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국익보다 앞서는 코드] [어느 나라 외교부입니까] [외교부의 추락] 5년짜리 정권 2년여 만에 존재감 제로 '투명 부처'.. 이러고도 나라가..

뚝섬 2019. 4. 8. 07:48

국익보다 앞서는 코드

 

외교관 A씨는 28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이 중 15년을 일본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일본 근무만도 서기관, 참사관, 공사로 세 차례다. 도쿄 체류 기간만 10년이 넘는다. 현재 외교부 간부 중에는 일본 업무 경력이 가장 오래됐다. 그런 A씨가 단교(斷交)가 거론될 정도로 한·일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지난달 말 유럽의 한 공관으로 이동했다. 2017년부터 2년 연속 국정감사에서 그의 '박근혜 청와대' 근무 경력이 논란이 돼 좌천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A씨는 특히 당 대표 출신의 여당 의원이 집요하게 인적 청산을 주장해 인사 조치 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 A씨는 () 정부에서 위안부 업무를 담당했다는 이유로 공관장이 되지 못하고, 주일 대사관보다 작은 공관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외교관 B. 경력 26년의 그는 지난해 중반 청와대에 파견 나갈 것으로 알려졌었다. 일본 근무 경험도 있고, 국제법에도 밝아서 외교부 안팎에서는 그가 청와대에서 대일 업무를 맡는 것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시나브로 그의 청와대 근무는 '없던 일'이 돼 버렸다. B씨의 경력 조사를 한 청와대가 거부했다는 얘기가 들렸다. 그의 가족이 현 정권에 비판적인 게 문제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B씨의 '윗집' 근무 좌절 이유는 밝혀지지 않은 채 현재 청와대의 대일 업무는 일본 근무 경험이 없는 젊은 외교관 한 명이 맡고 있다.

외교관 A·B씨 사례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외교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는 기존 엘리트 외교관들을 집단적으로 이지메(따돌림) 중인데, 대일 업무에서는 특히 그 정도가 심하다.

열심히 일하거나 능력 있는 외교관이 정치적인 이유로 배척받다 보니 외교관들의 사기(士氣)는 옆에서 보기 민망할 정도다. 도쿄의 한국 외교관들은 요즘 서울 소식에 밝은 일본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동정(同情)하는 대상이 돼 버렸다. 도쿄의 한 소식통은 "일본을 잘 아는 외교관들이 기용되지 않으면 결국 한국의 국익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을 모르느냐"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중국 정부는 도쿄에서 9년 연속 일해온 청융화(程永華) 대사를 곧 교체할 예정이다. 서기관 시절부터 25년을 일본에서 근무한 그는 이름만으로도 무게감을 주는 인물이었다. 그 후임에 내정된 인물도 도쿄에 10년 넘게 체류한 경력의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부장이다. 우리보다 몇 배는 힘이 센 나라가 이렇게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일본에 대해 잘 아는 외교관을 좌천시키고, 자신의 근처에는 가까이 오게 하지 않는다. 능력 위주의 인사 원칙을 배제한 나라의 외교가 가져올 미래가 두렵게 느껴진다.


-이하원 도쿄특파원, 조선일보(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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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 외교부입니까

 

[흔들리는 외교안보] 구겨진 외교
韓·스페인 회담 서울서 열렸는데 회의실 걸린 건 꼬깃꼬깃 태극기

 

4일 오전 10 30분 제1차 한·스페인 전략 대화가 열린 서울 외교부 청사 17층 양자회의실. 악수하는 양국 외교 차관보다 취재진의 눈길을 끈 건 회의실 앞에 세워져 있던 의전용 태극기였다. 꼬깃꼬깃 접혀 있던 것을 방금 꺼내 건 듯 주름이 가득했다. 주름 없이 멀쩡한 스페인 국기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국기 관리는 외교 의전의 기본 중 기본에 속한다. 공로명 전 외무장관은 "프로페셔널 외교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신각수 전 외교부 1차관은 "나라의 얼굴을 구겨진 채로 방치했다는 건 한마디로 기강 해이"라고 했다. 최근 계속된 '외교·의전 사고'로 망신을 샀던 외교부가 태극기 관리까지 제대로 못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현(오른쪽) 외교부 1차관과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스페인 외교 차관이 4일 외교부에서 열린 ‘전략대화’에서 구겨진 태극기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인권과 탈북자 문제에서도 계속 구멍이 나고 있다. 탈북 단체들에 따르면, 한국행에 나선 탈북민 4명이 지난달 26일 러시아·몽골 접경지대에서 러시아 국경수비대에 체포돼 도움을 요청했지만 외교부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눈치 보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탈북민 3명이 최근 베트남에서 체포돼 중국으로 추방당하는 과정에서도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외교부는 이날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지만 '그 조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한국 외교가 총체적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의 남북 관계 중시 기조와 북미 라인 약화 등으로 외교의 주축인 4강·북핵 외교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직 정부 관리들은 "실력파 외교관들이 죄다 적폐로 몰려 불이익을 받은 뒤로 외교부 전반에 '복지부동' 분위기가 퍼졌다"고 했다. 전직 정부 관리는 "국방부·통일부도 청와대와 북한 눈치만 보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했다.


-이용수 기자, 조선일보(1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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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의 추락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가까운 D빌딩 사무실은 일부 외교관에게 '난민 캠프'로 불린다. 원래 해외 부임 준비로 잠시 인사 공백이 있는 외교관들이 임시로 쓰는 곳인데, 현 정부 출범 뒤엔 앞선 정부에서 잘나갔다는 이유로 쫓겨난 외교관들이 북적거린다. 이들은 지난 10년 넘게 북미·북핵 업무 최전선에서 경험과 인맥을 쌓아온 엘리트지만 아무런 보직을 받지 못했다. 그저 "우린 적폐"라고 자조하며 시간을 낚고 있다.

 

▶전직 외교관들은 "대한민국 정부 역사에서 지금처럼 외교부의 존재감과 역할이 미미했던 적이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문재인 정권은 북핵 같은 핵심 외교정책에서 외교부를 노골적으로 '패싱'했다. 요직과 주요 공관장은 비외교관, 외교부 내 비주류, 캠코더 낙하산이 주로 차지했다. 속을 끓이던 외교관들도 지금은 '청와대에서 다할 텐데 뭘…'이라며 체념하고 있다고 한다. "장관부터 '외교 수장'이 아니라 '셀러브리티'의 삶을 즐기는 것 같다"고 수군대는 목소리도 나온다.


 

▶힘을 빼놓으니 얼도 빠진 것일까. 최근 외교부에서 어이없는 실수가 이어지는 것도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일 듯싶다. 26년 전에 사라진 '체코슬로바키아' 국명을 쓰는가 하면 대통령이 말레이시아에서 인도네시아 인사말을 하게 했다. 지난달에는 보도 자료에 '발틱' 국가인 라트비아를 '발칸' 국가로 잘못 써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대사관 신설 의미를 홍보하는 자료에 정작 지역을 엉뚱하게 기재했다니 황당할 뿐이다. 직원 한 명이 모를 수는 있지만, 담당 과장·국장에 대변인실까지 체크하면서 걸러내지 못한 건 일에 열의와 흥미를 잃은 것이다.

 

▶강경화 장관은 취임 때부터 줄곧 '워라밸'(일과 휴식의 균형)을 강조해왔지만, 최근 전 직원들에게 '프로페셔널리즘을 더 가져야 한다'는 이메일을 보내 질책했다. 오늘은 '업무 효율화가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가'를 주제로 직원들과 토론회도 갖는다고 한다. 분위기가 너무 느슨하다는 문제 제기다. 전 장관 때는 야근을 밥 먹듯 시켜 문제가 됐는데 지금은 완전히 그 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 간부는 "외교부가 '오만하다' '잘난 체한다'는 욕은 많이 먹었지만 요즘처럼 '무능하다' '없어도 그만'이라는 소리는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 무역에 대한 높은 의존도 때문에 외교에 사활이 걸린 나라다. 그런 나라의 외교부가 5년짜리 정권 2년여 만에 존재감 제로 '투명 부처'가 돼버렸다. 이러고도 나라가 정말 괜찮을까.

 

-임민혁 논설위원, 조선일보(1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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