조마조마하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3-04-04)-

 ________________

 

 

"가상 화폐가 마지막 희망"이라는 2030세대의 절규

 

정부의 가상 화폐 규제에 가장 격렬하게 반발한 것은 20~30대 청년 세대였다. 지난 11일 법무부의 '거래소 폐쇄' 발표가 나오자 이들은 청와대 홈페이지 등에 몰려가 항의 글을 올리고 규제 철회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에 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대통령 뽑은 것을 후회한다"는 등의 성토도 쏟아냈다. 현 정권의 가장 충성스러운 지지층인 청년들이 이토록 거세게 반발할 것이라고는 정부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체 가상 화폐 투자자의 60%인 180만명이 20~30대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청년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땀 흘려 성취하는 대신 가상 화폐 투자에 뛰어들어 '대박'을 염원하고 있다. 보통 일이 아니다.

청년들 집단 반발의 이면엔 우리 사회에서 희망이 안 보인다는 절박한 현실 인식이 담겨 있다. 이들은 가상 화폐가 "마지막 희망"이라며 "처음으로 가져본 꿈을 빼앗지 말라"고 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 자신도 잘살 수 있을 거란 꿈,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꽉 막힌 현실에서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가상 화폐가 자신을 구원해줄 "인생의 동아줄"로 등장했다고 느끼는 것이다.

청년 세대를 둘러싼 사회·경제적 현실은 갈수록 고단해져 가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외환 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솟고, 갈 곳 없는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에 몰리고 있다. 어렵게 취직해도 사교육비며 주거비 부담에 출산조차 망설이게 된다. 아무리 월급을 모아도 아파트 한 채 마련하기 쉽지 않다. 계층 상승의 사다리는 점점 사라질 수밖에 없다. 사방팔방 옥죄는 현실이 수많은 청년을 가상 화폐 대박 꿈으로 몰아넣었다.

어느 누구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만이 아니라 2000년대 이후 세계가 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20~30%인 나라들도 적지 않다. 청년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지금도 지방엔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공장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정책 당국자들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역대 어느 정부도 청년들에게 일자리와 기회를 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냈다. 병(病)을 고치려면 입에는 쓰지만 약(藥)을 먹어야만 한다. 그 약은 규제 개혁과 노동·교육·공공·금융 등의 구조 개혁이다. 이 벽을 깨야 경제에 활로가 뚫리고 자연히 새 세대에 문이 열린다. 하지만 노조가 반대하고 인기가 없다고 모두 방치해왔다.

이런 나태와 무책임이 쌓이고 쌓여 사면초가와도 같은 청년 세대의 역경을 낳았다. 정부가 바뀌어도 인기 위주 선심 정책은 더 심해지고 있다. 고작 한다는 일자리 정책이 공무원 더 뽑는다는 정도다. 그 와중에 집값은 줄기차게 치솟고 있다. 청년들이 투기장에서 대박 꿈을 꾸는 나라가 어디로 가겠나.


-
조선일보(18-01-13)-

_____________

 

 

지금 國政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정부 아닌가 

 

정부가 국민 생활과 경제, 금융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책을 7시간 만에 뒤집은 일은 정부의 국정 능력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만든다. 가상 화폐 거래소 폐쇄 조치와 관련해 대통령 주요 지지층인 20~30대가 청와대 게시판에 집단으로 몰려와 "대통령 지지했던 걸 후회한다"고 항의하자 그만 백기를 들었다. "확정되지 않았다"며 지지층을 달랬다. 300만명이 하루 최대 6조원을 거래하는 시장에 사전 예고도 없이 기세등등 나타나 정문에 대못을 박겠다고 나섰던 정부가 몇 시간 만에 겁먹은 듯이 꼬리를 내린 것이다. 전 세계가 주목한 정책이었다. 한국 정부의 무능·무책임을 세계에 광고한 셈이 됐다.

새 정부 출범 후 지난 8개월간 발표한 정책이 한나절 새 없었던 일이 되거나 며칠 단위로 오락가락한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연말 교육부는 올해부터 전국 5만곳의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 수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가 미확정, 금지, 유예 등을 종잡을 수 없게 오가고 있다. 수업 금지 발표 하루 만에 "확정된 바 없다"고 번복했다가, "금지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했고, 비싼 영어 학원을 보낼 형편이 안 되는 학부모들이 반발하자 "시행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포함해 1월 중에 결정하겠다"고 했다. 수능 개편도 당장 할 듯하다가 쑥 들어갔다. 경제부총리가 "세금 인상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공언했는데 두 달 만에 세금 인상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아동수당 지급 대상에서 상위 10%가 포함되는지 아닌지는 아직도 모른다.

 

TV 뉴스에 나온 사드 발사대 반입을 정부만 모르고 있다가 '보고 누락' 소동을 일으켰고 미·중 양쪽에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한·일 위안부 합의도 백지화할 듯하다가 그만둬 일본의 반발을 사고 위안부 할머니들로부터도 "속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전술핵 재배치, 대북 해상봉쇄와 같은 중대한 안보 정책도 국방부, 청와대 말이 다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물산 주식 처분에 관해 2년 전 자신이 내린 결정을 번복해 재계를 경악하게 했다. 다음에 또 무엇이 번복되고 뒤집힐지 아무도 모른다.

새 정부는 문제 정책에 대한 비판에는 완전히 귀를 닫고 있다. 잘못이 있어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 표현대로 '눈 하나 깜짝 않는다'. 그런데 지지층이 기침만 해도 정부가 감기에 걸린다. 지금 국정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정부 자체다.
 

 

-조선일보(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