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아침 일과, 종이신문 읽기]
[종이신문의 매력]
부자들의 아침 일과, 종이신문 읽기
억만장자들의 신문 사랑은 각별하다. ‘신문 중독자’라고까지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90세가 넘은 나이에도 하루에 5, 6개의 신문을 샅샅이 훑는다. 청소년들에게는 “세상을 알려면 신문부터 읽어라”고 조언하곤 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매일 아침 신문을 읽고 커피를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소학교만 나와서 어떻게 명문대 출신들을 거느리고 있냐는 질문에 “나는 ‘신문대학’을 나왔소”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부자들의 아침에는 여전히 신문이 있다. 25일 하나금융연구소가 내놓은 ‘2024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의 33%는 오전 루틴으로 종이신문·뉴스를 본다고 답했다. 금융자산 1억 원 미만인 일반 대중(18%)의 응답보다 훨씬 높았다. 부자 중에서도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신문, 뉴스를 가까이 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일반인들이 주로 연예·스포츠 뉴스를 많이 챙겨 본 반면 부자들은 경제, 정치, 생활문화 순으로 관심을 보였다.
▷부자들이 빠뜨리지 않는 루틴에 독서가 있는 것도 신문 읽기와 무관치 않다. 일반 대중이 1년에 약 6권의 책을 읽는 동안 부자들은 10여 권의 책을 읽었다. 특히 금융자산 100억 원 이상의 부자들은 연간 20여 권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경영 도서보다는 오히려 인문·사회 분야의 책과 소설을 선호했다. 부자들에게 ‘읽는다’는 행위는 특별히 시간을 내서 하는 것이 아닌 일상 자체였다. 신문과 책을 늘 곁에 둠으로써 사유의 폭을 넓히고 남들이 보지 못한 보배를 활자 속에서 건져 올렸다.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부자들이 종이신문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평면적이고 파편화된 정보만으로는 뉴스의 가치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 꼭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뉴스의 경중을 편집으로 보여주는 종이신문의 힘이 여기서 나온다. 미국 카네기멜런대와 다트머스대 연구진의 실험에 따르면 디지털 화면을 볼 때보다 종이로 글을 읽을 때 내용을 더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고 한다. 종이신문을 매일 꾸준히 읽으면 주의·집중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관심 있는 것만 보여주는 알고리즘의 한계에 갇히지 않고 허위 정보에 속지 않도록 하는 것도 신문의 강점이다. 지난해 12월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한미일 3국의 30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신문을 읽는 사람이 그러지 않는 사람보다 허위 정보를 더 잘 가려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좋은 정보를 골라 꼭꼭 씹어 삼킬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신문의 힘이다.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통찰력을 얻기 위해 부자들이 선택한 가성비 높은 투자다.
-김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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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신문의 매력
프랑스 화가 폴 세잔의 아버지는 부유한 은행가였다. 그는 아들이 법률가가 됐으면 했다. 세잔은 아버지 뜻을 따라 법대에 갔지만 화가의 꿈을 접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이 못마땅했다. 1866년 스물일곱 살 세잔이 그린 아버지는 소설가 에밀 졸라가 인상파를 옹호하는 칼럼을 싣던 일간지 '레벤망'을 읽고 있다. 세잔은 육친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는 한 해 전에도 의자에 앉아 신문 읽는 아버지를 그렸다. 신문은 세잔과 아버지를 이어주는 끈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몇 해 전 주최한 신문읽기 논술대회 수상작엔 신문의 매력에 대한 경험담이 가득하다. 한 중학생이 쓴 글은 이렇다. '신문은 잘 차려진 밥상이라고 한다. 며칠 전 신문을 꼼꼼히 뒤지다 '밥상'을 발견했다. 정치·경제·사회·문화면은 밥과 김치, 된장찌개다. 특집은 특별메뉴 삼겹살, 기획은 계절나물 무침과 장아찌, 어린이 지면은 메추리알 조림 같다. 밥상만 받고 음식을 골고루 먹지 않으면 소용없다.' 생생한 비유가 미소를 머금게 한다.
▶뉴욕타임스 IT 전문기자 파하드 만주가 지난주 쓴 칼럼 '두 달간 종이신문만 봤더니'가 화제다. 그는 두 달간 스마트폰 뉴스 앱을 껐다. 대신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신문 3종과 주간지 하나만 집에서 읽었다. 쉴 새 없이 긴급 속보를 알리던 스마트폰을 끄고 나니 괴물에서 해방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두 달간 그는 책을 여러 권 읽었고 도예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더 나은 남편과 아버지가 됐다고 썼다.
▶'온라인에선 뉴스 자체보다 논평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런 논평은 세상에 대한 이해를 왜곡시킨다.' 파하드 만주는 종이신문 읽기는 외롭지만 뉴스와 직접 만나는 기회라고 했다. 스마트폰에서 쏟아내는 부정확한 정보 대신, '진짜 뉴스'만 가려 전달해주는 게 종이신문의 미덕이라고도 했다. '수백 명의 전문가가 나를 대신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해서 집까지 배달해준다.' 파하드 만주가 실은 두 달간 트위터를 계속했다는 폭로가 뉴스로 나올 만큼, 미국 내에서도 뜨거운 반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파하드 만주의 칼럼을 접한 건 페이스북 친구를 통해서였다. 부부가 침대에서도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뉴스 중독' 시대다. 대화는 사라지고 불필요한 정보는 넘쳐난다. 신문엔 정확하고 깊이 있는 뉴스를 싣기 위해 취재부터 배달까지 사람 손을 거친 정성과 온기가 배어 있다. 종이신문만 줄 수 있는 별미(別味)다.
-김기철 논설위원, 조선일보(18-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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