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외신 타는 K 팝 스캔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 흐린다'는 비유는 이럴 때 쓰는 것이다. 몇몇
타락한 아이돌 스타 때문에 외신은 일제히 K 팝에 등을 돌리고 있다.
'K 팝의 어두운 면'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K 팝을 강타한 스캔들' 같은 제목이 줄줄이 쏟아진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로
알려진 서울의 모습은 성범죄와 마약, 폭력, 뇌물로 얼룩진 '버닝썬의 도시'로 묘사되고 있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만 해도 K 팝에 대한 외신 반응은 과도하리만치 칭찬 일색이었다. K 팝 스타는 순수하고 귀여우며 건강한 이미지로 그려져 있었다. "미국에서 K 팝이 폭발했다" "더 이상 팝의 언어는 영어가
아니다"라고 했다. 특히 가수 승리가 속한 그룹 '빅뱅'은 'K 팝의 제왕'으로 불렸다. 포브스지는 빅뱅 리더 지드래곤을 '아시아 연예·스포츠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젊은 인물'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K 팝의 제왕'은 스스로 무덤을 팠다.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모습으로 '한국의 위대한 개츠비'란 별명을 얻었던 승리에겐 '매춘 알선자'라는 딱지가 붙었다.
▶K 팝이 세계적 인기를 얻었던 만큼 외신은 온갖 언어로 타전되고 있다. 영어는 물론 중국어·일어·프랑스어·독어·스페인어·아랍어까지 망라한다. CNN과
로이터, AP 같은 언론은 심층 보도도 내놓았다. 한국 아이돌들이
어떻게 조련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스타가 되는지 조명했다. 빅뱅의 다른 멤버들도 대마초 흡입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을 소개하며 "이들 소속사 YG가 '약국'의 준말이라는 농담이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한국 연예 산업이 돈과 인기만 좇다가 도덕성을 잃어버렸다고 질타한다. 어린 아이돌
지망생에게 오로지 노래와 댄스만 주입하느라 몸가짐에 대한 교육과 스트레스 관리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아이돌 스타를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버닝썬 사건' 때문에 K 팝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흉한 꼴을 앞으로 보게 될 것이란 진단도 있었다.
▶로이터는 서울에 사는 한 영어 강사의 말을 전했다. "완전히 쓰레기네요. 빅뱅 팬이었던 게 부끄럽습니다." 52세 일본인 여성은 "친구들이 이제 K 팝 팬을 그만두라고 한다"며 "책임 있는 해명을 듣고 싶다"고 했다. 한 인도네시아 신문은 '이제 범죄자·변태 아이돌과 이별할 때'란 칼럼을 싣고 "우리 딸들이 이런 범죄자들에게 '노'라고 말하고 돌아설 권리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세계적 망신이자 배신이 아닐 수 없다. 회복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19-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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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과 현실 권력에 면죄부 준 지상파
예능은 性 범죄자 봐주고 시사는 정부失策 눈감고
철학도 원칙도 염치도 없이 날로 추락해가는 공영방송
가수 승리와 정준영의 '성(性) 스캔들'은 지상파 방송의 또 다른 민낯이다. KBS '1박2일'은
몰카 영상으로 물의를 빚은 정준영을 넉 달 만에 복귀시켰고, MBC '라디오스타'는 반라(半裸)의 외국
여성들을 거느리고 사교 파티를 연 승리에게 찬사를 보냈다. 제2의
스캔들을 일으킬 수 있는 출연자를, 검증에 엄격해야 할 지상파가 앞다퉈 기용하는 이유를 묻자 방송계
사람들이 코웃음 쳤다. "요즘 지상파에 철학이 어디 있고 염치가 어디 있나. 시청률 올라 광고 붙고 돈 벌어주면 최고지." 정준영을
대체할 캐릭터가 없었다는 '1박2일' 제작진의 해명은 나름 진심이었다. 4차원에 똘끼까지 갖춘 정준영이
등장할 때 광고 시장 큰손이라는 '2549 시청률'이 치솟는다고
했다. 사생활이야 어찌 됐든 정준영류의 기이하고 비상식적인 캐릭터들이 지상파 예능을 휩쓰는 이유다.
'낯선 재미'를 위해 정도(正道)를 벗어나 파격, 혹은 막장으로 가는 추세는 지상파 시사 프로도 다르지
않다. KBS는 대통령과 친한 개그맨이 매일같이 나와 코미디도 시사도 아닌 'B급 감성'으로 정부 입장을 교묘히 대변한다. 저널리즘 비평을 표방한 프로엔, 어린아이에게 "이명박이 더 나빠, 박근혜가 더 나빠?"라고 물으며 시시덕거리던 팟캐스터가 고정으로 나와 현 정부를 비판하는 출연자를 골리고 망신 준다. 언론학자 지분으로 앉아 있는 사람의 선동적 발언은 도를 넘은 지 오래다. 기성
언론이 쌍욕과 희롱을 입에 달고 사는 팟캐스터들의 인기를 질투한다고 조롱하는가 하면, 유명 앵커의 교통사고
의혹을 보도한 언론들이 남의 불행을 기쁨으로 느끼는 악마 근성을 지녔다고 질타했다.
낄낄 저널리즘, 망신 주기 저널리즘의 전형인 이 프로들의 편향성과 몰상식을 지적하자
분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달 조선일보가 보도한
'공정성 잃은 지상파' 시리즈가 대중에 큰 반향을 일으킨 직후다. 지상파와 좌파 성향 인터넷 매체들의 '협공'이 특히 흥미로웠다. 음모론의 진원인 일군의 좌파 온라인 매체들이 '조선일보, 무엇을 노렸나' '조선일보가
빅 픽처를 그리고 있다'란 제목의 황당 소설을 쏟아내자 공영방송
KBS가 이를 그대로 따라 했다. 연구자들에 대한 인신공격과 조롱도 서슴지 않았다. 2차 미·북 회담 결렬, 환경부 블랙리스트, 미세 먼지 대책 등에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는데도 정부 입장만 굳세게 대변해 오더니 이젠 과대망상증까지
걸린 걸까.
"왜 지상파만 문제 삼느냐"고도 항변했다. 국민 혈세(血稅)로 전파를
쏘고, 월급 주고, 거액의 출연료까지 지급하는 방송이니 그렇다. 시장성보다 공정성, 권력 비판이란 본분에 누구보다 충실해야 할 언론이라
비판한다. 대중은 자신이 막연히 느끼던 문제의 핵심을 누군가 정확히 짚어줄 때 환호한다. 지상파의 편향성은 길 가는 사람 10명을 붙들고 물어봐도 단박에
알 수 있는 결과였다. 보수층은 물론 중도 성향 국민까지 지상파를 이탈하는 이유, KBS 수신료 거부 운동이 날로 확산하는 이유를 스스로 통렬히 돌아봐야 한다.
빅 픽처(big picture)? 맞는다. "정부가
잘하는 걸 잘한다고 말하는 게 왜 편향이냐"고 궤변을 늘어놓는 지상파로부터 경제 수렁, 안보 위협에 갈 길
잃은 국민을 구해내는 것이 정상(正常) 언론이 그려야 할 '큰 그림'이다. 한
시청자가 '1박2일' 게시판에 "KBS가 정준영에게 면죄부만 주지 않았어도 성범죄 피해자를 한 명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지상파가 일방으로 권력 편만 들지 않았어도
나라가 이 지경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윤덕 문화부장, 조선일보(19-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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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과 아이돌
얼마전 강남에서 인기 높다는 클럽에 가본 적이 있다. 무슨 이유인지 손님으로는 입장 불가였고 다른 핑계를 대야 했다. 'VIP룸'도 들여다봤는데, 한 층 아래 춤추는 홀이 훤히 보이면서 밖에서는 내부를 볼 수 없었다. 건물 밖으로 통하는 별도 출입구가 있고 바로 앞까지 차를 댈 수 있어 일반 손님과 마주칠 일도 없었다. 부유층들이 사적(私的) 파티를 하러 온다고 했다. 버닝썬이나 아레나 같은 클럽의 VIP룸이 비슷할 것이다.
▶이런 클럽도 내부 구조나 술 마시고 춤추며 노는 건 일반 나이트클럽과 별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인테리어와 술·안주의 급이 다르고, 무엇보다 '손님의 외모'를 속되게 부르는 '물'이 다르다고 한다. 다른 곳에선 '웨이터'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이곳에선 'MD'라고 한다. 상품기획자를 뜻하는 '머천다이저'의 줄임말인데, 외모(물)가 좋은 손님(게스트), 즉 '물게'를 섭외하는 역할이다. 그런 섭외는 '픽업'이라고 한다.
▶버닝썬 사건으로 클럽 VIP룸에서 벌어진 온갖 추잡한 광경이 드러났다. '픽업' 되려는 여자 손님을 말리다가 보안요원에게 맞았다는 한 남자가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이후 경찰 뇌물 수수와 마약·탈세·성접대까지 여러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연루된 아이돌 스타 둘이 연예계에서 퇴출됐다. 한 사람은 대표적 한류 스타이고, 다른 사람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으로 '가수 겸 방송인'이라고 했다.
▶앞사람은 필리핀 리조트를 통째로 빌려 생일 파티에 수억원을 썼다는데, 룸살롱 종업원 수십명을 데려가 클럽 분위기를 냈다고 한다. 뒷사람은 평소 예의 바르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알고 보니 카톡방에서 성관계 동영상을 돌려보고 키득거렸다. 방송에 나와 '카톡 전용'이라며 그 휴대폰을 자랑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아이돌 스타는 대단한 문화 전도사처럼 포장돼 있지만 사실 '기획상품'일 뿐이다. 방송사가 이들을 온갖 프로에 돌리며 허상을 만들고, 그 허상을 이용해 또 프로를 만든다. 사회학자인 존 리 UC버클리대 교수는 아이돌이 이끄는 K팝을 "문화나 미학을 따질 것 없는 적나라한 상업주의"라고 했다. 돈과 인기를 주체 못한 어린 우상(偶像)들이 밀실에서 패악을 부리다 들킨 것이 이번 사건의 전말이다. 사실 충격받거나 실망할 일도 아니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던 일들이 사실로 드러났을 뿐이다. 진짜 대중예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TV가 아니라 고독한 연습실에서 땀 흘려 빚어지고 있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19-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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