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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 택시] [노인의 날] [92세 택시기사]

뚝섬 2021. 9. 19. 05:48

100원 택시

 

충남 서천군의 어르신들은 요즘 5일장에 갈 때 집에서 가까운 마을회관 앞에서 희망택시를 탄다. 희망택시는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지역의 주민을 위한 맞춤형 교통복지 서비스다. 좁고 구불구불해 버스가 오지 않던 길을 택시가 와주는 것도 고마운데 요금도 싸다. 읍 소재지까지는 1500원, 면 소재지까지는 단돈 100원이다. 그래서 ‘100원 택시’로 불린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서천군의 100원 택시를 소개했다. ‘신의 선물: 한국 시골에서 9센트(100원) 택시 타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외딴 마을에서 차도 없는 어르신들을 돕는 이 정책이 한국 시골의 대중교통 혁명을 일으켰다”고 했다. 희망택시는 마을회관과 버스정류장 간 거리가 700m 이상인 지역을 운행한다. ‘신의 선물’이라는 기사 제목은 이 택시를 이용하는 85세 할머니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서천군이 2013년 6월 희망택시를 도입한 이후 효도택시 행복택시 등의 이름을 가진 ‘공공형 택시’가 현재 전국 79개 군에서 운행 중이다. 이 택시는 ‘늙은 시골을 살리는 방법’으로 주목받는다. 서천군은 1960년대에 16만 명이던 인구가 올해는 5만1000명으로 쪼그라들었고 대부분 65세 이상이다. 교통편이 없어 외출이 힘들던 어르신들이 희망택시로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장날에는 정형외과와 진료소 등이 붐비게 됐다. 택시운전사들은 어르신들을 정기적으로 태우기 때문에 이들의 건강상태 등을 빨리 알아챌 수 있다.

 

▷공공형 택시는 공공형 버스와 함께 정부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농촌형 교통모델’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50%씩 사업비를 대기 때문에 주민들은 비용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전남 신안군의 ‘1004 버스’는 공공형 버스의 한 예다. 공영버스가 다니지 않는 새벽이나 심야시간대에 이용을 원하는 주민이 전화하면 대기하던 버스가 운행하는 수요 응답형 버스다. 농촌형 교통모델을 이용하는 주민은 2018년 193만5000명에서 지난해 481만5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2014년 수립한 ‘국토그랜드디자인 2050’의 예측은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렸다. 2050년에 국토의 60% 이상 지역에서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고 그중 20%는 무인지대로 전락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은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빨라 2049년이면 고령화율이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막으려면 사람을 연결하고 불러 모아야 한다. 100원 택시 같은 농촌형 교통모델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김선미 논설위원, 동아일보(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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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날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어제는 유엔이 정한 '국제 노인의 날'이고 오늘은 우리 정부가 법정기념일로 제정한 '노인의 날'이다.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홈페이지를 열면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대한민국'을 반드시 실현하기 위해 국민과 현장의 목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겠습니다"라는 인사말이 뜬다. 위원회 이름을 보면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고루 다룰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저출산 문제에만 집중하겠다는 것 같아 적이 불편하다.

정부가 청년 실업 문제에 코를 박고 있는 동안 노인 일자리 문제는 조용히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70~74세 고용률은 물경 33.1%에 달한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15.2%)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65~69세 고용률(45.5%)도 아이슬란드(52.3%) 다음으로 세계 2위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언뜻 노인 일자리 상황은 청년 일자리와 달리 퍽 양호한 듯 보인다. 문제는 빈곤율이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빈곤율은 43.7%이다. 유럽 28국보다 월등하게 높다. 노인 서너 명에 한 명꼴로 일하는데 10명 중 4명 이상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딱히 모아놓은 게 없어 계속 일해야 하지만 좋은 일자리는 찾기 어렵다.

 

노인 빈곤과 저출산이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출산 적령기의 젊은 세대 관점에서 제 앞가림조차 제대로 못 하는 노인을 바라보라. 자기들을 기르느라 노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부모지만 막상 모실 걸 생각하면 마음 놓고 아이를 낳기 어렵다게다가 먼 훗날 자신도 겪어야 할지 모른다 생각하면 자식 낳기가 두렵기까지 할 것이다. 저출산과 노인 빈곤 문제는 서로 엮여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함께 풀어야 한다. 노인 문제는 인권 문제다. 평생 가족과 사회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빈곤에 시달리게 내버려두는 것은 엄연한 인권유린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조선일보(1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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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 택시기사

 

올해 여든인 추용수씨는 1968년 개인택시 운전을 시작해 지금까지 만 50년 택시를 몬다. 어제도 새벽 4시 출근, 오후 6시 서울 월계동 집으로 퇴근했다. 추씨는 "운전이란 게 사람에 따라 다른 건데 나이 많다고 못 하게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30세라도 어떤 이는 멍청하게 운전하고 80세에도 똘똘하게 차를 모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고령 택시기사가 늘고 있다는 게 새삼스럽지는 않다. 대책 마련이 간단하지 않을 뿐이다. 어제 한 야당 의원이 자료를 냈다. 전국 택시기사 중 65세 이상이 7만2800명으로 전체의 27%다. 기사 서넛에 한 사람꼴이다. 그중 아흔 넘은 사람이 전국에 237명인데, 서울에만 110명이 있다. 최고령 택시기사는 92세였다. 이 어르신들이 오늘도 손님을 태우고 도로를 달리고 있다. 버스기사는 65세가 넘으면 3년마다 '자격 유지 심사'를 받아야 한다. 70세 이상은 매년 받는다. 국토교통부가 내년부터 택시기사도 이 심사를 받도록 하려다 택시업계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건강검진으로 대신하게 했다. 
 


▶택시기사 연세가 지긋하면 조심스럽게 운전해 마음이 편하다는 승객이 있는가 하면, 답답하고 불안하다는 반응도 있다. 작년 9월 필리핀에서는 70세 택시기사 대신 승객이 핸들을 잡아 목적지까지 간 일이 소셜미디어에 화제였다. 젊은 여성을 태우고 가던 기사가 "너무 피곤해서 운전을 못 하겠다"며 다른 택시를 타라고 권하자, 택시 잡기가 어려웠던 여성이 "내가 운전하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승객과 자리를 바꾼 기사는 승객 집에 닿을 때까지 코를 골며 잤다고 했다.

 

자가용·영업용 합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운전자는 2017년 279만7000명으로 5년 새 1.7배로 늘었다그들이 낸 교통사고도 5년 전보다 50% 넘게 증가했다. 그러나 모든 분야가 고령 사회로 향해 가는데 택시기사만 문제 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택시기사들은 '65세 이상'을 기준 삼은 이런 자료를 보며 "65세가 노인이냐"며 화부터 낸다. 사실 요즘 65세를 노인이라고 할 수도 없다. 젊은이 뺨치는 건강을 가진 사람이 숱하다.

이제 65세는 '한창 일할 나이'라고 보는 게 맞는다. 두 번째 청춘이 시작되는 나이라고들 한다. 또 일을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택시 운전 심사 연령을 높이되 자격을 더 철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 나이에 따른 과학적 기준도 필요하다. 단 '승객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1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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