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근무 때 핸들을 잡겠다고 했더니 가족이 말렸다. 운전이 험한 곳이라는 선입견 탓에 사고 걱정부터 했다. '10년 무사고' 베이징 택시 기사에게 비결을 물었다. "여기는 서로 믿지 않아 누구나 방어 운전을 한다"고 했다. 필자도 좌우 잘 살피고 언제든 브레이크를 밟을 준비를 했다. 그 덕인지 3년간 접촉 사고도 없었다. 중국에선 차량 충돌보다 차가 보행자를 치는 사고가 잦다.
▶3년 전 프랑스 고속도로 운영사가 유럽 열 나라 1만명을 조사했다. 운전 습관이 점잖은 나라는 스웨덴이 1등, 독일이 2등이었다. 그런데 2016년 OECD 교통사고 사망률은 스웨덴이 100만명당 27.3명인데 독일은 38.8명이나 됐다. 독일은 영국(27.7명)이나 네덜란드(36.7명)보다 사망률이 높았다. 준법정신이 강한 독일인이 상대도 교통 법규를 지키리라 믿고 신호가 바뀌면 앞만 보고 출발하다 사고를 낸다고 한다. 비꼬는 말이다.
▶BMW 독일 본사 대변인이 중국 신화통신과 인터뷰를 했다. 한국에서의 BMW 화재 이유를 묻자 "현지 교통 상황(local traffic conditions)과 운전 스타일(driving style)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소식을 들은 한국 BMW 운전자들이 거세게 반박하자 BMW 측은 '오역'이라고 했다. BMW가 화재 조건으로 꼽은 '긴 주행 거리'를 '현지 교통 사정'으로, '장시간 주행'을 '운전 스타일'로 잘못 옮겼다는 것이다.
▶한국인 운전 습관도 양호한 편은 아닐 것이다. 교통법규를 잘 지키지 않는 데다 최근엔 보복 운전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차량 화재와는 상관이 없다. 지금 한국에서 BMW는 새 차, 낡은 차 가리지 않고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또 한반도보다 넓은 대륙 국가에선 BMW 화재 사고가 한국처럼 많지 않다. 긴 주행 거리나 장시간 주행도 화재 원인이 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는 신차 출시 전 사막이나 동토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 주행 테스트를 거친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서만 BMW 화재가 빈발하는 이유가 뭔지 답답한데 '운전 스타일'과 같은 이상한 얘기가 한국 소비자 심기를 건드렸다. BMW는 '한국에서 만든 엔진 부품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이나 '한국적 상황'을 원인처럼 흘리고 있다고 한다. 남 탓 하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정확하고 정직한 조사와 발표 말고는 이 불을 끌 수 없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18-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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