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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 당첨돼도 회사 계속 다니실 거예요?’] [불황 속 '로또 호황']

뚝섬 2021. 9. 19. 05:52

로또 1등 당첨돼도 회사 계속 다니실 거예요?’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시기여서인지 다양한 비즈니스 관련 고민을 접하고 있다. 예를 들면, 힘들게 회사를 키웠는데 좋은 조건의 인수 제안이 왔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어 팔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이게 맞나’ 하는 감정이 동시에 생겨 갈등이 된다는 것이다.

 

‘막상 팔면 마음이 허전해져 정체성 고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더니, 자신도 ‘팔고 나면 명함이 없어져 좀 황당할 것 같다’고 답을 한다. 실제로 회사를 정리하면 즐겁게 놀며 편할 것 같았는데 허전함이 찾아와 다시 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거면 그냥 회사를 운영할걸 다시 하려니 몇 배는 힘들다는 하소연도 듣곤 한다.

 

세대 불문, 요즘 자주 등장하는 고민 상담의 키워드 중의 하나가 ‘경제적 자유’이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의 유행은 수그러들고, 빠른 경제적 독립을 목표로 하는 라이프 스타일로의 변화가 느껴진다. 경제적 자유를 목표로 전문가도 놀랄 만큼 지식을 습득하며 최소한의 생활비를 빼고는 투자에 몰입하는 이들의 진지한 고민을 접하고 있다.

 

와튼 스쿨에서 작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수입이 증가할수록 삶에 대한 주관적 만족감이 증가했다고 한다. 특정 수입 이상을 넘어서면 행복감 증가가 뚜렷하지 않다는 과거 연구와 대비되는 결과이다. 저자는 경제적 자유가 내 삶에 대한 통제력을 증가시키는 점이 만족감 증가를 설명하는 한 이유는 아닐지 추론했다. 예를 들면 팬데믹 상황에서 직장을 잃었을 때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자기가 원치 않는 회사라도 취직할 상황에 몰리니 삶의 만족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돈이 행복에 부분적으로 긍정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돈을 번 사람은 비즈니스 스트레스가 컸고, 또 ‘돈=행복’의 공식을 품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덜 행복했다며, 자신의 연구 결과가 돈에 더 집중하라는 메시지로 전달되기는 원치 않는다고 했다. 돈이 일의 동기 부여 요소를 넘어 목적이 되면 오히려 삶의 만족감이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우스개로 ‘오늘 로또 일등 당첨돼도 회사 계속 다닐 거냐’란 질문을 종종 던진다. 주변에 상사가 있는 경우 눈치를 보다 다닐 거라 말하는 이도 있지만, 대체로 확 그만두겠다는 답이 많다. 세상의 모든 이에게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다들 일에 대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을 거라 추측한다.

 

이렇게 일은 힘들지만 경제적 이득을 넘어 내 존재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실제 인생 후반기에 경제적 이득은 없어도 일로 느껴지는 활동이 존재하는 경우 마음과 몸이 더 건강하고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이란 녀석에 참, 양면성이 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선일보(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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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로또 호황'

 

'매주 토요일이면 아버지는 로또 복권을 샀다. 정확히 말하면 2004년 9월 25일부터였다. 그해 나는 맹장 수술을 했고 어머니는 늘어나는 뱃살을 고민하다 러닝머신을 샀다.' 소설가 윤성희의 단편 '구멍'엔 매주 로또 복권을 사면서 인생 대박을 꿈꾸는 아버지가 나온다.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에게 연정을 품고, 그날 앉은 좌석 번호를 행운의 숫자로 믿는 아버지다. 매번 그 숫자를 중심으로 고르지만 번번이 허탕 친다. 삶이 고단한 가장(家長)의 꿈은 주인공 딸이 보기에도 위태롭다.

▶2002년 첫선을 보인 로또는 전체 복권 판매액의 90%를 차지하는 대표 상품이다. 작년에만 3조8000억원쯤 팔렸다. 역대 1등 최고 당첨금은 407억원이고, 평균 20억을 받아 갔다. 하지만 숫자 1부터 45 중 6개를 맞히는 1등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 '벼락 맞을 확률'이나 같다지만 혹시나 해서 손에 넣어본다. 성인 열에 여섯은 복권을 산 적 있다고 했다

 

▶로또를 포함한 전체 복권 판매액은 작년 처음 4조원을 넘더니 올 상반기에만 2조1705억원어치가 팔렸다. 기록 경신을 일찌감치 예고해 놓았다. 복권 판매는 2011년 3조원을 돌파한 뒤로 해마다 치솟고 있다. 더욱이 최근 4년 연속 줄어 9.9%나 떨어진 세계적 추세와는 대조적이다. 정부는 경기가 괜찮을 때도 복권 판매가 늘었다고 해명하지만, 복권은 대표적 불황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복권은 정부 독점 사업이다. 기재부 밑에 복권위원회가 발행·관리, 수익금 배분을 총괄한다. 실제는 복권위가 5년마다 사업자를 선정, 위탁 관리한다. 복권 매출액 가운데 절반은 당첨금으로 돌려주고, 40% 넘게 복권기금에 넣어둔다. 이 돈을 저소득층 주거 안정과 소외 계층 복지, 문화 예술 사업에 쓴다고 한다. 하지만 구체적 내역을 보면 정부 예산처럼 쓰는 곳이 많다. 올해도 과학기술 진흥(807억), 국민 체육 진흥(682억),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488억), 문화재 보호(842억)에 수백억씩 출연한다.

▶복권을 '고통 없는 세금'이라고 말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정부는 부족한 재정을 보완해 공익사업에도 쓰고 국민에게 건전한 오락의 즐거움도 준다고 광고한다. 하지만 일자리는 위태롭고 집값은 폭등할 때 기댈 곳 없는 서민이 자꾸만 로또 한 방을 기웃거리게 되는 상황을 정부는 대수롭잖게 보면 안 된다. 복권으로 '인생 역전'을 꿈꾸는 사람이 늘어나는 사회는 미래가 어둡다.

 

-김기철 논설위원, 조선일보(18-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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